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7장 – 여신의 신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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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 7장 – 여신의 신랑 (4)


철혈암이 거세게 울렸다.

티나한이 주먹으로 마루를 내리치자 그 주먹은 그대로 마루를 꿰뚫고 아래로 쑥 들어갔다. 함지에 담겨 있던 곡차가 거세게 출렁이고 사람들 또한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티나한은 마루에서 주먹을 뽑아내며 외쳤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믿으라는 거냐!”

“나도 믿기 어려웠소. 티나한. 어떤 양심적인 수호자가 그 소식을 내게 알려주었을 때, 나는 그 수호자가 불쌍하게도 돌아버린 것이 아닌가 의심했소.”

수호자라는 말에 륜의 눈이 번득였다. 대선사는 진중하게 말했다.

“그렇소. 이 모든 일은 하텐그라쥬의 어떤 양심적인 수호자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오. 동료들의 무서운 계획을 간파했지만, 그는 그것을 막을 힘이 없었소. 그래서 그는 외부에서 조력을 찾아내기로 결심했지. 그것이 바로 우리였소.”

또다시 마루를 내리치려던 티나한은 케이건의 시선에 가까스로 주먹을 멈췄다. 티나한은 분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목 깃털을 잔뜩 움켜쥐며 외쳤다.

“어떻게 신을 죽이냐!”

“바로 그걸 알아내야 하오.”

“뭐? 무슨 소리야!”

“그 수호자는 동료들의 계획을 간파했지만 정확한 방법은 알지 못했소. 그래서 우리가 그들이 사용할 방법을 알아내어야 하오. 그것을 막기 위해서. 그런데, 신을 죽일 방법을 알아내려면 누구에게 물어봐야겠소?”

“신 자신, 혹은 신체.”

사람들은 케이건을 쳐다보았다. 케이건은 곡차를 떠올리며 말했다.

“논리적 귀결은 신 자신 혹은 신체입니다.”

쥬타기 대선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건의 말대로요. 하지만 신체는 찾아낼 수 없소. 그러니 우리는 신 자신에게 물어봐야 하오.”

비형이 궁금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신체가 뭡니까?”

한때 수련자였던 륜이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신체는 화신을 일컫는 다른 말입니다. 아니, 화신 이전 단계라고 해야겠군요. 비형.”

“화신 이전 단계요?”

“예. 신체에는 그 자신의 영과 신이 머물러 있습니다. 군령자와 같지요. 다만 군령자와 달리 신께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신께서 겉으로 드러났을 경우에 화신이 됩니다.”

“어, 신께서 사람 속에 계신다고요? 저 천상이나 초차원이 아니라?”

“글쎄요. 봄은 새싹 속에 있습니까? 새싹 속엔 분명히 봄이 있습니다만.”

륜의 대답은 비형을 만족시켰다. 륜은 계속 말했다.

“신체를 통해 신께서는 자신이 보살피는 종족들의 생활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되겠군요. 비형 당신에게 딱정벌레들을 잘 키우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치죠.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딱정벌레보다 고등하다고 해도 바로 그 고등성 때문에 딱정벌레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딱정벌레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 자신이 딱정벌레가 되어 보는 것일 겁니다. 그러면 딱정벌레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간단히 알 수 있겠지요. 마찬가지로, 우리보다 한없이 우월한 신께서는 바로 그 우월성 때문에 우리가 저지르는 황당무계하고 어이없는 일을 용납하시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신체에 머물러 우리를 살피시는 겁니다.”

비형은 감탄했다. 륜은 대선사를 잠깐 보고 말했다.

“누가 신체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자신도 알지 못하니까요. 마치 자신이 군령자라는 것을 모르는 군령자라고 할까요. 제가 알기로 군령자의 시작도 바로 이 신체에서 비롯된 거라는 설이 있습니다. 하나의 몸에 여럿의 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그것을 시험해 본 거죠. 그리고 성공한 겁니다.”

“하지만 군령자는 죽기 전에 전령하지 않으면 안 되잖습니까?”

“예. 신체 또한 전령과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신체가 죽을 때 신께서는 다른 몸으로 옮겨가십니다. 역시 누군지는 알 수 없지요.”

쥬타기 대선사가 말을 받았다.

“륜 페이의 설명에 덧붙일 것은 하나밖에 없을 것 같소. 신체에게 말을 하면 그건 신에게 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하지만 누가 신체인지 알 도리가 없소. 그러니 신 자신에게 말을 해야 하오.”

화를 참지 못한 티나한이 외쳤다.

“그렇다면 물어봐! 너희들의 어디에도 없는 신에게 물어보라고. 신을 죽인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지!”

“어디에도 없는 신께서는 그런 질문에 대답하시지 않소이다. 티나한. 사실 신께서 우리에게 특별한 언질을 주시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소. 하지만 단 한 종족, 신과의 관계가 각별한 종족이 있소. 그 종족의 사제들은 여신의 신랑으로 불리오. 그만큼 각별하다는 거지.”

사람들의 눈이 이번엔 륜에게 모였다. 륜은 비늘을 곤두세운 채 말했다.

“발자국 없는 여신의 이름을 아는 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그게……?”

“그렇다네.”

“왜…… 왜 제가?”

“우리는 논리적 귀결로서 발자국 없는 여신께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네. 신을 부르려면 당연히 사원이어야 하지. 그런데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의 사원에서는 할 수 없지. 어디 있는지 모르니까. 즈믄누리에서도 할 수 없어. 성주와 어르신들만이 즈믄누리의 마지막 방을 찾아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심장탑에서도 할 수 없어. 적들이 그것을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남는 곳은 이곳뿐이지. 어떤 나가가, 신명을 가진 나가가 이곳에 와서 여신을 부를 수밖에 없어. 그래서 화리트 마케로우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지.”

화리트의 이름에 륜은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끼며 아스화리탈을 끌어안았다. 아스화리탈의 꼬리가 륜의 목을 감고 올라가 그 뒤통수를 살짝 쓰다듬었다. 대선사는 선고하듯 말했다.

“그러나 우리들이 아는 끔찍한 사태 때문에 자네가 대신 왔네. 륜 페이. 자네는 화리트 마케로우 대신 이곳에서 발자국 없는 여신을 불러야 해. 그리하여 여신께 신을 죽이는 방법에 대해 물어봐야 하네. 그것을 막기 위해서.”

끔찍한 침묵 속에서 찍찍거림이 들려왔다. 륜의 앞에 놓인 쥐가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이득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케이건을 돌아보았다. 케이건은 입가를 훔치며 빈 사발을 내려놓고 있었다. 사람들을 숨 막히게 만들고 있는 흥분도 유독 그만은 비켜가고 있는 것 같았다. 케이건은 대선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살신이라는 말에 놀라신 건지 알겠군요. 그리고 그 두억시니가 어떻게 그런 괴상한 오해를 하게 되었는지도. 그 두억시니는 화리트의 동료라는 자의 기억을 읽은 것이겠군요. 그 화리트의 동료라는 자는 아마도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을 죽이려는 계획에 대해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이득이 없는 일입니다.”

“이득이 없다니, 무슨 말이냐?”

“한계선 북쪽에 사는 레콘들을 두억시니로 만들어 봤자 한계선 남쪽에 있는 나가들에게 어떤 이득이 있습니까?”

티나한은 깃털을 곤두세운 채 케이건을 쏘아보았다. 대선사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탄식했다.

“언제나 냉정할 수 있는 네 능력이 정말 부럽구나. 케이건. 이럴 때 손익을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냉철한 자들은 세상에 나가와 너뿐일 거다.”

“사소한 재주입니다. 하지만 쇠붙이 따위보다는 훨씬 유용한 무기지요. 잃을 수도, 뺏길 수도 없는 무기니까.”

“그래. 알겠다. 설명해 주마. 잠시만. 목이 마르구나.”

대선사는 곡차를 떠 한 모금 마셨다. 티나한 또한 목이 탄다는 듯 거푸 곡차를 마셨다. 대선사는 심호흡을 한 다음 설명을 계속했다.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고 하오. 여러분들이야말로 그 이야기를 잘 아실 거요. 우리는 그 옛말에 따라 구출대를 구성했소.”

비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케이건이 설명해 줬습니다. 케이건이 길잡이이고 제가 요술쟁이, 그리고 티나한이 대적자일 거라고 하더군요. 맞습니까?”

쥬타기 대선사는 미소 지었다.

“정확하오. 여러분들의 모험이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모험에 대해 한 가지 질문을 하겠소. 만약 여러분들 중에 티나한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겠소?”

티나한은 덜컥 겁을 집어먹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사모 페이가 집어던진 악어 앞에서 도망쳤던 일, 대피소를 만들고 농성하여 일행의 여행을 늦추었던 일, 무적왕과 선지자 앞에서 도망쳤던 일 등이 차례로 떠올랐다. 티나한은 왼팔의 깃털을 비틀며 초조하게 비형과 륜을 바라보았다.

비형은 씩 웃었다.

“우리는 그 피라미드에서 죽었을 겁니다. 그렇잖아요, 륜?”

“그렇습니다. 티나한이 없었다면 우리는 두억시니가 되었을 겁니다……. 티나한? 설마 우는 겁니까?”

“내 눈빛이 영롱하여 네가 착각한 거다!”

티나한의 말 끝부분은 거의 계명성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륜은 눈 주위의 체온을 보는 자신이 설마 착각했겠느냐는 말은 꺼내지 않는 편이 신상에 이롭겠다고 판단했다. 쥬타기 대선사가 말했다.

“여러분들이 서로를 도우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어 기쁘오. 여러분들 중 한 명이 없어졌을 때는 지리멸렬하게 된다는 것을 유념해 주길 바라오. 셋이 아니면 하나를 상대할 수 없소. 그렇다면 잠시 과거의 이야기를 하겠소. 먼 옛날, 나가들은 다른 세 종족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소. 나가들은 모든 세상에 그들의 숲을 만들려고 했지. 하지만 끝내 그렇게 하지 못했소.”

륜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금…… 대확장 전쟁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륜. 셋이 하나를 상대했기에 그 전쟁에서 나가는 이기지 못했네.”

륜은 놀란 얼굴로 케이건을 돌아보았다. 케이건은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륜은 케이건에게 들었던 말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대선사님. 솔직히 그건 나가가 이긴 전쟁이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셋이 하나를 상대했다고 하셨는데, 그것도 제가 아는 바와는 좀 다르군요. 나가들과 주로 싸웠던 것은 아라짓 전사와 키탈저 사냥꾼 등 주로 인간들이었습니다. 도깨비들은 전투를 피했고 레콘들은 용맹스럽게 홀로 싸웠습니다. 셋이 하나가 되지 못했기에 나가는 이길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너희 나가들을 막은 것은 뭐지?”

“나가들을 막은 것은 날씨입니다. 하나가 된 셋이 아니라.”

“바로 그거야. 륜 페이.”

“예?”

“날씨 말이야. 셋이 하나를 상대했지. 그리고 한계선이 생겨났지.”

어리둥절해하던 륜은 곧 온몸의 비늘이 곤두서는 기분을 느꼈다. 케이건이 극히 험악한 얼굴로, 하지만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발자국 없는 여신을 상대해 오던 세 분의 신 중 한 분이 없어지면, 날씨가 바뀌는 겁니까?”

“그렇다네, 케이건. 세상의 모습이 바뀌게 되지. 레콘을 두억시니로 바꿔 봐야 나가에겐 이득이 없다고 했던가? 그 말이 맞네, 케이건. 하지만 세상이 좀 더 더워지면 어떨까?”

대선사의 말에 일행은 거꾸로 추위를 느꼈다. 케이건은 대선사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한계선에 가로막혀 중단되었던 대확장 전쟁이 재개되겠군요. 칠백여 년 만에.”

“키탈저 사냥꾼들의 전쟁을 뺀다면 팔백여 년 만이겠지만, 그렇다네. 케이건.”

경악과 공포, 분노, 그리고 침통함이 좌중을 가득 채웠다. 티나한은 모든 자들을 향해 화를 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고 비형은 멍한 얼굴로 마당에 있는 나늬를 바라보았다. 케이건은 팔짱을 낀 채 함지 속의 곡차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 속에 떠오르는 어떤 과거를 보는 것 같은 눈길이었다. 그때 륜이 말했다.

“확인해야겠습니다.”

대선사와 오레놀이 륜을 쳐다보았다. 륜은 비늘을 곤두세운 채 말했다.

“저는 화리트가 아닙니다. 화리트는 모든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저는 지금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해야겠습니다. 대선사님은 그 ‘양심적인 수호자’와의 연락 수단을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 그렇습니까?”

륜의 말에 티나한과 비형은 숨통이 약간 트이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들도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그 말을 확인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대선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은 당연하군. 그 말을 확인받고 싶겠지. 그래. 연락 수단을 가지고 있어. 뱀단지야.”

“사어입니까? 그걸 어떻게 가지고 계시죠?”

“어떤 나가가 이곳까지 뱀단지를 가지고 왔지. 그런데 자네, 정신 억압을 할 수 있나?”

“못 합니다.”

“그렇다면 어렵겠군. 우리는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네. 물론 그걸 고려해서 저쪽에서는 상세하게 말하긴 하지만, 이쪽에서는 원할 때 말을 걸 수가 없어. 뭘 물어볼 수도 없고 말이야.”

륜은 신음을 흘렸다. 비형은 사어가 무슨 말인지 알고 싶어 안달 난 얼굴이 되었지만 감히 끼어들지는 못했다. 그때 륜이 케이건에게로 고개를 홱 돌렸다. 케이건은 이미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륜이 바라볼 것을 예상했다는 듯이. 그리고 륜은 케이건이 예상했으리라 믿었다.

“케이건.”

“말해.”

“아시다시피 제 누님, 사모 페이는 정신 억압자입니다. 사어는 하실 수 없습니다만 그건 대선사님께서 가르쳐주실 수 있을 겁니다. 연락을 받으셨으니 사어를 읽을 줄은 아시는 걸 테니까요.”

“그렇겠군.”

“제 누님을 데려와 주십시오.”

케이건은 시선을 대선사에게 옮겼다. 대선사는 질문했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나, 케이건?”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이곳으로 오고 있을 거라는 것만 확신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또한 자네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군. 할 수 있겠나?”

케이건은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해보겠습니다.”

륜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 떠올랐다. 륜이 감사의 말을 하기 전, 케이건은 그대로 이어 말했다.

“그런데, 두억시니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륜과 함께 기뻐하던 대선사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대선사는 침통하게 고개를 떨구었다. 무거운 분위기를 견딜 수 없다는 듯 티나한이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제기랄, 내가 대적자야! 그까짓 놈들, 내가 다 물리치지.”

비형과 륜은 만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선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 당신이 대적자였소. 그럼 길잡이에게 물어봅시다. 케이건? 티나한이 그 두억시니들을 저지할 수 있겠나?”

“만용입니다.”

딱 잘라 말하는 케이건의 말투에 비형은 그만 미소 짓고 말았다. 티나한은 무시무시한 눈으로 비형을 쏘아봐 준 다음 케이건을 쳐다보았다. 케이건이 먼저 말했다.

“수치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소. 티나한. 당신 길잡이의 판단을 믿으시오.”

티나한은 길잡이 케이건을 존중했다. 하지만 자신의 호승심 또한 존중했다.

“너는 상대할 수 있다고 했잖아!”

“그렇게 말한 적은 없소. 모두 죽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지.”

“그게 그거잖아.”

“전혀 다른 말이오. 투정이 심한 어린애에게 투정이 왜 나쁜 건지 자상하고 끈기 있게 설명해 준다면 그것은 어린애를 ‘상대’하는 거요. 하지만 어린애의 머리를 돌로 내려찍으면 그건 그냥 어린애를 ‘죽이는’ 거요. 내 방법은 그런 식이오. 잔인하고 추하고 악의에 찬 것이지.”

티나한은 부리를 닫고는 놀란 눈으로 케이건을 바라보았다. 케이건은 쥬타기 대선사를 돌아보았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대선사는 한없이 슬픈 눈으로 케이건을 바라보았다.

“열 명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죽인다면, 그건 열 명의 살인자를 만드는 일이지.”

케이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케이건의 난관이어야 할 반나절의 시간은 이제 대선사의 고통이 되고 있었다. 긴 시간 동안 숙고할 여유 같은 것이 없었다.

대선사는 토혈하듯 말했다.

“죽여라! 죄는 내가 다 이고 가겠다.”

케이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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