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4권 – 12화 : 사제 화해 (1)

랜덤 이미지

낭왕전생 4권 – 12화 : 사제 화해 (1)


사제 화해 (1)

“설우진!”

주가장으로 향하던 설우진의 등 뒤 로 악에 받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검은 형체가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고 있었다. 

‘저건 뭐 하는 물건이야?’

설우진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달 려드는 검은 형체를 옆으로 흘려보 냈다.

그런데 흘렸다 생각한 순간, 매서 운 바람과 함께 검은 형체에서 길쭉한 물건이 날아들었다.

굳은살이 촘촘히 박힌 주먹이었다. 설우진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옆으 로 돌렸고 간발의 차이로 주먹이 뺨 을 스치고 지나갔다.

“너 이 새끼, 뭐야?”

열 받은 설우진이 어깨를 거칠게 잡아챘다. 그러고 몸을 빙글 돌려 바닥에 냅다 꽂았다.

설우진은 얼굴을 확인하려 머리칼 을 쥐어 올렸다. 그런데 낯익은 얼 굴이 눈앞에 있었다. 괴한의 정체는 놀랍게도 막동이였다.

‘이 녀석이 왜 날 공격한 거지? 어두워서 사람을 착각한 건가?’

설우진은 의아한 표정으로 막동이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더 열이 받았는지 막동 이는 악에 받친 얼굴로 그간에 일을 털어놨다.

“야, 이 사기꾼아, 삼 년만 고생하 면 된다며! 근데 삼 년이 지났는데 도 아직 저 지옥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고 있어. 사부라는 인간은 수련이 란 명목으로 매일같이 두들겨 패기 나 하고, 착한 줄 알았던 장주는 나 면 보면 술타령만 해댄다고.”

‘쯧쯧, 그 인간들이 어지간히 괴롭 힌 모양이군. 그 착한 순둥이가 일 년 새에 이리 악바리로 변하다니.’ 

설우진은 막동이를 보면서 전생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도 팽천호에게 납치되기 전까지만 해도 싸움이라곤 모르는 순진하 고 착한 아이였다.

한데 팽천호에게 감각도를 전수받 으면서 그의 성정은 자신도 모르는 새 거칠게 변했다. 강압적으로 수련 하다 보니 악만 남게 된 것이다. 

“인마, 속상한 마음은 알겠는데, 그 렇다고 오랜만에 돌아온 형한테 주 먹질은 결례지.”

“누, 누가 형이야? 나만 혼자 버려 두고 떠났으면서!”

막동이는 속상한 마음을 그대로 드 러냈다. 버림을 받았다고 느낀 모양이다.

“그건 미안하게 됐다.”

설우진은 담담하게 사과했다. 하지만 막동이의 화는 쉬이 풀리지 않았 다.

“됐어, 어차피 피를 나눈 형제 사 이도 아닌데. 두 사람 보러 온 거면 빨리 보고 돌아가. 함께 있기 거북 하니까.”

막동이는 설우진의 손길을 뿌리치 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식, 제대로 토라졌는데, 이거 어 떡한다?”

설우진은 반대편으로 향하는 막동 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 졌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설우진은 당사자들에게 답을 찾기로 했다.


“그 녀석한테 너무 심한 거 아니 야?”

“심하긴 뭐가 심해, 제 놈의 재능 이 부족해서 그런 것을. 감각도의 끝을 보려면 지금보다 배는 더 굴려 야 돼.”

“그러다 안 배우겠다고 뛰쳐나가면?”

“흥, 놈의 신발에 천 리 추종향을 묻혀 놨는데, 어디로 도망치겠어. 도 망쳐도 잡아 오면 그만이야.”

팽천호와 주천기는 여느 때처럼 식 사와 함께 가벼운 반주를 기울이고 있었다. 오늘 두 사람의 안줏거리는 최근 부쩍 반항이 심해진 막동이였 다.

사실 막동이의 재능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객관적인 기 준에선 나은 축에 속했다. 그런데 문제는 팽천호의 눈높이가 설우진에 게 맞춰져 있다는 데에 있었다.

설우진은 감각도를 배운 지 불과 삼 년 만에 감각도의 무리를 완전히 깨쳤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 온 팽천호로서는 눈이 한없이 높아 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게 마련이야. 그건 사제지간이라고 예외가 아니 지. 솔직히 막동이 그 녀석이나 되 니까 자네의 그 학대에 가까운 수련을 견뎠지, 다른 놈들 같았으면 진즉에 도망쳐 버렸을걸?”

“……”

“내일부터라도 좀 살살 해. 그리고 못 한다고 윽박지르기보단 조금만 더 노력해 보라고 옆에서 격려를 해 줘.”

주천기는 친구인 팽천호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음의 여유였다. 가슴에 쌓인 한 때문인지 몰라도 팽천호는 언제나 조급했다. 그러다 보니 옆의 사람만 죽어났다. 막동이 의 성격이 극단적으로 변한 것도 그 영향이 컸다.

“주 사부님도 그런 말할 입장이 아니실 텐데요.”

“가만, 이 목소리는………?”

주천기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 다. 그곳에는 일 년 만에 보는 반가 운 얼굴이 서 있었다.

“우진아!”

주천기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설 우진에게 달려왔다, 마치 군대에 보 낸 아들이 돌아온 것처럼 반기며. “언제 돌아온 게냐?”

“오늘 막 도착했어요. 부모님 먼저 뵙고 두 분을 뵈려 했는데, 길이 엇 갈려서 좀 늦어졌어요.”

“잘 왔다. 학관 생활은 할 만하냐? 애들이 촌에서 올라왔다고 무시하지 는 않고?”

‘이 양반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무한이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 중 하 난데.’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