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7장 – 여신의 신랑 (3)
지평선을 뒤덮은 먼지 구름이던 것이 두억시니들로 바뀐 시점에 케이건은 고민을 시작했다. 육안으로 확인되는 거리였지만 탁 트인 평야인지라 실제 거리는 꽤 길었다. 케이건은 두억시니들이 도착할 때까지 반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비형이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또 도망칠까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소.”
케이건은 다시 나늬에 올라탔고 륜과 아스화리탈은 티나한의 어깨에 올라탔다. 두억시니들과의 거리를 벌려 놓으며 일행은 파름 산을 향해 달렸다.
이틀 후, 일행은 파름 산의 언저리에 도달했다. 두억시니들과의 거리를 반나절 정도로 떨어뜨려 두는 데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일행은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비형은 저 유명한 오솔길을 걸어 올라가면서도 꾸벅꾸벅 졸았고 티나한마저 비몽사몽간에 일주문을 박살 낼 뻔했다. 하인샤 대사원의 일주문은 꽤 높았지만 티나한의 철창도 지나치게 길었다. 케이건이 제때 철창을 눕히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면 티나한은 고가람의 유서 깊은 얼굴에 꽤 큼직한 흉터를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륜은 기쁨을 느꼈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기쁨이 아니라 울창하면서도 독특한 숲을 보는 것이 그를 즐겁게 했다. 본당에 이르는 삼문 주위로 늘어선 나무들은 장엄했다. 장쾌하게 뻗은 나무들 중에는 둘레가 세 아름이 되지 않는 나무가 없는 듯했으며 어떤 것은 열 아름도 넘을 것 같았다. 키보렌의 나무들이 그 자체로 약동하고 있다면 파름 산의 나무들은 꼿꼿하며 엄숙했다. 저 높은 곳에 늘어진 가지들은 햇빛을 선택적으로 통과시켜 산사를 찾아드는 이들에게 정순하고 고아한 빛을 머금게 했다. 마침내 숲이 갈라지며 마지막 문을 통과했을 때 륜은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기쁨보다 아쉬움을 느꼈다.
경내는 고요했다. 흙이 단단하게 깔린 마당을 가로질러 걸어간 케이건은 곧장 법당 쪽으로 걸어갔다. 법당 앞에 선 케이건은 합장하며 짧게 목례했다. 고개를 든 케이건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일행들을 발견하고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냥 사찰을 찾는 예의요. 다른 일을 보기 전에 법당에 먼저 인사를 올려야 하오.”
비형과 륜이 황망히 합장했다. 티나한은 왜 건물에 대고 절을 하냐고 투덜거렸지만 간절한 눈으로 쳐다보는 비형의 표정을 견디다 못해 마지못한 듯 합장 반배했다. 그때 저쪽에서 짧은 탄성이 들려왔다.
마당 저편에서 승려 한 명이 다급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케이건이 그를 향해 목례할 때 티나한이 반가운 얼굴로 외쳤다.
“야, 너! 잠깐. 이름이 뭐더라.”
“오레놀입니다. 드디어 오셨군요. 여러분!”
반갑게 두 손을 내밀던 오레놀은 륜의 어깨를 보곤 크게 당황했다. 거의 넋이 나간 듯한 그 얼굴을 보며 일행은 미소를 지었다. 조금 후에야 겨우 예의를 생각할 수 있게 된 오레놀은 황급히 말했다.
“오레놀입니다. 당신이 륜 페이지요?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듣던 대로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시군요.”
거기까지가 오레놀이 가진 인내심의 한계였다.
“그런데 어깨에 얹고 계신 그것……, 그것……, 정말로?”
“예. 용입니다.”
“맙소사!”
오레놀은 경악했다.
“맙소사! 그 용을 당신이 발견했군요!”
륜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오레놀을 바라보았다. 케이건이 조용히 끼어들었다.
“오레놀 대덕. 그 용이라는 건 무슨 뜻이오?”
“아, 그러고 보니 제 말이 좀 이상하게 들렸겠군요. 용서하십시오. 저는 용이 개화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돌아오시면 용의 수탐을 부탁드릴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맙소사. 이렇게 데려오시는군요.”
“어떻게 용의 개화를 알고 있었다는 말이오? 용인이 있었다는 말은 아닐 텐데.”
“용인이 있었습니다. 선원에서 참선 중이던 사람들 중에 군령자가 하나 있었거든요.”
케이건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륜은 아스화리탈의 꼬리를 붙잡으며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오레놀을 바라보았다. 오레놀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 용은 당신을 따르는군요. 당신이 그 용을 발견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책임지고 그 용을 잘 성장시켜야겠군요.”
혹 승려들이 용을 뺏으려 드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던 륜은 그제야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레놀은 다시 케이건을 향해 말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정말 저희들을 놀라게 하시는군요. 저희들이 부탁했던 일을 완수하시고 그에 덧붙여 용까지 데려오시다니. 따라오시지요. 여러분들이 쉬실 암자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고맙소. 오레놀. 그런데 조금 전 내가 당신들을 놀라게 한다고 말했는데, 그건 정확한 지적이오. 내가 데려온 것이 나가와 용만이 아니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케이건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가 암살자 한 명도 뒤따르고 있소.”
“그건 알고 있습니다. 침묵의 도시로부터 전갈을 받았습니다. 사모 페이지요?”
오레놀은 측은한 얼굴로 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쇼자인테쉬크톨.”
륜은 놀라면서도 슬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레놀은 진심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들이 당신을 보호해 드릴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케이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요. 그 나가 암살자는 대호를 타고 올 테니까.”
“대, 대호요?”
“그렇소. 그리고 또 다른 자들이 반나절쯤 후엔 여기에 들이닥칠 거요. 3,000마리의 두억시니요. 우리에게 이상한 길친구를 모으는 취미가 있다고 생각해도 좋소.”
오레놀은 퍼렇게 질렸다.
철혈암은 본당 뒤편으로 한참 올라간 곳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거대한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었지만 넓은 마당을 두어 암자 전체에는 햇빛이 담뿍 쏟아지고 있었다. 쥬타기 대선사는 철혈암의 마루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선사는 미소를 지으며 일행을 맞이했지만 그 또한 륜의 어깨에 앉아 있는 아스화리탈의 모습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두억시니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매우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일행이 인사를 마치고 마루에 앉자 암자에 딸린 부엌에서 오레놀이 다과를 내어왔다.
륜은 자신의 앞에 놓여진 쥐를 보고 놀랐다. 놀랍게도 대사원의 승려들은 살아 있는 쥐의 다리를 묶어서 륜 앞에 내놓았다. 그리고 비형을 위한 것이 분명한 구운 감자가 놓여졌으며 커다란 함지에 가득 담긴 곡차도 나왔다. 안타깝게도 그것들이 사찰에서 준비되기 어려운 음식들이며 따라서 승려들이 극진한 대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케이건뿐이었다. 대선사는 케이건에게 말했다.
“반나절 뒤에 도달한다고?”
“그렇습니다. 대선사님.”
“그들이 너희들을 해칠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냐?”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왜 그런 목적을 가지게 된 거지?”
“우리가 자기들의 신을 죽였다고 오해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신을 잃었다는 거지요.”
담담하게 말하던 케이건은 대선사의 낯빛이 확 바뀌는 것을 보곤 약간 놀랐다. 대선사는 다급하게 말했다.
“그 자들은 어째서 그런 오해를 한 거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륜의 해석으로는 그 유해의 폭포는 륜의 기억을 읽고 그런 추측을 한 것 같습니다.”
륜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 기억 속에는 그런 내용이 없습니다. 그 피라미드 안에 있던 나가는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 누님도 있었지요. 그 유해의 폭포는 누님의 기억을 읽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는데요. 그 유해의 폭포는 군체이다 보니 저와 누님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대선사와 오레놀은 당황이 역력한 얼굴로 륜과 케이건을 쳐다보았다. 그때 오레놀이 외치듯 말했다.
“그 피라미드 안에 있던 나가가 당신과 당신 누나뿐이었습니까?”
“글쎄요. 확실하지가 않은데요. 어쩌면 다른 나가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님은 제게 화리트의 동료를 만났던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레놀은 탄성을 터뜨렸고 대선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건이 조용히 말했다.
“왜 살신이니 어쩌니 하는 기이한 이야기에 신경 쓰시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내 이야기가 끝나면 자네도 이해하게 될 거야. 하지만 일단은 급한 불부터 꺼야겠군. 케이건 드라카. 아무래도 너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것 같구나.”
“3,000마리의 두억시니들을 저지해야 합니까?”
“그렇다. 할 수 있겠느냐?”
티나한과 비형, 그리고 륜은 기막히다는 표정으로 대선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케이건은 놀라는 기색도 없이 말했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행은 조금 전 대선사에게 보내었던 표정을 그대로 케이건에게 돌렸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니? 대선사마저도 굴곡 없는 목소리로 긍정하는 케이건에게 당황했다. 케이건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대선사는 조건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떤 조건이지?”
“말이 통하지 않으니 설득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현재 제게는 3,000마리나 되는 두억시니를 저지할 수 있는 물리력이 없습니다.”
티나한은 그 말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어진 케이건의 말에 티나한은 부리를 쩍 벌리고 말았다.
“그러나 모두 죽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대선사와 오레놀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모, 모두 죽인다고?”
“그런 조건이라면 시도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들의 눈이 비형에게로 돌아갔다. 비형은 기겁하며 두 손을 내저었다.
“저, 저, 저, 저를…….”
“아니오.”
“그, 그러니까, 절대로, 절대로…….”
“아니오.”
“그런 건, 그런 건 절대로, 견딜 수, 승낙할 수…….”
“아니오.”
“정말 아닙니까?”
“그렇소.”
일행은 케이건의 계획이 ‘비형을 두억시니들의 앞으로 끌고 간 다음 피를 한 바가지 뒤집어씌운다’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형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케이건을 바라보았다. 케이건은 다시 한번 부정했다.
“당신이 추측하는 것 같은 그런 방법은 쓰지 않소. 비형. 나도 죽게 될 테니.”
“그럼, 그럼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비형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케이건은 쥬타기 대선사를 바라보았다.
“그 조건으로 되겠습니까?”
“이 사찰의 앞마당 같은 곳에서 3,000명이나 되는 생명을 학살하는 것을 허락하라는 말이구나.”
“저는 그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두억시니의 접근을 저지하기 위해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그것뿐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다른 방법은 모르겠습니다.”
쥬타기 대선사는 고개를 떨구었다. 두 무릎에 얹혀진 그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륜의 눈엔 대선사의 목덜미가 뜨거워지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다. 쥬타기 대선사는 어금니를 깨문 채 말했다.
“그 방법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
“벽월암(月庵)에 모셔졌던 이주무 선사의 무구들은 여전히 잘 보관되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잘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그거야 선사의 높은 덕을 기리기 위해 보관하고 있는 것일 뿐 무슨 신이를 부리는 물건은 아니지 않느냐?”
“신기(神器)가 아니라도 신통(神通)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그 무구들은 이 사원에서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무기입니다. 무기라기보다는 유품이지만, 어쨌든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한 시간 내로 준비를 마칠 수 있습니다.”
대선사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한 시간이라고?”
“예.”
“나로선 한 시간 동안 준비하여 3,000명을 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도 없구나. 하지만 잘됐다. 먼저 이야기를 할 시간이 있겠구나.”
그리고 대선사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우리가 왜 이 자리에 모여야 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완수해야 할 사명에 대해 이야기하겠소이다. 물론 여러분들이 사정을 알고 나서 이 화상을 대신하여 결정을 내려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오. 죄는 이 화상이 이고 갈 거요. 결정은 내가 내릴 거요. 다만, 지금으로선 도저히 결정을 내릴 수가 없소.”
비형은 쥬타기 대선사가 수천의 생명을 죽이는 일을 곧장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에 대단히 놀랐다. 그가 알기로 머리를 깎는 킴은 거의 도깨비만큼이나 살생을 싫어하는 킴들이기 때문이다. 대선사는 계속 말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동시에 나 자신에게도 이야기를 들려줄까 하오. 그럼으로써 결정을 내릴 근거를 찾아보려는 거지. 여러분들이 원로에 피로하여 곧장 쉬셔야 되지 않다…….”
“륜은 그 일 때문에 이곳까지 왔어. 당장 듣고 싶을 거야.”
티나한이 외치다시피 말했다. 륜은 자신의 말을 대신해 준 티나한에게 감사의 목례를 보내었다. 비형 또한 빛나는 눈으로 대선사를 바라보았고 케이건도 반대하지 않았다. 대선사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대선사는 덩치 큰 레콘을 올려다보았다.
“티나한.”
이야기가 길어질 것을 대비하여 함지에 담긴 곡차를 사발로 뜨던 티나한은 깜짝 놀라 대답했다.
“응? 왜?”
“그대 종족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소.”
티나한은 당황했고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인간과 나가들이 펼쳐온 비밀스러운 계획이 레콘에 관련된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어쨌든 레콘이라는 종족은 비밀과 음모 등과 연관 지어 생각하기엔 지나치게 담백한 자들이다. 티나한은 사발을 내려놓고는 긴장하여 수염 볏을 비틀었다.
“우리 종족? 레콘이 어쨌다고?”
“티나한. 그대는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의 사원이 어디 있는지 아시오?”
“모르지. 그게 왜?”
긴장 탓에 곧장 대답한 티나한은 조금 후에야 그게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것까지야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스스로 깨달은 것은 아니다. 쥬타기 대선사가 다시 질문했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다.
“그걸 궁금하게 여겨본 적은 있소?”
“없는데.”
“혹, 다른 레콘들이 궁금하게 여길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있소?”
“그럴 녀석이 있을까?”
“그렇다면, 이런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대들은 자신들을 돌보아 주시는 여신의 사원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별 관심이 없는 거요. 맞소?”
티나한은 벼슬을 붉히며 말했다.
“어, 굳이 그렇게 말하겠다면……. 하지만 아무도 모르니 어쩔 수 없잖아. 그게 어디에 있는지 안다면 나도 가끔 찾아가 보려는 생각쯤 할 수 있을지 몰라. 그래. 그렇지. 사원에 가서 여신께 하늘치의 등에 올라가는 방법이라도 알려 달라고 기도했을지 모르지. 나는 정말 그러고 싶을 때가 있어. 하지만 누구한테 물어봐도 모르는걸. 우리가 여신께 관심이 없는 게 아냐. 누구한테 물어봐도 모르니까 묻는 걸 그만둔 거지. 잠깐. 너는 그럼 그게 어디 있는지 아냐?”
대선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모르오.”
“거 봐! 아무도 모른다니까.”
“하지만, 몇몇 나가들이 알게 되었소.”
“뭐?”
“나가들이 키보렌의 모처에서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의 사원을 발견했소.”
티나한이 탄성을 내질렀다.
“그게 키보렌에 있었군! 그래서 아무도 어디에 있는지 몰랐던 거야!”
“아마 그런 것 같소. 그런데 그 사원을 발견한 나가들이 실로 엄청난 일을 생각해 냈소.”
“엄청난 일?”
“어떤 레콘도 찾아들지 않아 거의 버려진 듯한 그 사원을 보며 나가들은 신도를 잃은 신이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었을 거요. 그런데, 그 말을 뒤집어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어떤 자들이 떠오르오. 신을 잃은 자, 두억시니 말이오. 간단히 말해서, 나가들은 레콘들을 두억시니처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낸 거지.”
경악 때문에 티나한은 말을 잃었다. 비형과 륜, 그리고 케이건도 눈을 둥그렇게 뜬 채 쥬타기 대선사를 바라보았다. 대선사의 얼굴은 사납고 거칠게 바뀌어 있었다. 그는 불을 토해 내는 듯한 고통스러운 얼굴로 외쳤다.
“그렇소. 이 자들의 대담무쌍함에 갈채를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다 드는구려. 그들은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을 죽일 계획을 짜고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