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6권 – 1화 : 분란 종식 (1)https://novel24-001.com/link.html
분란 종식 (1)
“사 문주님, 지금 뭘 하시는 겁니 까?”
방 안으로 들어선 용성후가 잔뜩 힘이 실린 목소리로 사도군을 불렀 다. 양쪽으로 길게 찢어진 두 눈이 사나운 인상을 풍겼다.
그는 검호대 안에서 십걸의 지위를 지니고 있었다.
검호대는 다른 무력대와 달리 상위 의 실력자들을 걸이라는 칭호를 붙 여서 불렀다.
“내일 아침에나 도착할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군.”
사도군이 굳은 표정으로 황보민 일 당을 누르고 있던 기세를 거둬들였 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그로서도 가 벼이 대할 수가 없었다.
“말씀해 주시죠. 왜 이 아이들을 겁박하고 계셨던 겁니까?”
“자네의 눈에 그리 비쳤다면 유감 이군. 난 그저 저 아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않고 다른 이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하기에 강호의 선배로서 따끔하게 혼을 냈을 뿐이 네.”
사도군이 설우진과 북리강에게 들 었던 내용을 담담하면서도 간략하게 정리해 설명했다. 이에 용성후가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며 황보민 쪽으 로 시선을 돌렸다.
-대체 어찌 된 게냐? 저 말이 모 두 사실이냐?
-숙부님, 모함입니다! 저 셋이 우 리에게 누명을 씌운 거라고요. 그리 고 무엇보다 용인문주가 저들과 한 통속이에요.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황보민은 자 신에게 유리하게끔 뻔뻔하게 말을 지어냈다. 하지만 용성후는 애송이 의 거짓말에 놀아날 만큼 그리 녹록 한 사내가 아니었다.
그는 삼검문이라는 중소문파의 장 남이었다. 광동 땅에선 제법 그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한데 쌍룡맹에 들고 나서 그는 자 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때부터 그는 위로 올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정의와 양심 따 윈 성공이란 목표를 위해 과감하게 버렸다.
결국 그는 권력자의 눈에 들 수 있었고 검호대에 들겠다는 오랜 염 원도 실현시킬 수 있었다.
-민아, 나한테만은 솔직하게 얘기 해야 한다. 용인문주와 척지는 건 장로님의 입장에서도 꽤나 부담스러 운 일이다. 다시 한 번 물으마. 용 인문주의 말이 모두 사실이냐?
용성후가 재차 전음으로 물었다.
이에 황보민은 한참을 고민하는 듯 하더니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이 기어코 사고를 쳤구나. 이를 어찌한다? 이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가면 장로님 의 입지가 좁아지게 될 테고 오랜 세월 그에게 줄을 대 온 내 입장도 곤란하게 되는데……………?’
용성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는 황보민의 조부인 황보준과 긴 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검호대에 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접촉한 이가 바로 황보준이었던 것이다.
용성후는 짧은 고민 끝에 이번 일을 조용히 덮기로 마음먹었다.
“문주님, 이 아이들의 잘못을 입증 할 증거가 있습니까?”
용성후가 증거를 요구해 왔다. 그의 요구에 사도군의 얼굴이 딱딱 하게 굳어졌다. 그 물음 하나로 용 성후의 의도를 짐작해 낸 것이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됐군, 증거라고 해 봐야 저들의 말뿐이거늘.’
사도군은 난감했다.
심증적으로 그는 황보민 일당이 관 도들을 버리고 떠난 게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한데, 문제는 그것을 입증할 수 있 는 실제적인 증거가 없다는 데 있었 다.
아니나 다를까 용성후는 어떻게 한쪽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아이들을 매도할 수 있냐며 역공을 취해 왔 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눈치 없는 북 리강이 용성후의 말을 듣고 발끈해 막말을 쏟아냈다.
“당신, 뭐야! 저 새끼 하인이라도 돼?”
순간 용성후의 얼굴이 사납게 구겨 졌다.
검호대 내에서 그는 알게 모르게 배척을 받고 있었다. 대원들 중 상 당수가 황보준의 힘으로 들어온 그 를 동료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 다.
그리고 성정이 거친 자들은 대놓고 그를 황보준의 개라고 칭하기도 했 다. 그런 상황이니 하인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울화를 참아 냈다. 여기서 발끈해서 싸우는 것보단 그 발언을 공격의 도구로 사 용코자 한 것이다.
“사 문주님, 방금 저놈이 한 말을 들으셨겠지요? 저놈은 인성이 글러 먹었습니다. 한데 그런 놈이 일방적 으로 지껄인 말을 어찌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용성후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상대가 스스로 드러낸 빈틈을 놓치지 않은 좋은 수였다. 이에 궁지에 몰린 건 사도군이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북리강을 쳐다봤다. 하지만 북리강은 되레 얼굴을 붉히며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항변했다.
‘허어, 이를 어찌한다?
절로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 사도군의 시선이 우연 처럼 설우진의 눈과 마주쳤다. 한데, 설우진의 눈은 웃고 있었다.
-자넨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나? -죄송합니다. 하도 꼬락서니들이 우스워서 웃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 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사실 이곳에 발을 들여놓을 때부 터 어느 정도 지금의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단지 그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이지요.
-애당초 나를, 아니 쌍룡맹을 믿지 않고 있었다는 겐가?
-네, 문주님도 잘 아시잖습니까, 지금의 쌍룡맹은 초심을 잃고 탐욕 에 찌든 괴물에 불과하다는 걸.
설우진은 신랄하게 쌍룡맹을 비난 했다.
용인문이 쌍룡맹에 적을 둔 곳이라 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의 전음은 거침이 없었다.
-흠, 자네 말이 맞네. 지금의 쌍룡 맹은 초심을 잃었지. 그게 내가 맹 을 떠나온 이유이기도 하고.
사실, 사도군은 초창기 쌍룡맹의 핵심 인물 중 하나였다. 당시에 그 는 마천을 물리치는 데 작은 힘이나 마 보태겠다는 의지로 전면에 나섰 었다.
용인문의 재산 중 일부를 처분해 맹의 자금으로 보태고, 재능이 있는 제자들을 선별해 맹의 무력대에 편 입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마천 쟁투가 끝나고 난 뒤 그는 가슴에 상처만 안고 용인문으 로 돌아왔다.
승리감에 도취된 쌍룡맹의 간부들 은 이전투구를 벌였다. 보다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함께 싸운 동 료들을 힐난하고, 심지어는 있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씌우기까지 했다.
자리에 욕심이 없었던 사도군은 그 싸움에서 한발 비켜서 있었지만 정 의를 부르짖던 이들의 추악한 이면 에 그는 충격을 금할 수가 없었다.
-자, 이제 말해 보게, 저들의 공격 에 맞설 무기가 무엇인지.
-후훗,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오. 곧 이곳에 제 발로 들어올 것입니 다.
-그게 무슨…?
사도군은 설우진의 전음에 의구심 만 더 커졌다.
바로 그때 검호대에 이어 새로운 무리가 접객당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얼굴에 까마귀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뭐야, 저것들이 왜 여길 들어온 거야!’
황보민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불청 객을 보고 두 눈을 부릅떴다. 그들 은 절대 이곳에 와서는 안 되는 자 들이었다. 그들이 입을 여는 순간 자신이 했던 모든 말들이 설득력을 잃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칠흑야는 쌍룡맹 이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불온 무리 중 하나였다.
그들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 는 것만으로도 황보세가의 명예에 큰 타격이 가해질 수 있었다.
-용 숙부, 당장 저놈들의 입을 막 으세요.
-설마, 칠흑야를 움직인 것이냐?
-그땐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제발 놈들의 입을 막아 주세요. 놈들이 입을 열면 정말 끝장이에요.
황보민이 다급한 표정으로 전음을 보냈다.
이에 용성후는 자신의 뒤에 시립해 있던 수하들로 하여금 칠흑야의 살 객들을 죽이도록 했다.
수하들은 그 명령에 가타부타 의문 을 표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 다.
수 년 동안 그의 수족으로 활동해 온 자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들 역시 용성후와 마찬가지로 성공 욕이 강했다.
두 명의 검호대원이 허리로 손을 가져감과 동시에 시선을 칠흑야의 살객들에게 맞췄다. 일격에 숨통을 끊고자 함이었다. 그들에겐 그만한 실력이 있었다.
검호대에 속한 자들은 쌍룡맹이 관 리하고 있는 천상무고를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천상무고는 쌍룡맹이 십 수 년에 걸쳐서 완성한 대형 서고로 정사마 를 총망라하는 다양한 무공 서적들 이 보관돼 있었다. 그중에는 마천에 서 흘러나온 것들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탁!
두 개의 신형이 빠르게 교차했다.
둘의 움직임은 섬전을 연상케 할 정도의 빠름, 그 자체였다. 잠시 후 그들의 손끝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쾌검일절로 평가받는 유성검이었다. 두 줄기 유성이 살객들의 목덜미를 향해 찬란한 빛을 뿌렸다. 그 빛은 섬뜩한 살의를 머금고 있었다.
이에 사도군이 다급히 검을 내뻗었 다. 경험적으로 칠흑야의 살객들이 중요한 패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하지만 그의 검보다 검호대의 움직 임이 반 보 정도 더 빨랐다. 간발의 차이로 두 줄기의 유성이 그의 검을 스쳐 지나간 것이다.
두개의 까마귀 가면 속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피, 피할 수 없어.’
두 사람의 머릿속에 동시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무형의 기운이 두 사람의 어깨를 강하게 밀쳤다. 검호대의 기세에 눌려 제대로 발도 떼지 못하고 있던 살객들은 그 힘에 밀려 균형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쉭.
간발의 차이로 두 자루의 유성검이 허공을 갈랐다.
조금만 늦게 넘어졌어도 목덜미에 는 시원하게 구멍이 뚫렸을 것이다.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검호대원 들이 당황한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이에 용성후는 계속 공격을 명했지만 공격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 다. 사도군이 재빨리 살객들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자네들의 지금 이 행동을 무슨 의 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사도군이 분노에 찬 시선으로 마주 선 검호대를 응시했다. 검을 뽑아 든 검호대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이에 용성후가 대신 입을 열었다.
“그자들은 천하에 악명 높은 칠흑 야입니다. 공적으로 분류되어 있는 자들이니 즉결 처분하는 게 마땅합 니다. 제 손에서 처리할 테니 조용 히 비켜서시지요.”
용성후가 은연중에 기를 발산했다.
이에 뒤질세라 사도군도 기를 끌어 올렸다.
고요 속의 폭풍.
두 사람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 는 치열한 기세 싸움이 전개됐다. 그 와중에 용성후는 은밀히 수신호 를 보내 수하들을 움직였다.
문 쪽에 가까이 붙어 있던 검호대 원이 은밀히 품 안으로 손을 집어넣 었다. 살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으니 검을 휘두르기 보다는 비도 를 투척키로 마음먹은 것이다.
쉬쉬쉭.
검호대원의 손끝에서 다섯 자루의 비도가 날았다.
거리가 가까운 데다 교묘하게 살객들의 시야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날아든 비도는 상당히 위협적으로 비쳤다. 하지만 비도는 살객들에게 닿지 못했다.
“거, 적당이들 하지. 아무리 저놈들 주둥이가 무섭기로서니 천하의 검호 대가 암습 따위를 가해서야 쓰겠어!”
어느 틈에 움직인 것일까. 설우진 의 손아귀에 검호대원이 날린 비도 들이 모두 들어가 있었다. 야수안으 로 궤적을 읽어 내고 한 수에 잡아 챈 것이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모두 그에게 집 중됐고 그 안에는 용성후도 있었다.
‘저놈, 대체 뭐지? 일개 관도의 움직임이 아니었는데, 혹시 황룡 학관에서 관도로 위장시킨 학사인가?’
“네놈은 뭐냐?”
“그쪽이 보호하려고 용쓰는 놈의 선배.”
“그럼 네가 지금의 사달을 만든 장 본인이겠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