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11장 – 침수(浸水)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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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 11장 – 침수(浸水) (15)


갈로텍이 고통스러운 사실을, 그러니까 대호왕과 키베인이 그들의 앞쪽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주퀘도의 도움 때문이었다. 도깨비들이 지평선에 만들어 내는 열기를 북부군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갈로텍은 주퀘도의 지적에 비늘이 빠질 것 같은 기분을 맛봐야 했다.

“발자국이 없다고요?”

“두억시니들의 발자국이 있었다. 아주 독특해서 알아보기 쉽지. 하지만 그것이 없어졌어. 너희들은 발자국 같은 것에 좀 더 신경을 쓰는 편이 좋을 거야.”

“언제부터 없어졌습니까!”

“시구리아트 관문 요새를 지나온 뒤부터.”

갈로텍은 그들이 대수호자와 대호왕의 발아래를 지나쳐 온 것이라는 사실을 당장 깨달았다. 갈로텍은 분노하여 외쳤다.

“그런데 왜 지금 그걸 알려 주시는 겁니까!”

“내가 필요 없다고 말한 건 그쪽인데. 대장군.”

갈로텍은 주퀘도에게 화를 내느라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그들이 관문 요새를 지나온 것이 이미 이틀 전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즉시 대나무 군단은 회군에 들어갔다. 갈로텍은 대나무 군단에 소드락 복용을 명령했다. 그리고 그 자신도 말에서 내려 소드락을 복용했다. 동물들과 보급 부대를 뒤에 남겨 둔 채 갈로텍은 정신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탈진할 지경이 되어서 관문 요새로 되돌아온 갈로텍과 대나무 군단을 맞이한 것은 한 인간 사내였다. 사내는 철문 앞쪽에 서서 참 진귀한 꼴도 다 본다는 듯한 눈으로 대나무 군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진귀했다. 이틀 거리를 반나절 만에 주파한 나가들은 모두 험상궂은 몰골을 하고 있었다.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피로와 분노 속에서 갈로텍은 사내를 노려보았다. 사내는 우아하게 고개를 숙인 다음 말했다.

“저는 하르체 도빈이라고 합니다. 관문 요새를 통과하실 생각입니까?”

“북부군은 어디에 있냐!”

“그 분들이오? 남쪽으로 가셨습니다.”

“그렇다면 문을 열어! 이 악당 놈들아!”

하르체 도빈은 갈로텍의 폭언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말했다.

“통과하실 거라는 말씀이군요. 서로간의 편의를 위해서, 저번 통과 이후로 줄어든 동물들의 숫자를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저번에 지불하신 통행료에서 그 동물들에 해당하는 금액을 차감하면 징수 작업이 간단할 거라 생각합니다.”

“아!”

“이봐! 그때 우리가 가진 돈을 거의 내 줬다는 것은 너도 알잖.”

“압니다. 하지만 그것은 저와는 상관없는 문제입니다.”

“왜 상관이 없어! 나는 또 지불할 돈이 없다는 말이야!”

“그러신가요?”

하르체 도빈은 매우 애석하다는 표정으로 갈로텍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거 참 안되셨군요. 유료 도로당은 길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통행료를 내지 않는 여행자에겐 무기를 준비하지요.”

갈로텍은 격노를 금할 수 없었다. 하르체가 손짓을 보내자마자 요새에서 쇠뇌가 우박처럼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주퀘도가 그런 전투를 원했기에 일부러 늦게 사실을 가르쳐 준 거라는 확신 때문만도 아니었다.

갈로텍은 화염의 화신이 하텐그라쥬로 향하는 시점에서 나가 군의 최고 명령권자와 최고 전략가가 북쪽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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