극악서생 4부 – 99화 : 어벤져스 시즌 1 (2)
10. 어벤져스 시즌1 (2)
“뭐야? 여긴 정말 미국인 거야?”
내가 ‘서울에서 또 한 놈’이라고 했던 녀석이 걸어 나오며 미심쩍어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아까 거긴 중국이었고, 여긴 미국이란 말인데, 정말 진짜냐, 오리지널?”
간만에 보는 조담놈은 나에게 묻고 있었지만, 나보다 자룡대주가 먼저 나섰다.
“그래요, 조담씨. 제가 장난하는 것으로 보였나요?”
“아, 아니, 당신 말을 믿지 못하는 건 아냐. 난 단지, 실감이 잘 안 나서.”
훗, 자룡대주 앞에서만 작아지는 모습도 여전하군.
“조담놈! 넌 최근 계속 비밀 수련한다고 집에도 안 들어오고, 그래서 쬐금은 더 강해졌냐?”
“흥! 그런 건 오리지널, 네가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어때?”
“조담씨! 제 앞에서 천주께 무례하면, 제 입장이 뭐가 되죠?”
“으~ 알았어. 그만하지.”
짜식, 못 본 기간이래 봐야 보름 정도인데, 그동안 얼마나 강해졌는지 몰라도, 이번에 니가 힘쓸 상대는 내가 아니야. 넌 나 대신 몸빵해 줄 용병으로 불려 온 거라구.
난 조담놈에 대한 속마음을 숨긴 채, 녀석으로부터 시선을 거두었다. 소미령이들이 갑자기 끼어든 것도 물론, 뜻밖이었지만, 그전에 이 녀석들이 자원해서 온다고 했던 것도 예상 밖이었다.
“나타샤! 넌 당분간 조용히 지내고 싶다고 하지 않았었냐?”
내가 묻자, 예의 찬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한 ‘겨울의 여왕 나타샤가 피식 웃었다.
“그냥 구경 온 것뿐이에요. 프리제타가 오고 싶다고 해서요.”
뭐, 이유야 어쨌든, 일단 왔으니까 어딘가 써먹을 일이 있겠지. 미안한 생각이지만, 솔직히 나타샤는 다른 미녀 군단에 비해서 평범한 편에 속하니까, 캔들리를 밀착 경호해도 눈에 덜 뜨일 응? 그러고 보니, 그런 역할이 딱이네?
적당히만 미모인 나타샤의 배치를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있자니까, 그 옆의 과도한 미모 소유자, ‘금빛의 요정, 프리제타’가 빙긋이 웃으며 한손을
흔들었다.
“하이~ 저도 왔어요, 왕대장.”
이 녀석, 누가 CR출신 아니랄까봐, 그 녀석들처럼 날 부르는군.
“반갑다, 프리제타. 그런데 네 짝꿍인 ‘사사키’가 안 보이네?”
“아, 사사키는 저기.”
프리제타의 금빛 머리카락이 움직여 화살표를 만들더니 게이트 쪽의 벽면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 벽으로부터 스으윽 ‘침묵의 유령 사사키’의 형체가 나타나 꾸벅 인사를 하더니, 곧바로 다시 벽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사사키는요, 이렇게 사람 많은 장소를 좋아하지 않아요.”
흠. 사사키야 지 별명대로 노는 거고, 이 금빛의 요정 프리제타의 금발 머리가 화살표를 만드는 광경이 살짝 신선했어.
“프리제타! 이번엔 강아지도 만들어줘!”
소령이였다. 그녀가 천진한 목소리로 말하며 프리제타 옆으로 오자, 프리제타의 눈부신 금발이 오묘하게 일렁이는가 싶더니, 정말로 귀여운 강아지 형상이 되고 있었다.
“꺄하하~ 너무 귀여워!”
소령이의 청량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자, 내 의자 옆에 서있던 데릭이 소령이를 보며 약간 멍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로드. 그때 그 영상 속의 소녀로군요. 페트라님도 실물이 더 매력적이었지만, 저 소녀는 도무지… 아, 그 옆의 소녀도 이렇게 직접 보니 그때와 달리, 타오르는 불길처럼 손댈 수 없는 아름다운 꽃잎이 비상하는 신선한 충격을……”
이 남자, 또 발동 걸리려나보다.
-데릭! 역시 예민한 사람이로군. 쟨 미령이라고 하는데, 느낌뿐 아니라, 최근에 정말 불꽃 능력자가 되었어. 저 녀석이 능력을 발동하면, 당신은 물론이고, 이 집 전체가 한순간에 재가 되어버릴 걸?
“그, 그렇습니까?”
-그리고 이건 기밀 사항인데, 당신이 ‘인형 소녀’라고 하는 소령이, 저 녀석이 바로, 사막의 쓰리 스켈레톤 부대를, 핵미사일로 날려 버린 녀석이야. 비공식적으로 ‘몰살 소녀’라고 불리기도 하지.
어느 사이, 데릭의 얼굴에서 소미령이들의 남다른 매력에 경탄하던 기색이 사라져 있었다. 쓰리 스켈레톤 부대 출신인, 데릭이 지금 어떤 기분일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로드, 전 이만 손님들이 드실 차 준비를 하러 가겠습니다.”
“어, 수고.”
데릭이 어딘가 어색한 걸음으로 멀어지고 난 후, 나와 대교는 이 러브 하우스의 주인장 커플에게 우리 측 병력들을 비교적 정상적으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야했다.
대략 이십분정도 후.
쳇, 사교성 좋은 미스 카이가 일일이 소개받고 인사를 나누고 싶어 하는 바람에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네. 난 그냥 ‘이쪽은 주인장 커플, 이쪽은 내 쫄따구들, 소개 끝’이라 하고 싶었는데 말이지. 어디보자.
「우후~ 주인님! 이렇게 다시 한명, 한명 확인해보니까, 정말 보통 화려한 멤버들이 아니네요?」
-응? 그런가?
「뭐예요, 주인님! 설마 저렇게 화려한 멤버들을 보면서, ‘그냥 내 쫄다구들이지 뭐’라고 생각하고 계셨어요?」
윽! 요몽, 이 녀석. 요즘 가끔 이렇게 날카롭단 말야?
「기존 경호팀의 사영님과 S님도 짱짱하지만, 오늘 보강된 멤버들도 다들 엄청나잖아요. 그야말로 어벤져스(Avengers)!」
으음. 나도 다시 생각해보니, 내 쫄다구들이라고 통칭하기에는, 하나같이 엄청 대단한 녀석들이기는 해. 정말로 내가 ‘내 쫄다구들’이라고만
소개했으면 무지 섭섭해 했겠어. 특히 저 조담놈 녀석은 감히 나에게 칼부림을 했을지도 모르지. 크흠, 어쨌든. 이제 정신 챙기고 병력 배치를 좀 하자. -대교!
조금 강하게 부르자, 미령이와 뭔가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던 대교가 흠칫 몸을 굳혔다.
-대교! 소미령이들이 어떤 이유로 여기에 왔든, 이번 싸움에 끼어들려면, 이제부터 내 명령에 확실히 따라야해. 알지?
-예, 오라버니! 이 아이들이, 누가 되지 않게 하겠어요!
살짝 비연대 시절처럼 군기든 분위기가 되는걸 보니, 이번에는 동생들 관리에 실수가 없을 거 같군.
-자룡대주!
-예, 천주!
자룡대주는 더 군기든 태도로 재빨리 다가왔다. 출전 준비과정에서 병력 이동 정보가 누설된 상황 때문에 이러지, 싶었다.
-자룡대주가 인솔해 온 병력들은 크게 세 개조로 나눈다. 우선, 조담놈과 토르, 둘은 내 곁에서 직접 전투 담당!
총 지휘관인 내가 최전방 돌격부대의 짱을 맡는 게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뭐, 아무렴 어때.
-금빛의 요정, 프리제타와 침묵의 유령 사사키는 페트라 부대주팀에 합류. 그쪽 보조 및 경호를 맡는다.
페트라가 거느린 어사조 요원들도 결코 약하지 않지만, 그녀가 지금 맡고 있는, 적의 포로들만 해도 ‘언제든 돌변하면 극히 위험한 뱀프’들이니,
신경 좀 써줘야지. 어쨌든, 페트라의 신변 보호까지 염두에 두는 배치 때문에 자룡대주가 더욱 긴장하는 것 같군.
-그리고 자룡대주에게는 소령이를 지원해 주지. 녀석과 함께, 페트라팀에서 보내주는 데이터를 활용해서 적의 세력을 파악해.
소령이가 자룡대주를 지원해 주면, 몽몽과 팀을 이룬 페트라 쪽에 크게 뒤지지 않겠지? 흠. 본의 아니게, 자룡대주와 페트라 부대주의 경쟁 구도를 만들게 된 거 같기도 하군.
-미령이와 겨울의 여왕 나타샤의 배치는 일단 보류. 이상과 같은 내용으로 실시!
-복명!
자룡대주가 명령 수행을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는 잠시 전체 상황을 점검하며 기다려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대로, 미령이와 나타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 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유준 오빠! 왜 저만 아무 일도 주어지지 않죠?”
“나도 빠졌어, 미령. 어떻게 된 거죠, 캡틴?”
거참. 팔짱을 낀 자세로 비스듬히 상대를 올려다보며 꼬나보는 태도가 거의 똑같네. 초능력과 성향은 정반대인 녀석들인데, 새침데기라는 공통점 때문인가? 의외로 이 둘이 자매스러운 녀석들이었군.
“유준 오빠! 왜 대답을 안 해요?”
사르르~ 미령이의 몸에서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얌마! 니들은 그냥 구경 온 거잖아. 구경 전문 GM 아가씨!”
“그, 그야 그렇지만, 천 오빠 일이잖아요. 그래서 소령 언니도 저렇게..
미령이가 돌아보는 방향으로 소령이가 보이고 있었다. 소령이는 이미 자기 장비들을 거실 바닥에 늘어놓고, 신나게 어딘가를 해킹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소령이와 너의 입장이 같냐? 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지만, 훗! 알았다. 넌 토르와 같은 팀으로 편성해 줄게. 뱀파이어나 웨어울프, 뭐, 그런 것들과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냐?”
“훗, 문제없어요. 재밌겠네요.”
이 녀석, 천우신과 소령이를 들이댄 건 핑계였을 뿐, 자기가 싸우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었군. 애써 조절 가능해진 발화능력을 화끈하게 써먹어보고 싶어서 말이지. 우리 쪽 일로 소미령이를 전투에 투입하면, 나중에 GM측, 특히 ‘첸’이 뒷목 잡을지 모르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군. “나타샤, 너야말로, 네 입으로 ‘구경하러 왔다’고 하지 않았냐?”
“그랬죠. 그래서 빼신 건가요?”
정말 뺄 거면, 굳이 매달리지는 않겠다는 태도. 역시 미령이보다 조금 언니라고, 한수 위로군.
“글쎄? 사실, 네가 가줬으면 하는 위치가 있기는 해. 근데 그게 권하기가 좀 그런 게, 분명 중요인물의 밀착 경호이기는 하지만, 그 사람 사무실에서 평범한 사무 보조까지 해야 할지도 몰라. 경호 대상조차 모르게 밀착 경호를 하려면 정식 비서로서 역할까지…………….”
“내가 가죠.”
“응? 뭐?”
너무, 반응이 즉각적이고 태연해서 내 쪽이 오히려 놀랬다.
“나, 그런 거 잘해요.”
“그, 그래?”
나타샤는 깔끔하게 돌아섰고, 요몽이 포릉 하고, 종이 한 장을 들고 나타났다.
나타샤의 자기 소개서? 초능력 암살단 출신의 신상 조사하는데, 왜 ‘알바 경력 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공간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네? ‘도서관 사서’, ‘편의점 알바’, ‘무역회사 사무 보조’, ‘공항 매표소’, ‘전화 상담원? 전화 상담원까지 했어? 쟤 성격에? 아니 그보다, 이거 뭐야? 「후훗~ 이건 자룡대주 실수였어요. 에레보스들의 기본 신상을 조사하다가 나타샤한테만 이런 서류가 주어진 거예요. 그런데 의외로 나타샤가 재밌어하면서 이렇게 꼼꼼하게 작성했지 뭐예요.」
으음. 그랬군. 어디, 정식 경력란도 좀 볼까? 흣~! 맨 윗줄에 당당하게 ‘프리메이슨 산하 암살단, 에레보스’라고 기입해놨네. 그전에는… 에? ‘하이스쿨 기숙사 사감? 쟤 진짜 기숙사 사감이었어? 난 그냥 상징적인 이미지로 그렇게 표현했을 뿐인데, 이거야 원. 어디, 다른 란도 좀 보자. 취미가 뭐, ‘문서 교정?’ 이런 게 취미가 될 수 있는 거야?
여러모로 특이한 이력의 자기 소개서를 보고 있자니까, 나타샤가 왠지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거 같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꽤 평범한 인생 경력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초능력이 봉인 돼 있던 기간에, 비교적 평범한 가정에 입양됐었다고 했던가? 그럼. 으음. 어쩌면 전화 상담원 알바 뛸 때, 진상 고객한테 빡 돌아서 초능력이 폭발, 겨울의 여왕이 되어 버린 걸지도 모르겠군. 아니면 편의점이나 매표소에서? 죽여 버리고 싶은 고객이 자주 출몰한다는 곳을 꽤 많이 거친 모양이니……………
「주인님! 주인니임!」
-어, 그래. 고맙다, 요몽.
요몽 덕분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사이에 산드라가 내 앞에 와있었다. 산드라는 병력 수송을 마치자마자, 다시 리버에게 가서 귀순 공작을 계속하던 중이었는데, 뭔가 보고할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로드, 다행히 리버의 마음이 안정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웨인에 대한 공포가 많이 희석된 것만은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 산드라의 모아나 요법이 잘 들었던 모양이군.
‘모아나 차의 효능은 공인된 것이지만, 이번 리버의 경우에는 다른 요인도 많이 작용한 듯합니다.”
-다른 요인?
산드라는 거실 여기저기에서 어슬렁거리고 있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노닥거리고 있는, 어쨌든 나름 어벤져스를 보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카이님과 우리 쪽 초능력자들이 인사 나누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습니다. 리버는 계속 놀라며 ‘저런 자들이 얼마나 더 되는 거냐’라던가, ‘저런 자들의 지배자인 진유준님은 대체 어떤 존재인 거냐’같은 얘기를 묻더군요.’
흠. 결국 자신이 알고 있는 웨인 쥐시키의 전력과 우리 전력을 가늠해보고 현실적인 판단을 한 모양이군. 내 생각에는, 웨인, 그 쥐시키는 어설픈
심복 리버도 모르는 전력을 잔뜩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 리버에게 그걸 말해 줄 필요는 없지.
-뭐, 아무래도 좋은데, 그럼 이제 슬슬 리버를 통한 웨인 추적을 시도해 봐도 될까?
아, 그전에 한 가지 조건이 더 충족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뭔데?
내가 조금 퉁명스럽게 묻자, 산드라도 약간의 쓴웃음을 떠올리며 텔레파시를 이었다.
‘크루버. 웨어울프들의 대장인 크루버와 함께해야만, 웨인을 완전히 배신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둘이 꽤 친한 동료라는 건 알아봤지만, 배신까지 함께 할 수 있을 정도라는 건가? 이 녀석들, 둘이 사귄데?
응? 무심결에 물은 건데, 산드라가 묘하게 웃으며 대답을 망설이네?
-뭐야? 정말 남자들끼리 금단의, 그 뭐시기냐, 그런 관계래?
‘적어도 리버는 그런 마음입니다. 하지만 크루버가 거부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대신, 크루버는 리버를 친동생처럼 아끼고 사랑한답니다.” 젠장. 리버 녀석, 역시 그랬었군. 소위 ‘성소수자’였어. 난 그런 거 딱 질색이지만, 그걸 이유로 성소수자를 핍박하는 성격도 아니고… 쳇. 어차피 크루버 놈도 처리하긴 해야 하니까, 겸사해서 빨리 잡아들여야겠군.
-알았어, 산드라. 리버 녀석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해줘.
‘잠시만이라고 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될 거야, 둘이 정말 그런 사이라면 크루버 놈은, 이미 이 근처에 와 있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습관적으로 정글도에 손이 갔지만, 슬쩍 놓고 말았다. 크루버 녀석을 은근 벼르고 있긴 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직접 칼 댈 상황이 아니지 싶었다.
-조담놈! 부탁, 아니, 명령 좀 하자!
실내가 갑갑한 듯 창가에서 밖을 보고 있던 조담놈이 인상부터 긁으며 돌아보았다.
-무슨 소리냐, 오리지널!
-무슨 소리긴, 여기에 온 이상, 내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자룡대주에게 듣지 못했냐?
-흥! 난 수련에 도움이 될 만한 싸움이 있을 거라고 해서 왔을 뿐이야. 네 놈 명령을 시시콜콜 따를 생각은 없어!
-그래? 지금부터 늑대 인간 사냥을 준비해야 하는데, 자룡대주 시키지, 뭐.
-오리지널! 이, 사내자식이 치사한 수작을!
-치사하긴, 자룡대주는 원래 내 수하잖아, 임마.
-O~
잠시 후, 조담놈은 씩씩거리는 기색이면서도 결국 바깥으로 나갔고, 나도 마당까지는 따라 나가보았다. 조담놈은 나가자마자 경공을 펼치더니, 러브 하우스로부터 백여 미터 떨어져있는 숲속으로 단숨에 날아가 버렸다.
휘유~ 못 본지 얼마나 되었다고, 경공이 더 빨라졌는데? 역시 나도 항상 방심하면 안 되겠어. 으으음. 그보다, 내 명령에 따른 행동까지도 엄청 빠르군. 몇 분 지나지도 않아서, 내가 요구한 ‘목재’를 만들어 오는 건가?
조담놈이 어깨에 메고 온 것은 각각 3미터와 6미터쯤 되는 길이의 나무 기둥이었다.
“무식하게, 그걸 한꺼번에 다 들고 오냐?”
“닥쳐! 그보다, 숲 속에 이상한 살기가 가득하다. 짐승 같기도 하고, 인간 같기도 했는데, 정말 늑대 인간이란 것이 있는 거냐?”
아참. 이 녀석은 오컬트 계열에 약한 편이었지?
“그렇기는 한데, 걱정하지마라, 유령 같은 것들과 달리, 실체가 있는 놈들이니까.”
훗. 역시 이제야 안도하는 기색이로군. 그나저나, 예상대로 크루버 놈이 부하 늑대들을 더 많이 모아서 온 모양이긴 한데, 곧바로 쳐들어오지 않고 있는 걸 보니, 나름 신중한 구출 작전을 짜보고 있는 거 같군.
“유준 오빠! 무슨 일이죠? 뭐하는 거예요?”
소령이였다. 호기심 많은 소령이 외에도, 실내의 다른 이들까지 하나 둘 밖으로 나와 보는 중이었다.
“악당 코스프레.”
난 소령이를 돌아보며 태연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우린 지금부터 저 나무 기둥으로 십자가를 만들 거야. 그리고 거기에 가엾은 뱀프 아가씨를 매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