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8권 – 11화 : 장강수로채 (4)
장강수로채 (4)
실제 장익환은 설우진과 궁악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저 평소 친 분이 있던 의창 객잔의 주인이 귀한 손님이라며 소개해 준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장익환의 얘길 듣고 감여는 다급히 목가유에게 전음을 보냈다.
-목 대인, 어찌할까요?
-젓가락에 내기를 실어 날리는 건 나도 할 수 있다. 하니 신경 쓰지 말고 네 일이나 봐라.
목가유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를 방증하듯 젓가락이 날 아든 방향으로 거침없이 신형을 튕 겼다.
‘쥐새끼 같은 놈, 이 칼질 한 번으 로 네놈의 목을 썰어 주마.’
목가유가 기세 좋게 방으로 들이쳤 다. 길목을 가로막고 서 있던 문은 발끝에 내기를 실어 안쪽으로 후려 찼다.
“새끼, 요란하게도 등장하네. 하여 간 사파 놈들치고 겉멋 안 든 놈이 없다니까.”
방 안에서 설우진이 목가유를 반갑 게 맞았다. 궁악비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한 놈은 어디로 갔느냐?”
목가유가 궁악비를 찾았다. 자신보 다 한참이나 어려 뵈는 설우진이 젓 가락을 던졌을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이다.
“그 양반이라면 진즉에 나갔는데. 뒤를 봐, 신나게 날뛰고 있잖아.”
설우진이 눈짓으로 뒤를 가리켰다. 이에 목가유는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돌렸다. 바로 그때 설우진이 벼락처 럼 달려들었다. 그리고 목가유의 뒤 통수를 냅다 후려쳤다.
한없이 가벼워 뵈는 공격이지만 당 사자는 좀체 그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이, 이 찢어 죽일……!’
머릿속에서 수십 개의 종이 한꺼번 에 울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목가유는 벽을 넘어선 고수 답게 빠르게 냉정을 되찾고 다음 공 격에 대비했다.
“반응이 제법이네. 수적치고는 확 실히 과한 실력이야.”
등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목가 유는 빠르게 몸을 휘돌렸다. 그 끝 자락에는 거치도가 걸쳐져 있었다. 거치도 끝자락에서 부는 서슬 파란 바람, 하지만 그 바람은 천뢰도라는 벽 앞에서 허무하게 스러졌다.
설우진은 이미 목가유가 취할 움직 임을 읽고 있었다. 그의 공격을 유 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등 뒤에서 기척을 냈기 때문이다.
뒤늦게 그 사실을 눈치챈 목가유는 천뢰도를 밀어내며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그걸 그냥 두고 볼 설우진이 아니었다.
설우진은 손목을 비틀어 거치도를 목가유의 손아귀에서 빼냈다. 거치 도의 이가 천뢰도의 날을 물고 있던 탓에 목가유는 두 눈 뻔히 뜨고 병 기를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이거 무슨 귀신에 홀린 것도 아니고…….’
목가유는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이 현실처럼 느껴지지가 않았 다.
세력 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실력자가 자신이다. 그런데 비 슷한 또래도 아니고 한참이나 어려 뵈는 애송이한테 일방적으로 당했 다. 꿈이 아니라면 정말 말이 안 되 는 상황이다.
바로 그때 설우진이 선심 쓰듯 그 의 뺨을 세차게 후려갈겼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설마 천중오가의 숨겨진 고수인가?”
목가유는 자신이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대를 가늠하기 시작 했다.
드러난 천중오가의 고수들은 대부 분 알고 있다. 하지만 단연코 설우 진과 같은 나이의 자신을 압도하는 고수는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그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뿐이었다.
털썩.
“제가 귀인을 몰라 뵙고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목가유가 무릎을 꿇었다.
정파인이라면 쉬이 하기 힘든 행동 이었지만 그의 뿌리는 사파였다. 목 숨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깟 무릎 쯤 얼마든지 꿇을 수 있었다.
“사내의 무릎이 이렇게 가벼워서 야…………. 근데 어쩌지, 난 네놈을 살 려 보낼 생각이 없는데?”
설우진의 두 눈에 진한 살기가 드리웠다. 그냥 해 보는 말이 아닌 듯 거치도의 날 선 이를 목가유의 목덜 미에 갖다 댔다.
얼마나 예리하게 날을 세웠는지 살 짝 베었을 뿐인데도 점점이 혈흔이 묻어 나왔다.
그도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재물 을 빼앗는 선에서 수적들을 돌려보 냈을 것이다. 한데 지금은 귀마들에 게 쫓기고 있는 상황이다. 약주에 도착할 때까지 어떻게 해서든 종적 을 감춰야 한다는 의미다.
해서 그는 진심으로 청호채의 수적 들을 모두 죽이고자 했다. 이때 살 기를 감지한 목가유가 다급한 목소 리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