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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 685화


685화. 세 개의 불꽃 ‘요마간토’ (4)

“아슬아슬하겠네.”

진혁이 계속해서 양쪽의 분위기를 살폈다.

엘리스와 메드레이 그리고 나머지 귀환자들이 선전해주고 있는 덕에 블러드 웨이포트를 발동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되었다.

하지만, 잠시뿐일 거다.

애초에 요마간토 급이 되는 괴물을 막아선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단순무식한 그로스가 차라리 더 나았어.’

힘의 크기만을 따지는 게 아니다.

마력배분이나 센스 등. 승리를 위해 어떤 식으로 움직이여야 하는 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위성 함대’가 순항 중입니다.]

진혁이 ‘기계 군주’를 통해 보낸 드론들이 모조리 격추당했고. 그 외에도 협곡 안으로 향하는 각종 루트가 전부 다 막혀버렸다.

심지어 완벽한 사냥을 위해서인지 협곡을 중심으로 몇 겹이나 되는 포위망까지 쳐둔 상태. 결계와 불의 소환수 그리고 각종 왜곡장과 함대까지 총동원되어 있었다.

‘태고의 신이 아니라 전략가랑 싸우는 기분이야.’

전투를 하면서도 후방공작을 빈틈없이 해둔 안배에 모처럼 등골에 식은 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월영.”

“예. 주군.”

진혁의 부름에 옆에 서 있던 월영이 예를 표했다.

“프레이랑 같이 페시스 씨와 2닭을 호위하러 가줘.”

현상금 이벤트를 요마간토로 수정한 덕에 귀환자들이 저 둘을 쫓을 일은 없을 테지만, 태고의 존재들 쪽에서 다른 수를 준비해뒀을 확률을 무시할 순 없었다.

‘시스템 조작’을 사용할 수 있는 2닭이 붙어있다곤 하지만, 페시스를 커버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2닭 역시 전투에 특화된 운영자는 아니었으니까.

“그 편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해 나도. 응.”

프레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말과는 달리 프레이가 선뜻 월영의 뒤를 따르지 않았다.

“왜 그래? 뭔가 걸리는 거라도 있어?”

“아니… 혼자 남겨두자니 좀 불안해서. 응.”

“……? 음. 인원 분배는 적절하게 한 거니까 걱정하지 마. 너희 둘이 빠진다고 해서 심각하게 큰 구멍이 생기거나 하진 않을 거야.”

“언어 시험을 굉장히 못 봤을 확률이 99.25%야 응.”

프레이가 좌우로 고개를 도리질쳤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약간은 삐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프레이가 떠나가자 미하엘이 혀를 찼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눈치 없는 건 여전하군.”

“넌 또 뭔 소리야?”

“됐다. 말을 말아야지.”

“헛소리하지 말고. 웨이포트나 빨리 만들어. 저 녀석. 눈치가 워낙 빨라서 조금 있으면 우리 꿍꿍이를 알아 챌 거야.”

“빌어먹을. 재촉한다고 속도가 빨라지진 않는다는 것 모르나? 애초에 이런 종류의 술식은 처음 시도해보는 거란 말이다.”

미하엘이 연신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도면에 적힌 복잡한 공식은 기존 블러드 웨이포트에 고대 결계와 룬어들이 어지럽게 접목된 최상급 술식이었다.

‘이런 걸 대체 어떻게 만든 거냐.’

블러드 웨이포트 하나만으로도 데카서스의 가주가 십년이 넘게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결과물이거늘.

눈앞에 있는 인간은 거기에 몇 배는 더 어려운 상위 술식을 개발한 걸로도 모자라 둘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제3의 술식까지 만들어냈다.

얼마나 높은 경지에서 내려다보고 있는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동시에 이 정도 재능이 넘치는 괴물이니까 자신과 가주가 당했던 것도 이해가 됐다.

바로 그때.

콰아아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지면이 요동쳤다.

요마간토와 메드레이가 서로의 광역기를 사용한 결과였다.

저릿저릿!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까지 느껴질 만큼 말도 안 되는 스킬들이 충돌했다. 엘리스가 요마간토의 신경을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다.

그것도 잠시 요마간토의 시선이 정면으로 느껴졌다.

결국엔 블러드 웨이포트의 정체를 들킨 것이다.

“젠장.”

진혁이 혀를 찼다.

엘리스의 마력은 방금 전 공격으로 인해 대폭 감소됐을 터. 그렇다고 메드레이나 나머지 귀환자들만으로 요마간토를 막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얼마나 남았어?”

“80%정도…,”

미하엘 역시 자신에게 쏟아지는 살기에 마른 침을 삼켰다.

“계속 하고 있어.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 테니까.”

콰앙!

말을 마친 진혁이 요마간토가 있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천마군림보’를 사용한 진혁의 몸이 바람이 되어 사라졌다.

벌어야 하는 시간은 약 30분.

그 안에 모든 것을 쏟아내야만 한다.

***

“드디어 직접 나서는구나.”

“우리 애들만으로 상대하긴 조금 벅차보여서 말이야.”

진혁이 자신의 피가 담긴 유리병을 엘리스에게 건넸다.

엘리스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피를 들이마셨다.

“재미난 꿍꿍이를 꾸미는 것 같은데 시간을 벌자고 여기에 온 건 실수였다.”

요마간토의 옆으로 작은 구체가 떠올랐다.

드론의 일종으로.

허공에 외부에서 전해지는 이미지를 투사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특수 AI ‘미니 위성’이 발동됩니다.]

파츠츠…!

허공에 익숙한 얼굴들이 나왔다.

페시스와 2닭 그리고 그쪽을 향해 다가가는 월영과 프레이까지.

네크로노미콘을 확보하기 위한 별동대의 움직임이 완벽하게 포착되어 있었다.

물론, 그들을 추격하고 있는 다수의 추격대 또한 말이다.

“내 부하들은 너희와 달리 훨씬 더 재빠르단다. 단지 당장이라도 기습을 할 수 있음에도 참고 있는 건 네놈들이 네크로노미콘을 확보할 때까지 기다리기 위함이니라.”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번다고.

사냥개들이 먹잇감을 확보할 때까지 느긋하게 구경하고 있으면 된다.

죽이는 거야 그 이후에 해도 충분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어떤 종류이든 네놈이 살아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보아하니 한 20~30분 정도면 저 술식이 완성될 것 같은데, 나를 상대로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을 거라 계산한 게 오판이라는 소리다.”

요마간토의 입 꼬리에 비릿한 미소가 멤돌았다.

따악!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화염이 새로운 형을 갖췄다.

[만화의 검 ‘불의 고리’가 발동됩니다!]

붉은 색 원이 퍼진 건 바로 그때였다.

두께는 채 1cm가 되지 않지만, 엄청난 속도와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콰아아앙!

진혁이 가까스로 고리를 위로 튕겨냈다.

반사적으로 막으려고 했지만, 고리와 부딪치는 시점에서 막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게 다행이었다.

궤도가 달라진 고리가 협곡의 또 다른 절벽을 잘라낸 뒤 허공으로 사라졌다.

“한 개는 그럭저럭 대응하는구나. 허면 그보다 몇 십배 많은 건 어떨까?”

우우웅!

1m 크기의 고리들이 개수를 늘려나갔다.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고리들도 문제긴 문제였지만, 진짜는 따로 있다.

‘탐식의 눈’엔 요마간토의 옆에 떠 있는 미니 위성이 터무니없는 마력을 모으고 있는 게 포착되었던 것이다.

태고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보라색 광휘.

저게 완성된다면 불의 고리보다 훨씬 더 위험한 한 방이 가해질 게 틀림없었다.

“구마야!”

진혁이 선수를 쳤다.

그러자 허공에서 대기하던 고구마가 입을 쩍하고 벌렸다.

“모기이이이!”

[고구마가 ‘단죄의 검’을 발동합니다!]

쿠쿠쿠쿠쿠!

불타는 검이 소환되었다.

“고대종인가. 성체도 아닌 게 나름 애쓰는군. 진심으로 헤츨링이 쏘는 브레스가 통할 거라 생각하는 거냐?”

그 질문만을 해주길 기다렸다.

크흠…! 큼!

진혁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뒤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이들을 의식하며 자세를 잡았다.

“통하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야.”

진심 어린 목소리에선 자신들의 안위보다 더 많은 이들을 위한 대의가 담겨 있었다.

“내 아이들이 태어난 곳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거다. 설령 우리 모두가 이 자리에서 너에게 쓰러진다고 하더라도.”

꿈틀.

입가에 경련이 일어난다.

오글거리다 못해 당장이라도 미세먼지가 되어버리고 싶은 감정이 솟구쳤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지금 이 오글거림을 건뎌야 이후에 커다란 보상이 뒤따를 테니까.

“하… 어이가 없구나. 그딴 뻔히 보이는 감성팔이 연극이 통할 거라고….”

요마간토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신파극도 그럴듯한 대상이 깔끔하게 빌드업을 쌓았을 때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법이었으니까. 진혁 같이 속이 시커먼 대상은 아무리 입 바른 말을 해봐야 호응해주는 이도 없을 것이다.

지당하고 합리적인 생각이다.

보통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는데.

하지만 그런 요마간토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수도 없이 다양한 귀환자들로 살아오면서 닳고 닳은 요마간토와 달리….

……인간들과의 접점이 그리 크지 않은 정령수와 요정들은 이런 연극에 큰 내성이 없다는 것을.

게다가.

[고유능력 ‘멘트라 테이밍’이 발동됩니다!]

우우우우웅!

정령수와 신수들 사이에 반투명한 선들이 이어졌다.

[자연의 종족들과의 교감이 최대치에 이릅니다.]

[요틀레암 협곡이 협곡을 지키려는 그대의 순수한 의지에 반응합니다.]

[가장 순수한 마력이 공급됩니다.]

“우리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끝까지….”

“…함께 하겠다.”

“협곡은 꺾이지 않는다.”

정령왕들이 남아 있는 모든 마력을 끌어모았다.

“이…딴 게 통한다고? 다들 눈은 옹이 구멍이라도 되는 건가?”

요마간토가 기가 막히다는 듯 중얼거렸다.

“너가 너무 때가 탄 거야. 애들은 순수한 거고.”

순수하고 막대한 양의 마력이 지면과 호흡을 통해 몸속 깊숙이 스며들었다. 진혁의 눈에 푸른 스파크가 일어났다.

[고유능력 ‘원 아이 문’이 발동됩니다!]

[고유능력 ‘시스템 조작’이 발동됩니다!]

[‘원 아이 문’의 공격 범위가 단일 대상으로 재조정됩니다.]

우우우웅!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허공이 갈라지며 그로스의 외눈에서 검붉은 광선을 내뿜었다.

최단 거리로 달리는 빛줄기.

시스템 조작으로 범위를 단일로 조정한 대신 피해량을 기존에 2배 가까이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로스가 사용했던 것보단 약할 테지만, 태고의 힘을 머금은 고유능력에 직격당한다면 제 아무리 요마간토라고 해도 무사하긴 힘들 거다.

거기에.

우우웅!

[‘세계의 기억’이 개방됩니나.]

촤르르르….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며 저장해둔 능력들이 튀어나왔다.

선택한 것은 올림포스 신격들의 권능과 각각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발사대다.

[고유능력 ‘배교자의 황금사과’를 발동합니다!]

[고유능력 ‘괴력난신’이 발동됩니다!]

아삭.

4개의 황금 사과를 각각 베어물었다.

[제우스의 ‘아스트라페’를 소환합니다!]

[포세이돈의 ‘해수의 파도’를 소환합니다!]

[아테나의 ‘약속된 승리’를 불러옵니다!]

[아레스의 ‘적색 신창’을 소환합니다!]

괴력난신으로 불러온 손에 서로 다른 네 개의 능력이 맺혔다.

‘페이즈 2’로 강화된 괴력난신이 검붉은 스파크에 휘감기며 발휘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극대화했다.

“간다.”

단죄의 검과 그로스의 파장이 작렬하는 순간,

콰앙!

요마간토의 뒤로 움직인 진혁이 모든 스킬들을 쏟아부었다.

퍼퍼퍼퍼퍼퍽!

양 방향에서 가해진 공격.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타이밍과 위력이다.

그런데.

“그래. 복사한 능력들을 사용할 줄 알고 있었다.”

필살이라 해도 좋을 한 방을 목도했음에도 요마간토는 오히려 이 때만을 기다렸노라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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