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6권 – 4화 : 선택의 기로 (1)
선택의 기로 (1)
정주를 코앞에 두고 설우진과 그 일행은 위지촌에 숙소를 잡았다.
위지촌은 정주의 경계 도시로 오백호 정도가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정주의 비싼 물가를 부담스러워 하 는 상단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라 그 런지 마을의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여러 개의 객잔이 성행하고 있었다. 객잔에서 뒤늦은 저녁을 마치고 사 람들이 하나둘 방으로 돌아갔다. 이 에 설우진도 남은 술을 털어 넣고 방으로 향하려는 찰나 용인문주 사도군이 그를 붙잡았다.
얼굴이 살짝 상기되어 있는 것이 적잖게 술을 마신 듯 보였다.
설우진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내가 못 미더웠던 겐가?”
사도군이 심중에 품고 있던 말을 어렵게 내뱉었다.
그는 용성후로부터 설우진이 화산 에서의 일을 덮기로 했다는 얘길 전 해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분명 용인문에선 사건의 진상을 밝 혀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했었다. 한 데 쌍룡맹을 코앞에 두고 마음을 바 꾸다니, 그 심란한 마음은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설우진이 마음을 바꾼 게 자신 때 문이라 여긴 것이다.
사실, 사도군은 강호에서의 덕망은 높을지 몰라도 맹 내에서의 입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강경파와 온건파로 세가 나뉜 맹 내에서 그는 어느 쪽에도 속해 있지 못했다. 권력을 탐하는 성정이 아니 다 보니 어느 쪽의 손도 잡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그는 미운털이 단단히 박 혀 있었다.
“많이 속상하셨나 봅니다?”
설우진이 빈 잔에 술을 따르며 지 그시 그와 눈을 맞췄다. 설우진은 불의에 굴하지 않는 사도군의 그 강 직함이 마음에 들었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일 테지. 난 강호의 선배로서 자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네.”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문 주님 같은 분이 안 계셨다면 놈들은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 았을 겁니다.”
“그럼 날 끝까지 믿어 보지 그랬나!”
사도군이 울부짖듯 말을 뱉어 냈다.
“문주님을 못 믿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럼 대체 왜…..?”
그의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에 설우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이었다.
“이대로 맹에 가서 진상을 밝힌다 고 해도 놈들은 근신 이상의 처분을 받지 않을 겁니다. 나이가 어리고 상대가 마천이었다는 점이 그 이유 가 될 테죠.”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그것 이 작금 쌍룡맹의 현실이니.”
“후훗,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 십시오, 아무리 감춰도 진실은 드러 나기 마련이니.”
“그게 무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