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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 636화


636화. 멸망을 예고하는 자 ‘그로스’ (2)

콰콰콰콰콰콰!

서리혼령에 담긴 극한의 냉기.

일점으로 꿰뚫는 직선은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쩌저저적!

주변의 모든 것들이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변했다.

빙계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압도적인 위력이다.

하지만.

우두둑… 콰드득….

그로스의 몸에는 동상 하나 걸리지 않았다.

“가당치도 않은 얼음 장난질이군. 설마, 이게 나름대로 회심의 일격이라고 가한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너무 실망인데.”

“으음. 전력의 한 79.25%정도 쓴 거긴 한데… 그렇게 별로였어?”

“잠을 깨울 정도도 되지 못한다.”

[그로스가 ‘원 아이 문’ – 심연의 섬광을 발동합니다!]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일격이라고 부를 만하지 않겠느냐?”

파츠츠!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외눈에서 검붉은 섬광이 맺혔다.

대충 눈대중으로만 봐도 직경이 수백 미터는 되어 보이는 마력 덩어리.

저기엔 층계 전체를 날려버리고도 남을 만한 힘이 응집되어 있었다.

“저, 저건 좀….”

너무하네.

아무리 50층이 규격 외라고 하더라도 저런 스킬을 펑펑 쓸 수 있는 건 벨런스 붕괴다.

세삼스럽게 예전에 저런 괴물들하고 어떻게 싸워서 이겼는지 스스로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맞으면 죽는다.’

1초무적은 당연히 안 되고. ‘별의 가호’마저 이미 써버린 이상 직격 당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따윈 없다.

진혁이 아공간을 해방했다.

우우웅!

공간이 좌우로 길게 열리며 그 안에 있던 비장의 카드 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오오오!”

전신이 뼈로 이루어진 언데드 최강의 몬스터.

‘본 드래곤’이다.

비록, 살아 있는 드래곤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나, 각종 흑마법을 이용해 강화를 거듭해 만들었기에 어지간한 고룡급에 육박하는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달그락, 마스터! 너무 늦진 않았지?”

유령군마 위에 타 있던 티본이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 딱 적당할 때 와줬어.”

기대 이상으로 완벽하게 만들어줬다.

본 드래곤이 거대한 날개를 쫙 폈다.

그 뒤로 스팩터를 탄 수많은 데스나이트들이 도열했다.

“명령을….”

“…따른다.”

“위대한 분의.”

이성이 어느 정도 제거된 데스 나이트들이 티본과 함께 사지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공포가 없는 게 최대 큰 장점이네.’

그로스의 정신 공격에도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기에, 이들을 데리고서라면 조금 더 효과적인 게릴라 전이 가능할 것이다.

“가자.”

진혁이 본드래곤의 등 위에 올라탔다.

[고유능력 ‘멘트라 테이밍’이 발동됩니다!]

[고유능력 ‘적토승마’가 발동됩니다!]

소환수의 잠재력을 극한까지 끌어다 낼 수 있는 능력. 본 드래곤이 거대한 체구에 맞지 않게 빠르고 부드럽게 비행을 하기 시작했다.

“흐음. 공중으로 유인할 생각인가.”

그로스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확실히 지면에 있다면 일격에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지만, 공중에서라면 층계를 파괴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뻔히 의도가 보이는 노림수.

그럼에도 진혁의 계획에 말려드는 건 어떠한 변수에도 지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밌군. 애써 만든 장난감들을 하나씩 박살내주지.”

그로스의 손 끝이 언데드 몬스터들에게로 향했다.

[심연의 섬광이 작렬합니다!]

수백 미터에 이르는 파멸의 빛이 대기를 태워버렸다.

촤촤촤촤촤촤촤!

단언컨대 지금까지 이 정도 위력을 지닌 스킬은 존재하지 않았다. 시련의 탑이 현실로 도래한 이후 가장 위협적이고 강력한 빛이 방출된 것이다.

방어라는 개념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빛.

“……!”

…….”

말려들은 데스나이트들과 스팩터들이 비명 한 번 내지르지 못한 채 증발해버렸다.

“큭!”

진혁이 본드래곤을 최대한 지그재그로 거칠게 몰았다.

기동성을 최대한 살리긴 했으나, 저 넓은 범위에서 도망다니는 건 불가능할 터.

그렇다면 출력이 끝나길 기다리는 것뿐이다.

문제는….

콰콰콰콰콰콰콰!

섬광은 도무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슨 마나통이 무한도 아니고….’

끊임없이 몰아치는 공격은 도무지 멈추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함께 온 언데드 병력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줄어갔다.

“마스터!”

티본이 다급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더 이상 데스나이트들을 잃는다면 공격할 기회 자체가 사라져버릴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알고 있어!”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로스 입장에서 자신의 눈이 무적이라고 믿고 있는 이상 아직까지 틈을 찌를 한 번의 기회는 남아 있었다.

태고의 존재들이 지닌 본질적인 약점인 오만이 존재하는 이상 말이다.

진혁이 본드래곤을 타고 크게 원을 그렸고. 그 뒤를 스팩터들이 따르며 원을 더욱더 화려하고 넓게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구름이 갈라지며 허공에 거대한 적란운이 만들어졌다.

파치칙… 파츠츠!

“같은 공격을 계속하려하다니 학습능력마저 없구나. 뭐 됐다. 여흥은 이쯤으로 하고 그만 끝내주지. 어차피 더 보여줄 것도 없는 것 같고.”

그런데, 실망감으로 일변한 그로스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그냥 같은 공격이 아니다.

여기저기 피어오르는 스파크 속에서 서로 다른 성질의 마력이 감지되었던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여러 종류의 마법이나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훨씬 더 순도 높고 강력한 종류다.

“흐음. 뭔가 있는 건가.”

그러고보니….

구름의 모습 또한 조금 이상했다.

자연적이라기엔 조금 다른, 그렇다고 해서 인위적이라고 하기엔 자연의 힘과 너무나 가까웠다.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후라이드가 ‘열풍의 깃털’을 발동합니다!]

[말랑흑두루미가 ‘기상개변’을 발동합니다!]

두 마리의 고대종과 신수가 각각의 능력을 끌어올렸다.

화르륵!

쿠르릉!

구름 사이로 번개과 불꽃이 뒤섞이며 거대한 폭풍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쿠쿠쿠쿠쿠!

“모기이이이!”

작지만 강력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쩌렁쩌렁 울리는 고대룡의 포효소리와 함께 붉은 대검이 그 형을 완성시켰다.

[고구마가 성명절기 ‘단죄의 검’을 소환합니다!]

본신의 상태로 사용한 건 아니었지만, 각종 신수들의 지원과 진혁으로부터의 마력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그 밀도의 힘은 원류에 근접했다.

거기에 몇 시간 전에 간신히 복귀한 운디네를 비롯한 5대 원소의 정령수들이 가세했다.

“간다!”

“태고고 뭐고 간에 똥고발랄한 정령수를 건드리면 아주 ㅈ되는 거야!”

“그럼그럼!”

“작은 고추가 맵다는 걸 보여주자고!”

“다들 조용히 해 머리 아파.”

정령수들의 몸에서 각기 다른 빛이 모였다.

[정령수들이 특수 스킬 ‘엘리멘탈 스퀘어’를 사용합니다!]

모든 것을 총동원한 일격.

노린 것은 그로스의 능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달의 눈’이었다.

“하하하! 이건 좀 재밌구나.”

그로스가 새하얀 이를 보이며 광소를 터뜨렸다.

따분하고 재미없을 거라 생각했던 사냥. 그저 일방적으로 쫓다가 끝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지금까지 본신의 힘을 아주 일부만 사용하더라도 적은 벌레처럼 짓밟혀 나갔다.

제대로 된 힘을 내보기는커녕 지루함을 달랠 기회마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야 조금은 재미가 있는 적으로부터 근질근질한 몸을 풀 수 있게 되었다.

“벌레들의 전력. 과연 어느 정도나 되는지 시험해주지.”

파치칙!

달의 눈으로부터 심연의 빛이 뿜어졌다.

붉은 섬광과 검은 섬광이 서로를 향했고.

곧이어 상상을 초월하는 격돌이 일어났다.

⁕⁕⁕

콰콰콰콰콰콰쾅!

폭풍이 태풍이 되어 몰아쳤다.

흔들리는 지축.

모든 게 가루가 되어 흩어져버릴 것만 같았다.

“미요오오….”

“고, 고귀한 이 몸의 입이 아작나려한다!”

“모기이이….”

세 마리의 고대종과 신수가 비명을 질렀다.

격돌하는 순간에 느낀 힘의 차이.

방금 전에 단죄의 검이 소멸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할 것이다.

그 정도로 균형은 붕괴되어 있었고. 붕괴된 균형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질 게 틀림없었다.

백척간두의 상황 속. 진혁이 움직였다.

“고마워 다들.”

심연의 빛을 상대로 1초라도 시간을 벌지 못했다면 지금의 공격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고유성창 ‘다운 폴’이 발동됩니다!]

스스로의 몸을 한 줄기 유성으로 바꾸어 떨어뜨리는 능력.

진혁이 본드래곤의 몸을 타고 그로스의 머리 위로 낙하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

무거운 뼈의 질량과 빛의 속도가 더해지자 무시무시한 충격량이 만들어졌다.

달의 눈에 신경쓰고 있던 그로스로서는 난데없는 일격을 허용하게 된 셈이다.

콰아앙!

수십 개의 충격파가 퍼져나가며 지면에 있던 흙이 모조리 솟구쳐 올랐다.

“크오오오!”

산산히 부서지는 뼛조각.

애써 만든 본드래곤을 송두리째 박살내며 만들어낸 한 방이었다.

하지만.

“…….”

그로스가 태고의 존재들이 사용하는 특유의 실드를 펼치며 공격을 막아냈다. 몸에는 흔한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단.

쩌적….

실드에는 아주 미세하게 실금이 생겼다.

“……!?”

그로스의 시선이 머리 위쪽에 생긴 균열로 향했다.

찰나의 공백이 생겼다.

진혁이 발뭉을 역수로 쥐었다.

과거 네크로노미콘을 통해 알아낸 그로스의 몇 안 되는 약점 중 하나. 계속해서 이동하는 심장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는 특징들이 있다.

만약 책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가능성을 훨씬 높일 수 있을 테지만….

……없는 걸 아쉬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진혁이 마력의 흐름과 기존의 경험을 토대로 가능성이 높을 곳들을 추려냈다.

툭.

가볍고 빠르게.

가지고 있는 최강의 절초를 사용한다.

‘마혼일섬’.

카가가각!

7개의 궤적이 그로스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최적의 타이밍에 극한까지 단련한 검강. 두 박자의 조합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일검이었다.

“젠장, 얕았나….”

진혁이 혀를 찼다.

손맛이 부족하다. 얇게 피부를 벗겨내긴 했지만, 단지 그것 뿐.

그 이상의 성과는 없었다.

“……이건.”

그로스의 안면에서 처음으로 긴장의 빛이 스쳐지나갔다.

방금 전 마혼일섬이 지나치게 날카로웠거나 검강의 질이 뛰어났었기 때문이 아니다.

심기를 건드렸던 건 7개의 검로.

자신의 심장이 이동하는 경로를 정확히 노린 듯한 공격에 소름이 끼쳤다.

생전 처음으로 위협이라는 감정을 느낀 순간이었다.

“네놈….”

그로스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동시에 그로스의 손을 따라 보랏빛 나는 대검이 소환되었다.

자신의 몸보다 족히 2배는 거대한 거신을 찢어죽일 때 사용할 법한 검이었다.

“제법이었다. 솔직히 말해 약간 놀랐어. 하지만, 준비한 걸 모조리 다 써버렸으니 이제 변수 따위는 없을 것이다.”

“아니.”

진혁이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

신수와 정령수들을 동원한 것도.

다운폴을 통한 원거리 공격이나 검을 쓰는 접근전을 펼친 것도.

모두 단 한가지 목적을 위해서 한 것 뿐이다.

바로 ‘시간’.

베리엘을 통해 준비해뒀던 마지막 히든 카드의 준비가 끝났다.

우우웅!

선과 선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직업 ‘결계사’의 스킬이 발동됩니다.]

지금까지가 적이 있는 주변을 대상으로 하는 ‘범위 결계’였다면….

지금 준비해둔 결계는 층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권역 결계’다.

“……고작 결계로 이 몸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거냐?”

“이건 그냥 결계가 아니야.”

아무렴 평범한 걸로 태고의 존재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를 상대하려 할까?

[황도십이궁(黃道十二宮), 12개의 별자리가 개방됩니다.]

“이건 결계의 모든 것이거든.”

모든 결계의 정점이자 그 어떤 결계사도 도달하지 못한 종착역.

‘콜 오브 스타라이트(Call of Star Light)’

12자리의 별자리들이 모두 펼쳐지며 13번째 별자리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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