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6권 – 11화 : 누란 여로 (4)

랜덤 이미지

낭왕전생 6권 – 11화 : 누란 여로 (4)


누란 여로 (4)

피융.

화살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사내들 의 뒤를 쫓았다.

파공성을 들었는지 쫓기던 사내들 이 왼편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화살은 허무하게 그들을 지나쳐 모 래 언덕 너머로 사라졌다.

하지만 우두머리는 실망하지 않고 연달아 화살을 쐈다.

사내들은 화살을 피하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였다.

그런 와중에 그들의 머리 위로 넓은 음영이 드리웠다. 모래 언덕이 가까워지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설마……?’

모래 언덕을 보는 순간 푸한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건 본능적인 위 기감이었다.

“모두 흩어져!”

푸한이 다급한 목소리로 동료들에 게 외쳤다.

하지만 그의 외침은 한발 늦고 말 았다. 언덕 너머로 우회한 기마병들 이 한순간에 그들의 머리 위로 들이 닥친 것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기마병들의 만도가 붉은 피를 한껏 뿌렸다.

“라홀! 코라스! 몰타이!”

푸한이 피를 쏟아 내는 동료들을 보며 안타까운 비명을 질렀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그들이었기에 서로를 위하는 그 마음은 친형제 못 지않았다.

“형, 우, 우린 상관 말고 도망쳐! 무, 무슨 일이 있어도 스승님의 밀 서를 그분께 전해야 해!”

막내인 라훌이 자신을 돕기 위해 달려오는 푸한을 말렸다. 푸한은 그 런 라훌을 보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 다.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은 것이 다.

그 사이 라훌의 목이 누런 모래 위로 떨어졌다.

푸한은 동료들의 시체를 뒤로 한채 이를 악물고 다시 달렸다.

“밀서는 푸한이 가지고 있다. 놈이 모래 속으로 숨기 전에 빨리 발을 묶어라!”

뒤따르던 나스리가 병사들에게 소 리쳤다.

그는 푸한과 그 동료들을 모래 언 덕 쪽으로 유인하느라 가지고 있던 화살을 모두 소진한 상태였다.

그의 외침에 병사들이 말 옆구리에 걸려 있던 창을 뽑아 들었다. 투척용으로 사용되는 단창이었다.

팟팟팟.

푸한의 등 뒤에서 단창이 연달아 날아들었다.

뒤를 볼 수 있는 여유 있는 상황 이 아닌지라 푸한은 소리에 의존해 단창이 날아드는 방향을 짐작했다. 그리고 소리가 가까워지려는 찰나. 몸을 뒤집으며 모래 바닥을 오른 손으로 강하게 훑었다. 그의 거친 손길에 모래가 창이 날아드는 방향 으로 세차게 흩날렸다. 하나의 모래 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기세 좋게 날아들던 단창은 모래 벽에 막혔다.

이를 확인한 푸한은 다시 북쪽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표정이 좋질 못했다. 아무래도 아까 펼쳐 보인 한수가 문제인 듯했다.

‘역시 사풍막을 펼치기엔 무리였나?’

푸한이 단창을 막기 위해 펼쳐 보 인 것은 누란에 전해지는 고대 무공 의 하나로, 사풍막이란 이름을 지니 고 있었다.

사풍막은 모래를 이용해서 펼치는 이형의 무공으로 내기의 운용에 따 라 모래를 방패처럼 사용할 수도, 창처럼 사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무공 이 아닌지라 효율은 턱없이 떨어졌 다. 그 말인즉슨 내력 소모가 심하 다는 의미다.

방금 전에 펼쳐 보인 사막의 여 파로 푸한의 단전은 거의 바닥을 드 러낸 상태였다.

내력을 쥐어짜 내 달리고는 있지만 앞으로 길어 봐야 반각 정도가 한계 였다.

‘제발 내력이 다하기 전에 모래 지 옥에 닿아야 할 텐데…………….’

푸한이 두 눈을 부릅뜨고 사막을 살폈다. 그가 찾는 건 모래 지옥, 즉 유사 지대였다.

보통의 사람이 유사 지대에 빠지면 십중팔구는 죽는다. 모래 속에 파묻 혀 숨을 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풍막을 익힌 푸한은 사정 이 달랐다.

그는 모래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었다. 사풍막을 통해 숨 구멍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간절한 바람이 사막의 신에게 닿았는지 오십여 장 떨어진 곳에 강 물처럼 흐르는 유사가 보였다.

‘됐어. 이제 놈들을 떨쳐 낼 수 있 어.’

푸한의 얼굴에 모처럼 미소가 번졌 다. 그러나 그 미소는 그리 오래가 지 못했다. 유사 지대 앞쪽에 일단 의 무리가 모여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얼굴에 붉은 빛깔의 문신을 하고 허리에는 사람의 것으로 짐작 되는 해골을 장식처럼 달고 있었다. 

‘마풍사가 왜 저곳에……………?’

푸한은 사내들의 정체를 한눈에 알 아봤다.

마풍사는 사막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마적단이었다. 그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뼈밖에 남지 않는다는 얘 기가 나올 정도로 타클라마칸 일대 에선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이곳은 마풍사의 영역이 아 니다. 상단이 오가는 길이 아닌 데 다 누란국에서 수시로 병력을 내보 내 그들의 출현을 감시했기 때문이 다.

“비켜라!”

푸한이 선두에 나와 있던 애꾸 사 내에게 소리쳤다.

이에 마풍사의 사주 자바드는 하나 남은 눈을 희번득거리며 모래에 박 아 두었던 칼을 뽑았다.

길을 열지 않겠다는 강한 의사 표시였다.

푸한의 얼굴이 깊은 절망감으로 일 그러졌다. 앞뒤가 적들에게 틀어막 힌 상황이라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 다.

그런데 바로 그때, 사막 저편에서 누군가 손을 흔들며 달려왔고 모두 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쏠 렸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