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9권 – 14화 : 범 아가리 속으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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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9권 – 14화 : 범 아가리 속으로 (1)


범 아가리 속으로 (1)

스스슥.

어둠이 짙게 깔린 서안의 밤거리. 설우진이 야묘가 길 위를 걷듯 발 소리를 죽이며 황룡 학관 쪽으로 접 근했다.

황룡학관 주변에는 거친 마기를 뿜어 대는 경비 무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마천은 머릿수로 싸운다는 우스갯 소리가 틀리지만은 않았는지 거의 기백에 달하는 인원이 수시로 위치를 바꿔 가며 사주를 경계했다.

설우진은 어둠 속에서 그들의 동선 을 유심히 살폈다.

안으로 은밀히 숨어들 수 있는 최 적의 경로를 찾고자 한 것이다. 하 지만 좀체 빈틈이 보이질 않았다.

“지난번 비검대 일로 독이 바짝 오 른 모습이군. 정면으로 치고 들어갔 다간 사방에서 달려드는 마졸들에게 둘러싸이고 말겠어.”

설우진이 두 눈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태산을 내려온 후 곧장 이곳 서안으로 달려왔다. 그 목적은 단 하나, 남궁벽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벽이 녀석이 어디에 감금되어 있 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안으로 들어가는 건 무모한 짓이야. 일단은 녀석의 위치부터 파악해야 해.’

설우진은 머릿속에 황룡 학관의 구 조를 떠올렸다.

학관 일 년 차에 여기저기 잘도 돌아다녔던 터라 학관 내에서 안 가 본 곳이 거의 없었다.

‘학관 내부에는 뇌옥과 같은 감금 시설이 없어. 그렇다면 그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곳을 찾아야 한다는 건 ……..’

설우진은 의심되는 곳들을 하나하 나 머릿속으로 추려 냈다. 그리고 한참 만에 하나의 장소를 추정했다. 바로 그와 남궁벽이 수련장으로 자주 애용했던 사자관이다.

사자관은 방마다 격벽이 설치되어 있는 대표적인 수련 시설로 창문이 전혀 나 있지 않았다. 그래서 관도 들 사이에선 사자관을 가리켜 창살 없는 감옥이란 우스갯소리가 심심찮 게 떠돌기도 했다.

‘문제는 어떻게 그곳으로 들어가느 냐는 건데…………’

하나의 답을 찾고 나니 또 다른 난제가 튀어나왔다.

전생의 그였다면 아마도 길게 고민 하지 않고 정면으로 치고 들어갔을 것이다.

그때는 머리보다 주먹이 앞서는 시절이었으니.

하지만 지금은 그리할 수가 없었 다.

지킬 것이 없던 전생과 달리 지금 의 그에겐 꼭 지켜야 할 이들이 있 기 때문이다.

물론 남궁벽도 그 범주 안에 들어 갔다.

“사자관으로 숨어들려면 일단 놈들 의 이목부터 따돌려야 해. 하지만 보통의 방법으론 꿈쩍도 안 할 거 야. 지난번 내게 휘둘린 기억이 남 아 있을 테니까.”

방법은 쉬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극 히 제한되어 있다. 지난번처럼 부릴 수 있는 이들이 있다면 모를까 혼자서 마천의 이목을 돌리기란 거의 불 가능에 가까웠다.

바로 그때, 한 무리가 황룡 학관 쪽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들은 마천과는 다른 복색의 무사 들이었다.


“정지.”

산발을 한 거친 인상의 사내가 오 른팔을 뻗어 무사들의 앞을 가로막 았다.

그는 야간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청랑대 소속의 왕고겸이었다.

“인근 화도방의 방주, 공초민이라 합니다.”

반백의 머리를 한 노인이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화도방?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왕고겸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공 초민을 쳐다봤다. 이에 공초민은 구 구절절하게 화도방을 소개했다.

“그러니까, 서안 귀퉁이에 붙어 있 는 문파 중 하나다?”

“네.”

“그런 보잘것없는 곳에서 우리한테 무슨 볼 일이지?”

“근자에 마천이 높은 뜻을 품고 강 호를 도모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 다. 미력한 힘이지만 그 대업에 손 을 보태고자 이렇게 염치 불고하고 찾아왔습니다.”

공초민이 웃으며 답을 했다.

그가 문주로 있는 화도방은 정사지 간의 문파다. 문도라고 해 봐야 백 명 남짓이지만 주목할 만한 점은 화 도방의 역사가 오백 년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화도방은 소위 줄타기에 능했다. 중립을 견지하면서도 상황에 따라서 승자 쪽에 잘 붙었다는 얘기다.

최근 마천은 대외적으로 새로운 강 호의 주인으로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천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쌍룡맹의 상황이 좋질 못했다.

삼사보가 이탈하면서 전체적인 전 력이 깎인 데에 이어 천중오가 사이 에서도 분열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 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맹주인 황유하 가 실각됐다.

그 이유에 대해선 무수한 추측이 나돌았지만 쌍룡맹 측에선 끝까지 말을 아꼈다.

연일 흔들리고 있는 쌍룡맹과 달리 마천은 지속적으로 세가 불고 있었 다. 과거 마천을 따르던 자들이 하 나둘씩 서안으로 모여든 덕분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사지간의 문 파들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어느 쪽을 따를지.

“흠, 데려온 놈들은 저게 다냐?”

왕고겸이 손가락으로 공초민의 뒤에 서 있는 무사들을 가리켰다. 숫자는 서른 남짓.

다들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공초민은 그들을 화도객이라 소개 하며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키웠다 고 강조했다.

‘오합지졸들이군. 칼은 제법 휘둘 러 본 모양이지만 눈에 독기가 없 어. 아마 제대로 된 실전을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을 테지.’

왕고겸은 단번에 화도객의 실체를 알아봤다. 하지만 굳이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돕겠다고 찾아온 이를 그냥 내칠 수는 없지. 안으로 들어가라. 안내하 는 자가 있을 것이다.”

왕고겸이 길을 열었다.

공초민은 연신 허리를 굽히며 화도 객을 이끌고 학관 안으로 향했다. 

“왕 형, 저런 떨거지들을 왜 받아 주는 거요? 데리고 있어 봐야 발목 만 잡을 것 같은데.”

화도방이 문 안으로 들어가고 난 후, 족제비를 닮은 가경희가 왕고겸 에게 다가와 물었다.

“나라고 받고 싶어서 받았겠나! 위 에서 받으라고 하니 명령대로 따른 것이지.”

“어느 윗선이오?”

“이런 귀찮은 명령을 내릴 곳은 하 나뿐이지 않나.”

“또 군사전이오? 하여간 그 머리 쓰는 거 좋아하는 놈들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니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군사전을 씹 어 댔다.

전위대에 속해 있는 무사들은 대부 분 군사전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질 못했다. 장기판의 말처럼 자신들을 부리는 군사전의 행태가 못마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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