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6권 – 19화 : 흑랑 사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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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6권 – 19화 : 흑랑 사자 (1)


흑랑 사자 (1)

“왜 금뇌고를 멋대로 빠져나온 거 죠, 제 딴에는 스승님을 배려한 건 데?”

아슬라가 누워 있는 방 안. 뮬란 공주가 날선 눈빛으로 막 치료를 끝 마치고 일어서는 투르판을 바라봤 다.

투르판은 손에 묻은 피를 무명천으 로 닦아 내며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 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진정으로 이 스승을 위했다면 애당초 헛된 욕심을 버렸어야 했다. 어찌하여 그 자리가 네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탐낸단 말이냐!”

“전에 스승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왕좌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고. 그 런데 하늘은 아슬라 언니 대신 절 선택했어요.”

뮬란 공주는 부모에게 투정을 부리 는 어린아이처럼 투르판에게 자신을 인정해 달라 애원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투르판의 표정 은 점점 굳어져 갔다.

“정말 끝까지 가야겠느냐?”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어 요. 그러니까 스승님도 언니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제게 힘을 보태 주세요.”

“미안하지만 그리할 수는 없다. 제 자가 잘못된 길로 가려 하는데 어찌 그것을 두고만 본단 말이냐!”

투르판은 그녀의 제의를 일언지하 에 거절했다. 이에 뮬란 공주는 두 주먹을 움켜쥐며 뒤에 대기하고 있 던 아지르들에게 투르판을 잡도록 명했다.

아지르들은 그녀의 명령에 충실히 따랐다.

투르판은 완강히 저항했지만 양쪽 에서 찍어 누르는 아지르들의 힘을 당해 낼 수는 없었다.

투르판이 제압당하는 걸 본 뮬란 공주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침상에 누워 있는 아슬라 공주를 바라봤다. 

‘언니가 살아 있는 한 누란의 그 누구도 날 왕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 을 거야. 바흐만의 심장을 찾을 때 까진 살려 두려고 했지만 이젠 내 인내심도 한계야. 이만 죽어 줘야겠 어.’

뮬란 공주가 품에서 날이 살짝 휘 어진 단도를 꺼냈다.

빛에 반사되는 칼날이 섬뜩한 예기 를 발했지만 아슬라 공주는 미동조 차 하지 않았다. 피를 많이 흘린 탓 에 지쳐 잠이 든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둘 사이의 거리 가 점점 좁아졌다.

투르판은 안 된다며 소리를 질러댔지만 뮬란 공주에겐 공허한 외침 일 뿐이었다.

“언니, 잘 가……”

뮬란 공주가 단도를 머리 위로 들 어 올렸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 에는 아슬라 공주의 심장이 자리하 고 있었다.

쉬익.

단도가 매섭게 허공을 갈랐다.

이대로 찌르기만 하면 모든 게 그녀의 뜻대로 이뤄질 터였다.

한데 단도 끝이 옷자락에 닿으려는 찰나에 금빛 물체가 단도의 몸통을 때렸다.

뮬란 공주가 어찌 막아 볼 새도 없이 손아귀에서 단도가 튕겨져 날아갔다.

“욕심에 눈이 멀면 부모고 형제고 뵈는 게 없다고 하더니, 네년이 딱 그 짝이네.”

창밖에서 설우진이 불쑥 얼굴을 들 이밀었다.

그는 옥상에서 내려오던 길에 뮬란 의 살기를 감지했다. 그래서 계단 대신 창문으로 바로 내려왔고 단도 가 아슬라 공주의 심장을 향하고는 걸 보고는 곧장 금황침을 날렸다. 

“네, 네놈은 누구냐?”

뮬란 공주가 충격이 채 가시지 않 은 손을 부여잡고 설우진에게 소리 쳤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으면 반갑게 인사를 나눴을 사이라고 해 두지.”

설우진이 자신에 대해 간략하게 소 개했다.

뮬란 공주는 그의 정체가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아지르들을 시켜 그를 잡도록 했다.

아지르들이 그의 시선을 끄는 사이 다시 아슬라 공주를 노리겠다는 심 산이었다.

이번에도 아지르들은 그녀의 명에 충실히 따랐다.

다섯 명의 아지르가 양손에 륜을 쥐고 설우진의 주변을 둘러쌌다.

륜은 아지르들이 만도만큼이나 애용하는 병기였다.

쉬쉬쉭, 쉬쉬쉭.

자리를 잡은 아지르들이 원을 그리 며 손에 쥐고 있던 철륜을 한가운데 서 있는 설우진에게 던지기 시작했 다.

설우진은 빠른 발과 야수안을 활용 해 사위에서 덮치는 철륜을 요리조 리 잘도 피했다.

문제는 철륜이 쉴 새 없이 날아든 다는 점이었다.

보통 륜을 사용하는 공격은 두 가 지로 나뉜다. 하나는 근접해서 륜에 달린 칼날을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륜에 줄을 달아 원거리에서 투척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한데 지금 아지르들이 보여 주는 공격은 앞선 두 가지 공격법과 그 궤를 달리했다.

그들은 서로 철륜을 주고받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합을 맞춰 왔는지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었다.

덕분에 설우진이 아무리 철륜을 피 해도 공격이 끊어지기는커녕 되레 그 기세가 올라갔다.

그 사이 뮬란 공주가 다시 벽에 박혀 있던 단도를 뽑아 들고 아슬라 공주 쪽으로 다가갔다.

철륜을 피하면서도 그의 시선은 그 녀의 손에 닿아 있었다.

‘기껏 살려 놨는데 저리 허무하게 보낼 순 없지. 일단 이것들부터 치 워 버려야겠어.’

설우진이 단전의 뇌기를 끌어올리며 천뢰도의 도병에 손을 가져갔다. 카카캉캉캉

뇌기를 한껏 머금은 천뢰도가 사납 게 철륜을 튕겼다. 아지르들은 튕겨 져 나온 철륜을 다시 회수하려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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