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16장 – 춤추는 자 (13)

랜덤 이미지

눈물을 마시는 새 : 16장 – 춤추는 자 (13)


하텐그라쥬에 있는 나가들 중 심장탑의 폭발에 놀라지 않은 나 가는 극히 드물었다. 그들은 대개 기절해 버린 비아스 마케로우 처럼 주위의 상황을 느낄 수 없거나 심장탑을 볼 수 없는 곳에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완전한 인식 능력을 소유하고 있으 며 심장탑의 폭발을 목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면서도 놀라지 않은 나가가 한 명 있었다.

수호자 세리스마는 불쌍하게도 놀랄 겨를도 없었다. 갑자기 건물이 폭발했을 때 세리스마는 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을 겪으며 위로 치솟아올랐다. 눈에 보이는 것은 거의 없었 고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세리스마는 악몽 같은 시간들 속에서 고문당했다. 자신이 떨어지고 있는지 치솟아오르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그에게는 수만 년 정도의 시간처럼 여겨지는 시간이 지난 후, 세리스마는 겨우 자신의 몸 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시 력을 회복하기 위해 눈을 껌뻑거렸다.

그리고 세리스마는 주위의 풍경에 놀랐다. 그는 엄청난 시간이 흘렀다고 믿었지만, 폭발은 이제 겨우 사그라들고 있었다. 그리 고 세리스마는 심장탑 51층에 쓰러져 있었다. 자신의 위치를 파 악하는 데 있어 세리스마는 주위의 모습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의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벽도, 천장도, 계단도. 존재하는 것은 바닥과 몇몇 사람의 모습, 그리고 냉동 장치뿐이 었다. 세리스마는 그 냉동 장치에 의해 이곳이 51층이라는 사실 을 알게 되었다.

하텐그라쥬의 심장탑은 51층 이상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하텐그라쥬의 높은 상공을 지나는 거센 바람이 먼지 구름을 흩 어놓았다. 드러난 바닥에는 놀랍게도 별다른 잔해가 없었다. 폭 발의 힘이 시작된 곳이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리스마는 그 폭발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다. 불덩이에 도깨비의 피부를 대충 씌워놓은 것 같은 저 앞의 존재가 아니면 누가 그런 짓을 일으켰겠는가?

‘시우쇠다. 저 놈이 어떻게 여길’

세리스마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그 간단한 행동은 세 리스마의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세리스마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을 보려 했다. 하지만 고개를 움직일 수 없었다. 세리 스마는 그 사실에 당황했다. 그는 눈을 한껏 굴려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팔 하나는 어깨에서부터, 그리고 다른 팔은 팔꿈치에서부터 존 재하지 않았다. 몸 곳곳에서는 기묘한 형태로 튀어나온 뼈들이 번득이고 있었고 다리쪽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쪽 또한 그다지 고 무적이지 못한 광경일 것이 분명했다. 세리스마는 자신이 심장탑보다 더 심한 손상을 입었음을 알게 되었다. 고통이 없다는 사실 은 그에게 기묘하게 느껴졌다. 신경의 어딘가가 잘못되었거나 세 리스마의 두뇌가 엄청난 고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정도의 혼 란에 빠진 것이 분명했다. 세리스마는 자신이 완전히 무력한 상 태임을 알게 되었다. 그때 그의 눈에 저편에 쓰러져 있는 어떤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여인은 그보다는 훨씬 양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폭발의 안 쪽, 이곳 51층에 있었기 때문으로 여겨졌다. 세리스마는 그 여자 가 누군지 알아보려 했지만 뒤통수를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알아볼 수 없었다. 머리를 움직일 수 없기에 더 이상의 시야는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세리스마는 공포 속에서 청력 에 주의를 기울여 보았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