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1권 – 18화 : 위기 초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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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1권 – 18화 : 위기 초래(3)


위기 초래(3)

“초 대인, 갑자기 납품을 할 수 없다니. 이게 무슨 소립니까? 분명 지난번에 무명천 백필을 갖다 주기로 약조를 하지 않았습니까.”

“미안하게 됐네. 상행 도중에 도적들을 만나 는 바람에 물건들을 모두 털리고 말았네. 계약 금은 내 세 배로 물어줌세.”

“정말 도적을 만난 게 맞습니까?”

설무백이 차가운 눈빛으로 초공당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도적을 맞았다는 상인이 벌써 열 번째다. 그로선 의심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크흠, 자네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네만, 섭 섭하군. 십 년을 함께해 온 우정을 의심하다니.”

초공당이 불쾌하다는 듯 날카로운 기침을 내뱉었다.

그는 설가 포목점에 십 년째 무명을 납품하고 있었다. 다른 포목점에 비해 단가도 높고, 상인 답지 않게 담백한 설무백의 성품이 맘에 들어서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한 것 같습니다.”

설무백은 초공당의 눈빛이 전에 왔던 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곧바로 실수를 인정했다

이에 초공당도 노기를 가라앉히고 자세한 사정을 물었다.

“거래처가 얼마나 끊긴 건가?”

“초 대인의 상단이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음…………. 이거 아무래도 대원 포목점에서 작정하고 일을 벌인 것 같군. 사실 이곳으로 물건 을 가져오기 전에 대원 포목점의 모대강이 날 찾아왔었네. 그리고 값을 두 배로 치를 테니 자 네에게 돌아갈 물량을 넘기라고 하더군. 일언 지하에 거절했더니 오늘의 이 사달이 벌어진 걸세.”

“대체 그들이 왜?”

“그야 뻔하지 않은가. 원래 가진 자들이 더 많 은 걸 갖고자 하는 법일세. 그런데 수중에 쥐고 있는 것도 빼앗기게 생겼는데 그들이 가만히 있겠나.”

설무백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누군가의 의도적인 움직임이라는 건 어느 정 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 상대가 설마 대원 포 목점일 줄이야.

“그들과 맞서서 싸울 수 있을까요?”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들과 정면으 로 맞서는 건 바보 같은 짓이네. 이쪽 바닥의 생 리야 자네도 잘 알지 않나.”

“하면, 이대로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한단 말입니까!”

설무백은 울화가 치밀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십수년 넘게 포목점을 운 영해 오면서 이번과 같이 억울한 경우는 처음 이었다.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정당하게 경쟁을 해서 이겼을 뿐인데 설마 이런 치졸한 방법으 로 보복을 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자네, 나를 믿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초공당이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설무백이 그와 눈을 마주했다.

“자네의 마음만 확고하다면 우리가 그 싸움 돕겠네.”

“우리라면?”

“나와 뜻을 함께하는 중소 상단을 이름이네. 각각의 힘은 약하지만 하나로 뭉쳤을 때의 힘은 대원 포목점을 능가하지.”

초공당이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그분들을 설득하실 수 있겠습니까?”

“쉽지는 않겠지만 내 최선을 다해 보겠네. 다 행히 상단주들 대부분이 뒷배를 믿고 시장에서 전횡을 일삼는 대원 포목점에 불만이 많으니이 안건에 대해서 충분히 긍정적인 반응을 이 끌어 낼 수 있을 걸세.”

“이 싸움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걸 두려워했다면 진즉에 이 바닥을 떴 을 것이네. 이제 자네의 마음을 말해 보게. 싸 울 것인가? 아니면 그들에게 고개를 조아릴 것 인가?”

초공당이 두 개의 선택지를 내밀었다.

두 개의 선택지 모두 일장일단이 확실했다. 그래서 고르기가 더 힘들었다.

‘그들에게 일단 한번 고개를 숙이면 이후로도 계속 끌려 다닐 수밖에 없어. 위험을 감수하고 라도 이 싸움, 피해선 안 된다. 내 뒤를 이을지 도 모를 우진이를 위해서라도.’

긴 고민 끝에 설무백은 싸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에 초공당은 입가에 가는 미소를 그리며 그 의 결정을 환영했다.

“이틀 뒤, 진하루에서 단주 회합이 있을 예정 이네. 자네 자리도 마련해 놓을 테니 꼭 참석하게.”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지요.”

두 사람은 이틀 뒤를 기약하며 헤어졌다.


“옷을 주문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완성이 안 됐다는 거예요? 바로 내일이 화무연인데.” 

“죄송합니다, 손님.”

“죄송하다면 다예요! 이런 식으로 장사할 거 면 당장에 때려치워요. 자수가 예뻐서 일부러 먼 곳까지 찾아와서 주문을 한 건데.” 

설가 포목점의 입구.

손님 접대를 책임지고 있는 점원, 장씨가 연 신 고개를 조아리며 씩씩대는 손님을 달래고 있었다.

상대는 고급스러운 화복을 갖춰 입은 젊은 여인 이었다.

무가 출신인지, 허리에는 삼척장검이 걸려 있었다.

“손님, 미리 치르신 옷값은 두 배로 변상하겠습니다.”

“지금 내가 돈 때문에 이러는 것 같아요!”

여인이 도끼눈을 뜨고 장씨를 노려봤다.

그 서슬 퍼런 기세에 장씨는 오금이 저린 나머지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바로 그때.

학관에서 돌아오던 설우진이 장씨를 발견하 고 한달음에 뛰어왔다. 설우진을 본 장씨는 황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 도련님, 아무 일도 아니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아무 일도 아니긴요. 저기 예쁜 누나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노려보고 있잖아요.”

설우진이 여자 손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 집 아들인가? 나이는 어려 보이는데, 보는 안목이 제법이잖아.’

모용설은 설우진의 예쁘다는 한마디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녀는 이틀 뒤 열리는 화무연을 위해 설가 포목점에 옷을 주문했다.

화무연은 무림의 꽃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성 과 미모를 뽐내는 만남의 장이었다. 하지만 그 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상 화무연의 진짜 목적은 서열 가르기였다.

아름다운 꽃들은 자존심이 강했다.

그래서 누가 자신의 위에 서는 걸 용납지 못했다.

이에 그들은 화무연이라는 무대를 만들었다.

“예쁜 누나, 문제가 뭐예요?”

“왜? 말해 주면 네가 해결해 주려고?”

“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책임지고 해결해 줄게요.”

‘자식, 말도 예쁘게 하네.’

“됐어,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이건 네가 할수 있는 일이 아니야.”

모용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옷을 짓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바로 그 옷에 아름다움을 안겨 출 자수였다.

그녀도 무인이기 이전에 여인인지라 어릴 때 부터 자수를 배웠다. 손재주도 나쁜 편이 아니 었기에 여러 번 칭찬도 들었다. 하지만, 검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는 자수는 꿈도 꾸지 못 했다. 무공과 병행하기에는 자수가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아저씨, 뭐가 문제예요?”

모용설이 얘기를 해 주지 않자, 설우진은 점원인 장씨에게 직접 물었다. 장씨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일간의 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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