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만렙 뉴비 882화
882화. 오염된 천둥의 군주 (1)
“크하하하!”
족히 두 배는 더 커다래진 묠니르.
“케헤헤헤!”
달각거리면서 본체의 옆에 늘어져 있는 해골 머리까지.
뭐 하나 무섭지 않은 게 없다.
잘 만들어진 공포 게임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눈앞에 보이는 장면은 상식을 넘어서고 있었다.
‘하기야 맛이 간 트윈 헤드 토르라니.’
그 누가 저걸 보면서 질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콰아아앙!!!
‘추혼검’을 펼친 천유성이 계속해서 좌우로 몸을 날렸다.
심상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까진 좋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토르의 마력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덩달아 순혈의 왕관 역시 더욱더 기괴한 형태로 변하고 있었고.
[고유 성창 ‘8개의 늪’이 발동됩니다!]
야마타 오로치에게서 복사한 능력과.
[고유 성창 ‘플레이그가 발동됩니다!]
흑염룡 팬드래건으로부터 복사한 흑염이 뒤섞였다.
‘역병의 꼬리’까지 사용하고 싶었지만, 3개까지 사용하기엔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콰콰콰콰콰콰!
짙은 독 운무가 그대로 토르를 집어삼켰다.
심상 결계의 일부가 녹아내릴 정도로 끔찍한 독성을 가진 능력들의 배합.
하지만.
[‘오염된 질병의 왕관’이 독기를 흡수합니다!]
꿀렁꿀렁!
오히려 그건 토르에게 있어 맛 좋은 영양식이나 다름없었다.
젠장, 독을 저리 처마시고도 좋아하는 놈이라니.
대체 식도랑 위장이 어떻게 변해버린 거냐.
“크으…으으… 강・・・해질거다. 그 누구도・・・ 다시는 우리를 무, 무시할 수 없도록.”
토르의 동공이 서서히 풀렸다.
남아 있는 이성이 서서히 잠식되며, 그 혼이 외우주의 신격에게 귀의하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로 치면 페이즈2로 넘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쩌저적.
토르의 등 뒤로 여러 개의 촉수와 꼬리들이 살을 뚫고 튀어나왔다.
이제는 더 이상 인간의 형태라고 부를 수도 없는 지경이다.
바로 그때.
콰드득!
균열 사이로 또 다른 인물이 들어왔다.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를 가진 진조
엘리스였다.
“여길 왜 들어온 거야! 그 멍청이들은 데리고 가라니까 그것 하나 제대로 못 해선.”
진혁이 역정을 냈다.
그러자.
“어머니께 들었다.”
엘리스가 예상 밖의 말을 내뱉었다.
“……!?”
“사실이냐. 어머니께 했던 이야기가?”
“그게 있잖아…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지.”
“뭐 되었다. 확실한 건 그대가 짐의 가신들을 구했다는 거지. 그걸 떠나서 감히 짐의 성채에서 순혈의 왕관을 저따위로 만든 걸로도 모자라
아타락시아를 모욕한 놈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순 없느니라.”
엘리스가 완전히 페이즈2로 진입한 토르를 노려봤다.
음. 일단 화력이 빵빵한 딜러가 하나 추가된 건가.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지.
제아무리 토르가 약을 종류별로 꼽았다고 해도 마력이 넘쳐나는 건 엘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까 우리와 싸울 때 사용한 마력은 진즉에 다 회복했을 테니까.’
전성기를 넘어선 아타락시아의 가주.
요긴하게 잘 써주마.
***
“크아아악!”
“아아악!”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비명 소리.
200m가 훌쩍 넘는 크기의 거신이 얼어붙은 도끼를 휘둘렀다.
거대한 덩치 외에도 특이한 점은 머리가 있는 부위가 텅 비어 있다는 점이다.
화르륵!
대신 그 자리엔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붉은 태양이 자리하고 있었다.
은하가 떠 있는 놈도 있었고, 번개가 몰아치는 놈도 있었다.
콰콰콰콰콰!
지도가 새롭게 그려질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다.
“젠장. 저 녀석들 너무 단단하잖아!”
트수가 흙더미 속에서 튀어나오며 욕설을 내뱉었다.
먼지투성이가 된 꼴이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뷰레그사 행성의 거신들이다. 선조의 영혼을 흡수해서 세대가 거듭할수록 강해지는 특성이 있지”
거대한 수리부엉이의 형태로 폴리모프한 수리부엉이가 한마디 덧붙였다.
“저들은 몇 세대인 건데요?”
수리부엉이 위에 타 있는 테레사가 물었다.
“신장이나 힘의 크기로 볼 때 ・・・ 적어도 세 자릿수는 넘어선 것 같군. 작은 크툴루 정도로 생각하면 편할 거다.”
“전혀 편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작은 크툴루라니.
50층의 악몽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바로 그때.
“방금 전 첫 번째 침식을 막았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약 10분 뒤에 복귀할 것 같군요.”
릭이 불행 속에서 하나의 희망을 전달했다.
“오오!”
“역시, 그 녀석들이라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니까! BJ 시절부터 아주 악바리가 장난이 아니었거든.”
운영자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역시 자신들이 선구안 하나는 기가 막혔다는 자화자찬은 덤이었다.
“그나저나 대체 첫 번째 미션이라는 게 무엇이냐? 짐에게는 왜 무슨 내용인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건데!”
엘리스가 거신을 향해 블러드 스피어를 난사하면서 고함을 빽 질렀다.
이상하게도 모두가 엘리스한테만은 자세한 내용을 쉬쉬하는 상황.
“바보 성녀 당장 말하지 않으면 짐은 저쪽 편에 붙겠다!”
“그, 그게요. 엘리스 씨.”
테레사가 곤란한 듯 울먹였다.
그러자 릭이 하는 수 없이 진실을 말했다.
“다른 세계선에서의 엘리스님과 함께 있는 중입니다.”
“뭐라고? 짐과 말이냐? 그걸 왜 숨긴 건데, 설마 바, 바람은 아니지?”
“엘리스님과 동일 인물인데 바람이 성립하겠습니까?”
“그, 그런가? 설마, 다른 세계선의 짐이 짐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거라면….”
“글쎄요. 그것까진 모르겠군요.’
“10분, 10분이라고 했지.”
쿠쿠쿠쿠쿠!
엘리스의 머리카락이 고양이 털처럼 뾰족뾰족 일어섰다.
“그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침식도 일어난다고 하지 않았어요?”
“맞습니다. 두 번째는 딱 적절한 멤버들을 모집해 뒀습니다.’ 릭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향했다.
“모기이이이!”
고구마와.
“미요오!”
후라이드.
“후후, 고귀한 이 몸이 활약할 차례인가.”
말랑흑두루미.
“정령특전대 출격 준비 완료!”
“뭐가 됐든 간에 우리를 우습게 보면 아주 싹 다 갈아 마셔 주는 거야!”
“다들 조용히 해. 머리 아파.”
정령수들이 폴짝폴짝 뛰었다.
이 정도 멤버면 충분히 두 번째 침식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나머지 하나인데.
그건 진혁과 천유성이 돌아와야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
[개벽의 계시록- ‘블러드 쏜즈’가 발동됩니다!]
퍼퍼퍽!
바닥에서 튀어나온 가시들이 토르의 몸을 꿰뚫었다.
온몸이 구멍투성이로 변했지만, 토르의 표정에서 고통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위, 위대한・・・ 외우주의 기적을… 목도하라.’
파츠츠.
망치에서 빛이 번쩍이자 피로 만든 가시들이 산산이 부서졌다.
꿀렁꿀렁거리며 넓어져 가는 진흙더미.
지면에서 붉은 외눈들이 튀어나왔다.
거점 자체를 태고의 영역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더 이상 생명체라고 부를 수도 없겠구나.”
엘리스가 토르와의 거리를 벌렸다.
통증도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생체병기.
오롯이 복수를 이루기 위해 움직이는 토르에게서 천둥을 호령하던 영웅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10분 정도 뒤부터는 도와줄 수 없어. 그러니까 그 전에 끝내야 해.”
진혁이 ‘여명의 검’과 ‘황혼의 총을 꺼냈다.
“10분이면 충분하느니라.”
“단칼에 베어주지.”
엘리스와 천유성도 각자의 능력을 개방했다.
[고유 성창 ‘황야의 무법자’가 발동됩니다!]
시작을 알린 건 한 발의 총성이었다.
타아앙!
정확히 토르의 심장을 노린 탄환이 갑주를 박살내고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찌거거억!
살점이 갈기갈기 찢기며 검보라빛 피가 반대편으로 뿜어졌다.
심장이 완벽하게 파괴됐다.
너덜거리는 대동맥이 멀리서도 보인다.
그런데.
부우웅!
토르가 휘두르는 묠니르의 위력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파츠츳!
퍼져나간 번개의 기세가 더욱 사나워졌다.
젠장.
엄청난 위력이다.
제우스의 아스트라페가 정전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왕관을 오염시켜서 강해지는 것 외에도 니알라토텝이 다른 수작을 부린 듯싶었다.
“머리통이 쪼개져도 계속 날뛸 수 있나 보겠다!”
[천유성이 백야일천검 제2식 ‘벼락’을 발동합니다!]
내려치는 검격.
정수리를 통째로 쪼개버릴 듯한 강기가 폭발했다.
콰아앙!
“크오오오오!”
해골 머리의 반이 사라졌다.
“이야, 50층 때보다 더 날카로워진 것 같은데?”
“당연하지. 나는 누구처럼 놀고만 있던 게 아니니까.”
하여간 칭찬을 해줘도 까칠하다니까.
그래도 치고받고 했을 당시를 생각하면 한없이 든든하긴 했다.
“시시덕대는 건 좋다만, 놈은 아직 끄떡도 없느니라.”
엘리스가 다시 한번 일어서는 토르를 가리켰다.
그 말대로 놈은 머리와 심장에 저 정도 상처를 입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마력을 모으고 있었다.
고통을 못 느끼는 거야 둘째치고.
어떻게 된 몸뚱어리냐?
이쯤 되면 양쪽 머리를 통째로 잘라내도 움직일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진짜 공포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토르가 반쯤 부서진 해골 머리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서서히 그 머리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뿌드득.
우지직!
혈관과 핏줄이 함께 뜯겨 나온다.
“키에에에!!”
해골 머리가 비명을 질렀지만, 토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또 다른 머리를 뽑았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건 원뿔 형태로 생긴 검이었다.
피어나기 직전의 꽃봉오리처럼. 하나로 모아진 형태의 검은 지금까지 봐왔던 어떤 것과도 달랐다.
“뭐지 저게?”
“처음 보는 종류의 검인데 불길하구나.”
천유성과 엘리스가 뒤로 물러섰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반면.
“이럴 수가….”
저게 무엇인지 알고 있는 진혁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저 특유의 외형과 마력은……
바로. 아자토스의 고유무장 ‘차원 브레이커였으니까.
‘아니. 그럴 일 없어.’
분명, ‘차원 브레이커’와 ‘부유하는 흑안’은 봉인해뒀다.
아무리 니알라토텝이 다재다능하다고 한들 그걸 파훼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닐 터.
자세히 보니 아주 살짝 알고 있던 것과 다른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원류가 아닌 열화판인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어이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절대 저 검에 스치면 안 돼!”
“저게 뭔지 알고 있는 거냐?”
“아자토스의 고유무장이야. 네 백야든 뭐든 그냥 잘라버리니까 ‘나는 달라’ 같은 이상한 생각은 집어넣어둬.
‘혹시나’는 언제나 ‘역시나’로 귀결되는 법.
차원 브레이커에 잘리면 회복조차 할 수 없다.
“아자…토스.”
엘리스도 그 이름을 안다는 듯 중얼거렸다.
바로 그때.
꾸우욱.
토르가 차원브레이커를 위로 치켜들었다.
온다.
차원브레이커의 초격은 3분할로 나뉘는 차원 검격이다.
번쩍하면서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고.
츠걱!
동시에 공간이 통째로 도려내졌다.
진혁이 재빨리 두 사람을 살폈다.
다행히 상처 하나 없이 다들 잘 반응했다.
그나마 차원브레이커가 열화판인 데다, 다루는 게 토르라는 게 희망적인 부분인가.
‘일단 속도부터 좀 늦춰야겠어.’
틈을 만들고 손에서 검을 떨어뜨리는 게 핵심이다.
[고유 성창 ‘태고의 눈꽃’이 발동됩니다!]
서리혼령의 능력이 발동되자 온 시야가 하얗게 얼어붙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