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7권 – 15화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1)

랜덤 이미지

낭왕전생 7권 – 15화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1)


눈에는 눈, 이에는 이 (1)

“웬 놈들이냐?”

경계를 서고 있던 묵설야들이 왼편 으로 시선을 돌리며 일제히 검을 뽑 았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자리에는 설우 진이 어깨에 칼을 걸친 채 여유로운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크크큭, 이놈들, 간이 배 밖으로 튀어 나왔구나, 감히 우리 청도채의 허락도 받지 않고 이곳에서 장사판 을 벌이다니! 지금이라도 목숨을 건지고 싶거든 손에 든 물건들 그대로 내려놓고 꺼져라!”

설우진이 능청스럽게 산적 흉내를 냈다.

설가상단이 당한 것을 그대로 갚아 주고자 한 것이다.

이에 묵설야는 당혹스러운 표정으 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들이 기억하고 있기로 이 근방에 는 산채가 없었다. 남궁세가에서 청 도항을 오가는 상단들의 안전을 확 보하기 위해 대대적인 토벌을 감행 한 뒤였기 때문이다.

한데 눈앞에 나타난 이들은 분명 산적이었다.

“부야주님, 어쩝니까?”

모상운이 물었다.

“주님의 행사에 방해가 되는 자들이다. 살려 둘 이유가 없지. 한 놈도 남김없이 모두 죽여라.”

감천경의 두 눈에 진한 살기가 번 졌다.

잠시 후, 모상운을 필두로 한 묵설 야가 좌우로 갈라져 포위진을 전개 했다.

수적으로는 설우진과 흑서문이 우 위에 서 있지만 기세 면에선 확실히 묵설야 쪽이 나아 보였다.

‘호오, 몸에서 발산되는 투기가 보 통이 아닌데. 게다가 상단의 호위치 고는 지나칠 정도로 강해.’

설우진은 한눈에 묵설야가 품고 있는 힘을 감지해 냈다.

그렇다고 그 힘에 위축되지는 않았 다, 묵설야가 강하다한들 마천의 무 력대에 비할 바는 아니었기에.

이윽고 두 무리가 상하평 한복판에 서 맞닥뜨렸다.

설우진의 상대는 모상운이었다. 모상운은 묵설야의 막내임에도 불 구하고 실력이 부야주인 감천경을 상회하고 있었다. 이는 강해지고자 하는 열의와 타고난 재능이 만나 이 뤄낸 결과물이었다.

‘일 격에 끝낸다.’

미끈한 도신을 드러낸 모상운의 태 도가 흙바닥 위를 거칠게 훑고 지나 갔다.

그 거친 몸놀림에 흙먼지와 더불어 잘려 나간 풀잎들이 사방으로 비산 했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거리, 한데 그 때까지도 설우진은 칼을 아래로 내 리지 않았다.

그 모습만 봐서는 전혀 싸울 의지 가 없어 보였다.

‘산적 주제에 감히 우릴 무시하는 것이냐? 어디 이 칼을 맞고도 그리 태평할 수 있는지 보자, 묵룡일섬!’ 

설우진과의 거리가 한 장 정도로 좁혀졌을 때 바닥으로 향해 있던 모 상운의 검이 순간적으로 위로 방향 을 틀어 솟구쳤다.

그 방향은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빠른 공격이었다.

턱을 파고드는 태도의 예리한 칼 날, 그 순간 설우진의 눈빛이 날카 롭게 번뜩였다.

‘일반적인 상단의 호위들을 상회하 는 실력에 중원에선 보기 드문 태도 를 사용한다. 혹시, 일전에 가게에 쳐들어와서 소란을 피웠던 흑도패를 사주한 것도 이놈들이 아닐까?’

설우진은 잔뜩 날을 세우고 달려드 는 태도를 보고 황달호에게 들었던 내용을 떠올렸다.

황달호는 분명 그때 일을 맡기러 온 자가 휘어진 검을 차고 있었다고 했다.

‘모르면 물어보면 되지.’

탐색전은 끝났다.

설우진은 짧은 속보로 모상운의 공 격을 허공으로 흘려보낸 뒤 재빨리 몸을 반전시켜 어깨에 걸치고 있던 천뢰도를 정면으로 내질렀다.

모상운은 다급히 태도를 회수해 옆 구리로 파고드는 천뢰도를 빗겨 쳤 다.

카카캉.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맞물렸다.

누가 우위를 점했을까?

이는 두 사람의 얼굴을 통해 명확 히 드러났다.

설우진은 처음과 다름없는 여유 있 는 표정을 하고 있는 데에 반해 모상운의 얼굴은 사납게 일그러져 있 었다.

‘무, 무슨 놈의 힘이……………..’

모상운은 손목에서 전해지는 묵직 한 무게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덩치는 크지 않아도 악력만큼은 묵 설야들 사이에서 최고라 자부하는 그였다.

한데 지금은 순수하게 힘에서 밀리 고 있다. 이를 악물고 힘을 주는데 도 손목은 자꾸만 아래로 꺾여 들어 갔다.

모상운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 다.

‘순수한 근력 싸움으론 이자를 절 대 못 이겨. 산적 따위에 내력을 쓴다는 게 자존심 상하긴 하지만 지금은 임무를 완수하는 게 우선이야.’

짧은 고민 끝에 모상운이 태도 끝 에 내력을 실었다.

기본적인 악력에 내력이 더해지자 꿈쩍도 하지 않던 설우진의 칼이 조 금씩 위로 들렸다.

‘단번에 칼을 쳐내고 활짝 열린 가슴을 노린다.’

“하아!”

모상운이 강한 기합을 내지르며 폭발적으로 내력을 발산했다.

묵룡파혼.

묵룡야도의 세 번째 초식이었다.

집중된 힘에 천뢰도가 속절없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무너지는 설우진의 자 세.

모상운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태도를 회수해 다시금 묵룡 일섬을 전개했다.

쉭.

서늘한 파공음과 함께 태도가 설우 진의 가슴으로 쇄도해 들어갔다. 이번만큼은 설우진도 대처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태도가 막 가슴 언저리에 닿았을 무렵 설우진의 신형이 거짓 말처럼 시야에서 사라졌다.

표적을 잃은 태도는 허무하게 허공 을 갈랐다.

잠시 후, 시야에서 사라졌던 설우진이 모상운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 러냈다.

“칼 쓰는 법은 제법 열심히 배운 것 같은데, 상대의 수를 읽는 건 누 가 안 가르쳐 줬나 보지? 그렇게 눈에 뻔히 보이는 속임수에 걸려들 면 어쩌자는 거야?”

설우진이 모상운의 목에 천뢰도를 들이대며 충고 아닌 충고를 해댔 다.

“…… 죽여라.”

모상운은 더 듣기 싫다는 듯 단호 하게 소리쳤다.

“미안하지만 그건 못 들어주겠는 데. 너한테 꼭 물어봐야 할 게 하나 있거든.”

“……”

“혹시, 일전에 흑도패 놈들한테 일 품점에 가서 깽판을 치라고 사주한 적 있냐? 거기 대장 놈 말이 그들 은 요 태도를 허리에 차고 있었다는 데?”

설우진이 천뢰도를 바짝 들이밀며 속삭이듯 물었다.

그 순간 모상운의 심장이 거칠게 요동쳤다. 그 박동은 등판을 통해 설우진에게 전해질 정도였다.

“난 그 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어지간하면 다 털어놓지. 네 동료들이 저리 힘 들게 싸우고 있잖아.”

설우진은 한참 싸움이 벌어지고 있 는 곳을 가리켰다. 묵설야는 수적 우위를 앞세운 흑무단에 조금씩 밀 리고 있었다.

순수한 무력에선 묵설야가 흑무단 을 크게 앞서고 있었지만 문제는 흑 무단이 싸우는 방식에 있었다.

흑무단은 힘으로 맞서기보다는 자 신들의 주특기인 치고 빠지기로 묵 설야를 괴롭혔다.

그들이 사용하는 병기는 쌍겸이다. 쌍겸은 끝자락에 사슬이 달려 있어 공격을 전개한 뒤 바로 회수할 수 있었다.

게다가 흑무단은 묵설야의 발을 묶 기 위해 바닥에 철질려를 수북하게 깔았다. 물론 그들은 철판을 바닥에 잇댄 신발을 신고 있었기에 운신하 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이대로 가면 네 동료들은 모두 죽 을 거야. 저놈들은 나와 달리 무자비하거든.”

“내,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이냐?” 

“이제야 얘기가 통하네. 너 정도의 무력을 지닌 세력을 만들어 내려면 보통 두 가지가 필요하지. 돈과 무 공. 그중에서 돈은 쉽게 해결되지만 무공은 달라. 절기라 평할 정도의 무공은 돈을 주고도 구하기가 어렵 거든. 해서 난 너희들 뒤에 제법 잘 나가는 강호인이 있다고 확신해.” 

순간적으로 모상운의 눈빛이 잘게 떨렸고 설우진은 그 잠깐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억지로 의리 지키려고 하지 마. 너희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그 강호 인은 너흴 말 잘 듣는 개로 부리고 있을 뿐이야.”

“닥쳐라! 네놈이 뭘 안다고 그분에 대해서 함부로 지껄이는 것이냐!” 

모상운이 발끈해 소리쳤고 그 때문 에 칼날이 파고들어 목에 긴 혈선이 그려졌다.

“진정하고 잘 생각해 봐, 그자가 이제까지 너희들에게 어떤 일을 시 켜 왔는지. 아마 하나같이 뒤가 구 린 일들이었을걸.”

설우진은 묵설야처럼 어둠 속에서 부려지는 이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낭왕으로 군림하던 시기에 그 밑에는 유독 사냥개 출신들이 많았 다.

마천 쟁투를 전후해서 전국 각지의 수많은 사냥개들이 주인에게 버림받 았고 그들 중에는 온전한 몸을 가진 이가 드물었다.

시간을 벌기 위한 용도로 버려졌으 니 그 몸이 성할 수가 없었다. 

“크악.”

설우진의 말이 이어지고 있을 때 치열한 전장의 한복판에서 묵설야의 무사 하나가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 졌다.

쌍겸에 깊게 베였는지 옷섶이 순식 간에 붉게 물들었다.

“동료들이 개죽음 당하는 걸 그냥 지켜볼 거야?”

설우진이 목소리에 힘을 실었고 그 와중에 묵설야의 무사 둘이 더 쓰러 졌다.

그리고 모상운의 정신적 지주인 감 천경도 불안한 모습으로 적들 사이 에 둘러싸여 있었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