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5권 – 2화 : 격동 강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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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5권 – 2화 : 격동 강호 (2)


격동 강호 (2)

“조치라면?”

“무력단 파견. 맹의 인사들이 머리 가 있는 인간들이라면 기선 제압을 위해서라도 최고의 무력대를 보내올거야.”

“그럼, 검호대?”

조인창이 검호대를 언급했다.

검호대는 쌍룡맹을 대표하는 오대무력대 중 하나로 절정급 이상의 검 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숫자는 일백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함께 펼쳐 내는 검진은 화경 의 고수마저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뽐냈다.

‘검호대가 온다면 좋겠지만 아무래 도 창우대가 올 가능성이 높겠지, 지금 그놈들 눈엔 마천이 우스워 보 일 테니.’

창우대는 오대 무력대 안에서 검호 대와 상반되는 기질을 지닌 세력이 었다.

검호대가 소수의 강자들로 이루어 져 있다면 창우대는 고만고만한 수 준의 무인들이 다수 뭉쳐 있었다. 세간에 알려진 창우대의 인원은 일 천 명. 나머지 오대 무력대의 인원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애들은 어때?”

설우진이 철사자회의 안부를 물었다.

“아직까지 별다른 동요는 없어. 벽 이를 비롯한 다른 녀석들도 여전히 수련에 매진 중이야. 아무래도 마천 의 발호가 자극이 됐던 모양이야.” 

“하긴, 약해 빠진 녀석들이니 수련 이라도 열심히 해야지. 그런데 넌 왜 여기 있는 거야?”

“아, 그게 자스민에 대한 소문을 들은 게 있어서 너한테 알려 주려 고.”

“소문이라니, 자스민한테 무슨 문 제라도 생긴 거야?”

설우진이 반사적으로 조인창의 어깨를 틀어잡았다. 개관 전에 도착할 줄 알았던 자스민은 나흘째 소식이 없었다.

처음엔 먼 길이라 단순히 시일이 지체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데 지금은 아무래도 무슨 일이 터진 듯싶었다.

“크, 크윽, 그게…… 누란국에 변란 이 일어났대.”

“설마 반역이라도 터졌다는 거야?” 

“으응. 획이 말로는 그렇대. 다행히 진압은 됐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꽤 큰 피해가 있었나 봐.”

“설마 자스민이 다친 건 아니겠 지?”

“왕을 제외하고는 다들 무사하다고 했으니 자스민도 별일 없을 거야. 다만 후계 문제가 남아 있어서 이곳 으로 돌아오려면 꽤 시일이 소요될거야.”

‘가만, 자스민에게는 남자 형제가 없고 자매들만 있다고 들은 것 같은 데. 설마 그 지저분한 싸움에 끼게 된 건가?”

왕의 급사로 벌어지는 후계 다툼. 어느 왕조에서나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었다.

설우진은 그녀의 안위가 걱정됐지 만 일단은 차분히 기다려 보기로 했 다.

당장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 기도 하거니와 마천이라는 위험한 적을 상대하는 일이 더 급했기 때문 이다.


“대주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 까? 몸이 근질거려 죽겠습니다.” 

넓다른 대청 안. 웃는 얼굴이 개성 적인 청년이 손에 쥐고 있는 검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며 푸념하듯 말 했다.

“백풍, 위에서 천주님의 명이 떨어 지면 싸우기 싫어도 지겹게 싸울 테 니 조금만 더 기다려라.”

“그럼 다음 목표만이라도 알려 주십시오.”

“우린 황룡 학관으로 간다.”

순간 마백풍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나온 것이다.

“저희가 왜 거길 갑니까, 덜 여문 애새끼들만 득실거리는 곳인데?”

“천주님께서 이번에야말로 과거와 같은 실수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 도록 놈들의 뿌리를 완벽히 뽑아내 라고 하셨다.”

“얼마나 가는 겁니까?”

“강 부대주에게 이 대와 삼대를 맡겨 두고 일 대만 움직일 것이다.” 

“애송이들 상대하는 데 굳이 일 대 가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까? 예비대 성격이 짙은 삼 대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요?”

마백풍은 납득이 가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황룡 학관을 얕보지 마라. 관도들 은 덜 여물었을지 몰라도 그들을 가 르치는 학사들은 우리와 전쟁을 치 렀던 이들이다. 무엇보다 황룡 학관 안에는 역천회의 적성이 도사리고 있다.”

“전장의 붉은 호랑이?”

“그래. 네가 입버릇처럼 붙고 싶다 고 지껄이는 녀석이지.”

마백풍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거야말로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네요. 이번 싸움도 전처럼 제가 앞 장서겠습니다.”

“적성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게냐?”

“싸움이란 건 붙어 보지 않고는 결 과를 알 수 없는 법입니다. 그자가 저보다 고수라는 건 인정하지만 목 숨을 건 싸움에서만큼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후훗, 그래. 어디 한번 내가 보는 앞에서 적성을 고꾸라뜨려 봐라.” 

육지환은 제자나 다름없는 마백풍 의 선전을 기원했다.


“일단 창우대를 파견하시지요. 그 들만으로도 충분히 마천을 억제할 수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마천이 서역으로 쫓겨 난 지 겨우 십수 년이 흘렀습니다. 아무리 그 안에 전력을 보강했다 한들 전과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 창우대도 과하다고 봅니다.” 

마천의 발호가 전해지고 쌍룡맹은 연일 회의를 거듭했다. 하지만 별다 른 위기감은 전해지지 않았다. 한껏 팽창되어 있는 쌍룡맹의 힘이라면 마천의 무리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 으리라 여긴 것이다.

‘허허, 다들 권력의 맛에 취해 과 거를 까맣게 잊었나 보군. 구파와 수호 가문의 희생이 없었다면 이 강 호는 이미 그들의 것이 되었을진 ……..’

황유하는 참담한 표정으로 난상 토론을 벌이는 간부들을 바라봤다.

그가 겪었던 마천은 스스로가 무력하다 싶을 정도로 소름 끼치게 강했 다. 한데 저들은 마천의 힘을 너무 얕보고 있었다. 이런 상태로 마천과 전쟁을 벌인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 듯 뻔했다.

바로 그때 그와 뜻을 함께하는 제 갈명이 과열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며 의견을 냈다.

“섬서는 중원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봅니다. 마천의 힘이 전보다는 못하다고 하나, 그 방비를 가벼이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해서 창우 대와 더불어 십대 장로 중 한 명을 보낼까 합니다.”

“굳이 우리까지 움직일 필요가 있 겠소?”

십대 장로 중 하나인 북리철이 노 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창우대주는 마천 쟁투를 직접 겪 어 보지 못했습니다. 경험의 부재는 뜻하지 않는 실수로 이어질 수 있는 법이니 아무쪼록 여러 장로들께서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갈명은 정중히 부탁했다. 이에 장로들도 더는 그의 뜻에 이견을 제 시하지 못했다.

“어느 분께서 나서시겠습니까?” 

제갈명은 장로들과 차례차례 시선 을 맞췄지만 다들 그것을 교묘히 외 면했다.

‘이럴 때 모용 장로가 없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군. 그가 있었다면 이리 애를 태우는 일도 없었을 것인 데………….’

제갈명은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회 피하려 드는 장로들을 보자 부아가 치밀었다. 하지만 마천이라는 생사 대적을 앞에 두고 내부 분란을 일으 킬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그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사이 장로들 간에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누가 총대를 멜 것인지를 두고 벌이는 눈치 싸움이 었다.

-황보 장로, 이번에 손자가 황룡 학관에 신입 관도로 들어간다고 하 지 않았나?

북리철이 슬쩍 황보준에게 전음을 건넸다.

-크흠, 내가 언제 그런 얘길 했나?

황보준은 굳은 표정으로 전음 끝을 흐렸다. 노회한 그가 북리철의 말에 담긴 뜻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북리철은 능청스럽게 전음을 이어 갔다.

-지난번 술자리에서 내게 자랑을 늘어놓지 않았나, 하나뿐인 손자 녀 석이 우수한 성적으로 황룡 학관에 들어가게 됐다고.

-대체 그런 말을 하는 저의가 뭔 가?

황보준이 사나운 눈빛으로 북리철 을 노려봤다.

-그렇게 도끼눈을 뜨고 쳐다보지 말게. 난 그저 하나뿐인 손자가 위 험에 처할 수도 있으니 가까이 가서 지켜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얘길 꺼낸 것뿐일세.

-흥, 자네의 그 쓸데없는 오지랖은 고맙게 생각하네만 그 아이 곁에는 이미 권객들을 붙여 뒀네.

권객은 황보가에 머무는 식객들 중 탁월한 권법 실력을 지닌 이들을 가 리키는 것이었다. 황보가의 핏줄은 아니지만 그들이 황보가를 생각하는 마음은 여느 속가 제자들 못지않았 다.

-그들만으로 안심할 수 있겠는가? 상대는 마천일세. 어떤 식으로 공격 해 올지 모른단 뜻이지. 만에 하나 놈들이 황룡 학관을 목표로 한다고 가정해 보게. 과연 권객들이 놈들로부터 자네의 손자를 지켜 줄 수 있겠는가?

-그, 그건・・・・・・

황보준은 전음을 잇지 못했다. 일차 마천 쟁투 당시 그는 싸움 막바지에 참여했다. 수호 가문과 구 파가 만들어 준 판에서 제 잇속을 차리기 위함이었다. 한데 재수 없게 마천의 정예와 맞닥뜨렸다.

그들은 독이 바짝 오른 늑대들이었 고 압도적인 수적 열세에도 굴하지 않았다. 그들은 황보세가의 무사들 을 거칠게 물어뜯었다.

‘저 인간 말대로 놈들이 황룡 학관을 노린다면 권객만으론 민아를 지 킬 수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황보 가의 귀중한 전력을 빼낼 수도 없으니………

황보준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섬 서로 가는 건 달갑지 않지만 손자를 지키기 위해선 맹의 힘이 필요했다. 그중 수가 많은 창우대라면 일부를 호위 용도로 빼도 문제 될 게 없었 다.

결국 황보준은 장고 끝에 창우대의 인솔자로 나서기로 결정했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

제갈명이 모두를 대표해 고개를 숙 였다. 그의 기를 살려 주려는 의도였다. 그 의도가 먹혔는지 황보준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이었 다.

“흐음, 뭐, 맹의 장로로서 당연한 결정을 내렸을 뿐이네. 그나저나 언 제쯤 출발하면 되겠는가?”

“마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니 최대한 서두르시는 게 좋을 듯합니 다. 창우대에는 이미 지시를 내렸으 니 장로님만 준비되시면 곧바로 출 발할 수 있습니다.”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내 일 진시에 출발토록 하겠네.”

황보준의 결단으로 섬서 지원단이 꾸려졌다.

십대 장로 한 명과 일천 명의 창우대. 어지간한 문파는 하룻밤에 지 워 버릴 수 있는 대단한 전력이었 다. 하지만 제갈명은 못내 불안한 눈치였다.

‘과연 창우대만으로 놈들을 막을 수 있을까? 아무리 제대로 된 문파 가 없다지만 감숙이 단 사흘 만에 뚫렸고 놈들에겐 수호 가문이라는 우군도 있지. 우리의 시선을 의식해 대놓고 움직이진 않겠지만 어떤 변 수를 만들어 낼지도 알 수 없는 것 이고.”

제갈명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마 천의 전력과 변심한 수호 가문의 움 직임을 우려했다.

맹주의 암살 시도 이후 그는 은밀히 조사단을 꾸려 마천과 수호 가문 의 움직임을 살폈다.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사람을 움직여야 했기에 조사는 상당히 더 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아직까지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 한 상태였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놈들이 섬서 지역을 장악하면 사방으로 길이 열 리고 말아.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그들을 내보내야겠어, 진정한 쌍룡 의 무사들을.’

제갈명의 눈이 의미심장하게 빛났다.


다음 날 오전, 쌍룡맹의 육중한 철문이 활짝 열렸다. 그 뒤로는 황보준을 필두로 한 창우대가 늠름한 자 태를 드러냈다.

창우대는 잘 정련된 병사들을 연상시켰다.

군문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강철 갑주에 왼손에는 먹빛의 철창이 쥐여 있었다.

“창우대를 잘 부탁드립니다.”

떠나는 황보준을 제갈명이 배웅했다.

“허허, 걱정 말게. 저 중의 단 한 명도 헛되게 희생시키지 않도록 내 최선을 다함세.”

“그럼 장로님만 믿겠습니다.”

제갈명은 조용히 옆으로 물러났다.

이에 황보준은 한껏 고무된 얼굴로 외쳤다.

“창우대, 출진!”

두드드.

일천의 무사들이 말과 함께 앞으로 내달렸다.


쾅!

방 안에 놓여 있던 탁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탁 자를 쓰러뜨린 원흉은 방의 주인이 자 이름보다는 적성이란 별칭으로 더 자주 불리는 적사호였다.

“그래서 쌍룡맹의 개가 되기로 결정했다고?”

적사호가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정면에 마주 선 사내를 노려봤다.

사내는 역천회가 보내 온 전령이었다.

적사호가 내뿜는 기세가 얼마나 강 한지 사내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무슨 꿍꿍이속이란 말이냐?”

“그것까지는 저도 잘………….”

“해공께서는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느냐?”

“일단은 자중하라 하셨습니다. 차 후에 따로 밀명을 내리실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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