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7권 – 24화 : 암계 난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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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7권 – 24화 : 암계 난무 (3)


암계 난무 (3)

“이야, 이곳이 앞으로 우리가 생활 하게 될 곳이야? 마당도 진짜 넓고 경치도 끝내준다.”

“난 다른 곳보다 저 연무장이 맘에 드는데! 상대가 없더어도 수련이 가 능하도록 청동 인형이 곳곳에 세워 져 있잖아. 이런 시설은 천중오가 같은 명문가에서나 볼 법한 건데 말이야.”

한산하던 철사자회가 부산해졌다. 집에 다녀온다던 식구들이 약속된 기일에 맞춰 돌아온 것이다.

그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크고 화려한 비상장의 모습에 흥분을 감 추지 못했다.

특히, 앞마당 한편에 마련된 연무 장은 모두의 뜨거운 시선을 받았다. 

“다들 맘에 들어 하는 눈치네.” 

그들을 바라보는 설우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당연한 결과야. 내가 저 연무장을 만드는 데 얼마나 고생했는데…….” 

옆에서 조인창이 감격에 찬 눈빛으 로 연무장을 바라봤다.

그는 철사자회의 둥지로 비상장을 선택한 뒤 몇 날 며칠을 고민해 조 감도를 만들었다.

기존의 건물들은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무가에 꼭 필요한 시설들을 새 로이 추가했다.

그중에 가장 핵심이 된 게 바로 눈앞의 연무장이었다.

‘눈비가 와도 연무가 가능하도록 사면에 기둥을 세워 지붕을 얹고 바 닥에는 보법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 해 발이 푹푹 빠지는 흑사토를 깔도 록 했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관 수련장에 세워져 있던 목각인형을 참고해 청동 인형을 들여놓은 건 신 의 한 수였어.’

조인창은 연무장이 완성된 뒤의 그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들뜬 감정을 눈치 없는 한 인간이 산산이 부쉈다.

“인마, 말은 똑바로 해야지. 계획은 네가 세웠지만 저걸 완성한 건 내 돈이잖아.”

“……그렇긴 하지.”

조인창의 목소리가 기어 들어갔다. 실제로 연무장을 짓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중간에 돈을 떼먹은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 올 정도였다.

“그래도 수고했어. 네가 없었다면 돈이 있었어도 이렇게 꼼꼼하게 일 을 진행하지는 못했을 거야. 누가 뽑았는지 몰라도 총관 하나는 제대 로 뽑았어.”

설우진이 축 쳐진 조인창의 어깨를 감싸며 은근슬쩍 감투를 씌웠다.

순진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조 인창은 설우진의 속내도 모른 채 그 의 격려 한마디에 다시 기운을 차렸 다.

“애들도 돌아왔는데 우리 오랜만에 거하게 한잔 걸치자. 재회의 기쁨을 누려야지.”

“그렇지 않아도 식당에 술이랑 안 주 준비해 뒀어.”

“역시, 우리 총관이다. 자, 어서 술 판을 벌이러 가자!”

설우진의 목소리에 한껏 힘이 실렸다.

식구들이 돌아오고 사흘의 시간이 흘렀다.

첫날부터 시작된 술자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흘 내내 이어졌다. 처음엔 기쁜 마음으로 그 자리를 즐겼던 조인창은 점점 불안한 마음 이 들기 시작했다.

전날 밤에 남궁벽과 나눈 얘기 때 문이었다.

“우진아, 정말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거야?”

“뭐가 걱정인데?”

“벽이 말로는 우릴 노리는 세력이 있다던데.”

“걱정 마. 그리고 너희들은 마천의 마수에서도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들이잖아.”

“솔직히 그때 우리가 한 게 뭐 있 어, 겁이 나서 다들 피해 다니기 바 빴는데.”

“그래도 살아남았잖아. 그리고 너 희들 그때 이후로 많이 강해졌어, 아직은 못 느끼고 있겠지만.”

“그게 무슨……?”

“너흰 그때 벽을 뛰어넘었어. 더디 게 성장하고 있던 몸이 극한의 상황 을 통해 그 한계를 넘어선 거지. 그 일례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설우진의 손이 전광석화처럼 조인창의 면전으로 날 아갔다.

그의 손에는 실제로 살기가 실려있었다.

당황하는 조인창의 얼굴로 수도가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

한데 설우진의 수도가 눈앞으로 들 이친 순간, 거짓말처럼 조인창의 고 개가 젖혀졌다. 그렇게 수도는 간발 의 차이로 옆머리를 스치고 지나갔 다.

“바, 방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조인창이 요동치는 심장을 가까스 로 진정시키며 물었다.

“방금 전에 얘기했잖아, 극한의 상 황을 겪고 나면 몸이 스스로 성장하 게 된다고.”

“그동안은 전혀 못 느꼈는데…………” 

“그건 상대에게 살기가 없었기 때문이야.”

“그럼……?”

“난 방금 전에 널 진짜 죽이려고 했어. 물론 네가 피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지.”

설우진은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과격한 공격으로 조인창을 이해시켰 다. 수많은 실전을 겪어 온 그이기 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도란도란 얘길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문밖이 소 란스러워졌다.

순찰조장의 지위를 받은 나불진이 두 귀를 쫑긋 세우며 정문으로 달려 갔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 고 밖을 내다봤다.

정문 앞에는 덩치 좋은 무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흉터가 훈장처럼 새겨져 있었다. 놀란 나불진은 황급히 문을 닫고 식당으로 뛰어와 밖의 상황을 전했 다.

한쪽에서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남궁벽이 굳은 얼굴로 자리에 서 일어났다.

당장에라도 달려 나가 싸울 기세였 다.

그런데 설우진이 남궁벽의 손을 잡 아끌었다.

“호들갑 떨 것 없어. 문밖에 모여 있는 자들은 모두 내가 불렀어.”

“……?”

“내가 돈 주고 고용한 낭인들이라 고. 뭐, 실력은 기껏 해 봐야 이류 를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머 릿수가 적지 않으니까 놈들에게는 꽤 위협이 될 거야.”

“설마, 네가 전에 말했던 그게 ……?”

“맞아, 돈을 주고 낭인들을 산다는 의미였어. 이제 겨우 문을 열었는데 피를 튀기며 싸울 순 없잖아.”

설우진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하지만 그걸 듣고 있는 입장에서는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특히 철사 자회의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조인 창은 살짝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 다.

“내가 돈 주고 고용한 낭인들이라 고. 뭐, 실력은 기껏 해 봐야 이류 를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머 릿수가 적지 않으니까 놈들에게는 꽤 위협이 될 거야.”

“설마, 네가 전에 말했던 그게 ……?”

“맞아, 돈을 주고 낭인들을 산다는 의미였어. 이제 겨우 문을 열었는데 피를 튀기며 싸울 순 없잖아.”

설우진은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하지만 그걸 듣고 있는 입장에서는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특히 철사 자회의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조인 창은 살짝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 다.

“우진아, 네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저렇게 많은 숫자를 한꺼번에 고용 하는 건 무리 아니야?”

“천만에, 단체로 계약했기 때문에 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안 들었어.”

설우진은 전생에 낭왕이었던 만큼 낭인들의 계약 체계를 훤히 꿰고 있 었다.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낭인들 은 개개인으로 계약하는 것보다 한 꺼번에 계약하는 게 더 이득이었다. 실제로 설우진은 그 점을 적극적으 로 활용해서 무려 백 명에 이르는 낭인들을 단돈 은전 오백 냥에 고용 했다. 그것도 무려 한 달을 말이다. 

“자, 이제 상황 이해됐지? 그럼 계속 술이나 마시자.”

설우진은 철사자회 식구들을 안심 시키며 다시 술자리를 이어 갔다.


“뭐, 입구에 낭인 놈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상관춘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단단히 채비하고 철사자회의 근거지인 비상장으로 향하려 했다. 차관호보다 한발 먼저 움직여 남궁 룡의 신임을 얻기 위함이었다.

한데 정찰을 보냈던 제자에게서 뜻 하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숫자가 얼마나 되어 보이더냐?” 

“정확히 세어 보지는 못했지만 우 리 문도들의 숫자와 얼추 비슷해 보였습니다.”

‘허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세가의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렇게 많은 낭인들을 고용하다니?’ 

상관춘은 당황스러웠다.

일문의 문주인 그도 일백 명이나 되는 낭인들을 한꺼번에 고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휘하에 다양한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대문파들과 달리 칠검문과 같 은 중소 문파들은 사업체가 소규모 라 매달 운영자금을 마련하기도 빠 듯했기 때문이다.

‘이 일을 어쩐다? 문도들을 모두 동원하면 낭인 놈들을 쫓아내는 건 일도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손실이 생길 텐데………….’

상관춘은 머릿속으로 열심히 수지 타산을 따졌지만 몇 번을 계산해도 손해라는 결론만 나왔다.

“문주님,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장문 제자가 다가와 보고했다.

상관춘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대기를 명하고 홀로 문을 나섰다.

그가 향한 곳은 반대편에 자리한 오성문이었다.

오성문은 칠검문과 비슷한 규모로 유성연환권이라는 독특한 권법을 절 기로 삼고 있었다.

그가 문에 이르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날카로운 인상의 제자가 앞을 막아섰다.

“오성문주를 만나러 왔다. 안에 들어가서 칠검문의 문주가 찾아왔다 전해라.”

상관춘은 당당히 기세를 뽐내며 자 신의 신분을 밝혔다.

민머리의 제자는 그의 행색을 요리 조리 살피더니 이내 안으로 뛰어 들 어갔다.

잠시 후 차관호가 밖으로 나왔다. 

“상 문주가 이 먼 곳까지 어인 일 이오?”

“자네에게 긴히 상의할 일이 있어 서 찾아왔네.”

“흐음, 무슨 얘길 하려는 건지 모 르겠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갑시다.” 

차관호가 상관춘을 오성문 안으로 들였다.

곳곳에서 따가운 시선이 전해졌다.

기실 당연한 반응이다. 칠검문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무한 외곽 은 올곧이 오성문의 땅이었기 때문 이다.

“이제, 말해 보시오.”

화려하게 치장된 방안, 차관호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상관춘은 철사자회를 치려했다는 말은 쏙 뺀 채 낭인들이 득실거리는 철사자회의 상황을 그대로 전했다.

“역시 우리보다 앞서 움직이려고 했군.”

“허허, 오해일세.”

“흥, 내가 여우 같은 자네의 속내를 모를 것 같은가? 칠검문 혼자선 치기엔 부담스러우니 우리에게 손을 내밀러 온 것이겠지!”

차관호가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거 나이를 먹더니 제법 눈치가 늘었군. 앞으론 이용해 먹기가 쉽지 않겠어.’

상관춘은 아차 싶었지만 이런 상황 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기에 유연하게 대처했다.

“이거 제대로 정곡을 찔렸구먼. 맞 네, 본래 우리 가문의 무사들만 이 끌고 철사자회를 치려고 했었네.”

상관춘은 순순히 사실을 인정했다. 속내를 들킨 상황에서 혀를 길게 놀려 봐야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그 판단은 옳았다.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 보군, 천하의 상관춘이 순순히 사실을 인 정하다니.”

“우린 한배를 타기로 한 동지가 아 닌가. 이번 일만 잘 마무리되면 우 리 둘 다 맹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걸세.”

“흠, 자네는 그자의 말을 믿는 겐가?”

“후훗, 힘을 가진 자들의 말이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럼 왜…………?”

“우리 힘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잘 생각해 보게. 곧 마천과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 걸세. 그리되면 아마도 유력 세가들 은 수족이 되어 움직여 줄 세력을 찾게 되겠지.”

상관춘은 보다 멀리 내다보고 있었 다.

사실 칠검문 같은 중소 문파가 대 외적으로 그 존재를 피력하기는 어 려웠다.

비슷한 문파끼리의 분쟁은 세인들 의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데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 다. 남궁세가의 묵인하에 남궁벽이 대표로 있는 철사자회를 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회만 잘 살리면 전국구 문파로 거듭날 수 있었다.

‘역시 머리 쓰는 건 저놈을 못 따라가겠군.’

차관호는 상관춘의 머리를 순순히 인정했다. 그리고 그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제자들은 얼마나 필요하지?”

“머릿수는 우리가 채우면 되니 오 성문에선 용권대만 지원해 주게.” 

용권대는 오성문을 상징하는 무력 대다.

유성연환권을 팔성 이상 익힌 자 들만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현재 문주인 차관호를 제외하고 아 홉 명이 용권대에 적을 두고 있었 다.

“용권대를 전면에 내세울 속셈이 군.”

“후훗,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애들 은 아직 검을 다루는 게 서툴지 않 은가.”

상관춘이 여물지 않은 진검대의 검 술을 강조했다.

진검대는 오성문의 용권대와 대칭 하는 세력으로 숫자는 용권대보다 세 배 이상 많은 데 비해 무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차관호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상관춘의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 순 순히 용권대를 보내겠다고 약속했 다.

확답을 받아 낸 상관춘은 오성문을 나와 칠검문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걸음을 향했다.

그가 향한 곳은 뽀얀 담배 연기와 창기들의 분내가 진동하는 암굴이었 다.

암굴은 뒷골목에서 쓰이는 속어로 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윤락가를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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