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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 729화


729화 모여드는 세력들 (2)

[‘기계군주’ – 정찰 드론의 화면이 전송됩니다.]

스크린에는 에덴에 보내둔 이태민의 드론들이 실시간으로 영상을 송출해오는 중이었다.

-오빠 잘 보여?

-와아. 형. 여기 장난 아니에요.

유연화와 이태민이 손을 흔들었다.

그 뒤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구름과 성벽이 늘어져 있었다.

지난 시간 동안 에덴이 공을 들여 만든 성채.

거기에 고대룡 에드온이 이끄는 용족과 천세의 신격들이 가세해 있었기에 그 견고함과 완성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지금 이집트와 베리엘이 공략 중인 루시퍼의 본거지보다도 훨씬 더 높은 난이도를 자랑한다는 소리다.

진혁이 꼼꼼하게 전송되는 영상을 확인했다.

‘거기에 병력도 우리보다 훨씬 많지.’

대략적으로 파악한 것으로만 10배 이상.

양 뿐만 아니라 주신급들의 강함도 이쪽보다 훨씬 더 높았다.

천세와 에덴은 둘째치고 드래곤과 고대룡이 있는 게 너무나 전력의 비대칭이었으니까. 1:1에 한에서는 손오공과 마찬가지로 최강 취급을 받고 있는 아수라 또한 얼마든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은 이번 전쟁엔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니알라토텝이 본격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자토스의 궁전에서 한 방을 먹었으니 당연히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터.

네크로노미콘을 확보하고자 하는 엘더 갓들 또한 언제 어디서 함정을 팔지 장담할 수 없었다.

물론.

‘이쪽도 고인물 코퍼레이션이라는 한 방이 있긴 해.’

거의 유일하다고 해도 좋을 필살기.

적의 숨통을 끊기 위해선 그 누구보다 나와 동료들이 잘해줘야 한다.

“엄청나군.”

“쉽지 않겠네요.”

“크하하하! 무엇이 걱정인가? 우리에겐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도 역전시켜주는 영웅이 있는데?”

“게다가 사나이다운 주먹으로 맞붙는 싸움이라면 우리가 질 래야 질 수가 없다.”

토르와 헤라클레스가 관절을 우두둑 꺾었다.

두 신격은 상대가 그 누구든간에 당장 달려가 두개골을 박살내버릴 것만 같았다.

이런 점은 또 든든하긴 하네.

“내가 말한 곳들은 좀 찾아봤어?”

-응. ‘하늘의 폭포’ 쪽이랑 ‘성자들의 사원’ 말이지?

-가브리엘 님 도움을 받아서 최대한 둘러보긴 했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형이 말해준 대로 마력의 공백이 생기는 지점이 다른 곳보다는 확실히 많아요.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적어도 첫 번째로 움직여야 하는 장소는 정해졌다.

“고생했어. 이제 들키기 전에 돌아와.”

정찰 임무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진혁이 이태민과 유연화에게 복귀를 명령했다.

-응 알겠어!

-가서 봐요. 형.

[화면이 종료됩니다!]

스크린이 검게 물들었다.

팔짱을 끼고 있던 오딘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공격을 시작하는 건 언제부터인가?”

“3일 후입니다.”

진혁이 이번 일에 대한 전반적인 작전이 적힌 스크롤을 꺼내 각 신화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스크롤을 펼친 주신들의 얼굴이 진중하게 굳어졌다.

승산이 낮은 전쟁인 만큼 각자가 해줘야 하는 임무가 생각보다 막중하고 까다로웠기 때문. 경우에 따라서는 자살특공대나 다름없는 일도 강제되었다.

이 중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별들이 떨어질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소리다.

“어려운 건 알고 있습니다.”

진혁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싸움입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미 세력 간에 충돌을 막아줄 수 있는 브레이크 장치는 모두 닳아버린 지 오래였다.

살아남든가. 멸망하든가.

결정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개 뿐.

그렇다면 당연히 살아남는 쪽을 선택해야 하리라.

***

드래곤의 레어.

거인들의 성채에 이어 새롭게 거점으로 선정된 이곳은 여러 가지 이유로 꽤나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다.

정확히는 주인인 진혁에게만 방치된 것뿐이었지만.

“어쩌다가 우리 꼴이 이렇게 된 건지.”

“나, 나도… 모, 모른다.”

무혼과 펜다리엘.

시련의 탑 저층부를 담당하는 두 보스가 자조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엔터렌스 투더 발할라’로 인해 다시 한 번 부활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이후부터는 차라리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투덜대지만 말고 빨리 일하라고! 혈족인 이 몸도 일하고 있는 거 안 보여!?”

데카서스가의 혈족인 오필리아가 빼액하고 소리를 질렀다.

밀짚모자에 작업복까지 갖춰 입은 오필리아는 뱀파이어하고는 꽤나 동떨어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귀농한 귀족.

은퇴한 뱀파이어.

힐링 중인 병약하고 까칠한 은발의 소녀.

그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빨리 빨리 움직여. 비료도 줘야하고 새로운 작물도 심어야 하고 할 일이 태산 같으니까!”

“알… 겠다.”

“쳇. 하루 종일 일이라니. 풍류라고는 모르는 여자로구나.”

펜다리엘과 무혼이 툴툴대면서도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그래도 엘리스로부터 ‘순혈’을 하사받은 덕에 기존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 상태. 제 아무리 무혼과 펜다리엘이 저층부를 지배했던 보스라고 하더라도 오필리아를 넘볼 순 없었다.

실제로 초반에는 농사를 거부하다가 뜨끔한 맛을 보기도 했고.

물론.

이곳에 강제 연금되어 있는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제자 놈을 정말 잘못두긴 했구만. 조용히 폐관수련을 할 수 있는 곳을 추천해준다고 해서 왔거늘. 껄껄.”

“후후. 저 역시 천 공자에게 당했답니다. 이런 사기도 다 치고. 그 아이도 이제 세상 살아가는 법을 알아가게 되었나봐요.”

자기 몸보다 큰 도끼를 들고 있는 암황과 모종삽을 들고 있는 추혼사영의 모습도 보였다.

“저는 탐험…하는 걸 주로 잘 합니다만. 미로를 설계하는 건 절대 제 영역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후후. 마음껏 함정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오히려 나쁘지 않을지도.”

페시스와 발세테르 아니, 발냄새 역시 드래곤 레어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온 상태였다.

이미 진혁이 고유성창 ‘미궁창조’를 통해 대략적인 틀은 닦아놓은 상태이긴 했으나, 자잘하고 섬세한 일들을 처리하는 건 이 둘의 몫이었다.

그 외에도 각종 층계에서 다양한 종족과 멤버들이 불려왔다.

모두가 다양한 이유로 속아 이곳에 온 것이다.

바로 그때.

우우웅!

레어의 중심부에 게이트가 열렸다.

거점을 지배하고 있는 ‘거점주’만이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전용 게이트였다.

그리고 이게 개방되었다는 건….

……진혁이 오고 있다는 뜻.

여기저기서 농땡이를 부리던 이들의 손놀림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곧바로 눈부신 빛과 함께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잘 하고 있었습니까?”

진혁이 뒷짐을 진 채 걸음을 옮겼다.

마치, 궁궐에 있는 임금님이 백성들을 살피기 위해 행차를 나선 것만 같다.

모두가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암 그래야죠. 여기는 전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거점이 될 터. 여러분의 소중한 노동력이 그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물론, 힘은 들겠죠. 내가 왜 이런 짓을 해야하는지. 당장이라도 때려치고 싶기도 할 겁니다. 혹시 그러신 분 있나요?”

“사실, 약간 이해가 안 되긴 한다.”

“저도요.”

“고급 인력들을 고작 이런 일에 갈아 넣는다는 게….”

기다렸다는 듯이 불평불만이 터져나왔다.

예상했던 반응들이다.

“그런 여러분들을 위해 한 가지 상쾌한 제안을 준비했습니다. 분위기 전환 겸 나들이라도 좀 갈까 하는데요.”

일명 피크닉.

새로운 곳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다양한 경험도 하며 머리를 식히자는 취지다.

당연히 퇴사와 죽음 등을 운운하며 협박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오오!?”

“그래도 우리 생각을 좀 해줄 줄 아는군.”

“인성이 글러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이라는 게 언제나 밑바닥까지 보이는 건 아닌가 봐요.”

“피크닉이라니 좋구만! 껄껄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그럼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아, 오필리아 너만 빼고. 넌 남아서 정원 가꾸는 거 마무리나 해.”

“왜? 왜 나만 빼고 놀러가는데!”

오필리아가 격하게 항변했다.

“사원이… 말대꾸?”

“그, 그게 아니라. 나도 열심히 일했는데 이런 차별은 너무한 거 아니냐는 거지. 내가 제일 성실하게 농사 지었다고!”

“그러니까 그러는 거야.”

“응?”

“됐고. 시키는 일이나 해.”

진혁이 또 다른 차원으로 이어지는 게이트를 개방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베리엘에게서 받은 흉측한 딸기를 집어던졌다.

“킬킬킬!”

악마의 얼굴을 한 딸기가 일렁이는 표면에 닿자 검은색이었던 표면이 붉은 빛으로 변했다.

“자, 그럼 출발해볼까요?”

진혁이 싱긋 웃으며 게이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좋아. 가보자고.”

“탑에 아름다운 장소가 그렇게 많다는데. 어디로 정했는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본좌는 바다였으면 좋겠군.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여아홍이나 한 단지 하고 싶구나.”

“계곡이나 초원도 나쁘지 않아요. 어디까지나 평화롭게….”

“축축…하고 어두운… 시체들이 가득한 곳.”

“흐음. 풍류를 즐길 수 있는. 느긋하게 장기나 둘 수 있는 그런 고즈녁한 곳이 아닐까 싶다만.”

옹기종기 모인 이들이 자신만의 휴가 계획을 말하며 게이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지막 무혼까지 안으로 들어갔을 땐.

보이는 시야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

화르륵!

쿠쿠쿵!

불바다로 이루어진 거대한 강.

검은 성벽 위로는 수많은 마수들이 비행을 하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평화로운 피서지와는 거리가 아주 먼 장소였다.

“이, 이게 무슨…?”

“여기는 대체 어디야!”

“세상에나….”

쏟아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는 건 진혁을 제외하고는 단 한 명 뿐이었다.

“하아. 그런 거였습니까.”

페시스가 머리를 마구 헝크러뜨렸다.

탑 최고의 탐험가 중 하나인 페시스는 이 안에 들어온 순간부터 여기가 어디인지 눈치 채고 있었다.

이곳은 마계다.

그것도 현재 가장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루시퍼의 성채 외곽이었다.

‘제대로 왔네.’

진혁이 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그마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준비가 거의 다 마무리되어가는 시점.

이제는 정말로 몇몇의 아이템들만 손에 넣으면 완벽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루시퍼의 성채 안에 있었다.

짝짝!

진혁이 손바닥을 마주쳤다.

“자,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딱 한 번만 말하겠습니다. 제가 저 안에서 찾아야 할 게 한 가지 있는데, 혼자 들어갔다가는 꽤나 골치 아픈 추격이 붙을 것 같아서요.”

마족들을 상대하면서 아이템을 찾을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화끈하게 시선을 끌어줄 이들이 필요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여러분이다.

“…….”

“너무하는 거 아니야?”

“이런 말은 듣지도 못 했다고.”

농사일을 하기 싫어해서 훨씬 더 다이나믹한 일을 가지고 왔더니. 아직까지도 불만만 가득하네.

안타깝지만, 이건 선택 사항이 아니다.

따악!

“노움. 살라맨더.”

“응! 주인!”

“준비 끝났어!”

며칠 전 마계에 갔을 때 남겨두었던 노움과 살라맨더가 부동자세로 경례를 했다.

동시에.

[노움이 ‘한 입 크기의 땅’을 발동합니다!]

움푹!

지면을 도려낸 듯,

땅이 통째로 사라졌다.

당연히 그 위에 있던 모든 멤버들의 모습도 노움의 입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땅굴로 이어진 통로.

[살라맨더가 ‘플레임 로드(Flame road)’를 발동합니다!]

쿠쿠쿠쿠쿠!

눈부신 불꽃이 그 길을 밝혔다.

순식간에 한 줄기 불길이 땅 속을 가로질러 루시퍼의 성채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뭔가 채 방어할 새도 없이 매끄럽고 깔끔하게 이어진 공간이동이었다.

치이이익!

매캐한 연기 속.

“크르르….”

“크오오오!”

마수들이 울부짖는 살벌한 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침입자에 반응한 상위 마족과 고위 악마들이 일제히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이번에도 농땡이 피우시고 싶은 분들은 얼마든지 피우셔도 됩니다.”

단.

그럴 경우엔 글쎄.

살아남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진혁이 가볍게 손목과 발목을 풀며 달릴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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