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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 884화


884화. 두 개의 침식

“그럼, 주인 우리는 먼저 가볼게!”

“잘하고 와야 해!”

“다들 조용히 해. 머리 아파.”

정령수들이 종종걸음으로 세 번째 침식이 열리는 게이트 안으로 사라졌다.

“모기이이!”

“미요!”

고구마와 후라이드.

“후후. 걱정 말거라. 철부지인 애들은 이 몸이 잘 돌볼 테니까.”

말랑흑두루미가 차례대로 뒤를 이었다.

음.

물가에 애를 여럿 내놓은 기분이긴 하지만 괜찮겠지.

릭에게 세 번째 침식에 대해 들은 바론 쟤들이 확실히 적임자긴 했다.

“두 번째는 누가 갈 거야?”

트수가 대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물었다.

다양한 차원의 아포칼립스를 방어하느라 이쪽 사정도 그리 녹록하지 않은 상황.

빠르게 결단해 침식을 막아야만 한다.

[두 번째 침식 ‘학교’]

참가 가능 인원 : 6

진혁이 침식 게이트를 보며 잠시 고민했다.

여기에 함께 갔을 때 가장 어울리는 5명은……

“정했습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여기는 어떻게든 우리가 막고 있을 테니까. 최대한 빠르게 공략해줘. 안 그러면 네 번째 침식까지 일어나게 될 거야.”

트수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확실히. 느긋하게 할 여유는 없어 보인다.

탑의 각 층계에 있는 수많은 세력들이 전력을 다해 막고 있지만, 꽃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몬스터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이 침식은….”

수리부엉이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꼬리를 흐렸다.

그래.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달라요.”

진혁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그것도 맞는 말씀이군요. 든든한 동료들이 함께이니 문제 될 건 없어 보입니다.”

“금방 끝내고 올 테니까.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다 끝내고 저 빌어먹을 꽃이랑 니알라토텝까지 세트로 박살내러 가자구요.”

“후후. 듣기만 해도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

***

우우웅!

암전된 시야가 다시 밝아졌을 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여, 여긴 또 어디예요?”

테레사가 불안한 표정을 지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쿠르릉!

먹구름 사이로 들리는 천둥소리.

현대의 도시와 유사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텅 비고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흐음. 짐이랑 둘만 가는 줄 알았는데, 덕지덕지 군식구들이 많이도 붙었구나.”

엘리스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불만을 표했다.

“헤헤. 불러 주셔서 감사해요!”

“모처럼의 외출. 나쁘지 않아. 응.”

안드리아와 프레이가 각각 한 마디씩 늘어놨다.

마지막으로.

“드디어 주군께서 속하의 가치를 알아봐 주셨군요.”

선택받은 것이 꽤나 기뻤는지 월영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멤버가 제일 베스트야.’

진혁이 다섯 명의 사원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세 번째 침식인 ‘학교’는 과거 BJ 시절 공략하지 못했던 유적을 재도전하는 것이었다.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걸 공략하려 했을 때 최소 공략 조건을 채우지 못해서 매번 실패만 했다. ‘여성이 넷 이상이 필요하지.’

그것도 굉장히 미모가 빼어나고 다재다능한 인물로만.

당연히 시련의 탑에서 혼자 궁상을 떨고 있던 시절엔 그 벽을 넘지 못했다.

‘뭐. 그게 충족되었다고 해서 만만하게 볼 곳이 아니지만.’

이곳은 상당히 위험하다.

여러 의미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넘쳐났기 때문.

“일단, 다들 옷부터 갈아입으러 가자.’

이곳을 공략하기 위해선 드레스 코드가 필수적이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거리를 지나 도착한 곳은 교복점이었다.

“히익?”

“뭐, 뭐예요. 저건?”

점원을 발견한 테레사와 안드리아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어, 어서 오…세, 세요.’

인사를 하며 손님을 맞이하는 점원.

그런데. 하얗게 분칠한 얼굴에 눈이 없다.

대신 검은색 점액질이 뚝뚝 떨어지는 새카만 이빨만이 있을 뿐이다.

“안녕하세요. 여기 이 친구들 백설(白雪)여고에 전학을 갈 예정이라서 교복을 좀 구매하려고 왔습니다.”

“히익. 히히… 그, 그러시군요. 아주 맛 좋게 생긴・・・ 아니, 예쁘장한 분들이시네요. 저쪽 F열에 가시면 백설여고 교복 코너가 있습니다.” 

점원이 한쪽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진혁 씨.”

“네.”

“저희… 학교에 가는 거예요?”

“음….”

테레사의 말에 진혁이 턱을 긁적였다.

뭐라 설명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이내 적절한 설명이 떠올랐다.

“공포영화나 괴담 같은 거 아십니까?”

“당연히 알죠. 저도 옛날에 그 파라노말 액티비티나 엑소시스트 같은 거 자주 봤었거든요.”

귀신 영화라..

베개 끌어안고 오들오들 떨 타입같이 보였는데.

의외로 그런 건 또 잘 보는 건가.

“지금 가는 학교가 ・・・ 약간 그런 류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겁니다.”

폐교.

온갖 종류의 귀신과 유령 그리고 괴담들이 즐비한 학교는 역사와 세월이 쌓여 하나의 전설이 되었다. 아주 악질적이고 까다로운.

지금부터 우리는 그곳에 가야 한다.

진혁은 꽤나 심하게 고민에 빠졌지만, 정작 나머지 멤버들은 모처럼의 쇼핑에 잔뜩 신이 난 상태였다.

“이 교복 너무 마음에 드는데요?”

테레사가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채 거울 앞에 섰다.

흰색 셔츠와 검은색 치마. 그리고 붉은색 리본이 완벽한 조화를 자아냈다.

“언니는 진짜 뭐든 소화를 잘하시네요.”

“안드리아도 너무 잘 어울리는걸?”

구미호의 귀와 꼬리를 살랑이는 안드리아는 이세계에서 전학을 온 학생 같았다. 동동 떠다니는 여우 구슬로 학교 운동장에서 피구를 하면 딱 좋겠다 싶을 정도다.

“헤헤. 사실. 저도 한 번쯤은 이런 옷을 입어보고 싶었어요.”

정신병동에서는 의복 따위는 사치 중에 사치였다.

그저 하루를 버티는 것에도 급급했었으니까.

“어색하네. 응….

별로일지도.”

프레이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쭈뼛거리면서 연신 치마를 매만지는 모습은 너무나 어색했다.

전투에 특화된 호문쿨루스로서 이런 옷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 라고 프레이 스스로는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 잘 어울리는데?”

진혁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다가왔다.

“진짜…?”

“당연하지. 만약 정말 프레이가 학교에 다녔으면 남자애들한테 인기 엄청 많았겠는데?”

“그럼 다음에 또 입을지도…응.”

프레이가 만족한 듯 종종걸음으로 계산대로 향했다.

물론, 모두가 만족한 건 아니었다.

“주군.”

“응?”

“이것은 주군께서 사시는 세계의 의복 아닙니까?”

“맞아.”

“속하의 얕은 소견으로는・・・ 아니, 저잣거리 시정잡배에게 물어본다 한들, 이건 묘령의 소저가 입는 의복이라 말할 것 같습니다만.” 

“그렇지. 제대로 봤어.”

스릉.

어허. 주군 베고 그러는 거 아니다.

아주 날이 시퍼렇게 서 있네.

진혁이 월영을 피해 빠르게 매장 반대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한편.

“더 작은 옷을 가지고 오거라. 이리 펑퍼짐해서야 짐의 맵시를 살릴 수 없지 않겠느냐!”

엘리스는 잔뜩 성이 난 듯 역정을 내는 중이었다.

“그, 그게・・・ 가장 작은 사이즈입니다.”

점원이 점액질을 뚝뚝 흘리며 답했다.

“뭣이라? 그럼, 짐은 대체 어쩌란 말이냐?”

“손님은・・・ 유, 유아용 맞춤복을 입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동복은 옆 매장에 있긴 한데…” 음.

저 점원.

아무래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 같다.

“튀어야겠죠?”

“빠, 빨리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모두가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를 확신했다.

때문에 최대한 빨리 매장 밖으로 도망쳤다.

동시에.

“죽어어엇!”

엘리스가 교복 매장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

10분 뒤.

우여곡절 끝에 복장을 갖춰입은 진혁과 나머지 멤버들이 백설 여자 고등학교 앞에 도착했다.

참고로 진혁은 학부모 콘셉이라 양복과 안경을 낀 것으로 대체했다.

“누구…시죠?”

입구에 있던 경비가 다가왔다.

한쪽 팔이 없고. 머리도 반이 날아가버린 모습.

일종의 좀비였다.

하지만 펜다리엘이 부리던 좀비와 같은 수준으로 착각해선 곤란하다.

경비에게는 이 유적에 한정해 엄청난 위력을 가진 아이템이 있었으니까. 진혁이 옆구리에 찬 손전등과 목에 걸린 호루라기를 바라봤다.

무시하고 무단침입을 하려고 했다가 7번.

제압하려 했다가 죽은 게 11번이다.

‘대신 폐교의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하면 문제없지.’

그걸 위해서 일부러 교복까지 사오지 않았던가.

수많은 시도 끝에 공략법 또한 50% 정도는 완성시켜 두었다.

“아, 저는 여기 있는 애들 오빠 되는 사람입니다. 동생들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전학을 오게 되어서요.”

“오! 그러시군요. 하하. 한동안 전학생이 없었는데, 이거 교장 선생님께서 아주 좋아하시겠습니다. 안 그래도 고민이 많으셨거든요.’

“고민이라고요?”

“그 왜, 요즘 저출산이 심하지 않습니까? 교육청에서 예산을 줄이느니 뭐니. 경비들 복지도 대폭 삭감한다고 하고. 아주 죽을 맛이었습니다.” 

귀신이랑 악령들도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덜컹!

경비가 학교 정문을 열었다.

“근데, 오빠분이라 하셨는데, 친 오빠분이 맞으신 거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동생들입니다. 헌데, 그건 왜 물으시는 거죠?”

“하하. 아니, 뭐랄까. 머리 색도 그렇고 좀 특이하긴 해서 말입니다.”

은발에 적안을 가진 엘리스. 금발의 테레사.

안드리아와 프레이까지 전부 자매라고 하기엔 모습이 많이 달랐다.

상당히 합리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이었지만, 그건 오히려 진혁이 바라던 바였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집안이 콩가루다. 뭐 이런 겁니까?”

진혁의 표정이 180도 바뀌었다.

목소리 역시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아, 아니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가뜩이나 그런 편견 때문에 전학을 오게 된 건데. 이 학교도 다를 바 없군요.”

진혁이 손가락을 튕기며 신호를 주었다.

“흑흑.”

“오빠….”

“괜찮아. 그치만 우리 잘못인걸.’

사전에 교육을 받은 멤버들이 손수건을 꺼냈다.

“아무래도 교육청에 이 일을 알려야 할 것 같네요. 매스컴에도 쫙 뿌리고.”

일종의 진상 학부형 모드.

컨셉에 충실한 지박령에게 있어 이 협박은 고유성창을 갖다 박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

역시나.

“교, 교육청? 메스컴? 죄송합니다! 제발, 제발 그것만큼은 봐주십시오.”

경비가 화들짝 놀라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크흠!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한 번은 넘어가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만, 기분이 좀 상한 탓에 여기서부터는 저희끼리 가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대신, 그 손전등이랑 호루라기만 좀 넘겨주시죠. 또 경비아저씨 같은 차별주의자를 피하려면 그런 거라도 있어야 할 것 같거든요.”

“하지만 이건….”

“어디보자. 교육청 번호가 02-에…”

“여기! 여기 있습니다!”

경비가 황급히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건네줬다.

[호루라기(AA):1회에 한해서 AA급 이하의 악귀와 귀신들의 능력을 봉인할 수 있습니다.(제한 시간 10초)]

[손전등(A)] : 빛에 닿는 존재의 피부를 불태웁니다. (물리방어력과 마법방어력 무시, 현재 건전지 충전율은 85%입니다.)

이제야 좀 할만해졌다.

***

같은 시각.

고구마와 나머지 소환수들이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갔다.

“정령특전대 등 to the 장!”

“뭐가 됐든 간에 대장이랑 같이하면 식은 죽 먹기지!”

정령수들이 고구마의 어깨를 주무르고 부채질했다.

운디네는 상큼한 탄산수 위에 얼음까지 동동 띄워서 건넸다.

“모기!”

선글라스를 낀 고구마가 다리를 꼰 채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고귀한 이 몸까지 있다.”

“미욧!”

말랑흑두루미와 후라이드 역시 최강의 전력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소수정예지만, 거대세력의 군단급 병력을 뛰어넘은 전력이다.

바로 그때.

띠링!

모두의 앞에 상태창이 점멸했다.

[‘인간이 없는 세계’에 입장하셨습니다!]

[목표: 침식을 막기 위해선 자아가 분열되기 전의 ‘에테리온’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최강의 공허룡.

“모기?”

“응?”

고구마와 나머지 멤버들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좆된 것 같은데?”

위스프가 담담하게 현실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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