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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 498화


498화. ‘나폴레옹의 대관식’ (2)

[나폴레옹의 대관식이 발동됩니다.]

[시전 대상의 전성기를 재현합니다.]

파츠츠……!

마력이 응집된다.

진혁이 조금씩 타들어 가는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바라봤다.

이걸 얻으려고 갖은 고생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하지만, 상념은 아주 잠시뿐이었다.

후회는 없다.

모든 걸 내던지고서라도 해야 할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한정 해제 ‘고유 무장 중 하나를 복제합니다’.]

[구성 시간 0h : 2m : 59s]

다양한 예시들이 나왔다.

모두 과거, 탑의 정상을 올랐을 때 사용하던 무기와 방어구, 액세서리 등이었다.

물론, 무얼 고를지는 이미 정해두었다.

철컥!

‘홍련’의 모습이 바뀌며 어느새 손에는 한 자루의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 ⁕ ⁕

대체 뭘까.

이 차가운 살기는?

안젤라가 뻣뻣하게 굳는 팔다리를 바라봤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단언컨대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이와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아주 먼 옛날…….

그래, 처음 니알라토텝에게 무릎을 꿇고 복종을 맹세했을 때 느꼈던 적 있는 그 기분이다.

“무, 무슨 일이야 이게?”

“설마…… 저놈이 뿜어내는 기운이란 건가?”

나머지 올드 가드들의 입에서도 떨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조금 전까지 동일 인물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

절대 판정의 석화의 저주 역시 이미 사라져 있었다.

‘우리가…… 아니, 내가 두려워하고 있다고?‘

으득!

안젤라가 어금니를 부러져라 깨물었다.

그럴 리가!

태고의 존재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며, 신화 속 대영웅들을 사냥하는 자신이 고작 인간 한 명에게 겁을 먹었다는 게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이건 단지 낯선 기운에 위화감을 느꼈을 뿐이다.

……분명 그 이유가 틀림없다.

“내가 다시 시간을 왜곡하겠다. 그사이 다들…….”

안젤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혁이 총구를 앞으로 향했다.

안젤라가 즉각 그것에 반응했다.

‘총기류는 총구가 향하는 방향만 알면 얼마든지 막거나 피할 수 있어.’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건 당연히 방어.

“노베이드!”

“그래, 알고 있다.”

바로 옆에 있던 ‘로마노프스키’. 아니, 올드 가드 ‘노베이드’가 거대한 방패를 꺼냈다.

[고유 능력 ‘불사의 방패’가 발동됩니다!]

서열 17위.

하나, 방어에 관해서만큼은 상위 5명에 육박한다.

불의 거신으로부터 인정받은 가호가 방패에 깃들자, 주위에 거대한 화염이 일어났다.

“그깟 철쪼가리 탄환 따위. 방패에 닿기도 전에 녹아버릴 거…….”

카아앙!

이어진 건 무언가가 방패에 맞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퍼퍽!

살점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파육음이었다.

“어……?”

노베이드의 두 눈이 급속도로 커졌다.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하복부.

든든하던 방패는 더 이상 없다.

붉게 달아오른 원형의 구멍과 그게 지키던, 조금 전까지 살덩이가 있던 자리만이 보일 뿐이지.

“크아아아악!”

“말도 안 돼. 그게 한 방에 뚫렸다고!”

“노베이드!”

안젤라와 아카도르가 동시에 외쳤다.

무슨 이런 터무니없는 위력의 탄환이 존재하다니.

설령, 제우스의 절대 보구인 아스트라페에 직격되더라도 불사의 방패가 이렇게 허무하게 뚫리진 않을 거다.

아니, 심지어 니알라토텝조차도 이런 터무니없는 짓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악몽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툭.

진혁의 신형이 사라졌다.

이동기?

그런 영역이 아니다.

신법은 도약을 하려는 준비 동작이 있고. 공간이동은 마법을 시전하는 시간이 필요한 게 상식.

하나, 진혁은 그 모든 과정을 생략했다.

마치, 공간이 하나로 접혀진 것처럼 순식간에 노베이드의 코앞에 도달해 있다.

툭.

턱에 닿은 총구가 유독 차갑게 느껴졌다.

노베이드가 반 박자 늦게 자신의 거리로 들어온 진혁을 인지했다.

부서진 방패로라도 몸을 가리려는 시도를 했으나…….

모든 건 너무 늦었다.

철컥!

격철이 올라가며.

“자, 잠깐……!”

타아앙!

총구에서 보이지 않는 탄환이 발사됐다.

[Lv??? ‘즉사의 빛’이 발동됩니다!]

새하얀 섬광과 함께 노베이드의 머리가 사라졌다.

머리를 잃은 노베이드가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레벨이 올랐다는 상태창이 연거푸 나타났지만, 진혁은 그런 것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다음 타겟을 바라봤다.

시선이 마주친 아카도르와 안젤라가 무거운 침음성을 흘렸다.

시간으로 치면 고작 5초 남짓.

그사이에 탑에서 최강을 자랑하는 탱커가 죽은 것이다.

“빌어먹을! 기습만 제대로 하면 손쉬운 사냥이 될 거라더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어.”

“차라리 헤라클레스와 싸우는 게 몇 배는 나을 뻔했어. 젠장. 난 빠지겠다. 이런 싸움이라면 최소한 대장을 데리고 와야 된다고.”

아카도르가 즉각 다리 쪽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안젤라가 근접 전투에 특화되어 있고 노베이드가 방어에 특화되어 있다면.

그는 속도라는 장기를 가지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간 이상 혼자 몸이라면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을 터.

괜히 승산 없는 싸움에 목숨을 걸기보단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는 게 정답이었다.

“기다려! 조금 전에 저걸 보고도…….”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냐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이미 자리에서 사라진 아카도르와.

그런 아카도르를 허공에서 붙잡은 진혁이 보였기 때문이다.

“내…… 도주로를 예측했다……고?”

“레인저에게 있어 추적이야 기본 중에 기본이니까.”

특별할 건 없다.

위에서.

아래로.

단검이 부드러운 궤적을 그렸다.

서걱!

반으로 잘린 아카도르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떨어졌다.

⁕ ⁕ ⁕

이걸로 둘.

함께 온 두 명의 올드 가드가 전부 죽었다.

“…….”

안젤라가 시체에서 시선을 돌렸다.

고속 이동술을 기반으로 한 암습에 특화된 아카도르.

그를 이토록 손쉽게 잡아냈다는 건. 올드 가드 중 그 누구도 진혁의 손아귀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고 싸운다는 것 역시 승산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노릇.

안젤라가 양 손을 위로 올렸다.

“그래, 네가 이겼어. 그러니까 원하는 걸 말해 봐. 코인? 마정석? 아니면, 성유물이나 탑에 관련된 각종 정보? 어떤 거든 내가 대답해줄 수 있어.”

니알라토텝에게 고용되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해관계에 의한 것일 뿐.

충성을 다하는 대부분의 올드 가드들과 달리 안젤라는 목숨을 바칠 의리까진 없었다.

심지어 진혁이 태고의 존재들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더라도 기꺼이 말해줄 생각이었으니까.

그런데.

“엘리스에게 던진 단검.”

진혁의 입에서 나온 건 의외의 것이었다.

“단검이라면…… ‘석화의 저주’가 걸린? 그게 목적이었어?”

그거라면 어렵지 않지.

절대 판정이 걸린 성유물이 귀하긴 했어도 목숨보다 귀한 건 아니었으니.

“어느 손이야?”

“당장 넘겨줄…… 뭐?”

“엘리스에게 단검을 던진 손, 어느 쪽이냐 물었어.”

“그게 무슨…….”

오싹하고.

안젤라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을 뒤로 숨긴 게 실수였다.

“그쪽이었나.”

진혁이 바너드를 휘둘렀다.

서걱!

“아아아악!”

안젤라의 오른팔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짙은 피보라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 펼쳐두었던 실드는, 당연하게도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감히, 공격을 하다니…… 내가, 내가 다 알려준다고 했잖아! 궁금하지도 않은 거야? 앞으로도 탑을 오를 거면 내 정보가 필요할 텐데!”

안젤라가 악을 썼다.

그러나 진혁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필요 없어.”

무슨 정보를 주든.

무슨 대가를 지불하든 관심 없다.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사용한 건 오롯이 엘리스에게 치명상을 입한 놈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함이었으니까.

그 의도를 읽었는지 안젤라가 마음을 굳혔다.

타협이 안 된다는 걸 안 이상 무슨 수를 쓰든 싸워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젠장.”

[안젤라가 고유 성창 ‘두 개의 시간’을 발동합니다!]

조금 전 사용했던 고유 성창이 또 다시 일어났다.

시간을 왜곡하는 능력.

거기에.

[고유 능력 ‘죽음의 무도회’를 발동합니다!]

전투에 특화된 고유 능력이 연이어 사용됐다.

우우우웅!

기다란 머리카락을 가진 귀신이 나타났다.

크기만 해도 약 20m.

안젤라와 연결된 이 귀신은 안젤라를 대신해 싸우는 대전자이다.

“키이이이…….”

머리카락에 가려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창백한 피부와 입술에선 끊임없이 연기가 흘러나왔다.

“네놈이 괴물인 건 알겠다. 하지만, 나도 거저 이 자리까지 온 게 아니다.”

안젤라가 하나 남은 팔을 뒤로 젖혔다.

그러자 귀신 역시 같은 동작으로 기다란 팔을 뒤로 젖혔다.

파츠츠!

검은색 연기가 모이며 귀신의 몸뚱이보다 더 거대한 대검이 나타났다.

해골들이 잔뜩 돋아난 칼날은 한 눈에 봐도 심상치 않아 보였다.

“원래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싸우는 건 취향이 아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어울려주도록 하지.”

안젤라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대충 무슨 꿍꿍이인지는 짐작이 간다.

아직까지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된 엑센시온과 타미아. 그리고 리어퀸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는 것이리라.

자신이 당한다면 그 다음은 너희들의 차례라고 말하면서.

게다가 마력을 저렇게 조심스럽게 끌어모으는 걸 보면 아직 숨겨둔 한 수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뭐가 됐든.”

무얼 하든 소용없다.

지금 상황이라면 설령 50층이 직접 이곳에 오더라도 박살낼 수 있었으니까.

“키에에에에!”

귀신이 괴성을 내질렀다.

동시에 칼날에 박힌 해골들이 길고 긴 비명을 토해냈다.

“끄아아악!”

“괴로워! 괴로워! 괴로워!”

“저주할 거야. 다 죽어버려!”

“킥킥킥킥!”

천지가 떠나갈 것만 같은 괴성이다.

콰콰콰콰콰콰!

대검이 횡으로 가로질렀다.

무시무시한 파공성이 고막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진혁은 날아오는 검격을 피하지 않았다.

타앙!

빛으로 된 탄환이 궤도를 틀자 대검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큭!”

“키에에에!”

안젤라와 귀신이 재차 검을 휘둘렀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 대검이 일점을 향해 쇄도했다.

말이 찌르기지. 대형 몬스터를 통째로 꿰뚫어버릴 만큼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툭.

진혁이 단검을 든 채 몸을 크게 회전했다.

지면을 스칠 듯 그어진 단검이 아래서부터 대검이 오는 타이밍을 노렸다.

투쾅!

또 다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고작해야 30cm에 불과한 단검이 수십 미터에 이르는 대검을 위로 날려버린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콰드득!

칼날에 균열이 일어나며 대검의 일부가 박살났다.

“저, 저게…… 부서지다니.”

안젤라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그래도 이런 광경이 익숙해졌는지, 빠르게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이번엔 하나의 큰 무기에 집중하는 대신 수를 늘리는 방향을 선택했다.

[죽음의 무도회 – 사자광란(死者狂亂)이 발동됩니다!]

귀신의 팔이 수십 개로 나뉘더니 각각의 손에 검은색 카타나들이 쥐어졌다.

한 방이라도.

단 하나라도 적중한다면 살이 썩어들어 가는 저주가 발동될 터.

시간을 왜곡하는 고유성창 역시 진혁의 시간 감각에 개입했다.

“아무리 네놈이라도 이걸 전부 다 막아내진 못할 거다!”

안젤라가 남아 있는 모든 마력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묵묵히 지켜보던 진혁이 하늘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타타타타탕!

눈부신 빛이 연거푸 점멸했다.

“멍청하긴! 대체 어딜 향해서 쏘는 거냐?”

안젤라가 어이가 없다는 듯 외쳤다.

방금 진혁이 한 공격이 실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실소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광경에…….

안젤라는 진혁이 하고자 하는 바를 깨닫게 되었다.

하늘로 쏜 하얀 빛들은 천장에 박히지 않았다.

천장 바로 근처에서 고정된 채 주위의 마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왜곡된 시간마저 빨아들이는 중력장.

[‘공간 결속’을 사용했습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다 막지 못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거다.”

[Lv??? ‘무간(無間)의 빛’이 발동됩니다!]

허공에 고정되었단 탄환들이 일제히 낙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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