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5권 – 4화 : 황보 장로 (1)

랜덤 이미지

낭왕전생 5권 – 4화 : 황보 장로 (1)


황보 장로 (1)

할부 거래. 지금은 낯선 용어지만 설우진이 한창 낭왕으로 이름을 날 리던 시기에는 중원 전역에 유행처 럼 번졌었다.

특히 똑같은 돈으로 한 번에 여러 개의 장신구를 살 수 있기에 사치가 심한 여인네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할부의 맛에 빠져든 여인들 은 후일 땅을 치고 후회했다. 처음 엔 은전 몇 푼에 불과했던 할부 금액이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 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동심계 식구라는 점을 감안해서 할부기간은 최대로 늘려줄 수 있으 니까 당장 수중에 돈이 없는 사람들 은 할부로 구매해.”

설우진은 철사자회 식구들을 상대 로 열심히 호객 행위를 했고 다들 솔깃한 눈치였다.

분명 금전 오십 냥이란 돈은 아직 학관에 다니는 그들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하지만 육십 개월 할부 를 적용하면 그들이 받는 용돈으로 도 충분히 살 수 있었다. 이에 여창

위가 가장 먼저 구매 의사를 밝혔 다.

“육십 개월로 가능할까?”

“당연하지. 다음 달부터 지불하도 록 해. 돈을 딱 맞춰서 줄 필요는 없지만 지불 기일을 넘기면 연체 이 자가 붙으니까 시간 잘 지켜.”

첫 번째 거래가 성립됐다. 설우진 은 곧장 수중에 들고 있던 내기무의 를 여창위에게 건넸다.

“계약서 같은 건 안 써도 돼?”

엉겁결에 내기무의를 받아 든 여창위가 물었다.

“한식구끼리 믿고 살아야지.”

“고, 고마워.”

“낯 뜨겁게 그런 소리 말고 앞으로 있을 싸움에서 살아남을 궁리나 해. 네 녀석의 실력으론 내기무의를 입고 있다고 해도 죽을 공산이 크니 까.”

설우진은 내기무의가 가진 약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내기무의 는 어지간한 공격은 그냥 몸으로 막 아 낼 수 있을 정도로 철갑주보다 가볍고 방호력도 뛰어났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할 자들은 마천 의 괴물들이다. 지치지도 않고 달려 드는 그들의 공격을 언제까지 내기 무의 하나만 믿고 버틸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내기무의가 보호해 줄 수 있는 범위는 상체로 한정돼 있었다. 적들이 작정하고 머리나 하체 쪽을 노린다면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네 말 명심할게.”

여창위가 내기무의를 꽉 틀어쥐며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 뒤로 내기무의는 불티나게 팔렸 다. 물론 완성된 내기무의가 한 벌 뿐이기 때문에 예약만 걸었다. 

“여기 금전 오십 냥짜리 전표다.” 

마지막으로 남궁벽이 설우진 앞에 전표를 내밀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 에서인지 설우진은 전표를 돌려주며 말했다.

“무슨 뜻이지?”

남궁벽이 살짝 눈꼬리를 치켜 올리며 언성을 높였다.

“넌 거기에 세 장만 더 줘.”

“……왜 나만?”

“저 녀석들은 할인가고 넌 정가야.”

설우진은 태연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러니까 왜 나만 정가로 파는 거 냔 말이다!”

“저 녀석들은 돈이 없는 걸 뻔히 아는데 제값을 받을 수 없잖아. 그 에 반해서 넌 차고 넘치는 게 돈이 고.”

“누가 돈이 차고 넘쳐!”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