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7권 – 21화 : 역풍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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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7권 – 21화 : 역풍 (3)


역풍 (3)

“대주님!”

놀란 운검대원들이 한달음에 달려 왔고 설우진은 남궁훈의 얼굴을 흘 깃 쳐다본 후 그들에게 내줬다.

운검대원들은 원독에 찬 눈빛으로 설우진을 바라본 뒤 다급히 남궁훈 을 업고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저 녀석, 이상하게 낯이 익단 말 이야. 특히 그 재수 없어 뵈는 눈매 는 딱 벽이 녀석과 판박이던데 설우진은 멀어지는 남궁훈을 보면서 불현 듯 남궁벽의 얼굴을 떠올렸다.


“지금 그 말씀은 저 때문에 철사자 회를 해체시키라 명하셨단 말입니 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게 내 누누이 안휘에 터를 잡으라고 하 지 않았더냐!”

오랜만에 만난 부자 사이에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남궁벽은 세가 에 도착하기 무섭게 아버지 남궁대 현을 찾아갔다.

갑작스러운 그의 방문에 세가의 식 구들은 적잖이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철사자회는 단순한 친목 단체일 뿐입니다. 한데 어찌 그곳에 무가의 논리를 내 세운단 말씀입니까!”

“그건 너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 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강호에 단 순한 친목단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할 수 없다.”

“언제나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시는 군요?”

남궁벽이 두 눈에 힘을 실었다. 인 정할 수 없다는 무언의 항변이었다. 

“네 눈에 그리 보였다면 유감이지 만 그게 내가 경험한 강호의 현실이 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철사자회를 합비로 옮기도록 해라.”

“싫습니다.”

“네 친우들이 다쳐도 괜찮다는 게냐?”

남궁대현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번엔 남궁벽도 적잖이 당황했는 지 불안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설마 그곳에 사람이라도 보낸 것 입니까?”

“네가 말을 듣지 않으니 어쩌겠느 냐!”

“저,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남궁벽이 사납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항상 일방 적이었다.

어린 시절 그는 어머니의 곁에 머 물고 싶었다. 오랜 시간 마음의 병 을 앓은 탓에 병약해진 어머니를 지 켜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란 작자가 나타나 강제로 자신을 낯선 곳으로 끌고 갔다. 어머니 곁으로 보내 달라고 수도 없이 빌었지만 소 용없었다.

밝았던 성격이 냉정하게 바뀐 것도 그 즈음이었다.

“그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더 이상의 대화가 무의미하다 판단 한남궁벽은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 그런데 그의 걸음은 한 치 앞으로 도 나아가지 못했다. 뒤에서 밀려든 암경이 원인이었다.

“난 아직 네 답을 듣지 못했다.”

남궁대현이 굳은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 갔다.

남궁벽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허리로 손을 가져가 검을 뽑았 고 한 점의 망설임도 없이 양쪽 발 을 찔렀다.

금세 피로 물드는 두 발.

하지만 남궁벽은 신음 한 번 내지않고 걸음을 옮겼다. 자해를 통해 암경을 풀어낸 것이다.

“독한 놈.”

남궁대현의 입에서 한숨 섞인 탄식 이 터져 나왔다.

천하의 고수인 그도 자식만큼은 제 뜻대로 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제 발로 이곳에 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

“철사자회란 곳이 가문을 등질 만 큼 네게 가치가 있는 것이더냐?” 

“네, 아직 규모도 작고 식구들도 미숙하기 짝이 없지만 서로를 생각 하는 마음만큼은 잘나 빠진 천중오 가보다 훨씬 낫습니다.”

남궁벽이 철사자회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그 말에 꽤 충격을 받았는지 남궁 대현은 한동안 말없이 아들의 등판 만 바라봤다.

그의 입이 열린 건 그로부터 반각여 뒤였다.

“네 뜻이 그리 확고하다면 더는 말 리지 않으마. 대신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선 네 스스로 책임을 져 야 할 것이다.”

“원하던 밥니다.”

“매정한 놈, 떠나기 전에 이걸 가져가라.”

벽에 세워져 있던 길쭉한 물건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모양새가 딱 검이었다.

남궁벽은 머리 위로 지나가는 검을 가볍게 잡아챘다.

“이게 뭡니까?”

“오래 전에 네게 주려고 주문해 놨던 검이다.”

“이런 걸 준다고 제 마음이………….”

“돌아설 리 없다는 거 잘 안다. 그 리고 그 검은 검인지도를 걷는 아들 에게 아버지가 주는 작은 선물이다. 네 형제들에겐 이미 줬으니 부담 가 질 필요 없다.”

그 말을 듣고서야 남궁벽은 검을 둘러싸고 있던 천을 걷어 냈다. 검 신을 타고 흐르는 시리도록 푸른 광 은 한눈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우리 가문의 검은 시간이 갈수록 무겁고 강해질 것이다. 보통의 검으 로는 그 힘을 견뎌 내기 힘들 터이 니 앞으로는 그 청명을 사용토록 해 라.”

그렇지 않아도 남궁벽은 검을 바꿀 까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청랑대와의 사투를 통해 한 단계 뛰어넘은 뒤 부쩍 검의 뒤틀림이 심해졌기 때 문이다.

“이 검은 잘 쓰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넌 누가 뭐래도 이 남궁대현의 아들이다. 그 사실만은 절대 잊지 말거라.”

부자는 그렇게 작별했다.


“허억.”

침상에 누워 있던 남궁훈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쁜 꿈이라도 꿨는지 이마가 땀으 로 범벅이 돼 있었다.

‘꿈이었나?’

남궁훈은 속으로 읊조리며 오른손을 내려다봤다. 그런데 멀쩡하던 오른쪽 손목에 부목과 함께 무명천이 감겨 있었다.

“일어나셨습니까?”

곁을 지키고 있던 운검대원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그것이・・・・・….”

“역시, 꿈이 아니었구나.”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놈이 사술을 부려 그리된 것이니.”

“억지로 날 위로할 필요 없다. 놈 이 보여 준 건 진짜 싸움이었다, 세 가 내에선 볼 수 없었던.”

남궁훈은 꿈처럼 느껴지는 그 순간을 머릿속에 되뇌었다.

분명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칼을 놓치는 걸 눈으로 확인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방심한 찰나에 생각지 도 못한 공격이 들어왔다.

‘어쩌면 그자, 내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칼을 놨을 수도 있어. 솔직히 그 전까지 전혀 힘든 기색 없이 제왕검을 받아 냈었잖아.’ 

남궁훈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제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몸으로 다시 움직이긴 힘들 듯한 …….”

“우린 아직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 다.”

“그 몸으론 무립니다. 차라리 저희가 움직이겠습니다.”

“소걸, 운검단의 단주는 나다. 내 명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면 장세가로 돌아가라.”

지금 당남궁훈이 거칠게 대꾸하며 자리에 서 일어섰다. 그리고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았음에도 부목을 고정시 키고 있던 무명천을 풀었다.

“크윽.”

손목이 끊어질 듯 아파왔다. 부서진 뼛조각들이 조금만 움직여도 근육을 찔렀기 때문이다.

“내 검을 가져와라.”

“저,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문제없다. 오른손을 쓸 수 없으면 왼손을 쓰면 그만이다.”

“그래도 의원의 말로는 충분히 안 정을 취해야 한다고…….”

“휴식은 충분히 취했다. 그리고 이 번엔 나 혼자 다녀올 테니 너희들은 이곳에서 대기토록 해라.”

남궁훈이 왼손으로 검을 쥐고 나섰다.

대원들이 다급히 달려와 말렸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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