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4권 – 27화 : 반전 경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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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4권 – 27화 : 반전 경연 (4)


반전 경연 (4)

연검은 거친 파랑을 일으키며 수문 위사의 시야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수문위사는 그 정도 공격은 가볍게 받아 낼 수 있다는 듯 짓쳐 드는 검로 한복판으로 창대를 갖다 댔다.

사사삭.

연검이 창대를 헤집고 지나갔다. 그 날카로운 예기에 나무로 만들어 진 창대는 단일 수도 버티지 못했 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수 문위사는 황급히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분노한 설예군의 검은 그를 그냥 놔주지 않았다.

“크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수문위사의 오 른쪽 귀가 시원하게 떨어져 나갔다. 

“내 말을 듣고도 한 귀로 흘린 벌 이다.”

설예군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수문 위사를 싸늘한 표정으로 일별하고는 곧장 자혜 공주의 처소인 백화전으 로 향했다.


“저 녀석인가?”

어두운 밤하늘 아래. 한 쌍의 눈동자가 날카로운 빛을 발했다. 그 시 선이 향한 곳에는 조인창이 맹렬한 기세로 검을 휘둘러 대고 있었다. 조인창은 집으로 돌아온 이후 단 하루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설우진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고 싶 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마음만 앞서 서인지 검 끝의 움직임이 투박했다.

“팔에 너무 힘이 들어갔다. 쾌검이 란 본시 팔에 들어가는 힘이 적을수 록 그 예리함이 더해지는 법이다.” 

“누, 누구냐?”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조 인창이 검을 곧추세우며 사위를 둘 러봤다. 그런데 아무리 눈에 힘을 줘도 보이는 건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겁먹을 것 없다, 널 해치려고 찾 아온 것이 아니니.”

“그 말이 사실이라면 당당히 얼굴 을 보여라.”

조인창은 애써 용기 내 소리쳤다. 간 큰 설우진과 함께 지낸 덕인지 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행동을 자 연스럽게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나 왔다. 그리고 만월 아래 낯익은 얼 굴이 비쳤다. 흑성 진추성, 바로 그 였다.

“얼굴을 보였으니 이제 물어도 될 까?”

진추성의 입가에 가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에 조인창의 경계심은 한결 누그러졌다.

“혹시 지난번에 황하가 범람했을 때 신하촌이란 마을에 방문한 적이 있나?”

“……그건 왜?”

“실은 내 형님이 그곳에 살고 계셨 거든. 한데 이번에 방문해 보니 마 을이 완전히 사라졌더라고. 혹시나 그 일에 대해서 아는 게 있을까 싶 어서 찾아왔다.”

“저도 자세한 사정은 몰라요. 저희 들이 마을을 떠나올 때만 해도 다들 멀쩡히 살아 계셨거든요.”

“저희들이라면 일행이 있었던 모양 이지?”

“네. 친구가 한 명 동행했어요.”

조인창은 신하촌에서 있었던 일들 을 소상히 털어놨다. 숨길 일도 아 니고 진성이 불순한 의도로 접근 한 것이 아니란 생각에서였다. 

“그 친구는 언제쯤 돌아왔지?”

“제가 기억하기론 아마 나흘 뒤였 을 거예요.”

‘혈옥불이 사라진 시점하고 일치하 는군. 그렇다면 남은 건 녀석의 정 체를 알아내는 것뿐.’

“그 친구는 지금 어디 있지?”

“고향인 무한으로 내려갔어요. 우 진이를 만나고 싶으면 설가장으로 찾아가세요.”

조인창은 친절하게 설우진의 집까지 알려 줬다.

‘드디어 녀석의 실체에 접근하는 군. 과연 놈이 본회의 일을 망친 장 본인일까?’

진추성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대담한 일을 벌였다고 믿기기 에는 설우진의 나이가 너무 어렸기 때문이다.

“고맙다. 이건 친절히 답해 준 것 에 대한 내 작은 성의다.”

진추성은 무한으로 떠나기 전 조인창에게 선보였다.

풍마의 비전인 마풍검류를 바람의 결을 따라 휘두르는 검. 바 람을 거스르지 않기에 그 검은 한점의 군더더기 없이 앞으로 나아갔 다.

쉬익.

조인창의 눈앞으로 바람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 바람의 끝에는 진추성의 검이 자리하고 있었다.

“쾌검의 진가는 바람을 거스르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빠르게 휘두르 려 억지로 힘을 주지 말고 내 주변 에 흐르는 바람의 결을 읽어 내라. 그리하면 누구보다 빠르게 검을 내 뻗을 수 있을 것이다.” 

말소리가 서서히 멀어져 갔다. 조인창은 밤 손님이 안겨다 준 가르침을 잊지 않기 위해 바람을 따라 검을 휘둘렀다.

짧은 배움에도 불구하고 검의 움직임은 전과 비할 데 없이 간결하고 빨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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