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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 718화


718화. 고인물이 엘더갓의 사도를 착하게 만드는 법 (2)

인고의 시간이 지나가고. 유리병에 든 액체들이 상당히 많이 사라진 뒤에야 ‘드링킹 해피아워’가 종료되었다.

“자, 너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으. 으응. 어떤 선택진데?”

상당히 착해진(?) 장보경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약의 효과가 확실하긴 확실한 모양이다.

이 기세등등한 고양이가 이토록 얌전해진 걸 보면 말이다.

“첫 번째는 저 뉴스에 나오고 있는 친구들처럼 이 약을 다 먹고 영원히 착해지는 거야.”

진혁이 방 한켠에 걸려 있는 TV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입에 게거품을 문 채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이단심문관과 암살자들이 있었다. 테레사가 먹인 약을 과복용한 이들의 말로는 꽤나 처참했다.

“히이익!”

장보경이 전력을 다해 도리질을 쳤다.

“그럼 두 번째 선택지. 앞으로 우리 회사의 인턴이 되어서 엘더 갓 측으로부터 정보를 빼 와.”

“하,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한데. 어설픈 변명을 했다간 바로 걸릴 거라고!”

“그거야 내 알 바 아니고. 살아남으려면 그럴 듯한 이유를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하스팅이 장난질을 쳐둔 덕분에 그 안에서의 일은 시벅컬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진혁이 마음 놓고 장보경을 고문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

장보경이 모든 걸 체념한 채 고개를 떨궜다.

“알겠…어.”

“좋아. 그럼 인턴 계약을 한 번 해볼까?”

진혁이 사람 좋은 미소를 띄운 채 손가락에 화염을 만들었다.

[‘염혼의 낙인’이 찍혔습니다.]

[플레이어 장보경은 지금부터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일원이 됩니다.]

치이이익!

선명한 낙인과 함께 새로운 멤버가 합류했다.

바로 그때.

“모기이이!”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던 고구마가 장보경에게 다가갔다.

“고, 고대종?”

장보경이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러나 공포에 질린 표정은 아니었다. 워낙에 고구마가 귀엽게 생겼으니까.

킁킁!

고구마가 연신 코를 킁킁거리며 장보경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정확히는 장보경이 몸에 차고 있는 화려한 팔찌에 장식된 보석에게 관심을 보였다.

“호오. 꽤 비싼 건가 보네? 우리 고구마가 어지간해선 아는 척을 안 해주는데.”

“아, 안 돼. 이거 진짜 비싼 거란 말이야. 진짜로 안….”

오도독!

“꺄아아악! 10캐럿 짜리 핑크 다이아가…!”

“모기기이이이!”

고구마가 두 눈을 반짝이며 장보경의 팔찌를 홀라당 채갔다.

폴짝이며 뛰어다니는 고구마와 장보경의 술래잡기가 이어졌다.

그토록 천방지축이던 고구마를 꽤나 잘 놀아주고 있는 걸 보자니 장보경에게 어떤 직책을 맡겨야할지 대략적인 청사진이 그려졌다.

진혁이 소파에 풀썩 앉아 홍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일단 급한 불은 끄긴 했는데, 이번에는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게 됐네.’

엘더갓의 개입이나 하스팅도 그렇고.

굵직한 변수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바람에 얻어야 할 아이템들을 전부 확보하지 못 하게 되었다.

물론, 얻은 것도 엄청나긴 했다.

우선 하스팅의 고유성창을 복사하게 된 것은 기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행운. 하스팅과는 여러 악연이 많긴 했지만, 마지막엔 가장 큰 도움을 받게 되었다.

다음은.

진혁이 ‘세계의 기억’에 저장된 능력을 불러왔다.

툭.

대도서관에서 책 한 권이 뽑혔다.

천유성과 아델의 대결을 성사시킨 뒤 복사하게 된 능력이었다.

[고유능력 ‘버들유검’]

입수난이도: SSS

내용: 부드러운 검은 능히 강한 검을 꺾는다. 페인 폰 아델은 검의 극의에 이른 후 스스로 이 검을 8개의 초식으로 집대성했다. 시전자의 검술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는지에 따라 펼칠 수 있는 식(式)이 달라집니다.

한 세계의 정점을 찍은 유검의 창시자의 능력. 이건 기존의 검술을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이끌어줄 것이다.

‘고유성창을 복사하지 못한 건 조금 아쉽긴 하네.’

백귀야행.

아델이 살던 세계의 귀신들을 부릴 수 있는 고유성창은 꼭 손에 넣고 싶은 능력 중 하나였다.

‘동양의 네크로맨서라니… 이건 못 참지.’

다시 복사하려면 90일이란 기간이 필요할 터.

아델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연을 유지할 이유가 생겼다.

진혁의 시선이 이번에는 새하얀 창으로 향했다.

또한 시벅컬의 성유물인 ‘야크세달의 창’을 얻은 것도 쏠쏠한 전과였다.

[야크세달의 창]

입수난이도: 측정불가

공격력: 1,770,000

내구도: 5,150,255 / 5,280,000

특수능력; 창에 무지한 이라도 달인의 경지로 만들어줄 수 있으며, 만약 달인이 이 창을 다루게 될 경우 ‘엘더 갓’들의 전용 투창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단, 사용할 수 있는 투창술의 종류는 소유자의 능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재료특성: 이 창을 또한 다른 아이템을 위한 재료아이템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대장장이의 실력에 따라 기존의 능력이 업그레이드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게 될 수도 있으며 오히려 다운그레이드도 될 수 있습니다.)

공격력 자체도 엄청나긴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굉장한 건 이 창이 지닌 투창술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엘더갓의 전용 투창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재료로 사용하는 것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야.’

잘만 활용하면 훨씬 더 좋은 무기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2개 분량의 재료를 확보하게 될 경우 굉장히 분노에 차 있는 천유성을 달래는 카드로도 쓸 수 있을 테고.

진혁이 이번 레이드를 통해 얻은 것들과 얻어야 할 것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고민했다.

그때였다.

콰앙!

호텔 방문이 그대로 박살났다.

다른 길드의 적이 아니었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냐!”

레이드 이후 하루 종일 휴식만 취하는 것에 좀이 쑤신 여왕 폐하의 행차 때문이었지.

“하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라서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했잖아.”

“짐은 그런 것 모른다! 같이 놀아주기로 약속했으니 짐은 계약자에게 신성한 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느니라!”

온갖 백화점에서 명품을 죄다 쓸어담은 엘리스가 선글라스를 고쳐쓰며 엄포를 놓았다.

그러고보니 테슬X의 머스크가 베가스에 왔다가 돈지랄에서 웬 외국 소녀에게 밀렸다며 뉴스가 한창 났었는데.

설마 했는데 그게 너였냐?

진혁이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엣헴. 짐이 포커판에서 웬 건방진 놈을 흠씬 두들겨 패줬느니라. 돈 걱정은 하지말고 데이트나 실컷 하자꾸나.”

“그래그래. 가자 가.”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이번 일에 관한 사후 대책 회의가 열리는 건 내일. 그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지금 당장은 좀 쉬어도 될 것이다.

⁕⁕⁕

엘리스가 윈 카지노에서 대박을 터뜨린 후 그쪽에서 풀코스 대접을 제안했다.

말이 좋아 대접이지.

계속 이 호텔에 머물면서 도박을 해서 딴 돈을 전부 내뱉을 때까지 보내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래도 나름 호강 한 번 해보겠네.’

스위트룸과 최고급 레스토랑.

원하는 게 그 무엇이든 프라이빗 서비스가 제공되었기에 시간을 때우긴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무엇보다 엘리스가 마음에 들어하기도 했고.

“오오!”

엘리스가 두 눈을 반짝였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쉐프가 만들어낸 코스 요리들은 한국에서도 쉽게 맛보기 힘든 맛을 뽐내고 있었다.

특히 시련의 탑에서 나오는 각종 육류와 해산물, 채소와 조미료 들은 기존의 요식 업계를 완전히 뒤흔들 정도의 파급력을 만들어냈다.

“와아. 진짜 맛있네요.”

테레사도 정말로 감탄한 듯 손으로 입을 가렸다.

“…….”

오직 천유성만이 잔뜩 굳은 표정을 한 채 나이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허. 유성아. 그거 먹는 데 쓰는 거야. 사람 찌르는 데 쓰는 게 아니라. 자, 그만 꽁해있고 이거나 먹어봐.”

“닥쳐라!”

콰앙!

천유성이 그대로 나이프를 내리 꽂았다.

정확히 진혁이 고기를 건네려던 오른 손의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로.

꼴깍….

검지와 중지 사이에 꽂힌 나이프를 보고 있자니 등골을 따라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싸움의 전리품은 공평하게 나누어 갖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네놈은 언제나 레이드가 끝나면 내 뒤통수를 치지 않았나!”

“거 말이 좀 심하네. 누가 안 준다고 했어? 그거 재료로 삼아 내가 더 좋은 무기를 만들어주려고 했단 말이야.”

“이 자식이 끝까지…!”

천유성의 몸에서 살기가 줄기줄기 피어올랐다.

하지만 괜찮다. 쫄지 마라.

이 녀석은 아델과의 전투로 인해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 지금 당장은 몸에 있는 마력을 운용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진혁이 날아오는 나이프를 그대로 스푼으로 받아쳤다.

카카카카캉!

식기류가 허공에서 수십 차례 교차했다.

마력이 없더라도 특유의 검술마저 사라진 건 아니었다.

“밥 먹는데 무슨 짓거리들이야!”

엘리스의 머리가 쭈뼛쭈뼛 서는 걸 보고 나서야 두 사람의 신경전이 가까스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두고보자.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두고보자는 사람 치고 무서운 놈이 없더라. 나만 빼고.”

진혁이 혀를 빼꼼 내밀며 성게와 참치가 올려진 요리를 입에 쏙 넣었다.

바로 그때.

“……음?”

진혁의 미각에 무언가 걸렸다.

분명, 맛있긴 한데 묘한 감각이 걸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모르고 맛있다며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음식을 제대로 아는 자라면 눈치 챌 수밖에 없는 위화감이었다.

“와아. 어떻게 이런 맛이….”

“짐도 같은 생각이니라.”

“쳇. 여기 한 접시 더.”

바보가 셋.

하긴, 뱀파이어들이야 피 맛만 알지 미식에 대해서는 굼뜬 종족이었고. 봉사활동만 하는 테레사도 검소한 식습관을 생활화했긴 마찬가지였다.

밥이야 영양보충으로 생각해 대학 생활 내내 봉구x 밥버거만 먹어대는 검성이야 말해 봤자 입만 아프리라.

‘일류 레스토랑에서 이런 실수를 한다라….’

아무리 탑에 있는 식재료들이 아직 낯설다고 해도 가능한 일인가?

글쎄. 그것보다는….

‘탐식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현재 이 레스토랑 전체에 특수 아이템 ‘에스트라파의 포자’와 ‘새벽의 이슬’이 퍼져있는 상태입니다.]

역시나.

‘누군가 장난질을 해놨네.’

에스트라파의 포자는 시련의 탑 5층 ‘반역자의 사형장’에서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시간이 갈수록 음식의 맛을 변형시켜버리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워낙에 구분해내기 어려워서 5층 내에 있는 모든 식당에서는 철저하게 반입이 금지된 품목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탑의 안에서의 이야기.

아직 현대에서는 이러한 정보들에 대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포자뿐 아니라 ‘새벽의 이슬’까지 섞어 쓰는 경우라면 정말 어지간한 요리사가 아니라면 절대로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바로 그때!

“하!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걸 손님 먹으라고 준 거야? 여기 쉐프 나오라고 해!”

한 쪽 테이블에서 차갑게 생긴 남자가 손수건을 들어올렸다.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지만….

이 레스토랑 한 켠에 걸려 있는 사진을 본 이후부터 계획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연도 기가 막히네. 설마, 이게 이런 식으로 연관이 되어 있는 거였어?’

진혁의 입 꼬리가 긴 초승달을 그렸다.

아무래도 메인 이벤트 때 못 얻었던 보상들을 전부 손에 넣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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