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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 855화


855화. 여명(黎明)의 검, 황혼(黃昏)의 총

“이, 이 바보! 죽어요. 그냥!”

검에 두 번 정도 찔리고 세 번 정도 베일 뻔했지만, 가까스로 테레사를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진심으로 분노한 성녀를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진혁은 보물찾기의 마지막 단계에 집중했다.또옥.

보석 같은 순수한 액체가 떨어졌다.

그러자.

스르륵.

3개의 양피지에 있던 수많은 글자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순수한 인간의 마음이 어둠에 잠겨 있던 진실을 드러냅니다.]

정확히 전부 다 녹아버린 건 아니고. 몇몇 특정 문자들은 남아 있었다.

어느새 선명하게 떠오른 잃어버린 언어들.

너무 편협하고 고정관념이 넘쳐나게도 성녀의 눈물이 정답이었다.

‘만약 아자토스가 나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면 당연히 내 눈물도 통했을 거야.’ 암 당연히 그렇고말고.

어디까지나 이건 클리셰적인 요소가 세게 작용한 결과임이 틀림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좌표가 고정됩니다!]

[아자토스의 보물 창고에서 봉인되어 있는 무구들을 소환합니다!]

됐다!

진혁이 속에서 터져나오는 환호성을 가까스로 집어삼켰다.

파스슥.

모습을 드러낸 수많은 무기들.

검, 칼, 활, 창, 도끼를 시작으로 각 분야의 정점에 이른 앤드피스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여명’과 ‘황혼’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건 2개입니다.]

이 중에서 2개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

진혁이 입맛을 다셨다.

‘미치겠네. 여기서 선택을 하라는 건 거의 고문이나 다름없는 건데.’

하나하나가 태고의 신격들마저 압도할 수 있는 스펙을 가진 종결급 무기들이다.

그래도 가장 자신 있는 걸 선택해야겠지.

사실상 거의 모든 무기들을 다 다룰 수 있었지만, 각각의 효과와 시너지를 생각했을 때 골라야 할 건 정해져 있었다.

[단검에 ‘여명’의 가호가 스며듭니다!]

[권총에 ‘황혼’의 숨결이 스며듭니다!]

화르륵!

단검과 권총에 서로 다른 빛을 띤 각인이 새겨졌다.

사복검 형태는 아니었지만, 현실이 된 지금 가장 애용하던 무기가 단검이었고, 이제는 이쪽이 오히려 손에 익었다. ‘권총 역시 변수가 많이 등장한 이 시점에선 꼭 가지고 있어야 해.’

예전 슈브니구라스의 거점을 3시간 방어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난이도가 훨씬 더 상승했다고 봐야 하리라.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카드는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부족하다는 뜻.

곧바로 ‘탐식의 눈’이 두 무기의 세부사항을 꿰뚫어 봤다.

[여명의 검]

입수 난이도: 앤드 피스

공격력: 125,000,000

내구도: 300,000,000/300,000,000

특화되어 있습니다. 내용: 모든 것의 시작을 알리는 단검으로, 대상에 대한 첫 번째 공격에 한해 100% 확률로 크리티컬이 터지며, 육체뿐 아니라 혼(魂)을 베는 데 특수능력 ‘빛의 암습’은 100% 확률로 대상의 허점을 찌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냅니다.

[황혼의 총]

입수 난이도: 앤드 피스

공격력: 98,500,000

내구도: 250.000.000/250,000,000

내용: 대상의 마지막을 고하는 총으로 체력이 10% 이하로 남은 적에 한해서 즉사기가 발동됩니다.

패시브형 특수능력인 ‘냉철한 저격수’는 총기 사용자가 탄환을 명중시킬 때마다 체력과 마력이 1%씩 회복됩니다.

공격력이 각각 1억2천과 9천800만,

퍼스트 블레이드의 공격력이 2,000만이었으니 대략 5~6배에 이르는 말도 안 되는 포텐셜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거기에 특수 능력인 ‘빛의 암습’과 ‘냉철한 저격수’ 역시 변수를 만들어내기에 특화되어 있었다.

진혁이 조심스럽게 무기를 손에 쥐었다.

은은한 황금빛과 백색이 뒤섞인 외형.

화려하면서 유려한 곡선은 지금까지 봐 왔던 그 어떤 검보다 아름답고 황홀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들고 있다는 걸 잊어먹을 정도로 가볍고 균형감도 완벽하다.

스윽.

허공을 한 번 가로지르자 ‘파츠츠∙∙∙ 하고 검로에 황금빛 궤적이 남았다.

권총은 콜트 리볼버였는데, 한 마리 뱀처럼 길게 뻗은 총신과 밸런스는 명품 중에 명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기야 앤드피스인데 완벽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겠느냐마는,

이건 무기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품에 가까웠다.

‘총성은 너무 시끄러울 테니 참아야겠지.’

소음을 억제해두는 결계를 펼쳐두긴 했으나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애써 욕망을 억누른 진혁이 이번엔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묵직한 보석들을 쏟아부었다.

[태고의 강화석 10개]

마지막 연계 퀘스트를 성공시켜 얻어낸 보상이다.

‘기회는 10번인가.’

가능하면 이것도 오룬과 헤파이토스에게 맡기면 좋겠지만,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둘에게 무기를 보낼 방법은 전무했다.

‘행운’ 스탯과 그래도 갈고 닦은 대장장이 스킬을 믿는 수밖에.

진혁이 강화석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든 채 단검과 권총에 갖다 댔다.

우우우웅!

순간 눈부신 빛이 점멸했다.

지금부터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화르륵!

‘태초의 불꽃’을 통해 완벽한 불의 온도를 맞춰주고.

까앙! 까앙!

오룬에게서 빌려온 ‘소라돔의 강철망치’를 휘두른다.

특유의 리듬과 타이밍 그리고 무엇보다 ‘금속의 호흡’을 읽어낼 수 있는 센스와 재능이 중요하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성공과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실패.

‘쳇.’

워낙에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다 보니 전부 다 성공시킬 순 없었다.

그래도 10개 중에 7개를 성공시켰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4강 여명의 검에 스탯 ‘빛의 심판’ +50이 추가되었습니다!]

[‘빛의 심판’은 태고의 존재들을 상대할 경우 추가 데미지가 가해집니다.]

[+3강 황혼의 총에 ‘콜트의 편애’가 추가되었습니다!]

[‘콜트의 편애’는 총기류 외의 적을 상대할 때 추가적인 관통력과 연사력을 부여합니다.]

강화로 인해 공격력 대신 추가 스탯이 만들어졌다.

나쁘지 않은 옵션이다.

‘궁전 내에 있는 최종 가디언이나 과거의 천유성 쪽을 상대하려면 단순히 공격력만 올리는 것보단 이런 변칙적인 스탯이 더 도움이 되겠지.’

특히나 총기류는 오직 이쪽만이 사용하는 전유물이었으니까.

‘콜트의 편애’는 더욱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다음은….

진혁이 개인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지금까지의 전투를 통해 올린 스탯을 분배하기 위함이었다.

이름: 강진혁

성별: 남

레벨: 400

힘 159, 민첩 161, 체력 207, 마력 850, 간극 100, 행운 10, 적응형 78, 정기 992.91

보유한 스탯: 39

코인: 530.235 직업: 룬의 지배자

고유 성창: 고유 성창의 내용이 너무 많아 ‘접어 두기’ 상태로 전환됩니다. 고유 능력: 고유 능력의 내용이 너무 많아 ‘접어 두기’ 상태로 전환됩니다.

스킬: 스킬의 내용이 너무 많아 ‘접어 두기’ 상태로 전환됩니다.

레벨 400.

이미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초월한 스펙을 가지게 되었다.

정기 스탯이 거의 4자릿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50층을 준비하느라 이제 많이 쪼그라든 코인 잔고도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이것도 마지막이네.’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을 보자 만감이 교차했다.

사냥을 통한 성장을 알려주던 성적표.

차곡차곡 쌓여온 숫자들은 지금까지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려주었다.

[민첩이 161→181로 상승합니다.]

[마력이 850→869로 상승합니다.]

마력의 중요성이야 언제나 말해도 입이 아프지만, 천유성의 ‘속도’를 생각하면 민첩에 조금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다. 툭.

순식간에 반대쪽 서고에 닿은 진혁의 몸이.

파앙…!

어느새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20스탯을 한꺼번에 올렸더니 몸이 가벼워진 게 확연하게 체감되었다.

‘와우’

입에서 절로 나오는 감탄사.

민첩은 마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투자했던 터라 약 13%가 오른 지금은 그 증감이 압도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 가장 중요한 준비 중 하나를 끝마쳤다.

‘이제 엘리스와 테레사가 최초의 혼돈에 관한 단서만 찾길 기다렸다가 빠져나가면 되겠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바로 그때.

“재밌구나. 이런 식으로 계획을 짜고 있던 거였나.”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오소소.

진혁의 등골을 따라 소름이 돋았다.

방금 전까지 혈관을 따라 뜨겁게 흐르던 피는 놀랄 정도로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아자…토스.”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이 궁전의 주인이었기에.

콰콰콰콰콰콰

“모기이이!”

고구마의 브레스가 사선을 가로질렀다.

‘영원의 불꽃’의 시간이 모두 끝났기에 이제는 작은 몸으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공허룡이 지닌 격은 여전히 막강했기에 수많은 몬스터들은 그 겁화에 휩싸여 재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너무 많다. 나머지 고대룡들 역시 죽은 드래곤들을 일으키고, 자신들의 고유 성창을 꺼내며 달려드는 태고의 존재들에게 맞섰다.

쿵! 쿵! 쿵! 쿵!

수천을 쓸어버려도 수만, 수십만의 병력이 끝없이 이쪽을 향해 몰아치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지려 할 때마다 등장하는 상위 신격의 개입은 모두를 절망의 구렁텅이에 밀어넣었다.

“오래는 못 버틴다. 애초에 이건 성립이 되지 않는 싸움이야.”

‘패도의 왕관’을 쓴 천마가 입에서 흐르는 피를 훔쳤다.

그 말대로 이미 전체적인 진형은 여기저기 구멍투성이였다.

“허억. 허억….” 

진혁이 사전에 펼쳐둔 ‘악신의 성역’과 각종 대결계들이 없었다면 30분도 버티지 못하고 모조리 전멸해버렸을 것이다.

“빌어먹을. 다 좋으니까. 숨이라도 좀 돌리게 해줬으면 소원이 없겠군.”

암황과 월영은 주화입마에 빠지기 직전이었고. 최전선에 배치된 제국과 이집트 역시 이미 전력의 절반이 넘게 희생되었다.

[태고의 신격 ‘더 네임리스 미스트’가 고유무장 ‘오염된 관목 상자’를 개방합니다!]

스산한 안개가 퍼지기 시작한 건 바로 그때였다.

“끄르르르….”

“꺼억. 꺽.”

안개에 닿은 이들이 즉시 흰자위를 드러내며 그 자리에서 켁켁댔다.

전신에 검은 실핏줄이 튀어나오며 입에서는 피거품을 물었다.

“안개에 닿으면 안 된다!”

“무, 물러나라!”

다급한 외침이 이어졌지만, 고통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지면에서 튀어나온 수많은 촉수들이 괴로워하는 무림의 무사들을 향했던 것.

푸푸푸푸푹!

배와 머리가 뚫린 시체들이 하늘 높게 솟구쳤다.

그로테스크한 장식물.

그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광경이 자아낸 절망은 전선 전체를 빠르게 잠식해나갔다.

[오염된 쇼거스들이 ‘공포’를 포식합니다.]

쇼거스들은 더욱 강해지고,

짙게 깔린 안개 역시 더욱 음산해졌다.

절대로 저게 더 퍼지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콰아앙!

투콰앙!

“아악!”

“크읍!”

퍼지는 운무를 막기 위해 더 네임리스 미스트에 달려들던 가브리엘과 베리엘이 그대로 튕겨나갔다.

“비키세요!”

태양처럼 불타오르는 성창 ‘롱기누스’.

주위의 천사들로부터 신성력까지 지원받은 미카엘이 에덴 최강의 성유물을 꺼내들었다.

아름다운 찬송과 기도 소리가 상처받은 이들을 어루만졌다.

[미카엘이 고유성창 ‘천상의 의지’를 발동합니다!]

수많은 날개로 이루어진 길이 만들어지며, 황금빛 화염이 축복의 서막을 알렸다.

공포를 포식한 쇼거스들이 움찔하며 굳어버릴 만큼 응집된 신성력의 밀도는 심상치 않았다.

이것이 바로 에덴 전체의 전력이 담긴 일격.

콰콰콰콰콰콰

황금빛 섬광이 길을 따라 발사되었다.

안개가 걷히면서 롱기누스가 더 네임리스 미스트에게 닿았다.

그리고 그 순간.

치이이익!

몰아치던 화염이 거짓말처럼 증발해버렸다.

“이럴 수가….”

미카엘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저건… 괴물 수준이 아니지 않느냐.”

“마, 막을 수 없어요. 저희들만으로는.”

베리엘과 가브리엘 역시 압도적인 상대의 강함에 몸을 가늘게 떨었다.

-전부 죽여라.

더 네임리스 미스트가 짧게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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