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7권 – 26화 : 악연 재회 (1)
악연 재회 (1)
“길을 열어라.”
차관호가 전면에 나서 기력을 발산 하자 덩달아 뒤에 도열해 있던 용권 대도 기세를 더했다.
순간 낭인들은 그들에게 압도당했 다. 담이 약한 자들은 저도 모르게 바닥에 검을 떨구기까지 했다.
바로 그때 설우진이 낭인들 앞으로 나섰고 신기하게도 낭인들을 압박하 던 기운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차관호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내 기력을 단숨에 해소시켜 버리 다니. 철사자회에 남궁벽 못지않은 실력자가 숨어 있었던 것인가?”
차관호는 긴장된 눈빛으로 설우진 을 살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봤던 남궁벽의 초상화와는 확연히 다른 얼굴이다.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실력자, 그 로선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 었다.
“너는 누구냐?”
“이봐, 순서가 틀렸잖아. 내 이름을 알고 싶으면 그쪽부터 이름을 밝혀야지.”
“…………나는 오성문의 차관호다.”
“아, 오성문이라면 이 주변에서 주 먹깨나 쓴다고 알려진 문파잖아. 한 데 그곳에서 우리에게 무슨 볼 일이 지?”
설우진은 오성문의 이름 앞에서도 당당했다.
하기야, 마천과도 치고받고 했는데 오성문 따위가 귀에 들어올 리 없었 다.
차관호는 굳은 표정으로 대화를 이 어 갔다.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우리 오성문의 권역이다.”
“그래서?”
“우린 너희들과 권역을 나눌 생각 이 없다. 하니 이곳에서 철사자회를 철수시켜라.”
“크큭, 지금 당신이 말하고도 민망 하지 않아? 그런 소리는 힘을 가진 쪽에서 하는 거야. 근데 우리는 입 장이 반대잖아.”
우회적인 조롱이었다.
이에 발끈한 용권대원 하나가 차관 호의 허락도 받지 않고 앞으로 뛰쳐 나갔다.
평소 같으면 불호령이 떨어졌을 텐 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차관호는 가 만히 그 상황을 지켜봤다.
유성연환권은 오성문의 창건 시조 인 권웅 차인호가 말년에 완성한 권 법이다.
한때는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대단한 위명을 떨쳤었지만 지금은 무한 일대에서만 알아주는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왜 그리 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유성연환권은 내력 소모가 심했다.
연환이라는 이름처럼 쉼 없이 상대 를 몰아쳐야 하기에 끊어 치는 권법 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공이 빨리 소 진됐다.
그래서 오성문의 무사들은 장기전 에 취약했다.
파파팡.
맹렬하게 내뻗는 주먹에서 사나운 파공성이 일었다. 초반에 강한 권법답게 그 위력이 상당해 보였다.
한데 안타깝게도 용권대원이 내지르는 주먹은 설우진의 몸에 닿지 않 았다.
왜?
그 답은 간단했다.
둘 사이의 실력 차가 너무도 극명 했기 때문이다.
“겨우 이 정도로 거드름을 피운 거 라면 곤란한데. 난 어쭙잖은 실력만 믿고 설치는 놈들을 제일 경멸하거 든.”
설우진의 눈빛에서 순간적으로 살 의가 번뜩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벼락같은 한 수.
설우진의 정권이 그대로 용권대원의 주먹과 맞닥뜨렸다.
힘과 힘의 대결.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용권대원이 반대편으로 나가떨어졌고 공교롭게 도 그 방향에는 차관호가 자리하고 있었다.
차관호는 양발을 땅에 고정시키고 용권대원을 팔로 받았다.
경력이 실려 있었는지 차관호의 이마에 잔뜩 핏대가 섰다.
“괜찮냐?”
가까스로 용권대원을 받아 낸 뒤 차관호가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오른쪽 손이 축 늘어져 있었다. 아 까의 충돌로 손가락뼈가 모두 으스 러진 여파였다.
“문주님, 이번엔 제가 나서겠습니다.”
차관호의 옆으로 용권대주 차설웅이 나섰다.
묘하게 분위기가 닮아 있는 두 사람은 피를 나눈 형제였다.
“자신 있느냐?”
차관호가 물었다.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용권대의 대주로서 당당하게 주먹을 맞대고 싶습니다.”
“크게 다칠지 모른다.”
“그건 각오하고 있습니다.”
“좋다, 어디 한번 마음껏 싸워 봐라.”
차관호가 어렵게 차설웅의 청을 수 락했다.
차설웅은 용권대를 대표하는 자답게 발놀림부터가 처음에 나섰던 자 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경쾌하게 흙바닥을 튕기며 그의 신 형이 설우진의 전면으로 치고 들어 갔다.
그런데 설우진이 권격에 들어왔음 에도 그는 섣불리 주먹을 뻗지 않았 다.
‘후훗, 제법 실전을 겪은 모양이군. 하지만 간을 보는 것도 상대를 봐 가면서 해야 하는 거야. 도리어 그 신중함이 독이 될 수 있거든.’
설우진이 갑자기 땅을 박찼다. 기습적인 선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