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13장 – 파국으로의 수령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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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 13장 – 파국으로의 수령 (9)


밤이 깊었지만 하텐그라쥬의 밤은 나가들을 얼어붙게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비아스 마케로우는 사고 활동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육체적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짧은 시간 동안 과도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었기에 비아스에게는 그것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비아스는 눈앞에 여신의 힘을 자유로이 다루는 위험한 적을 앉혀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에 잠겼다.

그 정보들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비아스의 당면 과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비아스가 알아야 하는 것은 신체를 감지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이미 드러났다. 그녀의 앞에 묶여 있는 보트린이 바로 그 자였다. 하지만 비아스는 4년 전 카린돌의 비망록을 수중에 넣었을 때의 경험을 잊지 않았다. 당시 비아스는 그 비망록이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 비망록이 고발하는 사건, 즉 카린돌 마케로우가 륜 페이와 함께 요스비의 기묘한 죽음을 목격했다는 정보는 결국 그녀가 보트린에게 이를 수 있는 길을 찾아내게 해주었다. 4년 동안의 맹렬한 추리의 결과로 얻어낸 그 정보는 분명히 그녀에게 유익한 기회를 부여했다. 그래서 비아스는 보트린에게 들었던 사건들을 시간 순서대로, 그리고 인과관계대로 정리해 두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것은 꽤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비아스의 침묵이 길어지자 쥬어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나도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당신들은 정말 지독하군. 그 긴 시간을 통해 당신들은 사람을 마구 죽이고 여신을 여기서 저기로 옮긴 끝에 끝내 그 분을 가두었다는 말이군? 당신들의 무도함에 놀라야 할지 지독한 인내심에 놀라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군.”

보트린은 가시 돋친 말투로 말했다.

“쥬어. 당신 말이 틀렸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그 말을 내 앞에 있는 이 씩씩한 여자에게도 나눠주지 않겠나? 우리에겐 그래도 희생을 감수할 만한 목적이, 물론 그 희생이 정말 감수할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겠지만, 어쨌든 목적이라는 것이 있었어. 하지만 내 앞의 이 여자는 어떤 줄 아나? 자기에게 아이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해서 남동생을 죽이고 그 일에 방해가 된다 해서 수호자를 죽인 여자야. 그 정도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이력이잖은가.”

쥬어는 놀란 표정으로 비아스를 바라보았다. 비아스는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보트린을 노려보았다. 보트린은 주눅이 들었지만, 다시 용기를 끌어모아 말했다.

“쥬어 당신에게도 아마 목적이 있겠지? 마케로우가 당신에게 무엇을 약속했지? 뭔가 대단한 것을 약속했으니 수호자를 공격하는 것에 동의한 것이겠지. 하지만 그것이 정말 지불될 거라고 생각하나? 나는 회의적이야. 저 여자에게 말려든 것을 후회하는 날이 올 거야. 쥬어.”

비아스는 흥미를 잃은 표정으로 말했다.

“쥬어. 쳐.”

쥬어는 쇠망치를 들어 올렸다. 보트린이 고함질렀다.

“그러지 마, 쥬어! 뭘 몰랐으니까 실수한 거야. 하지만 끝까지 실수할 필요는 없어! 나를 풀어주고 함께 저 여자를 상대하자고. 하텐그라쥬 방어를 맡아야 할 저 여자가 수호자를 감금하고 고문하는 이유가 뭐겠나? 그 이유가 무엇이든, 그건 무서운 이유야. 내 말 들어, 쥬어!”

쥬어는 움찔했다. 비아스는 냉혹한 표정으로 외쳤다.

“701!”

쥬어는 눈을 질끈 감으며 보트린의 머리를 내려쳤다. 보트린은 의자와 함께 쓰러져 기절했다.

눈을 뜬 쥬어는 쇠망치에 묻은 피와 비늘을 보며 비늘을 세웠다. 그러고는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비아스를 쳐다보았다. 비아스는 고개를 조금 가로저었다.

“좀 늦군, 쥬어.”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제 어쩌실 겁니까? 아까도 닐러드렸다시피 보트린이 돌아가지 않으면 심장탑에서는 의아하게 생각할 텐데요.”

“보트린은 살아 있어서는 안 돼.”

“예?”

“이 녀석은 살아 있어서는 안 돼. 우리는 수호자들에게서 힘을 도로 뺏을 거야. 여신을 풀어주는 거지.”

거기까지는 카루와 스바치의 요구와 똑같았다. 하지만 카루와 스바치는 대가문들과 함께 심장탑의 수호자들을 압박하여 그들 스스로 여신을 풀어주게끔 유도하자고 닐렀다. 목적이 비슷했지만, 비아스의 수단은 정반대였다.

“오늘 우리는 심장탑의 수호자들을 체포한다. 4년 전 그 놈들이 야밤에 우리에게 했던 것처럼.”

“체포한다고요!”

“그래. 그리고 여신을 풀어주는 거야. 하지만 보트린 같은 자가 있다면 수호자들은 언젠가 또다시 여신의 신체를 찾아낼 거야. 바로 이 자의 존재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어. 한 번은 괜찮아. 덕분에 우리는 불신자들을 혼내줬고 우리의 재산을 불렸으니까. 하지만 두 번 일어날 필요는 없어. 또다시 수호자들에게 굽신거릴 필요는 없다고.”

쥬어는 쓰러진 보트린을 내려다보았다. 비아스의 말이 암시하는 바가 그를 질리게 했다. 비아스는 웃었다.

“음. 미안하지만 그 영광은 내 것이야. 나는 언제나 이 날을 기다려왔어.”

그것은 사실이었다. 비아스는 수호자라는 이름을 가진 자를 처리하는 방식의 세부 계획을 짜며 4년을 보냈다.

“이미 한 번 해 본 일이니 연습도 끝낸 셈이야. 보고 싶다면 보고, 그러기 싫으면 천막을 나가.”

“보트린을…… 수호자 보트린을 죽일 겁니까?”

“쥬어 센. 밖으로 나가.”

‘센’이라는 말은 쥬어에게 마법의 언어처럼 들렸다. 쥬어는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새 몸을 움직였다. 쥬어가 비아스의 곁을 지나칠 때 그녀는 말했다.

“밖에서 누가 오는지 망을 봐.”

쥬어는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곁을 지나쳐 천막 밖으로 나왔다. 천막의 휘장을 내릴 때 쥬어는 비아스가 사이커를 꼬나쥔 채 보트린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비늘을 부딪치며, 쥬어는 휘장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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