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5장 – 철혈(鐵血) (19)
죽은 동생의 니름에 비아스가 받은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혼란과 공포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비아스가 가까스로 현실 감각을 회복했을 때 갈로텍은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갈로텍은 턱으로 밧줄을 가리키며 풀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아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벽에 등을 기댄 채 비아스는 사납게 닐렀다.
<조금 전의 그것이 무슨 장난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진짜 장난이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 텐데요?”
비아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갈로텍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좋아요. 설명부터 들으시고 풀어주시죠. 조금 전의 그건 화리트의 영이었습니다.”
비아스는 다시 충격을 받았다. 갈로텍을 똑바로 바라보던 그녀는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니름을 보내었다.
<군령자?>
“그렇습니다. 지금은 수호자 갈로텍입니다.”
<니름도 안 되는! 나가에겐 군령자가 없습니다!>
“입증되지 않은 가설에 대한 지나친 확신은 학자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 텐데요.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 보시죠. 왜 나가에게 군령자가 없다는 겁니까?”
<어떤 정신 나간 나가가 불신자의 영들을 받아들이겠습니까?>
“대가가 충분히 크면 그럴 수 있습니다.”
<대가? 영생이오? 그렇게 우매한 짓을!>
“우매하다니요?”
<다른 자들의 영과 뒤섞인 채 몸에서 몸으로 떠돌아다니다가 결국 자기 자신도 잊어버리는 것이 무슨 영생입니까! 물론 죽음을 두려워하는 저 불신자들이라면 죽음이 무서워서 그런 바보짓을 할 수도 있지만, 나가가 어떻게!>
“당신 니름은 상당히 나가 중심주의적이군요. 하지만 완전히 틀린 니름은 아닙니다. 나가들은 대개 생에 권태를 느낄 정도로 충분히 늙은 다음 별 두려움 없이 죽지요. 하지만 나가보다 더 죽음에 신경 쓰지 않는 도깨비도 가끔 군령자가 됩니다. 왜 그렇지요?”
비아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갈로텍은 스스로 자신의 질문에 대답했다.
“예. 그 착한 도깨비들은 눈앞에서 군령자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는 동정심 때문에 그렇게 하곤 하지요. 자신의 영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많은 영들의 부탁을 차마 뿌리치지 못해서 그렇게 하지요.”
<설마 당신이 불신자들에게서 동정심을 느꼈다는…………….>
“아니요. 영생이 아닌 다른 목적도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받은 대가는 지식입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속엔 삼백여 년 전 카시다의 나뭇꾼이었던 자도 있습니다.”
나뭇꾼이라는 말에 비아스는 비늘을 곤두세웠다. 갈로텍은 책상 위를 흘깃 가리켜 보이며 말했다.
“저 대금은 이백여 년 전의 대금 제작자의 솜씨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십여 년 전에 군령의 일부가 된 대금 연주자에게서 배운 솜씨로 연주한 거죠. 그 자는 음악에 익숙지 않은 나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제가 훌륭한 수준이라고 말해줬습니다만, 솔직히 그게 칭찬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군요.”
<어떻게 군령자를 만났다는 겁니까? 당신이 한계선 이북으로 올라가기라도 했다는 겁니까?>
“음, 이제 제 과거사를 알고 싶어진 건가요? 이해됩니다만 그건 지금 상황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제가 군령자라는 사실을 당신이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군령자인 제 안에 화리트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겁니다. 특히 후자의 사실을 놓고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 전에 먼저 이 밧줄을 풀어주셨으면 좋겠군요.”
비아스는 한참 동안 갈로텍을 바라보다가 밧줄을 푸는 대신 팔짱을 끼며 닐렀다.
<진짜 당신 속에 화리트가 있는 겁니까?>
“다시 보여드릴까요?”
<・・・・・・ 어떻게 화리트의 영을 받아들인 겁니까?>
“죽어가던 화리트를 발견한 건 접니다. 그때 그의 영을 받아들였죠.”
<화리트가 군령의 일부가 되길 원했다고요?>
“아니요. 여신의 신랑이 되길 원했습니다.”
<무슨 말이죠?>
“제 속엔 여자들도 있습니다. 그녀들 중 설득력이 좋은 여자가 나서주었지요. 그러자 화리트는 저를 그의 여신으로 착각했습니다. 곧장 걸려들더군요.”
갈로텍은 몹시 재미있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속은 것을 알고는 제 속에 틀어박혀서 아무 니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그를 죽였는지 물어보자 더 이상 침묵하지 못하더군요. 그 감정이 어찌나 강렬한지 거의 제가 살해당한 기분이었습니다. 하긴 제가 살해당했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는군요.”
<제게 뭘 원하는 겁니까?>
“밧줄을 풀어주길 원합니다. 팔이 아픈데요.”
<아니, 당신을 죽인 대가로 제게 뭘 원하는 건지 말해 보시죠.>
갈로텍은 비아스의 니름에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길었고, 비아스는 한참 동안 기다려야 했다. 겨우 웃음을 멈춘 갈로텍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어제 당신의 거사에 대해 만족감과 고취감을 느꼈다고 말한 것, 기억하십니까?”
<기억합니다. 무슨 뜻이죠?>
“간단히 말씀드리죠. 저를 포함한 어떤 집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집단은 나가의 적과 싸우는 사람들입니다.”
비아스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나가의 적이라고요?>
“예. 불신자들과 손을 잡고 나가에게 해악을 끼치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 배신자들의 계획에는 어떤 나가를 하인샤 대사원으로 파견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불측한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 파견자를 찾아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초조했지요. 그런데 당신이 적출식 날 수호자로 변복하고는 화리트 마케로우를 죽였습니다. 그 직후 우리의 배신자들은 일련의 재미있는 모습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거의 인상적이라 할 정도였죠. 그제야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찾아내어야 할 자가 바로 화리트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로서도 하기 힘든 일을 고맙게도 당신이 대신해 준 것 또한 알게 되었죠.”
갈로텍의 설명을 들으며 비아스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화리트가 나가의 배신자였다고요?>
“정확하게 말하면 배신자들의 하수인이지요.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하셨나요?”
<못 느꼈습니다.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 얼빠진 꼬마가 그런 배짱 좋은 일을 벌이다니. 솔직히 당신이 말한 그 배신자들 이니 하는 말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군요. 불신자들과 손을 잡은 배신자들이라고요? 증거가 있습니까?>
갈로텍은 웃음을 거뒀다. 그리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애석하게도 당신을 납득시킬 만한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그런 것이 있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그 자들에게 처벌을 내릴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나가를 배신한 나가들은 엄존합니다. 제 속에 있는 화리트를 추궁해 보았지만 화리트는 절대로 대답하지 않더군요.”
<당신 스스로 당신을 추궁한다는 말입니까? 모순 같군요.>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은 갈등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까? 이렇게도 하고 싶고 저렇게도 하고 싶은 경우 말입니다. 분명히 있겠지요. 그렇듯, 한 사람의 영도 자기모순적인 상황에 얼마든지 빠져들 수 있습니다. 저처럼 여러 명의 영을 한 몸에 가지고 있는 군령자의 경우엔 영들끼리 서로 싸우기도 합니다.”
농담 같은 말이었지만 갈로텍의 얼굴엔 여전히 웃음기가 없었다.
“그 배신자들의 무서운 계획은 잠시 중단되었지만, 그 자들의 정체를 드러내어 처벌하지 않는 이상 언제 또다시 그런 일을 벌일지 모릅니다. 당신이 말한 그 증거라는 것은 우리도 간절히 원합니다. 그래서 당신을 부른 것입니다.”
<이제 본론입니까?>
“예. 배신자의 일원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화리트가 죽기 전까지 그에게 붙어 다녔고 지금은 카린돌 마케로우의 곁에 붙어 다니는 사람이 있지요. 아마도 화리트 살해의 실상을 알아내기 위한 목적인 것 같습니다.”
비아스는 경악하며 닐렀다.
<스바치!>
“예. 그 스바치라는 남자와 또 한 사람, 카루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화리트가 죽기 전 그 두 사람은 마케로우 가문에 머물렀지요. 심지어 다른 남자들이 페이 가문에 잔류했을 때도 화리트와 함께 마케로우 가문으로 돌아왔지요. 기억나십니까?”
비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갈로텍은 말했다.
“그 스바치라는 자를 조사하면 뭔가 효과적인 증거를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들도 몇 명의 남자들을 마케로우 가문에 보낼 생각입니다. 스바치를 조사하기 위해서죠. 당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그 남자들을 보살피고 도와주십시오.”
‘남자들’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비아스는 다른 말들을 모두 잊어버렸다. 비아스는 애써 관심 없는 듯이 닐렀다.
<몇 명입니까?>
“다섯 명입니다. 유사시에 스바치를 제압할 정도의 인원이어야 하니까요.”
기쁨에 몸이 떨릴 정도였지만 비아스는 냉철한 이성을 잃지 않았다.
<묘하군요. 지금 카린돌이 벌이는 짓거리를 모르는 건 아닐 텐데. 그냥 카린돌 곁을 지나가기만 해도 마케로우 가문에 끌려올 수 있을 정도인데 왜 굳이 제게 부탁하는 겁니까?>
“혹 카린돌 마케로우가 스바치에게 회유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경우 마케로우 가문 내에 카린돌을 상대할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남자들은 여자를 상대할 수 없죠. 카린돌이 저희가 보낸 남자들을 쫓아버리려 할 때 앞장서서 그 남자들을 보호할 마케로우의 여인이 필요합니다. 혹 당신의 여동생이 회유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스바치를 체포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가문 내에서 도와줄 사람은 있어야 합니다.”
비아스는 당장 그러라고 니르지는 않았다. 대신 못마땅한 듯이 닐렀다.
<확실치도 않은 일로 우리 가문에 음모꾼들을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갈로텍은 다급한 표정이 되었다. 고집스럽게 계속하던 말까지 포기하고 갈로텍은 니름을 보내었다.
<마케로우. 이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나가의 배신자들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비아스는 이 작은 승리에 도취되었지만 그것을 드러내진 않았다.
<그 배신자들의 존재 자체가 확실치 않은 거잖습니까?>
<…………다섯 명의 남자들이 당신에게 봉사할 겁니다. 그걸로 만족하실 수 없습니까?>
<제가 남자들에게 목을 맨 여자로 보입니까?>
갈로텍은 이 뻔뻔스러움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아스 마케로우가 서른네 살이 될 때까지 자녀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은 갈로텍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갈로텍은 약간 언짢은 기분으로 닐렀다.
<저는 화리트의 영을 데리고 있습니다. 마케로우.>
<이젠 협박이군요. 그래서 저를 고발하시겠다고요? 당신이 여신께로 향하는 제 동생의 영을 납치했다는 것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저를 고발하실 거죠?>
갈로텍의 몸은 여전히 밧줄에 묶여 있었고 이젠 그 정신까지도 결박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갈로텍은 이를 갈았다. 더 이상 웃을 여유가 없는 듯했다.
<마케로우. 우리는 당신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알지 말아야 할 것을 많이 안 것 때문에. 어쨌든 우리들 중엔 당신이 당신 동생뿐만이 아니라 수호자 유벡스까지 죽인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해친다? 저는 심장을 적출했습니다. 그 늙은 유벡스가 당한 일을 그대로 돌려주겠다는 겁니까?>
<천만에! 그런 야만적인 방법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이 심장을 적출했기에 오히려 사용 가능한 방법도 있습니다!>
비아스는 깜짝 놀랐다. 화를 참지 못하고 니른 갈로텍은 곧 자신의 니름을 후회하는 듯했다. 비아스는 날카롭게 닐렀다.
<그게 무슨 니름이죠?>
<아실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은 니르셔야 될 것 같군요. 그걸 닐러주면 제가 당신들을 도와줄지도 모르는 상황에선 더욱더.>
갈로텍은 의아한 듯 비아스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갈로텍은 조심스럽게 닐렀다.
심장 파괴에 대한 갈로텍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아스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비아스는 되물었다.
<제 심장을 터뜨리면 제가 바로 죽는 겁니까?>
<반드시, 확실히, 돌이킬 수 없이.>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그렇게 협박하지 않았죠?>
<이보세요. 마케로우. 심장 파괴는 전가의 보도가 아닙니다. 우리들이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 공개되면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리의 안전 문제만은 아닙니다. 겁을 집어먹은 사람들이 심장 적출을 거부할 테니 나가들은 멸망하고 말 겁니다. 조금 전엔 홧김에 그렇게 닐렀지만, 사실 당신이 거절하면 저는 당신께 제가 말한 것을 다 잊어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아스는 ‘전가의 보도’가 무슨 니름인지 궁금했지만 맥락에 비추어 그 의미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군령자이니 나가에겐 있지도 않은 관용어를 쓸지도 모른다.
비아스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남자들을 보내십시오.>
갈로텍은 반가운 얼굴로 비아스를 올려다보았다. 비아스는 갈로텍을 내려다보며 싸늘한 표정으로 닐렀다.
<지금은 그냥 넘어가지만, 언젠가 이 건에 대한 대가를 받도록 하지요. 당신들이 제게 줄 수 있는 것이 있겠지요.>
갈로텍은 화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남동생을 죽이고 심장탑의 수호자를 죽인 여자가 뻔뻔스럽게 대가를 거론하고 있었다. 그 죄를 들추지 않는 것을 고마워해야 할 주제에. 게다가 그녀가 가장 바라는 것을 다섯이나 손에 넣은 주제에. 하지만 갈로텍은 분통을 터뜨리지 않았다. 무익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아스가 그대로 몸을 돌리자 갈로텍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케로우! 가시기 전에 이 밧줄은 풀어주셔야죠.>
갈로텍은 다시 분노가 치솟는 것을 억지로 삭혀야 했다. 비록 갈로텍이 요구한 것이지만 비아스는 계속 갈로텍을 묶어놓은 채 대화했다. 포로나 죄인을 다루는 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게다가 갈로텍이 그것을 요구한 것도 비아스를 위해서였다.
비아스는 거만한 몸짓으로 갈로텍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밧줄에 손을 가져가는 대신 비아스는 엉뚱한 니름을 했다.
<풀어드리기 전에, 화리트를 다시 앞으로 내세워 주시겠습니까?>
갈로텍은 의아해하면서도 비아스의 요청대로 했다. 그가 앞에서 비켜나자마자 뒤에서 도사리고 있던 화리트가 성난 하늘치 같은 기세로 의식의 전면으로 뛰쳐나왔다.
<비아스! 사악한 살인마, 죽이겠어!>
비아스는 수호자의 뺨을 후려쳤다.
옆으로 홱 돌아간 고개를 힘겹게 제자리로 돌린 화리트는 한동안 니름도 잊은 채 어이없다는 듯이 비아스를 올려다보았다.
비아스는 왼손으로 오른손을 움켜쥔 채 닐렀다.
<죽었는데도 여전히 그 건방진 성격을 못 버렸구나. 두 번 죽여 마땅한 놈.>
화리트는 성난 하늘치처럼 포효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갈로텍이 다시 앞으로 나섰고 화리트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앞으로 나선 갈로텍은 혀를 굴려 입 안을 조사했다. 그의 예상대로 입 안이 터져 있었다.
비아스가 밧줄을 다 풀어줄 때까지 갈로텍은 아무 니름도 하지 않았다. 들끓는 분노를 억누르느라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