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11장 – 침수(浸水) (10)
갈로텍은 비명처럼 닐렀다.
<하텐그라쥬라고!>
비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유가 있을 리 없습니다. 시우쇠를 노출시키면 북부의 다른 지역이 초토화된다는 것을 괄하이드 규리하가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런 그가 이곳에서 시우쇠를 노출시켰다는 것은 지금부터 한계선 이남으로 내려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엔거에서 남쪽으로 무엇이 있는지. 그들은 석 달 안에 하텐그라쥬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갈로텍은 비아스의 니름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냉혹의 도시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로 한 번도 없던 일이다. 한계선에 가까운 나가의 도시들 중에는 대확장 전쟁 당시 아라짓 전사들이나 키탈저 사냥꾼의 습격을 겪었던 도시도 있지만 냉혹의 도시에는 그런 역사가 없었다.
갈로텍은 부정하려 했다. 하지만 비아스는 차분하게 닐렀다.
<그들은 그렇게 할 겁니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은 두 가지입니다. 그들이 키보렌에 들어가도록 내버려 두고 그 대신 군 전체에 대공격령을 내려 북부의 전 지역을 파괴하는 방법과, 그렇잖으면 지금 당장 군 전체를 이곳으로 집중시켜 그들이 하텐그라쥬로 다가가기 전에 물리치는 방법.>
갈로텍은 주퀘도 사르마크를 위해 대화 방법을 바꿨다.
“육성으로 말하게. 만약 우리가 북부군을 저지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하텐그라쥬를 공략할 수 있을 거라고 보나?”
“그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우쇠가 그곳에 있고 륜 페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하텐그라쥬에 도달하려면 페로그라쥬, 악타그라쥬, 시모그라쥬를 거쳐야 할 텐데?”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우리 도시들은 생활 공간이 곧 전투 공간인 불신자들의 도시와는 다릅니다. 한계선 남쪽을 다 뒤져 봐도 성벽이나 전투 요새 같은 것은 없잖습니까.”
“키보렌이 바로 우리의 성벽이고 요새다. 그렇잖은가?”
“몇 년 전까지는 그랬을 겁니다. 인간의 말은 우리 숲속에서 아무 소용이 없고 그 빽빽한 숲속에서 대규모 부대는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니까요. 하지만 그들에겐 륜 페이가 있습니다. 물을 감지할 수 있는 여신의 능력에 용인의 예민함이 더해진 그 괴물에게 숲은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륜은 평원에 있는 것처럼 접근하는 나가들을 볼 겁니다. 그리고 시우쇠는, 아마도 단지 걸어가는 것으로 키보렌에 대로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갈로텍은 욕설을 중얼거렸다. 비아스의 지적대로였다. 결국 주퀘도 사르마크가 못 말리겠다는 듯이 전면으로 나섰다.
“주퀘도 사르마크다. 비록 내가 훌륭한 교사라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갈로텍 이 녀석도 가능성 풍부한 제자라고 하긴 어렵겠군. 이봐, 마케로우 장군.”
비아스의 얼굴에 짧게 경계심과 불안 같은 것이 드러났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이었을 뿐 비아스는 곧 침착하게 말했다.
“예. 주퀘도 사르마크 상장군님.”
“자네 추측은 정확하다. 그들이 이곳에서 시우쇠를 노출시킨 이유를 다른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지. 그렇다면 이 점도 설명할 수 있겠나? 괄하이드 규리하는 왜 그런 의도를 노출시켰을까? 정말로 하텐그라쥬를 칠 계획이었다면 시우쇠를 아예 노출시키지 않은 채 키보렌에 잠입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
비아스는 불만스러운 기분으로 이 시험에 응했다.
“그들이 키보렌에 들어가면 북부에는 우리와 싸울 병력이 남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위험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우리들로 하여금 북부에서 분탕질을 치는 대신 황급히 그들을 따라가게 하고 싶은 거지요.”
“비밀리에 잠입한 다음 하텐그라쥬를 잡는 편이 나을 텐데?”
비아스는 웃었다. 최소한 웃음처럼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코마 상장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순입니다. 정말 하텐그라쥬를 칠 계획이시라면 왜 시우쇠 님을 노출시킨 겁니까? 아예 키보렌으로 들어간 다음, 아니, 하텐그라쥬에 도달하고 나서 노출시키는 편이 훨씬 낫잖습니까?”
라수는 대답했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의도를 뚜렷이 함으로써 당장 북부의 다른 사람들을 나가의 손길에서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넉 달 동안 준비된 이 전투는 사실 거대한 공갈입니다. 당장 이쪽으로 오라고 외친 셈이지요. 나가들은 우리를 저지하기 위해 북부를 짓밟는 것을 그만두고 우리를 뒤쫓아와야 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저지당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잖습니까?”
“우리 처지가 패배를 상정한 전략을 검토해 볼 정도로 여유 있는 처지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지금 당장 북부의 모든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도가 있다면 고려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우리를 뒤쫓지 않고 내버려두면 어쩐단 말입니까?”
다른 장수들도 걱정스러운 낯빛으로 라수를 바라보았다. 라수는 서늘한 얼굴로 말했다.
“물론 나가들은 그런 시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 북부를 닥치는 대로 유린함으로써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회군하게 되기를 바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에게 그런 선택을 하게끔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를 따라오게 만들어야지요.”
“어떻게 그럴 작정입니까?”
라수는 다시 몸을 돌려 지도를 가리켰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하텐그라쥬에 도달하기 위해서 우리는 페로그라쥬, 악타그라쥬, 시모그라쥬를 거쳐야 합니다. 모두 나가의 도시들이지요. 그리고 나가의 도시에는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건물이 있습니다.”
“심장탑!”
지코마 상장군이 넋 나간 표정으로 외쳤다. 라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예. 뇌룡공께서는 우리에게 심장파괴라는 것을 알려 주셨습니다. 우리는 나가가 자랑하는 불사성 그 자체를 공격할 겁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불사를 위해 행한 심장 적출이 다시 없는 무서운 무기가 되어 그들에게 돌아왔음을 깨닫게 되겠지요.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든 우리를 막기 위해 되돌아올 겁니다. 세 도시의 심장탑을 파괴해도 나가들이 쫓아오지 않는다면, 한계선 남쪽의 심장탑을 모조리 파괴해 버릴 각오임을 보여 줘야 할 겁니다. 어쨌든 그들은 우리를 뒤쫓게 될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필사적인 각오로 우리를 뒤쫓아오는 나가들을 꼬리에 매단 채 하텐그라쥬로 진격할 겁니다. 그리고 침묵의 도시에서 여신을 구출할 겁니다. 그러면 세계의 기온은 정상으로 돌아갈 테고, 우리를 뒤쫓아온 나가들은 다시 한계선 이북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라수는 경악한 장수들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것이 제 작전입니다.”
장수들은 얼이 빠진 채 라수의 말을 곱씹었다. 그때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들이 중첩되어 쌓여 있는 곳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말을 말씀해 주시지 않는군요. 상장군님. 고의적으로 누락하시는 겁니까?”
장수들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냐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라수는 그 목소리를, 정확히 말하자면 그 목소리에 낙인처럼 찍혀 있는 슬픔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라수는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지 않은 채 대답했다.
“내가 누락시켰다고 짐작한 내용을 말해 보겠나, 자보로 장군?”
장수들의 뒤편에서 키타타 자보로가 몸을 일으켰다.
그곳에 있는 장수들 중 흉터나 해묵은 상처쯤 가지고 있지 않은 무사는 드물었다. 오른팔이 통째로 잘린 코네도 빌파—전쟁 때문에 잘린 것은 아니지만—같은 자가 평범하게 보이는 북부군 장수들 사이에서 키타타 자보로의 정갈한 모습은 오히려 이질적이었다. 그러나 잘 기능하는 뼈와 살과 체액이 사람의 모든 구성 요소라고 주장할 만큼 과격한 자는 없을 것이며, 그런 견지에서 보자면 키타타 자보로는 그곳에 있는 장수들 중 가장 많은 것을 잃은 장수 중 하나였다. 물론 자보로 성벽의 낙성과 자보로 씨족의 멸망 중 어느 것이 키타타 자보로를 더 파괴했는지 가늠해 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 키타타 자보로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 전략이 성공한다는 전제 하에, 그 진격의 끝에서 우리가 보게 될 것은 분노한 나가들에게 포위당한 채 키보렌 한가운데서 고립된 우리 자신의 모습이겠군요. 한계선 이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그들의 심장탑을 파괴했다는 사실, 그리고 한 번도 외침을 당하지 않았던 그들의 가장 소중한 도시를 파괴당했다는 사실 등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 살인귀들 사이에 말입니다.”
라수는 눈을 감았다. 조금 후 눈을 다시 떴지만, 어느 곳도 바라보지 않은 채 라수는 말했다.
“그래. 자보로 장군. 더 간단히 말해 주지. 우리는 돌아올 수 없어. 내가 이곳에서 시우쇠 님을 노출시킨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의 그런 의도를 적이 이해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야.”
천둥 같은 침묵이 장수들을 엄습했다. 라수는 확신이 담긴 어조로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하지만 시우쇠 님이나 하텐그라쥬 공작 두 분 중 한 명을 하텐그라쥬에 도달시키기만 한다면 우리 작전은 성공이야. 그리고 우리 모두가 돌아오지 않을 각오를 한다면 그 작전이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하지.”
누군가가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단지 그 두 분 중 한 분이 침묵의 도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해 우리 4만 명 모두가 희생해야 하는 겁니까?”
“그렇다.”
누군지 모를 사람의 질문에 대답하면서도 라수는 여전히 키타타를 바라보았다. 강대한 씨족의 마지막 생존자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만, 누군가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작전이겠군요.”
라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맙다. 자보로 장군. 앉도록.”
키타타는 다시 앉았다. 라수는 벽난로가로 걸어갔다. 어딘가에 기대고 싶었지만 그런 모습은 나약하게 보일 것이다. 라수는 다만 고개를 조금 들어 올려 천장을 향해 말했다.
“키타타 자보로 장군이 지적한 대로 이 작전은 받아들이기 쉬운 것이 아닙니다. 교활함을 발휘한다면 저는 여러분들이 승리에 도취된 지금 결정을 내리라고 말할 테고, 그로써 많은 동의를 얻어 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 교활함은 언제나 나가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니 뜨거운 가슴 대신 차가운 머리로 생각해 보시도록 하룻밤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더 이상은 드릴 수 없습니다. 시우쇠님이 노출된 이상 더 시간을 끌 수 없으며, 따라서 우리는 당장이라도 남쪽으로 출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밤 동안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돌아올 수 없는 길에 동참하고 싶지 않은 분들은 내일 의사 표시를 하십시오. 도깨비들과 어르신들이 즈믄누리로 안내할 겁니다.”
라수는 그 밤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며 마지막 말을 꺼냈다.
“해산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