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7권 – 4화 : 쌍룡 분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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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7권 – 4화 : 쌍룡 분열 (1)


쌍룡 분열 (1)

“역시 예도상단의 후계자다워. 욱 일승천하던 일품점에 제대로 한 방 을 날렸어.”

“하하, 아닙니다. 형님이 내준 무사 들이 아니었다면 이리 깔끔하게 일 을 처리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도는 방 안.

남궁룡과 예명한이 한껏 고무된 얼 굴로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내뱉는 말 속에는 공통적으로 일품점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이게 전부는 아닐 테지?”

남궁룡이 술잔을 비우며 의미심장 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아직도 설우진에게 당한 앙금 을 가슴 깊이 묻어 두고 있었다. 

“근자에 퍼진 소문으로 일품점의 수익이 급감하기는 했지만 그간 벌 어들인 돈이 있으니 쉬이 무너지지 는 않을 것입니다.”

“하면?”

“일품점에 이를 가는 놈들을 무한 으로 끌어들일까 합니다. 그들이라 면 저희가 따로 손을 대지 않아도 지금의 혼란을 이용해 일품점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을 것입니다.”

예명한은 섬뜩한 눈빛을 발하며 차 도살인의 계를 실행할 것을 은연중 에 암시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품점의 독주로 기존 포목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상 당수 업체들이 극심한 경영난에 시 달려야 했다. 특히 오랫동안 업계 일위를 지키고 있던 벽라점의 피해 가 컸다.

“과연 놈들이 뜻대로 움직여 줄까?”

“그건 걱정 마십시오, 굶주린 물고 기는 작은 먹이에도 민감하게 반응 하기 마련이니.”

예명한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뭐, 자네가 그리 얘기한다면 믿어야지. 일 얘기는 그만하고 남은 술 이나 비우세.”

남궁룡이 다시 술병을 들었다. 그렇게 음모의 밤이 깊어 갔다.


“우진아, 미안하구나, 오랜만에 집 으로 돌아왔는데 무거운 짐이나 안 겨주고.”

“아버지,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세요! 저 설가장의 장남입니다, 장남. 그동안 공부한답시고 장남 노 릇도 제대로 못 했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만회할게요.”

설우진은 축 쳐진 아버지의 어깨를 보면서 애써 밝은 미소를 보였다.

그 미소에 설무백도 어느 정도 힘 을 얻는 눈치였다.

“방법은 생각해 둔 게냐?”

설무백이 물었다.

“일단은 설가상단과 관련된 모든 업체들을 조사해 볼 생각이에요. 아 무 접점도 없는 곳에서 일부러 설가 상단을 노리지는 않았을 테니 그들 을 족치다 보면 분명 원하는 답이 나올 거예요.”

“혼자서 괜찮겠느냐, 방문해야 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닐 터인데?”

“이런 일은 은밀히 움직이는 게 좋 아요. 자칫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수 있거든요.”

“듣고 보니 일리가 있구나. 대신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하거라. 본점이 쓴 누명만 벗을 수 있다면 천금이라도 아깝지 않다.”

설무백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는 돈을 못 벌게 된 것보다 그 간 쌓았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진 게 더 억울했다.

“자금은 충분해요. 그러니까 아버 진 이쪽 일엔 신경 끄시고 거래처 관리에 주력하세요.”

“알았다. 이 아비도 열심히 발로 뛰마.”

설무백은 그길로 곧장 집무실을 나섰다.

집무실에 혼자 남게 된 설우진은 옆방에 머물고 있는 공손득을 불러 들였다.

고생의 흔적인지 공손득의 눈 밑은 검게 죽어 있었다.

“이쪽으로 앉아.”

설우진이 자리를 권했다. 소득이 없지는 않았는지 자리에 앉는 공손 득의 얼굴이 꽤나 밝아 보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성과가 있었던 모양이네?”

“네.”

“그럼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봐.” 

설우진의 눈빛이 강하게 빛났다. 그만큼 그가 이번 일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진지했다.

“밤새 고민해 봤는데 전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조선 상단이 쥐고 있다 고 봅니다.”

“조선 상단? 그쪽은 우리와 같은 피해자잖아.”

“일견하기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본 손해는 없습니 다.”

“손해가 없다고?”

설우진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 로 반문했다.

“설가상단 쪽에 사고가 생기고 하 루도 지나지 않아 가져온 물건을 모 두 처분했다고 합니다, 마치 미리 사고가 터질 걸 알았던 것처럼.”

“그 말은 조선 상단과 이번 일을 꾸민 놈들이 한패였다는 거야?”

“정황상 그럴 가능성이 농후합니 다. 많은 양의 상품을 단시일 내로 처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특히 조선 상단에서 가져온 것은 고가의 인삼이 아닙니까.”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장사는 시간 싸움이라는 말이 있 다. 그 정도로 물건을 푸는 시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데 조선상단은 뜻하지 않은 사 고로 인해 그 시기가 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제값을 받고 인삼 을 처분했다.

미리 인삼을 처분할 상단을 섭외해 둔게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을 정리해 보면 조선 상단도 놈들과 한통속인 데 마지막 순간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거다?”

“네, 정확한 건 조선 상단의 사람 을 직접 만나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제 판단은 그렇습니다.”

공손득의 어조는 확신에 차 있었 다.

설우진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녀오마.”

“어딜……?”

“네가 방금 전에 얘기했잖아, 직접 만나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설우진은 태연한 얼굴로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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