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3권 – 3화 : 해결사 (3)

랜덤 이미지

낭왕전생 3권 – 3화 : 해결사 (3)


해결사 (3)

“자, 잠깐. 그들이 어찌 됐다고?” 

“모두 심한 부상을 입어 의원으로 옮겼습니다.”

“대체 누구한테 당했다는 게냐? 비 록 방계 출신이지만 신독단에 속해 있을 정도로 용독술과 암기술에 능 한 자들인데.”

당세기의 방 안에서 큰 소리가 새 어 나왔다.

그의 맞은편에는 유난히 체구가 작 은 소년이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는데 그는 당세기가 연락책으로 심어뒀던 서천회의 나불진이었다.

“그게 확실하진 않은데………… 아무래도 설우진 같습니다.”

“확실하지 않다니?”

“제가 소란을 접하고 달려갔을 땐 이미 싸움이 끝나 있었습니다. 들킬 것이 염려돼 최대한 몸을 숨기고 얼 굴을 살폈는데 설우진과 그 생김새 가 거의 흡사했습니다.”

“네놈이 잘못 본 것 아니냐? 놈이 아무리 뛰어난 재주를 지녔어도 결 국엔 일개 관도에 불과하다. 한데 놈에게 신독단의 둘이 당하다니 있 을 수 없는 일이다.”

신독단은 당가를 대표하는 다섯 개의 무력대 중 하나였다. 서열상으로 는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지만 그들 이 지닌 용독과 암기술은 타 무력 부대와는 차별화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놈을 불러서 직접 확인을 해 볼 것이다. 너는 즉시 놈의 집으로 가 서 내가 보잔다고 전해라.”

“괜찮으시겠습니까?”

나불진이 우려 섞인 말투로 슬며시 반대의 뜻을 비쳤다. 물론 그 안에 는 자신도 당가의 무사 꼴이 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내재돼 있었다. 

“닥쳐라! 내가 그깟 상가의 아들놈 따위를 두려워할 것 같으냐?”

당세기가 불같이 화를 냈다.

‘휴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남 천회나 드는 건데. 무슨 영화를 보 겠다고 서천회에 들어서는. 이래서 사람은 줄을 잘 서야 한다니까.’

나불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방을 나섰다.

그는 설우진과 같은 시기에 들어온 일 년 차 동기였다. 그의 사문은 준 마보로 사파 계열에 속했다. 하지만 그는 남천회 대신 서천회를 선택했 다. 조인창처럼 협사를 꿈꿔서? 아 니었다. 그가 서천회를 선택한 이유 는 단 하나였다. 바로 인정을 받기 위함이었다.

준마보는 준마駿馬라는 그 이름에 서 알 수 있듯 일반적인 무공보다는 경공술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들은 한 줌의 진기로 수리를 내달릴 수 있을 정도로 빠른 발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사파의 그 어 느 세력도 준마보를 사파의 일원으 로 인정하지 않았다. 빠른 발에 무 력이 뒷받침되지 못해서다.

방을 나선 나불진은 사문의 비전인 무풍신영을 전개했다. 그의 신형은 한 마리의 준마처럼 빠르게 시야에 서 사라져 갔다.


“진랑, 갈 거야?”

이불 밖으로 살짝 몸을 드러낸 자 스민이 설우진의 가슴을 가볍게 매 만졌다.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그의 가슴은 매끈하면서도 탄력이 넘쳤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설우진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으로 자스민을 쳐다봤다.

“설마 아직 모르고 있는 거야? 천 하제일 비무대회, 쌍룡무회가 사흘 뒤에 이곳 서안에서 개최되잖아.” “아, 그 쌍룡무회.”

설우진은 어색한 표정으로 알은 척을 했다.

하지만 그는 사실 쌍룡무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저 풍문으로 들 은 게 전부였다.

그도 그럴 게, 전생에는 쌍룡무회 에 관심을 가질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못했다. 특히 이맘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의뢰를 뛰던 시기라 딴 데 눈을 돌릴 틈이 없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쌍룡무회를 눈앞에서 볼 수 있게 되는 건가?’ 

설우진의 얼굴에 기대감이 번졌다. 쌍룡무회는 강호인들이 저마다의 절기를 뽐내는 자리로, 우승자에게 는 무천제라는 칭호와 더불어 한 자 루의 신병이기가 부상으로 주어졌 다.

명예와 실리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손에 쥘 수 있는 기회이기에 쌍룡무 회가 열리는 시기가 되면 전국의 강 자들이 한곳으로 모이곤 했다. 

“우리도 참가가 가능할까?”

“고수들이 참가하는 명인전은 힘들 겠지만 후기지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인전은 가능할걸. 근데, 설마 나가 려고?”

자스민이 큰 눈을 치켜뜨며 걱정스 러운 어조로 물었다.

“왜, 나갔다가 망신이라도 당할까 봐 걱정돼?”

설우진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 며 이불 속에 감춰진 그녀의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아흑, 그런 게 아니라 간혹 크게 다치는 사람도 나온다니까 걱정이 돼서.”

그녀가 달뜬 신음을 토해 내며 몸을 배배 꼬았다.

두 사람은 황룡승무연 이후에 자연스럽게 침상을 함께 쓰는 사이가 됐 다.

물론, 거창하게 미래를 약속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사람의 마음이란 언제든 변할 수 있기에.

“후훗, 걱정 마. 명인전이라면 모를 까 신인전은 관심 밖이니까.”

그냥 해본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 다.

지금 그는 이미 신인의 수준을 훌 쩍 뛰어넘었다. 낭왕 시절에 유일하 게 부족했던 내공은 벽뢰진천으로 채워졌고 전생에 익혔던 야수감각도 에 강철무의라는 특출한 외공까지 더해졌다. 아직 설익은 부분이 없잖 아 있지만 그것들을 감안한다 하더 라도 또래에서는 적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보다 몸이 좀체 식질 않는 것 같은데 우리 한 번 더 갈까?”

설우진이 뜨거운 눈길로 그녀를 바 라보며 자연스럽게 손을 아래쪽으로 가져갔다. 자스민은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그의 손끝에 몸을 맡겼다. 다시 한 번 방 안에 뜨거운 열풍 이 몰아치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 창밖 너머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가 어 지간히 좋은 사람이 아니고선 들을 수 없는 아주 작은 소리였다.

그런데 그 귀 좋은 이가 눈앞에 있었다.

설우진은 막 힘을 쓰려 한껏 허리 를 곧추세웠다가 그 소리를 듣고는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며 자스민의 수혈을 짚었다.

“어이, 쥐새끼처럼 숨어 보지 말고 당당하게 앞으로 기어 나오지. 목덜 미 잡아서 끌어내기 전에.”

설우진이 옷을 걸치고 창가 쪽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잠시 후 나불진이 쭈뼛거리며 고개 를 내밀었다. 많이 흥분했는지 얼굴 이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이, 일부러 훔쳐보려고 한 건 아 니었어. 말을 전하러 왔다가 때를 놓치는 바람에.”

“구차한 변명은 됐고, 누구 말을 전하러 온 거야?”

“서천회주님.”

“니미, 나이도 어린놈한테 회주님 은 무슨. 할 말이 있으면 그 자식보 고 직접 오라고 그래. 보다시피 아 직할 일이 많이 남았거든.”

설우진이 침상에 누워 있는 자스민 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아슬아슬하게 드러난 그녀의 몸을 보면서 나불진은 알 수 없는 패배감 에 휩싸였다.

“더 할 말 없지? 그럼 조용히 창 문 닫고 가. 그리고 동기로서 충고 하는데 당가 놈한테 거창한 걸 기대하진 마. 여기선 잔뜩 어깨에 힘주고 다니지만 그 자식도 당가 전체를 놓고 보면 보잘것없으니까.”

설우진이 나불진에게 현실적인 충 고를 건넸다.

그는 여러 차례 황룡삼천과 직간접 적으로 부딪치면서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그건 황룡삼천의 회주들이 가짜라 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짜는 사람이 바뀌 었다는 게 아니라 소문만큼 뛰어난 인재가 아니라는 의미다.

설우진은 황룡 학관에 처음 들어와 세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 작 은 의구심을 품었다. 그 의구심은 자신의 기억 속에 세 사람의 이름이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

처음엔 그저 기억이 희미해서라고 생각했다.

한데 세 사람을 차례차례 겪어 보 면서 확신이 들었다. 그들이 진짜 뛰어나서 회주 자리에 있는 게 아니 라 도구로서 이용당하는 것뿐이라고.

설우진의 충고를 듣고 느끼는 게 많았는지 나불진은 곧장 당세기를 찾아가 설우진의 말을 그대로 전했 다. 당연히 당세기는 노발대발했다. 그 모습에 나불진은 미련 없이 회 를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고 다 음 날, 설우진을 찾아왔다.

“그러니까, 널 받아 달라고?”

“응. 네 말을 듣고 서천회에서 무 작정 뛰쳐나왔거든.”

“내가 뭐라고 널 받아 줘? 당세기처럼 사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너 사조직 있잖아.”

“그게 뭔 헛소리야?”

“철사자회. 숫자는 적지만 소수 정 예로 뛰어난 결속력을 자랑하는 조 직이라고 알려져 있던데.”

나불진의 말에 설우진은 황당하다 는 반응을 금치 못했다.

철사자회라는 이름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한데 자신이 철사 자회를 이끄는 회주로 알려져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너희들 철사자회 알아?”

설우진이 남궁벽과 조인창을 쳐다보며 물었다.

남궁벽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두 어 깨를 으쓱거렸고 조인창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 이름 나 때문에 생긴 것 같아.”

“너, 또 내 이름 팔고 다닌 거야?” 

설우진이 사납게 눈을 치켜떴다. 예전에 조인창이 신하촌에 대민 봉 사를 가자며 제멋대로 이름을 올렸 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오, 오해야, 네 이름을 판 게 아 니라 지난번에 신구회에서 날 대상으로 기사를 쓰고 싶다고 해서 몇마디 답을 해 줬던 게 이상하게 소 문이 퍼진 것 같아.”

조인창은 철사자회가 생기게 된 배 경을 구구절절 설명했다. 물론 그 와중에 자신의 의도는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는 걸 수차례 강조했다. 

“결국 신구회가 문제라는 거네?” 

“결론적으로 보면 그렇지. 근데 그 쪽도 나쁜 의도로 기사를 쓴 건 아니라서…………….”

“어찌 됐든 그 자식들 때문에 쓸데 없는 오해를 사게 생겼잖아.”

“이왕 오해를 산 김에 제대로 철사자회를 만들어 보는 건 어때?”

조인창이 은근슬쩍 설우진의 맘을 떠봤다. 하지만 설우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