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7권 – 14화 : 드러난 배후 (4)
드러난 배후 (4)
“이놈, 말이 너무 심하구나! 야주 님은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던 힘을 주셨다. 한데 어찌 그따위 망발을 입에 담는단 말이냐!”
“젠장, 답답해서 그럽니다, 답답해 서.”
모상운이 괜히 바닥을 찼다. 그의 거친 발길질에 흙바닥이 움푹 패여 들어갔다.
십 오년 전, 그는 처음으로 묵설야란 곳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에 그는 비럭질을 하며 하루하 루 연명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묵 설야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 건 굶주림에 못 이겨 훔쳤던 만두 하나 때문이었다.
운명의 그날, 모상운은 사흘째 배 를 곯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죽겠다는 생각에 무작 정 식당 안으로 들어가 식탁에 놓인 만두를 집어먹었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점소이들을 달 려와 그를 몽둥이로 후려쳤다. 어깨 와 등이 부서질 듯 아팠지만 이상하 게 입에선 웃음이 나왔다.
바로 그때, 눈앞으로 손이 하나 다 가왔다. 굳은살이 깊게 박여 있는 손이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그 앞에는 자신 이 만두를 훔쳤던 식탁의 손님이 서 있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모상운은 묵설 야에 들었다.
강해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칼을 휘 둘렀고 오년 만에 묵설야 명부에 정 식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운아, 주님께서 뜻을 이루실 날 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까 지 조금만 더 참고 견뎌라.”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믿어라. 내 무슨 일이 있어도 너 희들을 데리고 양지로 나아갈 것이 다.”
감천경은 모상운과 뜨겁게 눈빛을 주고받으며 그의 어깨를 강하게 감 싸 쥐었다.
이른 새벽녘, 묵설야가 이끄는 예 도상단과 박상원이 이끄는 조선 상 단이 상하평에서 만났다.
감천경은 반가움을 표하는 박상원 에게 사무적인 어투로 대하며 빠른 거래를 종용했다.
이에 박상원은 일꾼들을 독촉해 예 도상단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옮겨 싣도록 했다. 물론 물건 확인은 그 가 직접 했다.
그렇게 한참 거래가 이뤄지고 있을 때 상하평의 우거진 수풀 안쪽에선 설우진과 가휼이 공격 시기를 논의 하고 있었다.
“지금 공격을 개시하는 게 어떻겠 소, 두 무리가 뒤섞여 있는 지금이 라면 기습의 묘를 살리기 쉬울 듯한 데?”
“저쪽에 제법 만만찮은 놈들이 모 여 있는데 괜찮겠어?”
설우진이 사주경계를 서고 있는 묵 설야를 가리켰다.
“이번에 데려온 애들만 오십이 넘 소.”
“뭐, 자신한다면야 굳이 공격을 미 룰 이유가 없지. 대신 일꾼들은 건 드리지 마.”
“그게 무슨……?”
“무공도 모르는 자들이잖아. 도망 치면 도망가게 내버려 둬. 괜히 쫓 아가서 검을 휘둘려 봐야 꿈자리만 뒤숭숭해져.”
설우진은 왕고대와 약속한 대로 가 휼에게 일꾼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요구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 야 할지 모르겠군, 하는 짓거릴 보 면 협객 쪽하곤 분명한 거리가 있는 데.’
가휼은 설우진의 태도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설우진을 자 신과 동류라고 생각했다. 사람들로 그득 차 있던 흑선에 불을 지른 것이나 자신을 겁박하던 행동과 말투가 영락없이 흑도패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지금 그가 요구하고 있는 것 은 흑도패보다는 협객에 어울릴 만 한 내용이었다.
“어때? 가능하겠지?”
“공자가 원한다면 따라야지 별수 있습니까.”
“후훗, 잘 생각했어. 이제 슬슬 나 가 보자고.”
설우진이 웃으며 밖으로 걸어 나왔다.
한데 그 잠깐 사이 그의 얼굴이 판이하게 바뀌어 있었다. 곱상하던 얼굴이 냉락한 인상의 중년 사내로 변한 것이다.
그가 움직이자 가휼도 얼굴에 복면을 쓰고 뒤따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