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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 8장 – 열독 (13)


갈로텍과 수호자들은 긴장한 시선으로 한 수호자를 바라보았다. 보트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수호자는 동료들에게 ‘특별한’ 예민함으로 유명했다. 어쩌면 그 특별함이야말로 이 모든 일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공평함을 선호하는 우주의 어떤 의지는 보트린에게 그 특별한 예민함을 부여하는 대신 다른 종류의 둔감함도 아울러 선사한 것이 분명했고, 따라서 보트린은 음모나 계획, 속임수 따위에 무지하다 할 정도로 둔감했다. 하지만 그것은 상관없었다. 실제로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운용하는 자들에게 그런 감각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 보트린이 환희에 찬 니름을 닐렀다.

<좋아, 됐어!>

그로스가 갈로텍에게 양피지를 건넸다. 양피지를 받아 든 갈로텍은 빙긋 웃었다. 그는 갑자기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스바치와 카루를 돌아보았다. 스바치는 카린돌을 보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카루는 사나운 시선을 보내어 오고 있었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갈로텍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에 든 양피지를 펄럭이며 닐렀다.

<이게 뭔지 알아?>

<그게 뭔데?>

<카린돌 마케로우가 너희 두 명을 데리고 심장탑에 보호를 요청한 것에 격분한 비아스가 보낸 항의장이지.>

<뭐? 보호?>

되묻던 카루는 곧 갈로텍의 니름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갈로텍은 카루의 얼굴을 보며 그가 상황을 완전히 깨닫기를 기다렸다. 카루의 얼굴이 험악하게 바뀌었을 때 갈로텍은 양피지를 내려다보며 닐렀다.

<약술사의 길을 선택한 것은 비아스로선 훌륭한 결정이야. 이 끔찍한 문재라니, 세련미라고는 아첨을 바치려고 해도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군.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어휘들 중 하나는 매우 마음에 드는군.〉

갈로텍은 그것이 무슨 어휘냐고 묻기를 기다렸다. 그래서 카루는 그렇게 해 주었다.

<무슨 어휘인데?>

카루의 예상대로 갈로텍은 대답하지 않았다. 카루는, 어울리지는 않지만 갈로텍에게 순박하다는 평을 하는 것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갈로텍은 양피지를 차분히 들여다보고는 그것을 도로 그로스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갈로텍은 카린돌 앞으로 다가섰다.

냉동 장치에서 흘러나오는 냉기는 이제 견딜 수 없는 지경이었다. 수호자들은 몸을 움츠렸고 스바치와 카루 또한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끼며 당황했다. 하지만 갈로텍은 그들을 놀라게 했다. 갈로텍은 갑자기 외투 앞자락을 확 열어젖혔다.

그리고 갈로텍은 비아스의 항의서에 적혀 있던 카린돌의 이름을 강력하게 닐렀다.

<베카린도렌 마케로우!>

스바치와 카루는 공포 속에서 카린돌을 바라보았다. 카린돌의 정신이 미약하게 푸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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