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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 847화


847화. 대거점 ‘양들의 요람’ (2)

갈라진 공간을 따라 서서히 항해하는 부유성.

그 웅장함과 거대함에 모두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크르르?”

“아트, 메. 그라무트라.”

태고의 병사들이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난데없는 부유성의 등장은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쿠르릉!

쿠릉!

몰아치는 새하얀 벼락.

먹구름 사이로 보이는 신벌(神罰)의 징조가 모든 전장을 아우렀다.

[울부짖는 회색 군도의 부유성이 ‘뇌우’를 장전합니다!]

양들의 요람이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는 철벽의 요새라면.

부유성은 몰아치는 번개로 거점들을 박살 내는 이동형 전략요새였다.

‘섬멸’에 특화된 슈브니구라스의 검이 이번에는 자신들의 숨통을 노리는 최악의 흉기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마력을 아낄 필요는 없어. 응. 최대출력으로 전부 지워버려.”

부유성의 새로운 주인이 된 프레이가 명령을 내렸다.

“Yes. My Lord.”

“인형들이 주인의 명을 따릅니다.”

프레이를 닮은 인형들이 공손하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크오오오!”

“크하하하. 새카맣게도 몰려있구나!”

“여기가 주력 전장인가. 확실히 강한 놈들이 넘쳐나는군.”

에테리온으로부터 마력을 공급받은 드래곤들이 자신의 격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지상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한 태고의 존재들이 있었지만, ‘드래곤 하트’에 흐르는 기운은 두려움마저 극복하게 만들었다.

[‘용맹의 왕관’이 동족의 영혼과 공명합니다!]

에테리온의 머리 위에 떠오른 왕관.

어떠한 적을 앞에 두고도 물러서지 않는 신념의 고리가 완성되었다.

이명을 가진 고대룡들과 무진룡을 따르는 동쪽의 용들 역시도 투지를 불태우며 일익을 담당했다.

“흐음. 고귀한 이 몸도 뭔가 보여줘야겠군. 동양의 신비라는 게 절대 밀리지 않는 걸 증명할 시간이다. 알겠지?”

말랑흑두루미가 용신의 여의주를 움켜쥐었다.

우우우웅!

오색찬란한 기운이 몰아쳤다.

“빌어먹을 잡놈이. 내 여의주를 마치 자기 것인 것마냥 사용하면서 으스대는 것이냐?”

“어허! 내 주인께서 가라사대 내 것도 내 것. 네 것도 내 것이라 하였느니라. 다 같이 잘 쓰기만 하면 좋은 거지 뭘 그리 사사로운 걸 따지는지 모르겠군.”

“죽일 놈. 됐다. 말해 봐야 나만 손해지.”

무진룡이 혀를 차며 말랑흑두루미의 여의주와 비슷한 걸 꺼냈다.

특이하게 생긴 구름들이 몰려오며 ‘기상개변’의 효과가 곱절로 커졌다.

“후후후! 시체를 만들기 아주 좋은 환경이로군요.”

베이로둠을 포함한 리치들과.

“달그락! 우리는 아군과 적들 사이에 공간을 만든다.”

티본이 이끄는 데스나이트 군단도 보였다.

특히나 ‘절망의 왕관’을 쓴 티본은 태고의 기운과는 다른 종류의 악몽을 뿜어내고 있었다.

“몰아쳐라.”

프레이의 명령과 함께 지옥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희비가 교차되는 사이, 완성된 뇌우가 온 시야를 하얗게 물들였다.

콰콰콰콰콰쾅!

파치치칙!

“키에에에!”

“크, 크아아아아악!”

‘슈브니구라스의 검’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뇌우의 화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밀집해 있던 태고의 병력들은 말 그대로 사지가 갈가리 찢겨나갔다.

투콰앙!

상당히 강력한 외피를 가지고 있는 상위종이라도….

파가가각!

…거점마저 잿더미로 만드는 데 특화된 부유성의 공격에 버텨낼 순 없었다.

전신이 숯덩이가 된 대형 몬스터들이 입에서 연기를 내뿜었다.

쿠웅! 쿠웅!

시체들이 쓰러지며 길이 열렸다.

그토록 철벽같던 방진에도 여기저기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멍청한 것이 내 명령에 불복종한 것으로도 모자라 부유성까지 빼앗겼다는 건가?”

슈드뮤엘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래도 슈브니구라스가 아끼던 놈이라 애써 무례를 참았는데.

이래서야 아까 전에 죽여버리는 편이 훨씬 더 나았다.

바로 그때.

후두둑.

“심상이 흐트러졌구나.”

천마가 천천히 불구덩이에서 일어섰다.

“이 쇠심줄보다 더 질긴 놈 같으니라고, 그걸 맞고도 살아 있다니….”

“처음과 비교하면 미지근한 겁화였다. 그 정도로는 본좌를 막아서기에 한참이나 부족하느니라.”

이미 깨달음을 얻어 진선(眞)의 경지에 접어들려고 하는 천마다.

과거 슈브니구라스를 막아섰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졌다는 뜻.

제아무리 50층의 이점이 있다고 한들, 천마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절대자가 되어버렸다.

“뭣들 하느냐! 지존께서 건재하시다.”

“쓰러지는 것도 사치인 것을! 군황대는 나를 따르라!”

“적호! 월영과 함께 적들의 측면으로 파고들어라!”

천마신교의 최정예 단주들이 내기를 끌어모았다.

암황 또한 피투성이가 된 몸을 일으켰다.

사기가 폭발한 건 무림 쪽만이 아니었다.

“우오오오!”

“아, 아군이다!”

“깃발을 들어 올려라! 지금부터 반격을 시작하겠다!”

이집트와 마계. 그리고 에덴과 제국의 병력들이 각각 나팔을 불었다.

[뇌우의 폭격이 ‘외성채’를 강타합니다!]

콰콰콰콰쾅!

특히나 화력이 집중된 곳은 동서남북에 위치한 진입로였다.

작열하는 번개들이 성벽을 부수며 내부로 가는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몰아친다.

더욱 거세게.

더욱 화려하게.

대기에 흩어진 태고의 마력을 모조리 전격으로 전환하며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

치이이익!

성벽이 지글지글 끓어오를 정도의 열기가 피어올랐다.

그럼에도 ‘육식계 씨앗’을 완전히 멈출 순 없었다.

개화 시기에 심각한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여전히 조금씩 꽃망울을 터뜨리며 그 크기를 더해나가고 있었다.

[개화율 49.5%]

50%만 된다면 절대 방어를 자랑하는 군락지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아무리 부유성의 뇌우라고 하더라도 그때부터는 통하지 않게 된다는 소리다.

“거의 다 왔다.”

“부유성만 막아라! 다른 것은 신경쓰지 말고 저 번개를 막으란 말이다!”

태고의 신격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쥬른과 이알다골스를 비롯한 상위 신격들이 각자의 능력을 발동하며, 부유성을 향해 접근했다.

[성명절기 ‘단죄의 검’이 소환됩니다!]

“크오오오!”

에테리온을 비롯한 고대룡들이 각자의 고유성창과 성명절기를 꺼내들었다.

“어떻게든….”

“놈들이 오는 걸 막아라!”

유일한 희망이라 할 수 있는 부유성을 잃었다가는 모든 게 끝장이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것만큼은 반드시 저지해야 했다.

콰콰콰콰콰콰

보랏빛 파장과 형형색색의 마력이 허공에서 어지럽게 충돌했다.

수십 마리의 드래곤들이 지상으로 떨어졌고, 그보다 더 많은 리치들의 몸이 불덩이에 휩싸였다.

“저쪽을 지원해야 합니다. 테레사! 가능하겠어요?”

“네・・・ 할 수 있어요.”

신성력을 겹겹으로 두른 테레사가 몸에 난 상처를 빠르게 치유했다.

그리고 가브리엘과 함께 몰려오는 먹구름을 향해 몸을 날렸다.

[테레사가 고유성창 ‘세라핌’을 발동합니다!]

[가브리엘이 ‘대천사의 성흔’을 사용합니다!]

황금빛 십자가들이 연이어 솟구치며, 수많은 천사들이 부유성을 보호하기 위해 날아올랐다.

“날개 달린 겁쟁이들한테 밀리면 가장 뜨거운 피연못에 삶아버리겠다! 무조건 놈들보다 더 빨리 부유성에 도달해라!”

“발록과 본 드래곤들을 모조리 출격시키겠습니다. 다들 마지막 전투라는 마음으로 임하도록!”

고위 마족들 역시 질 수 없다는 듯이 먹구름을 향해 날개를 펼쳤다.

카가가가가・・・각!

촤아아앙!

팽팽하다 못해 숨이 막히는 접전.

부유성을 둘러싼 공방전은 일진일퇴를 반복하며 더욱 격화되었다.

1초가 흐를 때마다 수백의 생명이 사라졌다.

“프레이!”

진혁의 고함에 부유성을 조종하던 프레이가 경과를 보고했다.

“거의 다 됐어. 응. 충전율 98.9%야.”

[부유성의 군주 프레이가 ‘뇌우의 격’을 최대치로 격상시킵니다!]

파치칙!

부유성 주위로 하얀 번개들이 모여들었다.

아까까지와는 또 다른 격을 지닌 번개다.

최대한 넓게 흐트러뜨리는 대신 그 힘을 극한까지 압축시켜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리라.

“미쳤구나. 부유성을 점거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저리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니.”

“최초의 호문쿨루스라는 이름값이 거저 주어진 건 아니었어.”

태고의 신격들 사이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하얀 번개는 어느새 100m에 이를 정도로 부풀어 있었다.

분명, 슈브니구라스의 일격을 재현할 만큼 강력한 일격이다. 제대로 맞는다면 어지간한 신격들마저 소멸시킬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정도로 외성을 뚫을 순 없다.”

이미 ‘보석의 권능을 발현시킨 성채는 ‘전격’ 속성에 특히나 강한 내성과 저항을 지닌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가뜩이나 단단한 방어벽을 몇 배로 강화시킨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신격들이 결계와 방어마법을 펼쳐뒀으니, 강력한 뇌전이라 하더라도 일격은 견딜 수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확실히.

전격 하나만으로는 조금 벅차 보이긴 한다.

그렇다면, 중력의 힘을 그대로 실은 충돌까지 막을 수 있을까?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프레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번개의 형태를 변형시켰다.

[부유성이 ‘성채투혼’ – ‘백색 태양’을 발동합니다!]

거대한 검의 모습을 띤 번개들이 넓게 퍼지면서 부유성을 휘감기 시작했다.

한 겹. 열다섯 겹. 백오십 겹.

파츠츠츠!

부유성 전체를 둘러싼 번개는 마치 하얀 구체처럼 보였다.

“애초에 처음부터 부유성을 탈취한 건 번개나 날려대기 위함이 아니었어.”

그 정도로 위대한 대거점을 뚫을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모두가 예측하지 못한 수를 준비해서 허를 찌르는 수밖에.

부유성 자체를 유성처럼 추락시킨다면, 강화고 방어벽이고 간에 통째로 먼지로 만들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툭!

쿠웅!

부유성 뒤에서 날고 있던 에테리온과 수많은 고대룡들이 부유성에 몸을 갖다댔다.

[중력강화 ‘그레비티 필드’가 발동됩니다!]

가속도를 더욱 살린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도록.

“간다아아!”

지상에 있던 각계 각층의 거주자들 역시 모든 마력을 쥐어짜내 부유성에 마법을 걸었다.

‘가속’과 ‘강화’, ‘중첩’과 ‘바람’을 비롯한 온갖 종류의 버프들이 이어졌다.

이어진 것은 거대한 태양의 낙하였다.

쿠쿠쿠쿠쿠!

하얀색 궤적을 그리며 떨어지는 백색 태양은 형언할 수 없는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몇 초도 되지 않는 찰나.

콰아아아아아아앙!

번개의 폭풍이 이 일대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거대한 부유성이 지면을 통째로 갈아 엎어버렸다.

당연히 길게 뻗어있던 외성의 성벽 역시 그 충돌에서 무사할 수 없었다.

띠링! 띠링! 띠링!

연이어 나타나는 상태창들.

[외성이 돌파당했습니다!]

[육식계 씨앗의 87%가 소멸했습니다!]

[작열하는 백색 태양의 효과로 인해 반경 1km 내에 있는 태고의 기운이 15%만큼 약화됩니다!]

‘됐어.’

진혁이 본능적으로 승기를 직감했다.

쿠쿠쿠쿠쿠!

솟구친 먼지로 인해 시야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태고의 신격들과 그들이 부리던 몬스터들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고작해야 심연 포식자와 초승달 사제. 그리고 고성급의 강자들만이 목숨을 건졌겠지.

그들조차도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조금은 더 필요할 게 틀림없었다.

지금이다.

사실상 유일한 기회.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준비했던 히든 카드를 꺼냈다.

우우우웅!

[고유성창 ‘회귀자의 시간’이 발동됩니다!]

‘세계의 기억’에 저장되었던 능력이 화려한 빛을 뿜어냈다.

동시에.

[성유물 ‘궁 – 해금의 쐐기’가 심장에 꽂힙니다!]

푸욱!

검은 산양들의 각인이 새겨져 있는 쐐기가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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