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만렙 뉴비 850화
850화. 회귀자의 시간 ‘마신 강림’ (3)
수많은 발톱과 칼날들이 어지럽게 교차한다.
[특수 능력 ‘악신의 재해’가 발동됩니다!]
투콰아앙!
카가가강!
바위와 암석들을 종잇장처럼 잘라내 버린 흉기의 폭풍이 지나갔다.
아무리 단단한 방어라도 베어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정작 노스이디크는 그 폭풍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였다. 움찔!
진혁의 감각이 반 박자 빠르게 반응했다.
초고속으로 이동하고 있는 지점을 포착해 좌표를 고정시킨다.
콰직!
콰드득!
사라진 지점을 향해 ‘아랑흑아’가 연이어 펼쳐졌다.
이빨들이 공간을 통째로 물어뜯었다.
그 위로 흑창 ‘키샨’과 악신의 11개의 마창이라 불리는 ‘어둑서니’들이 쏟아졌다.
퍼퍼퍼퍼퍽!
넘쳐나던 파도가 모조리 증발되고 그 자리엔 지독한 흑염이 솟구쳤다.
“후우….”
호흡을 크게 가다듬은 진혁이 폭심지 한가운데를 바라봤다.
이 정도 했으면 제아무리 단단한 놈이라도…
그런데.
우직!
11개의 창이 꽂힌 그곳에서 선명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당분간 건강검진은 받지 않아도 될 만큼 빌어먹게 만수무강해 보인다.
노스이디크 역시도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는지 진혁을 향해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과연, 어이가 없는 위력이군. 인간이 대체 무슨 짓을 해야 이 정도 힘을 가지게 되는 건지 순수하게 궁금할 지경이다.”
그래도 상처를 입긴 입었는지 뺨과 팔다리에서 검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노스이디크의 고유 패시브: 주위에 있는 틴달로스의 사냥개들 한 마리당 ‘늑대 군주’ 스탯이 + 50만큼 오릅니다.]
[상처 재생력과 공격력 그리고 이동속도가 50포인트당 1%씩 상승합니다.]
이끄는 무리의 숫자가 많을수록 강해지는 스탯의 특성.
다시 봐도 사기적인 효과다.
“감히….”
“노스이디크께 상처를 입히다니.”
크툰과 틴달로스의 사냥개들이 어느새 완벽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명령이 떨어진다면 그 즉시 달려들 기세로.
동족들을 잔뜩 이끌고 온 노스이디크는 지금까지 상대한 그 어떤 적보다 성가셨다. 오만함에 가득 차 있던 슈브니구라스 쪽이 차라리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한편, 노스이디크 역시 또 다른 의문을 품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진혁이 발동한 ‘악신의 성역’이 생각보다 그리 견고하지는 않았던 것.
물론, 어지간한 결계들보다는 훨씬 더 단단하긴 하나 우려했던 것 정도로 위협적이진 않았다.
‘처음에 느낀 위화감과 불길함은 기우였나.’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바로 그때.
진혁이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성유물 ‘능멸의 가시 목걸이’가 소환됩니다!]
일전 49층에서 틴달로스의 사냥개 중 하나인 바르어비스는 최후의 순간 노스이디크를 배신했다.
자신을 이용하기만 하고 버리는 주인을 물어뜯을 수 있는 비수를 알려줬지.
정확히 노스이디크를 겨냥한 맞춤형 성유물.
특성은.
“그건…!”
노스이디크의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늑대 군주 스탯의 이점이 완전히 반대의 페널티로 바뀝니다.]
기존에 자랑스럽게 달고 다니던 사냥개들이 이제는 오히려 본인의 숨통을 조이는 걸림돌이 되어버렸다.
“…놈!”
우우우웅!
노스이디크가 본신으로 현현하려 했다.
더 이상 인간형으로 상대할 만큼 상황이 만만하지 않다는 걸 느낀 탓이리라.
그러나.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진혁이 아니었다.
[고유무장 ‘악신의 채찍’이 나타납니다!]
마신 클래스일 때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무구에 ‘능멸의 가시 목걸이’가 합쳐졌다.
“막아라!”
“노스이디크 님!”
틴달로스의 사냥개들이 움직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촤촤촤촤촤!
모든 궤도와 경로를 예측한 채찍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큭!”
본신으로의 현현을 멈춘 노스이디크가 회피를 선택했다.
“미안하지만, 이미 다 파악해뒀어.”
지금까지 계속해서 전투를 했던 게 다 뭐라 생각하는 거냐?
마력을 쏟아부으며 스킬들을 난사했던 건 전부 다 특유의 동선과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뱀자리의 주인’까지 꺼낸 진혁이 채찍을 예측 불가능한 경로로 날렸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노스이디크의 실드와 상쇄기를 전부 다 피하며 목적지에 도달했다. 콰콰콰콱!
[‘능멸의 가시 목걸이’가 채워집니다!]
정확히 노스이디크의 목에 채찍이 휘감겼다.
됐다.
진혁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악신의 성역’ 역시 조금씩 커지고 있으니 이제 와서 틴달로스의 사냥개들을 밖으로 내보낼 수도 없겠지.
이걸로 ‘늑대 군주 스탯의 페널티를 안고 싸워야만 하는 상황을 강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바르어비스 녀석. 꼴사납게 패배한 걸로도 모자라 배신까지 했을 줄이야.”
노스이디크가 혀를 찼다.
철그럭!
힘을 주었지만, 목걸이는 부서지지 않았다.
하기야 그리 쉽게 박살이 날 것이었으면 약점이라고 불리지도 않았겠지. 적어도 이번 전투 동안에는 목걸이를 뺄 방법은 전무하다고 봐야 할 거다.
하지만.
상당히 골치 아파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스이디크의 표정에선 여전히 여유가 넘쳐났다.
“태생이 댕댕이라서 그런가. 목줄을 하고도 싱글벙글이네. 착각하고 있나 본데, 너 지금 감금된 거야.”
“너야말로 단단히 착각하고 있군.’
“내가?”
“그렇다. 확실히 이번 싸움에서 네놈을 찢어죽이는 건 어렵게 되었지만, 네놈 역시 이곳에서 나와 싸우고 있는 것 자체가 실수였다는 뜻이다.”
두 개의 거대한 세력이 이 양들의 요람에서 전쟁을 치르는 이유는 단 하나.
이곳을 ‘최대거점’으로 격상시키기 위함.
헌데.
가장 중요한 마력의 저장소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자잘한 승패 따위가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그 미소에, 진혁이 계단 쪽을 바라봤다.
“설마.”
쿠쿠쿠쿠쿠!
이미 보이지 않는 계단의 끝에서 노스이디크와는 또 다른 궤를 가진 마력이 접근하고 있었다.
스멀스멀 몰려오는 어두운 기운.
[태고의 신격 ‘더 네임리스 미스트’가 현현합니다!]
엘리스와 테레사 그리고 페시스의 앞에 알 수 없는 기체가 펼쳐졌다.
오싹….
-두근!
근원을 알 수 없는 것에서 나오는 미지의 공포.
세포 하나하나가 말라비틀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음성은 들리지 않았지만, 넘쳐나는 기체에서 내리는 명령은 하나였다.
-물러서라.
절대 접근을 허하지 않겠다는 경고.
뚫을 수 없는 압도적인 장벽이 최후의 관문을 가로막았다.
“처음부터 너희는 이길 수 없었다.”
노스이디크가 진혁의 눈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제아무리 많은 준비를 하고.
제아무리 많은 병력을 갖춘들.
그 외에 어떤 기책과 묘책을 준비한들!
허를 찌르는 노력과 변수들마저도 거대한 관념 앞에서는 작은 파도에 불과했다.
거대한 대해의 흐름을 거스르기엔 너무나 작고 하찮은 반항이라는 소리다.
콰콰콰콰콰콰
콰아아앙!
마력과 마력이 충돌했다.
‘개벽의 계시록’과 ‘세라핌’이 발동되면서 요람 밖에서까지 느껴질 정도의 폭발이 일어났다.
“자, 이제 어떻게 할 셈이냐? 무리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뚫을 생각인가? 진조나 성녀가 강하긴 하다만, 몇 분 안에 더 네임리스 미스트를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하다.”
이미 태고의 존재들 사이에서 이쪽이 어디를 노리는지 파악했다.
1초가 흐를 때마다 수많은 신격들과 군단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투콰아아앙!
퍼퍼퍼펑! 퍼퍼퍼퍽!
“할 수 있어요!”
“계약자. 여기는 우리가 반드시 돌파하겠다!”
신성력과 혈계 마법이 뒤섞이며 모든 것을 쏟아붓는 공세가 이어졌다.
어떻게든.
반드시 맡은 임무를 달성할 것이라고 외치면서.
[더 네임리스 미스트가 ‘고유무장’을 소환합니다!]
[아득함의 시계(視界)가 대상을 관조합니다!]
외눈알을 가진 거대한 황금 시계가 나타났다.
무리다
노스이디크의 말처럼 승리를 목전에 두고 너무나 강한 적을 만나버렸다.
경우의 수.
가능성.
생각해라.
지금이라도, 새로운 길을 찾고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야만 한다.
“다른 길은…. 다른 길은 없는 것이냐!”
“신성력이 변질되고… 있어요.”
“여, 여기 말고는… 제 탐색능력으로는 무립니다.”
모두의 목소리가 어지럽게 얽히고설켰다.
수많은 생각들이 오갔지만, 떨어지는 결론은 단 하나였다.
“엘리스, 그리고 테레사 씨.”
진혁이 고유성창을 사용한 채 싸우고 있는 둘을 향해 조용히 메시지를 보냈다.
무겁고.
어렵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음성이 담겨 있는.
“퇴각・・・하세요.”
물러나야 한다.
여기서 계속 고집을 부렸다간 정말로 모든 게 끝장이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났다.
탈바꿈되어버렸다. 이후 연 합측에서 시도한 여러 차례의 공격은 전부 무위로 돌아갔고, 결국, 모든 전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력 저장소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심지어 새로 가져온 ‘육식계 씨앗’마저 완전히 발아를 끝낸 상태.
내성으로 이어지는 금제 또한 전부 해금되어 태고의 신격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24명의 태고의 신격과 그를 따르는 군단들이 ‘들의 요람’에 합류합니다!]
“니알라토텝 님께서 사라지셔서 여기까지 오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무래도 거리가 거리다보니 빠르게 움직여도 쉽지 않더군요.”
“괜찮다. 이미 놈들의 기책은 전부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으니까.”
여유로운 대화가 오고갔다.
“놈들은?”
“마지막 총공세를 준비 중이라고 하더군. 기존의 진입로들도 전부 포기하고 모든 병력을 한 곳에 모으고 있다.”
“멍청한 놈들 이제 와서 그런 발악이 통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
이미 50층 곳곳에 은둔하고 있던 최상위 신격들마저도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
요람의 주인인 슈브니구라스 또한 머지않아 봉인이 풀릴 거라고 했고.
그런 와중에 남은 찌꺼기들을 모아서 최후의 공격을 하다니.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꼴 밖엔 되지 않았다.
“확신하지 마라. 놈이라면 무슨 수를 쓰던 마지막 한 방 정도는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목줄을 차고 있는 노스이디크만이 진혁을 향한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혹시라도 놓치고 있는 게 있는지를 점검하며 거점의 빈틈을 메꾸는 데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진형에 허점 따위는 없었다.
“상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찌됐든 놈의 계략 역시 노스이디크 님과 더 네임리스 미스트 님께 막히지 않았습니까?”
틴달로스의 사냥개들이 한 마디씩 거들며 노스이디크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1시간, 2시간, 3시간・・・ 5시간.
그런데.
총공세가 있을 거라 확신했던 시간이 되었음에도 연합에서는 그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방어태세.
침공을 해야하는 쪽에서 갑자기 모든 공격을 포기하고 굳건한 버티기에 들어갔다.
[‘악신의 성역’이 완전히 완성되었습니다!]
갖춰지는 대결계와 각종 방어진들.
이집트와 제국 무림과 에덴, 그리고 마계와 그 외에 세력들까지 전부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쏟아부어 농성모드로 돌입한 것이다.
바로 그때. 우우우웅!
처음 초승달사제들을 불러왔던 그 통로.
아자토스의 궁전까지 이어지는 유일한 길에서 마력 반응이 일어났다.
누군가. 아자토스의 궁전으로 차원이동을 한 것이다.
동시에 막대한 마력이 펼쳐지면서 ‘양들의 요람’ 전역에 펼쳐져 있던 구속력이 강화되었다.
“뭐, 뭐냐 이건?”
“이럴 수가…. 거점이 우리를 강제로 지키게끔 하고 있어!”
태고의 신격들 사이에서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설마 우리를… 가둬두려고 했다고?”
노스이디크 역시 멍하니 중얼거렸다.
금제를 풀었던 게 아니다.
풀린 금제로 인해 이 거점에 묶여버린 꼴이 된 셈이지.
게다가 며칠 전 악신의 성역이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았던 것도 이제야 이해가 됐다. 제대로 된 악신의 성역은 바로 저 차원의 틈새가 있는 곳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었으니까.
“반드시 여길 지켜야 한다!”
“우리의 활이 적의 심장에 닿을 때까지 버티고 또 버텨라!”
연합의 세력을 이끄는 신격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처음부터.
‘최대거점’을 통해 50층을 공략할 생각은 없었다.
이미 상대에게 읽혀버린 패를 히든 카드로 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