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6장 – 길을 준비하는 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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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 6장 – 길을 준비하는 자 (12)


륜과 티나한의 활약을 전해 들은 케이건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고 사모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비형은 배를 붙잡고 웃었다. 보좌관은 그런 도깨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케이건에게 말했다.

“혹 저 두억시니들을 퇴거시킬 만한 다른 수단을 제안하실 수 있겠소?”

“떠오르는 바가 없소.”

“그렇다면 지금 시간부터 상황은 당이 맡도록 하겠소. 당의 통제를 따라 주길 바라오.”

“좋으실 대로.”

보좌관은 사모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통제를 따르지.”

보좌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볍게 몸을 돌려 하르체를 바라보았다.

“당은 지금부터 관문 바깥의 두억시니를 적으로 규정하고 전투 상황에 돌입한다.”

“적입니까? 하지만 저 두억시니들은 여기 있는 이 자들을 추적해 온 것 아닙니까.”

“이 자들에게는 이미 통행료를 받았다. 그리고 숙박비도 꼬박꼬박 지불했고, 애초에 도로 사용이나 숙박을 거절했으면 모르되 이미 허락한 이상은 우리 손님으로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두억시니들과 이 자들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왜 싸워야 하지요?”

“저 두억시니들은 통행료를 안 냈다.”

하르체와 당원들은 가슴 벅찬 표정으로 보좌관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 설명을 납득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보좌관은 당원들의 표정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했다.

“너희들이 그걸 잊어 먹지 않았기를 바라며, 전투 배치에 임할 것을 명령한다.”

하르체와 당원들은 그제야 당황했다. “내 전투 배치가 어디지요, 하르체?”, “젠장, 네 당원패를 보면 알 거 아냐!”, “당원패에 그런 것도 있어요? 어, 진짜네?” 당원들은 품속에서 꺼낸 조그마한 나무패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자신들의 위치를 찾아 허둥지둥 달려갔다. 당원들이 모두 떠나자 동굴 안에는 케이건과 비형, 사모 페이와 대호, 그리고 보좌관만이 남게 되었다. 보좌관은 그들을 향해 말했다.

“이곳에는 곧 돌격 대원들과 관문 봉쇄조가 배치될 거요. 그러니 빨리 움직여야겠소. 당신 두 사람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나오지 마시오.”

보좌관은 사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남쪽에서 온 여인. 관문을 통과하겠소, 아니면 여행자 숙소에 머물겠소?”

사모는 케이건과 비형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숙소에 머물지.”

케이건은 무표정한 얼굴로 사모의 시선을 받아내었다. 보좌관은 대호를 보며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하루 동안은 무료요. 그 다음부터는 숙박비를 내야 하고. 그런데 그 대호와 함께 방을 쓰겠소, 아니면 마구간을 이용하겠소? 난 전자를 권하고 싶소만, 말들이 겁을 먹을 테니.”

“함께 쓰겠어.”

“따라오시오.”

사모는 보좌관을 따라가다가 문득 케이건과 비형이 반대쪽 벽으로 걸어가는 것을 깨달았다. 사모는 보좌관이 그들을 떼어 놓으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통제를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에 사모는 반대하지 않았다. 커다란 계단을 올라간 보좌관은 사모에게 빈 방 하나를 내어 주고는 전투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방 밖으로 나오지 말 것을 명령한 다음 떠났다. 문을 밀어 본 사모는 그것이 밖에서 잠겼음을 깨닫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사모는 쉬크톨을 뽑아 륜이 건물 어디쯤에 있는지 방향을 감지해 본 다음 옷을 벗었다.

케이건과 비형 또한 방으로 돌아온 다음 밖에서 문을 잠그는 소리를 들었다. 륜은 케이건을 보자마자 질문했다.

“누님은 어떻게 됐죠?”

“여행자 숙소에 머물기로 했다. 어디에 있는지는 나도 모르고, 또한 지금은 만나볼 수 없을 거다. 이 요새는 두억시니들과의 전투 상황에 돌입했고 그 때문에 손님들은 얌전히 방 안에 있어야 하는 모양이다.”

비형이 감탄하며 말했다.

“그 위엄왕의 엉터리 병사들보다는 이 요새의 당원들이 훨씬 병사답더군요. 뭔가 대단히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잖아요?”

“천사백여 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 온 자들이니까.”

티나한은 벽에 팔꿈치를 괸 채 창밖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렇더라도 저런 것을 막아낼 수 있을까? 저 놈들, 자세히 보니 피라미드에서 만났던 그 엉터리 같은 두억시니와는 좀 달라 보이는데. 그 유해의 뱀이 특별히 신경 써서 골라 보낸 것 같아.”

케이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저 놈들이 예삿것들은 아니라고 판단했소. 하지만 시구리아트 유료 도로당도 호락호락한 자들은 아니오. 어쨌든 주퀘도 사르마크로 하여금 결국 은편 열 닢을 내게 만든 자들이니까.”

티나한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려 했다. 그러나 그때 요새 전체를 울리는 거대한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나팔 소리는 빗줄기 사이로 한없이 울려 퍼졌고 잠시 후 산봉우리들이 그 나팔 소리를 되돌려 보냈다. 산맥 전체가 폭풍의 밤하늘을 향해 떨쳐 일어나는 것 같았다.

시구리아트 유료 도로당이 신을 잃은 자들을 상대로 전투를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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