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6권 – 8화 : 누란 여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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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6권 – 8화 : 누란 여로 (1)


누란 여로 (1)

무거운 분위기가 감도는 방 안, 마 천주 서진용과 총군사 사마중달이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먼저 입을 연 쪽은 서진용이었다. 

“청랑대에 이어 적랑대까지 연달아 놈들에게 덜미를 잡혔다. 그 연유가 무엇이라고 보느냐?”

서진용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최 근에 있었던 일련의 사태에 대해 물 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두 가지로 축약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방심이 컸습니다. 청랑대와 적랑대 모두 전 력의 일부만을 차출해 움직였습니 다. 은밀함을 중시해 그리한 것이라 면 문제 될 게 없었지만 그들은 명 백히 상대의 힘을 얕봤습니다. 그리 고 두 번째로 저희 쪽에서 예상하지 못한 강자가 이번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듯합니다. 흑야 쪽에서 보내 온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의 시체들 에서 동일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했 습니다.”

“쌍룡맹에서 비밀 병기라도 키웠다 는 말이냐?”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역천회에서 저희 쪽에 정보를 인위적으로 은폐했을 수도 있으니.” 

“하면, 이제 어찌해야 하느냐?” 

서진용이 직설적으로 답을 구했다. 그는 자신의 머리가 좋지 못함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중요한 일 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사마중달의 조언을 많이 따랐다.

“전초전에 심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럼?”

“직접 전면전에 나서시지요. 천주 님께서 위용을 뽐내신다면 초반의 가라앉았던 기세는 금세 들불처럼 피어오를 것입니다.”

“후훗,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 군, 그렇지 않아도 뒷방 늙은이처럼 뒤로 물러서 있는 것이 영 맘에 걸 렸었는데. 바로 섬서로 들이치는 게 좋겠지?”

“네. 놈들이 구축한 방어선을 단번 에 꿰뚫어 주십시오. 그러면 전세가 반전되어 놈들의 방어선을 하남 인 근까지 밀어 버릴 수 있을 것입니 다.”

“그럼 그대로 쌍룡맹의 본단까지 쓸어 버리는 건 어떨까?”

서진용이 넌지시 물었다.

그는 전대 천주가 해내지 못한 일을 자신의 손에서 이뤄내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사마중달의 답은 부정적이었다.

“보급로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안쪽까지 들어갔다간 되레 적들에게 둘러싸여 고립될 수 있습 니다. 쌍룡맹의 본단을 치는 건 섬 서를 완전히 장악한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흐음,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군. 좋아, 일단은 섬서부터 완전히 내 손아귀에 넣도록 하지.”

서진용은 사마중달의 의견에 순순 히 따랐다.

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 그것은 그와 전대 천주의 확실한 차 이점이었다.

“그나저나 사사건건 우리의 일을 방해한 그놈의 정체는 언제쯤 밝혀낼 수 있지?”

얘기가 끝나갈 무렵 서진용이 설 우진의 존재를 언급했다. 이에 사마 중달이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흑야가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섰으 니 아마도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해 올 것입니다.”

“그럼 놈의 정체가 밝혀지는 즉시 귀마를 보내 처리토록 해.”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

“아무리 튼튼하게 지은 둑도 작은 구멍 하나에 무너질 수 있는 법이 야. 뒤탈이 안 나도록 깔끔하게 처 리토록 해.”

서진용의 청안이 서늘하게 번들거렸다.

이에 사마중달은 귀마를 준비시키겠다는 말을 전하며 조용히 방을 나 섰다.


“정말 끝까지 따라올 거요?”

설우진이 난감한 표정으로 뒤를 돌 아봤다. 그의 뒤에는 낯익은 얼굴의 여인이 몸에 쫙 달라붙는 흑색 경장 을 입고 설우진을 빤히 쳐다보고 서 있었다.

문제의 여인은 쌍룡맹에서 설우진 과 한바탕 비무를 벌였던 황수아였 다.

그녀는 설우진이 맹을 나설 때를 기다렸다는 듯 따라붙었다.

설우진도 처음애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밖에 볼일이 있을 것이라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동선이 겹쳤다. 이에 설우진은 그녀가 자신을 쫓아 오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높여 달렸다. 그런데 예상대 로 그녀는 경공을 발휘해 뒤를 쫓아 왔다.

설우진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왜 자신을 쫓아 오는 것인지.

그의 물음에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 다 어렵게 입을 뗐다.

“나도 당신을 따라가고 싶어서 이 러는 게 아니에요. 암주님과 한약 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관절 그 약속이 뭡니까?”

“그게, 제 검을 꺾은 이를 따라다 니면서 스스로의 오만함을 꾸짖고 그것을 계기로 한 단계 더 올라서라 …….”

“아니, 무작정 쫓아다닌다고 실력 이 느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럴 필 요가 있소?”

“옆에 경쟁자가 있으면 실력이 는 다고 했어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 질하게 되니까.”

이유는 그럴싸했지만 설우진은 그 녀와 동행할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솔직히 그도 그녀와의 동행이 마냥 싫은 건 아니었다. 그녀는 사내라면 숨이 꼴깍 넘어갈 만큼 육감적인 몸매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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