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7권 – 22화 : 암계 난무 (1)
암계 난무 (1)
“뭐야?”
철사자회에서 하룻밤을 보낸 설우 진은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온 남궁 훈을 보고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그는 당연히 남궁훈이 본가로 돌아 갔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검사 들에게 치명적인 손목 부위에 부상 을 입혔기 때문이다.
‘내가 어제 힘 조절을 잘못했나, 분명 뼈가 부러지고도 남았을 텐 데?’
설우진은 어제의 기억을 되짚었다.
그런데 그의 기억 속에선 뼈가 부러 지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여긴 또 무슨 일이야, 어제 분명 히 이쪽의 입장을 밝혔을 텐데?” “내가 듣고자 하는 건 회주의 뜻이 다. 하니 지금 당장 남궁벽을 불러 와라.”
‘이거, 일이 요상하게 꼬였네. 사람 들이 떠드는 얘길 듣고도 설마 했었 는데 남궁세가에서까지 녀석을 회주 로 알고 있을 줄이야………….’
설우진은 남궁훈의 얘길 듣고 아차 싶었다. 남궁벽에게 일을 맡길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곤 꿈에도 짐작치 못했다. 각 세력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까지 챙길 정도로 그는 세심한 성격이 못 됐기 때문이다.
“어이, 뭔가 대단한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 철사자회는 벽이 녀석이 아니라 내가 대장이야.”
“……?”
“녀석의 유명세 때문에 그런 엉뚱 한 소문이 퍼진 것 같은데 내가 다 돈을 대고 만든 거라고. 너도 남궁 세가에서 왔으면 잘 알 거 아니야, 벽이 녀석이 얼마나 개털인지.”
“그, 그건…….”
남궁훈은 일순 말문이 막혀 버렸다.
설우진의 지적대로 남궁벽은 다른 형제들에 비해 금전적인 여유가 없었다.
학관에 다니는 동안에는 가문에서 생활비로 상당한 금액을 지원해 줬지만 학관이 임시 휴업에 들어간 뒤로는 그 지원금이 뚝 끊겨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남궁벽이 오래된 장 원이긴 하지만 그 크기가 일백 장에 이르는 비상장을 구매했다? 상식적 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서 더 설명해 줄 필요는 없겠 지. 손목도 성치 않을 텐데 어서 본 가로 돌아가서 치료나 받아. 벽이 녀석을 생각해 힘을 어느 정도 조절 하기는 했지만 그 상태로 방치해뒀 다간 비가 올 때마다 내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게 될 거야.”
설우진이 일방적으로 오해를 풀며 남궁훈을 장원 밖으로 내보냈다. 상 황이 그리되고 보니 남궁훈도 철사 자회에서 버티고 있을 명분을 잃어 버렸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남궁 벽이 누구 밑에서 일할 놈은 아닌 데?”
문밖으로 떠밀려 나온 남궁훈은 한 참 동안 멍하니 굳게 닫힌 철사자회 의 문을 바라봤다.
하지만 심중의 의구심은 쉬이 풀릴 줄 몰랐다.
남궁대현을 독대하고 돌아가던 남궁벽은 반갑지 않은 이와 조우했다.
그는 남궁세가의 부가주 남궁룡이 었다.
남궁벽은 괜한 분란을 일으키기 싫 어 그에게 가볍게 허리를 숙여 인사 를 건넸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사 나운 일침이었다.
“건방진 놈, 대관절 네놈이 뭐라고 이리 세가를 발칵 뒤집어 놓는단 말 이냐!”
“제가 한 일이 그리도 문제가 됩니까?”
남궁벽이 당당하게 응수했다.
“네놈도 머리가 있으면 알 것 아니 냐, 타 세력의 권역에 분파를 낸다 는 게 무슨 의미인지!”
“왜 철사자회가 남궁세가의 분파입니까?”
“그럼 아니란 말이냐?”
“다들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전 세력을 일굴 만한 자 질도 능력도 없습니다.”
“이제 와서 그게 무슨 헛소리냐?”
남궁룡이 황당하다는 듯 언성을 높 였다.
“헛소리가 아니라 사실 그대로를 말씀드린 겁니다. 전 친구 녀석의 부탁으로 철사자회를 만드는 데 일 익을 담당했을 뿐 그곳을 대표할 만 한 자격은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발뺌한다고 내가 믿 을 것 같으냐?”
“정 그렇게 믿기 힘드시면 저랑 함께 철사자회로 가셔서 확인해 보시 죠. 아마 그 친구도 부가주님을 보 면 무척 반가워할 겁니다.”
‘가만, 저 녀석이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놈이라면 단 한 명뿐이잖 아.’
남궁룡의 뇌리에 한 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이와 출신 성분에 어울리지 않게 건방지고 오만했던 놈.
“네가 말하는 그 친구가 설마 설우진이냐?”
“역시 기억하시는군요. 철사자회는 우진이의 제안으로 만들게 된 것입 니다. 하니 철사자회와 남궁세가를 억지로 엮으려 들지 마십시오.”
남궁벽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지만 남궁룡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네 녀석이 연관되어 있는 이상 우 리 가문은 철사자회를 묵과할 수 없 다.”
“정말 그렇게도 할 일이 없으십니 까? 마천이 쌍룡맹의 앞마당까지 쳐 들어온 상황입니다. 한데 놈들을 막 을 생각은 하지 않고 쓸데없는 데 심력을 소모하다니, 맹의 간부로서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남궁벽이 일침을 놨다. 이에 남궁 룡이 뻔뻔한 얼굴로 반박했다.
“이놈,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섬서가 놈들의 손에 넘어간 것은 모두 맹이 의도한 것이 다.”
“변명치고는 너무 허황되다 생각지 않습니까?”
“변명이라니, 오랜 논의 끝에 짜낸 지략이다! 섬서를 내줌으로써 놈들 의 방심을 이끌어 내고 잔당들이 모 두 모였을 때 사천과 하남, 산서에 서 동시다발적으로 반격할 것이다!”
남궁룡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사실 그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 후미에 나온 세 방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할 것이란 내용 은 실제 수뇌부 회의에서 결정된 사 안이었다.
“그런 얘기를 저한테 함부로 하셔도 되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