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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 443화


443화. 프로듀스 천마 101 (2)

만약, 플레이어들 모두가 프로듀스 천마 101을 고르지 않았다면, 무림은 홀로 수많은 천마들과 맞서 싸우다 사라져 버렸을 거다.

플레이어의 지원마저 없다면, 무림 혼자만의 힘으론 결코 그 침공을 막을 수 없을 테니까.

때문에 과거 진혁이 시도했던 30층 테마들에서 무림이 살아남은 케이스는 손에 꼽혔다.

99%는 누구도 살아남지 못 하는 엔딩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과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되겠구나.”

자정이 될 무렵, 야영지에 도착한 천마가 이번 테마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을 들었다.

처음, 진혁이 도움을 요청했을 땐 이야기도 듣지 않고 알았노라 수락했는데.

전말을 전부 알고 나니 결코 가볍게 여길 여흥 따위가 아니었다.

무림의 존망을 건 혈투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천마에게 있어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하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수많은 천마들을 쓰러뜨리고 진정한 천마의 이름을 되찾는다니.

최강을 자부하는 현 무림의 천마로서 피가 끓어오를 수밖에.

“암황.”

“예. 지존.”

“감히, 본좌의 이름을 더럽히는 놈들이 있다. 하늘 아래 두 명의 천마는 있을 수 없는 법.”

“옳으신 말씀입니다. 전부 남김 없이 찢어버리겠습니다.”

암황이 관절을 우두둑 꺾었다.

역시, 자신감이 넘치는 두 사람이 함께 하니 든든하긴 하다.

하지만, 일이 생각만큼 그리 수월하게 흘러가진 않을 거다.

다른 차원에서 오는 천마들은 하나같이 완성된 경지에 오른 상태였으니까.

가장 골치 아픈 점은 모든 천마들이 본래 천마였던 삶과, 빙의나 회귀 환생 등을 통해 2번째 삶까지 겪었다는 점이다.

과거의 실수를 보완하고 그때의 기억을 토대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경지.

거기에, 천마와 암황 추혼사영은 물론, 엘리스와 월영 고구마 등까지 데리고 온 덕에 난이도가 대폭 상향 조정되었을 것이다.

‘최대한 각개 격파식으로 상대해야 해.’

만에 하나 상대 쪽에서 서로 간에 연합을 하는 식으로 나온다면, 일이 골치 아파질 수 있다.

띠링!

[타 차원에서 천마들이 넘어옵니다.]

[지금부터 모든 천마들을 제압하고 현대 천마를 이 층계의 유일한 천마로 남게 하십시오.]

[제한 시간은 30일입니다.]

상태창이 연이어 나타났다.

동시에.

우우우웅!

하늘에서 다수의 빛줄기들이 유성우처럼 떨어졌다.

드디어 시작이다.

툭툭….

진혁이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할 거냐? 이제.”

“가장 약한 쪽부터 공략해봐야지.”

통상, 전투가 치열한 세계에서 온 천마들이 강하다.

상대적으로 재벌이나 연예계에서 활동하던 천마들은 전투에 대한 경험이나 스팩이 낮은 경향이 있었다.

먼저 노린다면 그들부터 처리해야 한다.

‘홍련’을 꺼내든 진혁이 검을 모래 위에 휘둘렀다.

카가가각!

검이 지나가며 거대한 무림의 지도가 그려졌다.

푹! 푹! 푹!

지도 위에 움푹 파인 지점들이 생겼다.

조금 전, 다른 차원에서 온 천마들이 떨어진 지점을 표시한 것이다.

“호오. 대단하구나. 그걸 다 기억하고 있다니.”

“크하하! 제가 몇 번이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제 제자 놈은 난 놈이라고요.”

“왜 저 친구가 자네 제자인가? 본좌가 엄연히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어허. 반로환동까지 하신 양반께서 무슨 그리 욕심이 목구녕까지 차 계신 겁니까? 매번 제 떡만 탐내시고.”

무림 전역을 아우르는 거대한 영토에서 정확한 위치를 눈으로 보고 파악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어디에 누가 떨어지는지 이미 외워두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제부턴 두 분대로 나눠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천마께선 스승님과 천마신교의 주력과 함께 사냥을 해주세요. 저는 제 동료들과 함께 다른 쪽을 공략하겠습니다.”

워낙 많은 천마들이 나타난 이상, 다 함께 다닐 순 없다.

아예 각개 전투를 하는 건 아니어도, 팀을 나눠 대응하는 것 정도는 필요하리라.

“손발을 자주 맞춰본 쪽이 좀 더 낫겠지. 알겠다. 그리하마.”

“남궁세가가 있는 안휘성과 당문과 아미파가 있는 사천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천마께선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아미파 당문 쪽은 무너져가는 재벌가의 망나니 3세에 빙의되어 그 기업을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천마가 있다.

남궁세가 쪽은 중세 제국의 대장장이로 환생해 제국의 역사에 길이 남는 대장장이가 된 케이스다.

“대장간에 있는 놈보다는 그래도 세계를 제패한 쪽이 더 격에 맞겠구나.”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가 안휘성으로 가도록 하죠.”

이로써 각자의 목적지가 정해졌다.

* * *

한 줄기 빛이 하늘을 따라 긴 궤적을 남겼다.

유성이 아주 희귀한 건 아니었지만, 저토록 밝게 빛나는 건 처음이었다.

“길조(吉兆)인가, 흉조(凶兆)인가….”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진호’.

‘질풍검(疾風劍)’이라는 칭호를 갖고 있는 남궁진호가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것이 과도한 업무 탓에 잠자리에 쉬이 들지 못했던 건지.

아니면 그저 고즈넉한 밤에 취하고 싶었던 건지는 모른다.

그저 여아홍 한 잔을 기울이며 앞으로 남궁세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심하고 싶었다.

그런데.

“……음!?”

남궁진호의 눈동자가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쿠쿠쿠쿠쿠!

유성이 곧장 이쪽을 향해 날아왔기 때문이다.

“모두…피해라!”

남궁진호가 검을 뽑으며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미 유성은 누각이 있는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파츠츠…!

검에 맺힌 눈부신 푸른 광휘.

두 자가 넘는 강기를 뿜어낸 남궁진호가 유성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놈!”

지척에 이르자, 비로소 알겠다.

유성의 정체가 운석이 아닌 사람이라는 것을.

애초에 운석이었으면 충돌하기 직전에 속도를 줄이는 것 따윈 하지 못 했을 것이다.

콰아앙!

천지가 격동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에, 누각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뿌옇게 일어나는 흙먼지.

기와 기의 충돌로 인해 기혈이 뒤틀려 버릴 것만 같았다.

“크으으….”

남궁진호가 비틀거리며 몸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내상이 깊진 않았지만, 그걸 위안으로 삼기엔 지금 처한 상황이 너무나 최악이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이런 터무니 없는 괴물이 존재하다니.

덜덜덜!

남궁진호의 손이 미미하게 떨렸다.

“괴…물 같은 놈.”

한 합을 나눈 것만으로도 이미 승부는 났다. 아무리 발악을 해도 자신은 결코 상대의 적수가 될 순 없었다.

“흐음. 방금 전 검. 내가 온 건 남궁세가인가 보군.”

거구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무림과는 어울리지 않는 철제 중갑주를 전신에 두른 모습.

검은색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아니었다면, 서역에서 온 색목인이라 생각했을 거다.

“누구냐? 너는?”

“비어마운트… 아니, 여긴 무림이니 그때 불리던 이름으로 소개해야 하는 건가?”

남자가 머리를 긁적였다.

“천마, ‘마수호’. 분명 그런 이름으로 불렸었다.”

“천…마라고?”

“하지만, 지금은 비어마운트다. 그래, 마수호란 이름은 입에 담기에도 듣기에도 너무 어색하군.”

“그럴 리가… 지금 천마는 십만대산에 있을 터인데, 게다가 마수호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다.”

“그렇겠지. 뭐, 이쪽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지만, 너에게 구구절절하게 말해봤자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곧 죽을 시체를 상대로?”

비어마운트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39번검 레이번트. 72번검 아카샤.”

짧은 부름.

우우웅!

그러자 공간에 균열이 일어나며, 두 자루의 검이 나타났다.

지나치게 화려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생에 저런 무기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남궁진호는 검들을 처음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서걱!

팔과 다리가 잘리는 순간에서조차 계속해서 그렇게 생각했다.

“아….”

남궁진호의 몸이 모로 쓰러졌다.

그것이 끝이자 시작이었다.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은 물론. 혈교와 명교가 있는 곳과 포달랍궁에도 각기 다른 천마들이 현현했다.

* * *

“낑… 끄응!”

“하악. 하악. 하악.”

“수, 숨이 끊어질 것 같아!”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

“다들 조용히 해. 머리 아파.”

“모오오오기이이”

고구마와 정령수들이 끄는 마차가 거침 없이 흙길을 달렸다.

벌써 12시간이 넘게 이어진 강행군.

하지만, 쉬거나 호흡을 고를 틈 따윈 없다.

“호오. 쉬고 싶어? 그럼, 영원히 쉬게 해주지 뭐. 퉤퉤.”

두 눈을 이글거리고 있는 진혁이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았기 때문이다.

짜악! 촤악!

손에 착착 감기는 채찍질.

“끄아아!”

“아아악!”

채찍이 번쩍일 때마다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살 부리지 말고. 뼈는 피해서 때렸어. 아! 운디네 너는 뼈가 없으니 막 때려도 되는 건가?”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때부터 기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쥐도 새도 모르게 악당모인지 뭔지하는 카페까지 만들어?

자신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레지스탕스는 싹부터 짓밟아 버려야 한다.

다시는 반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 하도록 철저하게.

그 결과 진혁은 안휘성이 있는 인근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나는… 동방의 위대한 신…수. 하늘의 지배자. 말랑… 아니, 청룡이다. 청룡, 멋진 이름이다. 멋지고말고. 후후….”

하늘에서 죽을 똥을 싸며, 기상을 조절하고 있는 말랑흑두루미도 큰 도움이 되었다.

쏟아지는 폭우를 막고. 공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해줬으니까.

덕분에 여의주에 담긴 마력이 거의 소진되긴 했으나, 이걸로 해줄 역할은 다 해준 셈이었다.

목적지에 거의 도달하자 천유성이 궁금했던 걸 물었다.

“대장장이 천마는 어떤 놈이냐? 능력이나 특징, 약점 등을 알고 있다면 우리에게도 알려줘라. 대비할 수 있게.”

“우물… 맞다. 짐도… 우물. 궁금했느니라.”

엘리스가 아까 전에 못 먹었던 고기를 한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저… 가주라는 녀석이 입가에 번들거리는 기름기 좀 봐라.

혼자서만 못 먹은 게 어지간히 한이 맺히긴 한 모양이다.

‘천유성에겐 엘리스가 여기 온 게 코인으로 플레이어 2인 제한을 풀어놨다는 식으로 이야기 해뒀으니 문제 될 건 없겠지.’

그동안 워낙 다양한 꼼수를 써왔기 때문에, 별 의심 없이 넘어가는 눈치였다.

“이름은 비어마운트. 제작 관련 고유능력을 가지고 있는 놈이야. 보유하고 있는 무구들에 넘버링을 붙이는 걸로도 유명하지.”

“숫자를 붙일 정도면 만든 무기가 제법 되나 보군.”

“실전에서 사용하는 것만 500개가 넘어. 만든 건 몇 천개는 될 테고.”

전부가 최상급 아티팩트에 해당하며, 상위 10개는 시련의 탑 기준으로 보라색 등급과에 해당하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생산 계열 능력이 주가 되는데도 천마였던 기억까지 갖고 2회차를 시작했으니….

강하지 않을 수가 없을 거다.

아마, 지금쯤이면 남궁세가도 대부분 쓸려나갔겠지.

“곧, 도착이다.”

하늘에 있던 말랑흑두루미가 외쳤다.

시야에 연기가 치솟는 게 보였다.

그런데.

“……!”

“……이건!”

“간파당했나.”

셋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번쩍!

하늘에서 여러 개의 빛이 점멸했다.

투창이다.

“큭!”

엘리스가 즉각 피로 만든 방벽을 만들었다.

콰콰콰콰쾅!

7개의 창이 블러드 실드에 가로막혔다.

선수는 뺏긴 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이야. 400번대 창 하리사보를 정통으로 맞고도 금이 가는 게 고작이라니. 너희들… 꽤 강하네?”

목소리가 들린 건 마차의 옆쪽이었다.

우측 바퀴에 서 있는 중갑주의 전사.

천마 ‘비어마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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