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15장 – 셋은 부족하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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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 15장 – 셋은 부족하다 (6)


다행히도, 혹은 불행히도 키베인은 자신의 발상을 최소한, 그것이 합리적인 경우 쉽게 포기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대나무군단 내의 여자 병사들 중 누구라도 데오늬의 대신이 될 수 있다. 동족이고 니를 수 있으니 그 점에서는 데오늬보다 오히려 낫다. 하지만 키베인은 장점이 지나치게 크다는 사실을 경계했다. 키베인은 갈로텍의 적이 누구인지 아직 몰랐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그 적이 같은 수호자의 일원이거나 대가문의 일원인 어떤 여자일 수는 있어도 데오늬 달비일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 게다가 데오늬는 대나무 군단의 나가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장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키베인은 그것을 질문했고 긍정적인 대답을 얻게 되었다. 데오늬는 말을 탈 줄 알았다.

그래서 키베인은 데오늬를 말에 태운 다음 갈로텍을 그 앞쪽에 앉혔다. 수호 장군들은 당황하여 대수호자의 행동을 바라보았지만 그들 중 말을 탈 줄 아는 이는 없었기에 모두 잠자코 도와주었다. 간신히 갈로텍을 말에 태운 키베인은 데오늬에게 계속 말을 걸라고 부탁했다. 쾌히 부탁을 받아들인 데오늬는 갈로텍에게 끊임없이 ‘모든 일이 잘 될 거다, 기운내라, 그 대금 소리 괜찮았다. 노을이 하늘 가운데서부터 진다면 그 모습이 어떨지 상상이 되냐.’ 등의 말을 쏟아내었다. 키베인은 청력에서 주의를 배제한 후 보라크 군단장에게 질문했다.

<점잖게 일을 치르려면 가까운 도시로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시모그라쥬가 이 근방이지요?>

<우리 앞쪽에 있습니다. 시모그라쥬의 중립 선언 덕분에 다행히 북부군은 없을 겁니다.>

<뱀부리미를 통해 시모그라쥬로 연락을 보내세요. 북부군이 완전히 지나갔는지 물어보고, 그리고 대장군이 급히 몸을 쉴 저택도 하나 수배하라고 전하세요.>

보라크 군단장은 다시 행군할 것을 명령한 다음 수레를 향해 달려갔다. 대수호자는 말의 고삐를 쥐었다. 그리고 말의 고삐를 쥐는 일이 천하다거나 하는 관념이 없는 수호 장군들은 대수호자가 대장군을 잘 보살피는 것으로만 해석했다.

데오늬가 도대체 무슨 말을 저렇게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 키베인이 청력에 다시 주의를 기울였다가, 그녀가 대폭 생략해 대는 중간 과정을 더듬던 끝에 현기증이 나서 급히 그 주의를 배제했을 때, 보라크 군단장이 그들에게 돌아왔다.

<좀 웃기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연락을 받은 시모그라쥬의 수호자는 자신이 시모그라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으며 지금 하텐그라쥬로 이동하는 중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시모그라쥬의 고소리 의장은 완전한 중립 선언을 위해 도시 내의 수호자들도 모두 인실롭 군단장과 함께 보낸 모양입니다. 어쨌든 저쪽의 수호자는 북부군이 그곳을 지나갔을 거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렇다면 몇 명의 걸음 빠른 병사들에게 소드락을 복용하고 시모그라쥬로 달려가라고 하세요. 그들이 저택을 수배하도록.〉

<알겠습니다.>

보라크 군단장은 다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떠나갔다. 대수호자는 다시 다른 병사에게 데오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있을 북부군 포로들에게 사실을 설명해 주라는 명령을 내린 다음, 고요 속에서 생각에 잠겼다.

키베인은 어쩌면 그들이 문전박대를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소리 의장의 중립 선언이 수호자들마저 도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라면, 분명히 대나무 군단과 그 수호 장군들의 도시 진입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수호자 갈로텍을 도시 내에 수용하는 것마저 거부할지 모른다. 그 가정에 대한 대처 방안을 고민해 보던 키베인은 결국 대장군이 아니라 허물벗기를 하러 찾아온 남자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해 달라고 조르기로 결정했다.

마침내 야트막한 야산에 선 그들이 산 아래로 시모그라쥬의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먼저 출발했던 병사들이 그들에게 돌아왔다. 그들은 키베인이 우려하던 대답을 가지고 돌아왔다. 시모그라쥬는 중립 선언을 엄정히 준수하기 위해 어떤 나가 병력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대답을 보내어 왔다. 보라크 군단장을 비롯한 수호 장군들이 거센 분노를 보였지만 키베인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라크 군단장. 군단과 함께 이곳에서 대기하십시오.〉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대수호자님?>

<제가 달비 부위와 함께 대장군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저는 신명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갈로텍 대장군 또한 짝을 찾아볼 수 없는 영웅이지만 지금은 병력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달비 부위 또한 나가의 병력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 세 사람은 시모그라쥬가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나가의 병력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세 사람이 여행자의 자격으로 시모그라쥬에 들어가겠습니다. 시모그라쥬는 그것까지 거부하지는 않을 겁니다. 칸비야 고소리 의장은 합리적인 인물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세 분만 보낼 수 있습니까.>

<별 일 없을 겁니다. 북부군은 이미 저곳을 지나갔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키보렌의 대수호자잖습니까. 갈로텍 대장군이 허물벗기를 끝내는 대로 돌아오겠습니다.>

보라크는 키베인의 끈덕진 설득에 결국 그 요청에 동의했다. 그는 군단에게 야영 명령을 내리면서 동시에 언제든 돌격할 준비도 갖추라고 명령했다. 키베인은 그들에게 잠깐 동안의 작별을 고한 다음 말을 끌고 산 아래로 내려갔다. 짧은 일몰이 소녀와 대수호자, 그리고 대장군을 비추다가 사라졌다.

시모그라쥬에 들어섰을 때 칸비야 고소리 의장은 통행자가 별로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녀는 파괴적인 방법으로만 나가의 도시를 대할 수 있었던 륜이 좀더 편하게 도시를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륜의 눈치를 살피던 칸비야는 결국 닐렀다.

<내가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 알지?>

륜은 빙긋 웃었다. 칸비야는 계속 닐렀다.

<그리고, 무엇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도?〉

<파괴할 필요가 없는 고향을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으신 거죠. 하지만 제 고향은 하텐그라쥬입니다.>

<이곳도 나가의 도시잖아.〉

<하긴 니름대로군요. 기분이 묘하다는 것을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예전에는 이곳 또한 사람들이 꿈을 키워가며 살아가는 도시라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그토록 파괴할 수 있었다. 내 잘못을 뉘우친다.’는 식의 고백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그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겠군. 그러고 보니 페로그라쥬와 악타그라쥬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군?>

<예. 파괴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에 그 도시들의 아름다움이나 소중함, 그 시민들의 애정 따위는 무시하는…………. 그런 능력은 제게 없습니다. 저는 전부 압니다.〉

<너를 동정해. 륜 페이.〉

<괜찮습니다. 저는…….>

륜 페이의 니름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칸비야는 어리둥절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낮의 열기를 아직 잃지 않은 건물들이 어둠 속에서 아름답게 떠오르고 있었지만 위험스러운 장면은 보이지 않았고 그들을 예의주시하는 통행자도 없었다. 칸비야는 륜을 돌아보았다.

<륜?>

<어떤 여행자들이 이 도시에 들어섰습니다.>

<그래? 그런데?>

<나가가 두 명입니다. 그리고 인간과 말이 포함되어 있군요.>

칸비야는 깜짝 놀랐다.

<말이라니? 그리고, 인간이라고?>

<예. 그런데 나가 중 한 명은 전에 한 번 만났던 수호자군요. 분명히 누님과 함께 있어야 할 텐데∙∙∙∙∙∙!>

다음 순간 륜은 빠르게 걸어갔다. 칸비야는 당황하며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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