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15장 – 셋은 부족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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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 15장 – 셋은 부족하다 (3)


전쟁 시작 후 처음으로, 라수는 정말 놀랐다. 시우쇠의 등장과 륜이 용인으로 각성한 사건도 북부군의 두뇌를 이토록 놀라게 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의 경악은 그렇게 두드러진 것이 되지 못했다. 주위의 모든 장수들이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흥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미쿼 장군과 무핀토 장군은 당장이라도 앞으로 돌진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그들의 존경받을 만한 자제력 때문은 아니다. 키타타 자보로 장군을 예의주시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열을 볼 수 있는 나가들의 능력 같은 것을 가지지 못한 그들이었지만, 두 사람은 키타타 자보로에게서 풍겨나오는 열기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한편 발케네에서 온 그룸 빌파는 선실행 후평가의 고매한 법칙을 시험해 보면 어떻겠냐고 동생에게 의사를 타진했다. 도깨비 감투를 쓰고 찾아온 손님을 쥐도새도 모르게 해치우자는 형의 제안에 대해 토카리 빌파는 야유를 보내었다. 뇌룡공의 능력으로 간단히 들통날 거라는 것이 토카리의 설명이었다. 그리고 토카리는 찔끔한 얼굴의 아버지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극도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장수들 가운데서 다행히도 괄하이드 규리하만은 세평에 어울리는 처신을 보여주었다. 그는 점잖게 말했다.

“그렇다면, 시모그라쥬는 중립을 선언하는 겁니까. 고소리 의장님?”

“그렇습니다. 우리의 모든 수호자들을 그들과 함께 보내겠습니다. 늦어도 모레까지는 완료될 겁니다.”

북부군의 장수들은 륜의 목소리에 익숙한 자신들을 까맣게 망각한 채 그 나가의 목소리에 대해 수근거렸다. 괄하이드는 탁자 한편에 있는 라수를 슬쩍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라수 곁에 있는 륜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 때문에 륜은 약간은 흥미로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괄하이드가 그에게 시선을 보낸 순간 칸비야 의장도 그에게 니름을 보냈다.

<저 인간이 나를 믿어도 되는지 알고 싶어하는 거지? 너는 용인이니 내 진심을 알 것이다.〉

륜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을 위한 하나의 동작이었다. 괄하이드는 칸비야 의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들의 도시를 구원하는 위험한 방법이군요. 내가 참견할 바는 아니겠지만, 당신들이 다른 나가들에게 백안시 당할 거라 생각되오.”

“백안시?”

“음. 미안하오. 우리는 흰자위, 당신들도 이걸 흰자위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흰자위를 보이며 바라보는 것을 백안시라고 하오. 눈을 뒤집은 채 바라보는, 그러니까 무례하게 바라본다는 뜻이오.”

칸비야는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군요. 대장군님. 나는 이곳으로 오면서 온갖 것을 각오했지만, 양 종족의 문화적 차이에 관한 학구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세평과 달리, 자상한 분이시군요.”

괄하이드는 이런 칭찬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나도 나가의 여인에게 경어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소.”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니까. 어쨌든 당신이 우려하는 바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감당할 문제입니다. 시모그라쥬는 다른 나가들의, 옛날에도 별로 받은 기억이 없는 호의 대신 우리의 심장탑을 보호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수호 장군들을 보내는 것은 우리의 적을 이롭게 하는 겁니다만.”

“그러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나는 당신들의 배후에 수호 장군을 두는 것이 더 당신들을 곤란하게 할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 말씀이 옳군요. 의장님. 의장님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괄하이드는 다시 라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라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짧게 고민하던 괄하이드는 그 침묵을 동의로 판단하고는 말했다.

“기쁜 마음으로 귀하의 선언을 수용하겠습니다. 말씀하신 조건들, 그러니까 시모그라쥬 내의 모든 수호자들의 퇴거와 나가 군대에 대한 원조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들이 어김없이 실행된다면, 우리는 시모그라쥬에 대한 어떤 적대적 행위도 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겠습니다. 문서로 남기기를 바라십니까?”

“의미 없습니다. 약속이면 충분합니다.”

화통한 여자라 생각하며 괄하이드는 미소지었다.

적대적인 공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칸비야 의장은 북부군의 진중에 며칠 체류하겠다고 말했다. 그것은 시모그라쥬 수비군의 퇴각과 수호자들의 퇴거를 보증하기 위해 스스로 볼모가 되겠다는 세련된 배려였지만, 북부군의 병사들에게 또다시 혼란과 유혹을 선사하는 배려이기도 했다. 괄하이드는 거의 고민하지 않은채륜 페이에게 칸비야 고소리 의장을 보호하도록 명령했다. 더 이상의 선택은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칸비야 고소리 의장은 아스화리탈의 발치에 앉은 채 그 거체를 안전하게 올려다볼 수 있는 드문 행운을 얻게 되었다.

그녀는 감탄하며 닐렀다.

<대단하구나. 이 용이 하늘치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를 믿고 싶어지는데.>

<퀴도부리타처럼 사랑한다면 모를까, 잡아먹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의장님. 의장님께서는 하늘치를 목격하신 적이 없군요.>

〈그래. 없었다.〉

륜은 자신이 보았던 하늘치의 모습들에 대한 기억들을 의장에게 보냈다. 칸비야는 또다시 감탄했다.

〈그렇게 커?>

<하실 니름이 있으시면 듣겠습니다. 본격적인 대화로 곧장 들어가도 상관없습니다.>

함께 긴 시간을 보낸 북부군의 장수들조차 익숙해지지 못한 륜의 예민함은 칸비야를 당황시켰다. 륜은 시선을 약간 떨군 채 그녀가 이해할 때까지 기다렸다. 칸비야는 겨우 이해했다.

<그러니까, 내가 조금 거론하기 어려운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다른 잡담들을 꺼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구나?>

<그렇습니다.>

<정말 놀랍구나.〉

륜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올려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뭐? 놀랍다는 것……………>

<아니요. 제가 당신의 니름을 오해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안심하시고 계시는군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칸비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아니냐?>

<맞습니다. 제가 의장님의 니름을 오해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의장님 스스로가 자신을 오해하지 않는 이상은. 하지만 사람들은 제 능력의 본질에 대해 깨닫게 되면 보통은 입을 닫습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한다면 정신을 닫는다고 해야겠군요. 의장님께서는 특이하시군요.>

<이 나이가 되도록 의장질을 하며 쓸데없는 니름들을 쏟아내며 얻은 것이라곤, 두 사람 이상이 완전히 동의할 수 있는 니름 같은 것은 세상에 없다는 짜증스러운 결론이란다. 하지만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내 니름을 오해하지 않을, 그리고 오해한 척하지도 않을 사람을 만난 것 같은데. 그래서 단어의 의미 하나하나에 고심하며 니르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내—>

<-생각이 맞습니다.>

칸비야는 정신적 웃음을 터뜨렸다. 륜은 노부인에 대해 나가들이 가지게 되는 일반적인 경외감보다 약간 더 짙은 경이감으로 시모그라쥬의 평의회 의장을 바라보았다.

칸비야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닐렀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여신은 어디에 계신 거냐?>

<의장님의 추측이 맞습니다.>

짙은 실망감 단속되고 억제되었지만 이 칸비야로부터 흘러나왔다. 칸비야는 우울하게 닐렀다.

<반대의 대답을 몹시 원했다는 것을 니르지 않아도 아는 거지?>

<압니다.>

칸비야는 다시 아스화리탈을 올려다보았다.

<상식적으로 그런 대답밖에 있을 수 없었지. 우리들만큼이나 북부군도 여신의 해방을 원할 것은 분명한 일이야. 여신의 힘을 다루는 무서운 신랑들 때문에 그런 북부군이 곧장 하텐그라쥬로 향하고 있다면, 여신의 배신자가 누구인지 또한 분명해지지. 하지만 정말 그랬던 것이라니. 내게 증거를 보여줄 수 있니?>

륜은 잠깐 생각한 끝에 하인샤 대사원에서 일어났던 일의 기억을 칸비야에게 보내었다. 칸비야는 주의 깊게 그 기억들을 받아들였다. 그 기억에는 칸비야가 알지 못하는 장소와 사람들, 그리고 감정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래서 륜은 몇 가지 간단한 해석을 덧붙였다. 칸비야는 알게 된 사실들에 대해 고려했다.

<하텐그라쥬에서 수호자들이 신체를 붙잡은 것이군. 그건 누구지?>

<그건 저도 알지 못합니다. 심장탑에 있을 거라는 사실 외에는.〉

<그렇군. 알았어. 여신의 구출자는 사실 북부군이었던 것이군. 우리의 구원자 역시.〉

<북부군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그러는 겁니다.>

<길에서 돈을 주으려면 최소한 발 아래는 살펴야 한다지. 북부군이 돈을 줍기 위해 그런 거라도, 덕분에 쓰러져 있던 나가를 밟지 않았다면 고마운 일이지.〉

칸비야가 보여주는 이상한 활용에 륜은 미소를 머금었다. 칸비야 의장은 계속 말했다.

<내가 중립을 결정한 이유 중에는 수호자가 의심스럽다는 생각도 포함되어 있어. 아, 너는 이미 알겠구나.>

<압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스스로 니르거나 말하며 자기 생각을 정리할, 혹은 스스로에게 찬성을 보낼 필요가 있다는 것도 압니다. 제가 이미 아는 사실을 닐러 저를 귀찮게 하는 거라는 우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니르십시오.>

<정말 고맙군. 그렇다면 마음놓고 니르지. 시모그라쥬의 의원들은 페로그라쥬와 악타그라쥬가 끝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 때문에 내 중립 결정에 찬성을 보냈지. 물론 내가 그렇게 유도했어. 하지만 내 본심은 조금 달랐지. 이미 닐렀듯이 나는 수호자들이 의심스러웠다. 배신자와 구원자의 역할이 사실은 알려진 것과 다르지 않을까 의심했던 거지. 그래서 양자 모두에 대해 무관해지기로 했어. 내게 중요한 것은 시모그라쥬니까. 그리고 이미 그런 결정을 내린 이상, 나는 북부군을 도와줄 수도 없다.>

<그 니름을 하시는 이유를 압니다. 한계선 이남에서 중립 집단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이미 북부군의 불신자들은 놀라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에게 자신의 여신을 구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마음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보다 냉정해진 후 그들은 우리를 욕하겠지. 왜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느냐고. 나가들의 여신을 구출해 주기 위해 온자들을 도와주지 않는 거냐고.>

<북부군은 인실롭과 다릅니다.>

칸비야는 충격을 억누르기 위해 애썼다. 륜은 부드럽게 닐렀다.

<그 이름이 느껴지는군요. 그는 누구…… 아, 네. 이제 알겠습니다. 그런 니름을 했던가요. 북부군 또한 도와주지 않으면 적이라는 사고 방식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니르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북부군은 지금 의장님께서 걱정하시는 일은 저지르지 않을 겁니다. 북부군이 발벗고 도와주지 않는 시모그라쥬의 태도에 실망을 느낀 나머지 공격을 감행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 자신이 니르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그녀의 걱정을 닐러주는 륜을 보며 칸비야는 감탄했다.

<믿어도 되겠니? 지금 괄하이드 대장군은 시모그라쥬의 중립에 고마워하는 것 같더군.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

<그들은 한계선 이남에서 지지 세력을 얻는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왔습니다. 중립 선언에도 놀라는 그들을 보셨잖습니까.>

<그건 나가도 마찬가지야. 인실롭이 얼마나 놀라고 화를 냈는지는, 알지?>

<네. 그러니 지지 세력이 될 수 있으면서도 그러지 않는 시모그라쥬에 대해 화를 내는 북부군의 모습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칸비야는 고요한 눈으로 륜을 바라보았다.

<정말 고맙구나. 내 질문, 내 걱정 모두를 어떤 부채감도 느낄 필요 없이 해결해 주는 네 능력은 필시 용인의 능력이겠지. 하지만 도구는 도구일 뿐이지. 한 자루의 사이커가 어떤 때는 누군가를 죽이는 칼이 되고 어떤 때는 누군가를 살리는 칼이 될 수 있는 것처럼. 그러니 나는 용인의 능력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능력을 사용하는 륜 페이 너에게 고마워하겠다. 고맙구나.〉

륜 또한 칸비야를 마주보았다. 그녀의 진심을 오해할 수 없는 륜은, 그렇기에 진심의 무서움 또한 예민하게 느꼈다. 가장 명백한 사실 앞에서도 의심하고 주저할 수 있는 능력은 진실에의 접근을 막지만 동시에 진실의 가혹함에서 사람을 보호한다. 륜에게는 그런 보호의 수단이 결여되어 있었다.

륜은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륜이 고개를 떨구는 것을 보며 칸비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누군가가 그녀를 향해 말했다.

“네가 칸비야라는 그 여자냐?”

칸비야는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인지 의아해하며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문제를 완전히 망각했다.

시우쇠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것이고 자기 소개를 받지도 않았지만 칸비야는 그것이 시우쇠임을 알 수 있었다. 다른 것일 수가 없었다. 작열하는 화염을 뿜어내며 시우쇠는 다시 말했다.

“질문했는데.”

칸비야는 떨림을 억누르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질문하시는 분은, 틀림없이 시우쇠 님이시겠군요.”

열기를 느낀 륜이 고개를 들었다. 시우쇠를 확인한 륜은 곧 칸비야와 시우쇠, 그리고 곁에 있던 아스화리탈까지도 놀라게 했다. 륜은 황급히 몸을 움직여 칸비야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시우쇠가 말했다.

“그 여자 죽일 일은 없다. 륜 페이.”

“그렇습니까?”

“그래.”

“저는 당신이 유해의 폭포를 죽인 이유도 아직 모릅니다.”

시우쇠는 불꽃으로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화신은 손짓으로 륜에게 비키라는 신호를 보냈다. 단순하고 어찌 보면 불량스럽기까지 한 동작이었지만, 그것은 신의 의지를 담고 있었다. 륜은 비늘을 세우며 옆으로 물러났다. 칸비야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직접 뵈니 듣던 것보다 더 놀랍군요.”

“너는 아직 나를 못 봤다. 앞으로도 그럴 테고.”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했지만 칸비야는 시우쇠의 말을 이해했다. 그것은 특이한 말이었다. 시우쇠는 그녀가 그 특이함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를 주지 않은 채 말했다.

“너희 도시는 중립을 선언했다던데.”

“그렇습니다.”

“좋아. 부탁 하나 하지.”

“무슨 부탁입니까?”

시우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불꽃으로 그르릉거렸고 칸비야는 그것이 위협이 아닌가 겁이 났다. 그녀의 두려움을 느낀 륜이 <생각을 정리하시는 겁니다.>라고 닐러주어 칸비야는 겨우 안도했다.

“짐작이 안 가는군. 어떤 모습일지. 어쨌든 아마도 레콘일 테지. 이봐. 언젠가 너희 도시로 어떤 레콘이 찾아올 거다.”

“레콘이라고요?”

“그래. 어떤 레콘일 거다. 화신이지.”

륜이 놀라서 외쳤다.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

“맞아. 슬슬 도착할 거야.”

시우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턱에서 불티가 튀어올랐다. 륜은 다급하게 말했다.

“수탐자들이 성공한 겁니까? 어떻게 아십니까?”

“그렇게 될 거라는 것을 아니까.”

륜은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도통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 짐작할 수 없던 것은 칸비야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는 한 가지 사실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느꼈다.

“또 다른 화신이 저희 도시에 오시는 겁니까?”

“그래. 올 거야. 그 레콘이 오면, 내 말을 전해 줘. 빛이 탄로났다.”

“예?”

“그렇게 전하면 돼. 빛이 탄로났다. 너무 길어서 외울 수 없는 건 아니겠지?”

농담처럼 말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우쇠의 압박감은 사람을 질식시킬 지경이었다. 칸비야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시우쇠는 만족하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거침없는 태도로 걸어갔다.

확 다가온 열기가 사라진 것은 시우쇠가 사라지고도 한참 뒤의 일이었다. 칸비야는 중단했던 호흡을 겨우 내쉬며 비늘이 일어선 팔을 쓰다듬었다.

<듣던 것 이상이구나. 륜 페이. 여신은 틀림없이 구출되실 것 같군.>

<예? 예. 예. 그럴 겁니다.>

륜을 만난 이후로 칸비야는 처음으로 륜의 예민하지 못한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러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칸비야의 양해 속에서 륜은 방해받지 않고 한참 동안 시우쇠가 사라진 방향만을 정신없이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용인의 어떤 능력으로도 륜은 시우쇠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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