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13장 – 파국으로의 수령 (1)
하나는 셋을 부른다.
– 알려지지 않은 해묵은 금언.
파국으로의 수렴
강철의 날개를 활짝 편 전투 도끼가 유혈의 파도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핏방울이 포말처럼 번져 나가지만, 도끼의 비상은 가볍다. 도끼는 열기와 피비린내 사이로 유유히 날았다. 즈라더의 오른손에서 도끼가 벗어났을 때 상대방은 그가 도끼를 놓쳤다고 판단했다. 애석한 오해였다. 즈라더는 자유로워진 주먹으로 도끼로 치기에는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온 나가의 얼굴을 으깨 버렸다. 한편, 그의 머리 위를 날아 넘어간 도끼는 기다리고 있던 왼손과 협력하여 쇄도해 오던 나가의 두개골을 박살 냈다. 즈라더는 양손잡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나가는 세손잡이를 상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즈라더의 세 번째 상대는 장닭과 조우한 지렁이의 심정을 완전히 이해했다.
주위의 나가 셋을 단숨에 쓰러뜨리는 즈라더의 묘기를 본 나가들은 비늘을 세우며 주춤 물러났다. 즈라더는 나가들을 비웃으며 기이한 짓을 했다. 그는 왼쪽 손목을 도낏날 아래에 걸었다. 그러고는 손목만으로 도끼를 빙글빙글 돌리며 오른손 검지를 까딱거렸다.
“뜨겁게 덤벼 봐!”
나가들은 그 외침을 듣지는 못했지만 그 방자한 동작은 똑똑히 읽었다. 즈라더는 외쳤다.
“염통은 빼냈더라도 혼은 남아 있을 것 아닌가! 혼으로 덤벼!”
나가들은 듣지 못한 요청에 호응했다. 즈라더는 계명성을 내질렀다.
무핀토 장군은 쓰러진 나가의 턱을 짓밟으며 괴성을 내질렀다. 상기된 얼굴에서 문신이 검게 불타 올랐다. 작살검이 살을 헤치며 뽑혀 나오자 장군은 주저 없이 몸을 돌려 그것을 집어 던졌다. 회전하며 날아간 작살검 손잡이가 나가의 목을 때렸고 달려들던 나가는 다리를 하늘로 향하며 나가떨어졌다. 튕겨져 나온 작살검을 움켜쥔 무핀토 장군은 쓰러진 나가의 오금에 작살검을 꽂아 넣고 비틀었다. 익숙한 동작이었다.
비명은 없다.
비명이 있었다면 움찔했을까?
상대의 고통을 실감하며 죄책감이라는 낯선 감정을 느끼게 될까?
무핀토가 확신을 가지고 답할 수 있는 것은, 4년 동안 그 질문에 대답이 제시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뿐이다.
상대의 무릎 관절에 미늘이 얽힌 것을 느낀 무핀토는 나가의 턱을 걷어차 준 다음 허리를 굽혔다. 돌을 집어든 장군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날아드는 사이커를 받아 흘렸다. 세 자루의 작살검을 모조리 소모해 버린 북부군의 맹장은 손에 잡히는 대로 쥐어들어 싸우고 있었고, 기능성이 충족되는 한 무엇에도 불평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은 퍽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무기였다. 무핀토는 버럭 화를 내며 돌을 뒤로 잡아당겼다. 비어 버린 그의 얼굴을 향해 사이커가 날아오자 기다리고 있던 무핀토는 왼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언젠가 어떤 나가가 사용하는 것을 보고 한번쯤 사용해 보리라 마음먹었던 기술이었다.
사이커의 예리한 날은 손바닥을 쉽게 관통했다. 정신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에 진저리치면서도 무핀토는 끌어당겼던 돌을 휘둘렀다. 사이커가 봉쇄되어 당황하고 있던 나가는 으깨진 얼굴을 감싸 쥔 채 쓰러졌다. 장군은 한 번 호흡을 고른 다음 왼손 바닥에 꽂힌 사이커를 잡아당겨 뽑았다. 그의 목에서 피 끓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상대방의 가슴을 내찌른 순간 세미쿼 장군은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작살검은 갈비뼈에 걸렸고 상대는 쓰러지지 않는 대신 사이커를 휘둘렀다. 목이 날아가기 직전, 세미쿼는 왼손에 든 가위로 상대방의 사이커를 쳐냈다. 그 어울리지 않는 보조 무기에 당황한 상대를 향해 세미쿼는 가위의 양날을 벌렸다. 수없이 반복된 연습에 의해 가윗날은 정확한 간격으로 벌어졌고 세미쿼는 주저 없이 가위를 내뻗었다. 양쪽 눈이 파괴된 나가는 비늘을 처절하게 부딪쳤다.
세미쿼 장군의 왼손에 쥐어 있는 가위는 방패이자 비수였으며 안구 파괴기였다. 오른손의 작살검과 왼손의 가위를 놀랄 만큼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세미쿼는 다가오는 모든 나가를 전투 불능 상태에 빠트렸다. 또 한 명의 불운한 나가를 암흑으로 보낼 때 세미쿼 장군은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가까이 있다.’
세미쿼 장군은 가위를 당겨 쥐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땅에 쓰러진 북부군 병사를 난도질하고 있는 나가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두드러지는 어떤 특징도 없었지만 세미쿼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자였다. 세미쿼를 죽일 자였다. 그런 결말을 피하는 길은 하나뿐이다.
‘내가 먼저 죽인다!’
세미쿼는 작살검과 가위를 단단히 움켜쥔 채 돌진했다. 그의 접근을 알아차린 나가가 시체에서 사이커를 뽑았지만, 너무 늦었다. 날아오는 사이커는 좌절과 실망을 담아 서툰 직선을 그렸고 세미쿼는 여유 있게 가위를 벌려 사이커를 낚아챘다. 그 순간 작살검이 상대방의 목을 파고들었다.
나가는 목을 움켜쥔 채 빙글 돌아 쓰러졌다. 상대의 사이커를 주워든 세미쿼는 쓰러진 상대의 척추를 후려쳤다. 몇 번이고 내려치자 마침내 등이 쩍 갈라지며 척추가 끊어졌다. 세미쿼는 가위를 쥔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이제 오늘 전투에서 그가 죽을 일은 없다. 세미쿼는 완벽하게 확신했고, 다음 상대를 향해 돌진하면서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
악타그라쥬 공방전에서 나가들이 들고 나온 것은 여섯 개 군단 연환 공격이었다. 악타그라쥬를 지근거리에 둔 시점에서 북부군은 벚나무, 끈끈이주걱, 선인장, 고무나무, 듀리언, 바나나의 여섯 개 군단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여섯 개 군단에서 동원된 스물두 명의 수호 장군은 시우쇠를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그리고 매일 하나의 군단이 북부군을 공격했다. 여섯 개 군단이 일시에 공격하는 수단은 밀림에서는 사용하기 힘들고 한꺼번에 격퇴당할 위험도 있지만 모든 군단이 닷새씩 휴식하며 공격하는 방법은 충분한 활동성과 함께 최악의 경우에도 전체 병력의 6분의 1밖에 소모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었다. 그리고 경이적인 재생 능력에 의해 나가들은 닷새 만에 상당한 군세를 회복한 채 전선에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북부군은 닷새는커녕 하루도 쉴 수 없었다. 설령 쉴 틈이 있었다 하더라도 닷새 만에 경미한 부상은 깨끗이 회복해 버리는 나가의 흉내를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오래 전에 패주하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서 북부군이 14일째 버티고 있었던 것은 기적에 가깝다. 그런 기적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그 첫 번째 요인은 군단의 중심부에 앉아 수호 장군들이 비를 뿌리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는 륜 페이였다. 레콘들이 싸울 수 있도록 륜은 비를 용납하지 않았다. 시우쇠를 상대하고 있던 수호 장군들은 그런 륜의 방해를 돌파할 수 없었다.
신명의 힘으로 수호 장군을 방해하는 것과 동시에, 륜은 용인의 힘으로 라수를 보조했다. 륜은 땅바닥에 거칠게 그려진 그림을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예순네 명이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연락선을 끊어 버릴 생각인가 봅니다.”
라수 규리하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다음 옆에 있는 레콘을 돌아보았다.
“순다리와 그룸 빌파가 왼쪽의 언덕으로 이동, 매복했다가 다가오는 나가 분견대를 되도록 조용히 처리. 소시아 교위와 나세 교위의 부대는 반 킬로미터쯤 후퇴. 코네도 빌파는 현 위치에서 지시를 기다리며 대기. 지시가 있을 시 곧장 오른쪽으로 이동. 조우하는 첫 번째 나가를 되도록 잔인하게 처리. 혼란을 일으킨다. 즈라더, 그 시점에서 혼란 지점으로 이동해서 합류. 소시아와 나세에게 경고한다. 재정비할 시간을 지난 번처럼 어이없게 소모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
다리가 부러진 덕에 사령부에 앉아 있던 레콘은 쩌렁쩌렁 울리는 계명성으로 라수 규리하의 작전을 전달했다. 전황 전체를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지휘관의 능력에 따라 수천의 병력에 값한다. 그리고 륜 페이와 라수 규리하는 그것을 수만의 능력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조합이었다. 륜의 감각과 라수의 판단, 그리고 나가들은 별로 듣지 않는 계명성의 지휘에 따라 북부군 전체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어 버리기에 그 파괴력 – 혹은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도 하기 힘든 맹수였다. 더군다나 그 야수는 레콘이라는 강력한 이빨과 빌파 삼부자라는 보이지 않는 발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륜은 라수가 북부군을 승리시키기 위해, 최소한 궤멸적인 패배를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북부군 전체의 움직임을 꿰뚫어볼 수 있는 그에게 그 움직임은 기묘하게 보였다. 륜은 의아한 듯 말했다.
“이해하기 힘든 움직임이군요.”
“이해해 줄 필요는 없소. 뇌룡공. 움직임이나 알려 주시오.”
퉁명스러운 대답이었지만 륜은 당황하지 않았다. 라수의 입이 열렸을 때 이미 대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륜은 이기기 위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는 라수의 긴장된 정신을 느꼈다. 륜은 라수를 믿고 죽음의 땅에 들어온 북부군에 대해 그가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알았다.
그리고 륜은 나가에 대한 라수의 순결한 증오를 보았다.
“이곳에서 물러나고 있습니다. 157명입니다.”
라수는 생각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속도로 빠르게 말했다. 잠시 후 륜이 지적한 지점으로 매서운 공격이 가해졌다. 라수는 그런 행동으로써 추격에 동원할 만큼 예비대가 충분하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도무지 중요한 지점이라 볼 수 없는 곳에서 북부군이 돌출하는 것을 목격한 나가는 불안과 의심을 느꼈다.
결국 라수는 기적을 하루 더 연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악타그라쥬 공방전 14일째의 전투는 또다시 나가들의 후퇴로 끝났다. 그러나 후퇴하는 끈끈이주걱 군단의 나가들은 자신들이 이기고 있는 도중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라수에겐 그런 생각을 반박할 만한 수단이 없었다. 이가 갈리는 일이었다.
부상병들의 신음 속에 밤이 찾아들었다.
다음 날의 일출을 보지 못할 것임을 직감하며 떨고 있는 그들 사이로 륜은 고개를 떨군 채 걸음을 뗐다. 피 냄새 흠뻑 배인 바람이 그를 어루만지고 사라졌다. 용인의 감각은 날카롭다. 륜은 부상병들의 신음과 절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어떻게 해서 자신이 죽지 않는지 설명하는 세미쿼 장군의 호호탕탕한 목소리를 들었다.
“적이 수십만 명이 있다 하더라도 그중에 나를 죽일 녀석은 하나뿐이야. 설마 두 녀석이 나를 죽이겠나? 내가 두 번 죽나? 분명히 한 놈이야. 그 한 놈만 찾아서 먼저 처치하면 되는 거야. 그러면 어떤 전쟁터에서도 절대로 죽을 일이 없지. 그리고 나는 그 한 놈을 찾아내는 육감을 가지고 있지. 그래서 나는 죽지 않아.”
그 말에 논리는 없었다.
어차피 논리는 사선에 선 전사가 선택할 무기는 아니다.
약간 으슥한 언덕을 넘어선 륜은 그의 등장에 당황하는 병사들을 목격했다. 모닥불 주위에 모여 앉아 있던 병사들은 무엇인가를 구워 먹고 있는 듯했다. 륜을 발견한 병사들의 얼굴에는 경계와 적대감, 그리고 비참한 간구가 차례로 떠올랐다. 륜은 잠시 그들을 바라보았다. 필요한 것은 다 ‘보였다’.
륜은 모닥불 위의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았다. 그리고 사냥을 할 시간이 있었냐고도 묻지 않았다. 전리품 위에 군림하는 것은 승자의 논리뿐이다.
륜은 말없이 그들을 지나쳐 걸어갔다.
등 뒤에서 간구가 경멸로 바뀌는 것을 보지 않고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화를 낼까? 동포의 살을 구워 먹는 당신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만들까? 몸에 있는 모든 구멍으로 물을 뿜어 내고 바싹 마른 미라가 되어 쓰러지게 할까?
그것은 잘 구워진 내 동포들에게 바치는 경의가 될까?
보다 조용한 곳에 도달한 륜은 나무 밑동에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 전장의 날씨를 냉각시켰다. 키보렌에서는 작열하는 태양이 없는 밤이 기온 조절에 더 유리하다. 륜은 여신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가 느끼는 광대한 영역 내부의 습기에 접근했다. 키보렌이 습기 짙은 한숨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풀잎 끝에서, 거미줄의 복잡한 통로들에서, 타버린 나무 우듬지에서 습기가 뿜어져 나왔다. 유혈을 머금은 땅이 습기를 잃어 딱딱해졌다. 키보렌은 열을 상실했다. 물 묻은 살갗에 입김을 부는 것과 비슷하다. 물은 증발하기 위해 열을 삼킨다. 륜은 거리낌 없이 물을 증발시켰다. 노호하여 물을 꾸짖고 거부를 허용치 않으며 습기를 추방했다. 키보렌의 축축한 한숨이 하늘을 어지럽혔다.
그것은 지난 보름 동안 북부군이 가까스로 유지해 온 기적의 마지막 요건이다. 시우쇠를 상대하느라 륜의 방해를 돌파할 수 없는 수호 장군들은 키보렌의 기온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일도 태양에게 맡겨 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밀림의 기온이 회복되는 것은 언제나 늦은 오후였다. 륜이 높은 하늘로 추방해 버린 습기들이 쏟아지는 태양열을 중간에서 가로채기 때문이다. 매몰차게 습기를 추방하며 륜은 다가오는 자의 이름을 불렀다.
“베미온.”
주인의 부름을 받은 충견인 양 베미온 굴도하가 빠르게 달려왔다. 베미온은 그의 옆에 주저앉았고 그것으로써 모든 것에 만족했다. 륜은 본능처럼 베미온의 발을 보았다. 그 발이 말라 있음을 확인한 륜은 다시 나무에 등을 기댔다.
“베미온 마립간.”
베미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정신은 판사이의 육형제 탑 사이를 뛰놀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있었다. 륜은 상관하지 않았다.
“저는 당신을 죽여야 할까요?”
륜은 시우쇠를 떠올렸다. 그리고 피라미드의 내벽을 타고 흐르던 유해의 폭포를 생각했다.
“이 전쟁의 끝에서 제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제가 없다면 당신은 죽을 겁니다. 혹 나가들의 손을 피해 어딘가로 달아난다고 해도 물을 마시지 않으니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저는 나가들에게 도륙 당하거나 목이 말라 죽는 것보다는 더 편안한 죽음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그렇게 해야 할까요?”
베미온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륜은 갑자기 격정에 사로잡혀 베미온의 어깨를 붙잡았다. 베미온의 시커먼 얼굴 가득히 당혹감이 떠올랐다.
“베미온 마립간!”
“왜 그러세요? 놔줘요.”
“베미온 굴도하! 제 말을 들어요. 당신은 상고토의 맹주입니다! 판사이의 위대한 마립간이었고 육형제 탑의 여섯 열쇠 모두를 소환할 수 있었던 유일한 자입니다! 당신은 제가 말한 것과 같은 사람입니다. 그래야 합니다!”
“놔줘요. 아파요.”
“저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요. 하지만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지금의 당신은 당신이 아니에요! 누님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저는, 제기랄, 당신까지 간수할 수는 없단 말입니다!”
죽여.
“그래야 합니까? 누님을 살리려는 륜 페이를 유지하기 위해 저는 당신을 파괴해야 합니까? 당신을 먹어야 합니까!”
그러라고. 먹어.
“그것이 생명이니까………….”
그래. 맞아.
륜은 손을 놓았다. 그의 몸에서 비늘이 정신없이 부딪혔다. 그는 자신의 손을 질린 듯이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들기 전, 륜은 이미 베미온이 도망쳐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베미온을 불러들이는 대신 륜은 어둠 속을 향해 사납게 닐렀다.
<시우쇠!>
파괴해. 자기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 이외의 것을 파괴하는 것은 생명의 본성이야. 베미온도 그것을 원해.
<저는 싫어요.>
네가 죽으면 베미온도 어차피 죽어. 잔혹하게 죽도록 내버려두겠다는 것이군.
<그렇게 니르지 않았어요! 저는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대답이 없었다.
륜은 어둠을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시우쇠의 열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륜은 그를 추적할 수도 없었다. 륜은 허리를 꺾으며 땅에 얼굴을 묻었다. 두 손을 은루로 적신 채 륜은 숨이 막히도록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