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16장 – 춤추는 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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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 16장 – 춤추는 자 (12)


오레놀의 기이한 예언이 불러온 경직 상태에 놓여 있던 라수는 먼 곳에 들려온 굉음에 간신히 그 경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라수는 고개를 돌렸고, 그리고 비명도 내지르지 못한 채 얼어붙 었다.

심장탑의 윗부분이 통째로 폭발하고 있었다. 200미터나 되는 심장탑의 위쪽 30미터 정도가 가루가 되며 폭발했다. 흙먼지와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그 때문에 짧은 순간 심장탑은 기묘하게 생긴 버섯처럼 보였다. 하텐그라쥬의 상 공에서 일어난 이 소름끼치는 재난에 륜은 육성과 니름 양쪽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사모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는 사모의 심장병이 당장 부서질 거라 믿었고 과거의 기억에 비늘을 세웠다. 그의 눈 앞에서 요스비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도 선명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사모는 죽지 않았다. 륜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모를 바라보았다. 질린 표정으로 심장탑을 바라보던 사모는 동생의 걱 정을 이해하고는 간신히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나는 괜찮아.>

<사모. 저는 누님이 죽는 줄로만・・・・・・.>

<나는 괜찮아>

경악한 사람들 사이에서 섬뜩할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오레놀은 심장탑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작되었군요.”

하텐그라쥬의 시민들과 수비군은 굉음을 듣지는 않았다. 하지 만 심장탑은 도시 어느 곳에서나 눈에 들어오는 높이였고 몇 사 람은 때마침 그곳을 보고 있었다. 그들이 터뜨린 절규 같은 니름 이 번져나가고 얼마 있지 않아 광대한 하텐그라쥬 내에 있는 모 든 나가들이 그 공포스러운 광경을 보며 비늘을 세웠다.

대략 50층에 해당하는 높이 아래의 심장탑은 언제나와 같은 모 습이었다. 하지만 그 윗부분은 흙먼지로 변해 구름처럼 부풀어오 르고 있었다. 마지막 나가가 그곳을 바라보았을 때 흙먼지의 구 름은 아래를 향하고 있었고 그래서 마지막 나가가 받은 인상은 압도적인 크기의 야자수라는 것이었다. 묘하게도 야자수와 닮은 모습으로 흙먼지는 원추형의 삐죽삐죽한 가지들을 그리며 아래로 늘어뜨려졌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로 파편과 잔해들이 쏟아졌다. 나가들은 정신적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쌌다. 모든 나가들이 내뿜는 니름 때문에 그곳은 나가들에겐 정신이 나가버릴 만큼 ‘소란스러운’ 곳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 중 다른 나가들과 좀 다른 반응을 보이는 자들이 있었다. 수호 장군들, 특히 하텐그라쥬 출신의 수호 장군들은 비늘을 뻣뻣하게 세운 채 심장탑을 바라보 았다. 그 광경에 의아해하던 인실롭은 문득 그 이유를 알 것 같 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가까이 있던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의 수 호 장군에게 닐렀다.

<괜찮소! 당신 심장병은 안전한 모양이군.>

그는 인실롭을 돌아보았다. 그의 몸에 있는 비늘들이 너무 곤 두서서 그는 나가가 아닌 존재처럼 보였다.

<심장병은 모두 저 높이 아래에 있습니다. 나는 심장병이 깨질 까봐 걱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다른 이유가…………, 설마! 여신은 몇 층에 계십니까?>

<51층입니다. 저 정도 높이일 것 같은데요.>

인실롭은 상대방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경악에 사로잡 혀 있던 그가 간신히 니름을 꺼내놓은 것은 꽤 긴 시간이 지난 후였다.

<도, 돌격! 심장탑으로 돌격!>

인실롭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계획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 았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그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 였을 것이다. 인실롭은 심장탑에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 외엔 아 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른 나가들 또한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기에 그에게 설명을 요구하거나 대책을 질문하는 자는 없었 다. 다섯 개 군단의 나가들이 동시에 심장탑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그들은 분노와 당혹에 휩싸였다. 당황한 그들 사이에서 평범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전통적이기는 한 대화가 오갔다.

<여기는 아까 지나갔던 곳 아냐?>

<그런 것 같은데?>

수호 장군들과 병사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그 들은 밤의 숲속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상황에 자신들이 빠져 있 음을 알게 되었다. 흔히들 ‘빙빙 돈다’고 니르는 바로 그 상황이 었다. 심장탑을 향해 있는 힘껏 달렸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같은 곳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은 밤도 아니었고 그들이 있는 곳은 숲속도 아니었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정신 적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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