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16장 – 춤추는 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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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 16장 – 춤추는 자 (10)


숲을 빠져나왔을 때 륜은 갑자기 쏟아져들어오는 엄청난 감정에 비틀거렸다. 그곳에 오레놀이 있었다. 오레놀은 흥분해 있었다. 용인이 아닌 자라 하더라도 대덕의 새된 목소리, 복잡하게 움직이는 두 손, 빠르게 움직이는 눈동자 등을 보면 그가 흥분해 있다는 것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쉽게 흥분하는 사람의 몸동작과 정말 흥분하여 평소라면 상상도 하기 힘든 모습까지 보여주는 사람의 차이를 극명하게 깨달을 수 있는 륜에게는 오레놀의 흥분이 압도적으로 분명했다. 륜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사모의 손이 재빨리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륜?>

<아니요. 괜찮습니다. 가보시죠.>

사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륜을 바라보았지만 더 이상 니르지 않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반대쪽으로 다가온 베미온 또한 한껏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륜을 부축하려 했다. 륜은 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짐짓 기운차게 걸었다. 하지만 잠깐 동안 륜은 오레놀 대신 다른 사람들을 보려 애썼다. 대덕의 흥분은 그들에게도 전염되고 있었고 륜은 한 번 걸러진 흥분에 먼저 익숙해지기로 했다. 마침내 오레놀을 보아도 좋겠다고 판단한 륜은 그의 얼굴과 목소리에 주의를 돌렸다.

“케이건 드라카 님 말입니다!” 라수 규리하가 대답할 것이다. 륜이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라수 규리하가 약간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스님께서는 케이건 드라카 님이 오셨냐고 질문하신 것이군요?”

“물론이지요! 오셨습니까?”

“예. 조금 전에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의 화신을 모시고 이곳에 오셨습니다.”

“조금 전? 그러면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륜은 자신이 ‘먼저 듣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가 듣고 나서 두 사람이 말했다. 륜이 가진 용인의 예민함은 그 어느 때보다 예리해져 있었다. 상대방이 하려는 말을 미리 짐작할 수 있는 그의 예민함은 이제 날카로워질대로 날카로워져서 그 억양과 어조마저도 미리 알아버리고 있었다. 그 결과로 륜은 말이 두 사람의 입 밖으로 나오기 전부터 그것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륜에게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치 메아리가 치는 것처럼 들렸다. 라수가 말했다.

“그 전에 제가 질문 좀 하겠습니다. 스님은 도대체 어떻게 저 위에서 내려오신 겁니까? 저는 조금 전 스님께서 어디에도 없는 신의 신체였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오레놀은 폭발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이 웃기기 때문이 아니라 강렬한 흥분과 실망감 때문에 뛰쳐나오는 것임을 깨닫는 데는 보통의 감각으로도 충분했고, 그래서 라수는 불쾌해하는 대신 미심쩍은 표정으로 오레놀을 바라보았다. 오레놀은 괴로워하며 말했다.

“저도 그랬으면 정말 좋겠군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하늘치유적 탐사가 마침내 성공했습니다. 저는 참관인 자격으로 바이소 계곡에 갔다가 엉겁결에 하늘치 등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다섯 번째 종족이 남긴 유산을 이용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유산을 통해 우리가 끔찍한 재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황급히 이곳으로 왔습니다. 이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대의 설명이고, 더 긴 설명을 요구하면 당신의 목을 조르는 제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대답하십시오. 케이건 드라카 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오레놀의 눈을 들여다본 라수는 대덕이 절대로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라수는 오레놀의 말에 의해 발생하는 무수한 질문들을 잠시 억눌러둔 채 대답했다.

“케이건은 두 분의 화신을 모시고 다른 수탐자들과 함께 하텐그라쥬로 들어가셨습니다. 공작?”

라수의 시선을 받은 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라수의 말이 아직까지 메아리처럼 들렸다.

“지금 심장탑에 들어가셨습니다. 여신께서는 약속하신대로 뭔가 조치를 취하셨습니다만 저는 그것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대답을 하면서 륜은 뒤늦게 도달한 다른 장수들이 자신들이 듣지 못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짐작하기 위해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느꼈다. 라수는 오레놀을 돌아보았다.

“들으셨………, 괜찮으십니까?”

라수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비명을 올렸다. 오레놀은 핏기가 가신 얼굴로 라수를 멍하니 마주보고 있었다. 그렇게 상장군을 바라보던 대덕은 갑자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잠시 후 그의 입에서 꽤나 평범한 말이지만 언제나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는 그 유명한 말이 흘러나왔다.

“늦었군요.”

대덕의 말에서 배어나오는 좌절감은 그들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사모는 자신도 모르게 륜의 어깨를 꼭 끌어안았고 마루나래 또한 심상치 않은 기분을 느낀 듯 낮게 으르릉거렸다. 라수가 마치 도망칠 길 없는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은 사람처럼 거칠게 말했다.

“도대체 뭐가 늦었다는 겁니까, 스님?”

오레놀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의 손 사이로 공포의 예언이 흘러나왔다. 어울리지 않을 만큼의 명징성을 담고서.

“나가는 멸망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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