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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 8장 – 열독 (17)


<문을 닫아!>

갈로텍이 튕기듯 뒤로 물러나며 닐렀다. 그러나 수호자들이 문을 붙잡기도 전에 카린돌의 몸에서 니름이 흘러나왔다.

<나의 신랑이여. 이게 무슨 짓인가!>

스바치와 카루는 비늘을 곤두세웠다. 생전 처음 듣는 니름이었지만 그들은 그것이 누구의 니름인지 알 수 있었다. 여신이 아니고선 그런 니름을 발할 수 없었다. 그 권위와 힘에 사람들은 몸이 오그라드는 기분마저 느꼈다. 하지만 갈로텍은 으르릉거리며 한쪽 문을 향해 달려갔다.

<문을 닫아, 이 멍청아!>

그리고 갈로텍은 문을 밀어붙였다. 다른 쪽에 있던 수호자도 퍼뜩 제정신을 되찾아 문을 닫았다. 떨리는 손으로 문을 잠근 갈로텍은 비늘을 부딪치며 금속 입방체에서 떨어졌다.

금속 입방체는 고요했다. 갈로텍은 비늘을 부딪쳐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길이 닿는 곳에는 보트린이 넋을 잃은 채 서 있었다.

<보트린!>

<뭐, 어? 왜?>

<보트린, 대답해! 어떻게 되었지?>

보트린은 당황하며 감각을 집중시켰다. 다른 수호자들에게는 수백 년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트린은 공포에 젖은 니름을 보내었다.

<저기……… 계셔.>

<저기 계신다고?〉

<저 안에 계셔. 카린돌의 몸에 갇혀 계셔. 오오, 이럴 수가. 우리가 성공했어!>

그것은 기쁨의 외침이 아니었다. 보트린은 자신들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수호자들 또한 두려움에 찬 눈으로 냉동 장치를 바라보았다.

잠시도 영이 부재할 수는 없다. 카린돌의 영이 갈로텍에게 전령된 순간,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 육은 바로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육에는 하나의 영이 더 있었다. 발자국 없는 여신이다. 머나먼 북쪽에 가 있던 발자국 없는 여신은 카린돌의 영이 빠져나가자마자 강제로 육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여신은 카린돌의 몸에 갇혀 버렸다. 카린돌의 몸은 살아 있다. 비록 얼어붙어 있는 것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심장을 적출한 카린돌의 몸은 그런 상태에서도 죽지 않았다. 살아 있는 몸에서 영은 잠시도 부재할 수 없다.

만약 여신이 카린돌의 몸을 죽이려는 결정을 내린다면 그녀는 카린돌에게서 빠져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체는 신이 가호자들의 특성을 느끼기 위한 존재다. 그 말은 역으로 신체의 특성은 신에게도 전달된다는 의미다. 카린돌의 몸은 냉동 장치 속에서 얼어붙어 있었고, 조만간 여신은 잠들게 될 것이다. 그녀는 빠져나올 수 없다.

그것을 기쁨으로 느낀 것은 갈로텍뿐이었다.

<해냈어!>

갈로텍의 니름에 수호자들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갈로텍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한 번 더 닐렀다.

<해냈어! 마침내 해냈어!>

그러자 마침내 수호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돌아왔다. 아직 계획의 전모를 알지 못하는 카루와 스바치는 다만 여신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을 뿐이었다.

갈로텍은 흥분을 가라앉히며 카린돌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았다. 카린돌은 냉동 장치 속에서의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쉴 곳을 찾아 저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당분간 그녀가 말썽을 부릴 일은 없다고 생각한 갈로텍은 바쁘게 지시를 내렸다.

<보트린, 잘했어! 네가 신체를 느낄 정도로 예민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시작도 할 수 없었을 거야. 계속 저 냉동 장치를 관찰해. 그리고 그로스, 시작해 봐!>

그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창가로 다가갔다. 다른 사람들은 기쁨을 잠시 가라앉히고는 긴장한 채 그로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로스는 차분해지기 위해 애쓴 다음 계획해 둔 대로 여신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수호자였고, 신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륜이 하인샤 대사원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일을 시도했다.

륜의 경우와는 달리 여신은 그로스에게 오지 않았다. 카린돌의 몸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대신 여신의 힘이 그로스에게 왔다.

그로스는 팔에 비늘이 곤두서는 것을 느끼며 계획의 다음 단계를 시도했다.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쏴아아아……. 느닷없이 쏟아진 비는 물안개를 피워 하텐그라쥬의 첨탑과 기념물과 건물들을 뒤덮었다. 그 모습을 보던 그로스는 환희에 차서 고개를 돌렸다. 갈로텍은 흥분을 억누르려 애쓰며 주의 깊게 질문했다.

<저건 자네가 불러낸 건가?>

<그래! 내가 불러냈어! 내가 하텐그라쥬에 비를 내리게 했어!>〉

수호자들은 감격하여 그로스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갈로텍을 바라보았다. 갈로텍은 그로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다면 이젠 내 차례군.>

그로스는 경의를 표하며 창가에서 물러났다. 갈로텍은 그로스가 섰던 자리에 섰다. 그리고 그로스와 똑같은 시도를 했다. 다만 마지막 단계에서 갈로텍이 원한 것은 그로스와 정반대였다.

비가 멎었다.

카루와 스바치는 이 기적에 넋이 나가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수호자들은 기쁨의 니름을 토해 내었다. 그들은 차례로 그로스와 갈로텍이 했던 일을 시도했고, 똑같이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보트린은 믿을 수 없게도 하텐그라쥬의 하늘에 눈이 내리게 만들었다. 똑같은 일을 시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호자들은 보트린이 이루어낸 기적에 압도되었다. 그들은 다투며 창가에 몰려서서는 난생 처음 보는 눈보라의 모습에 비늘을 곤두세웠다. 마치 순진한 어린애들 같은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침착을 되찾은 것은 역시 갈로텍이었다. 갈로텍은 황급히 그 눈보라를 없앴다. 수호자들은 실망한 표정으로 갈로텍을 바라보았다.

<저건 안 돼. 비가 오는 것 정도야 괜찮지만 눈이 오는 모습을 보면 다른 나가들이 놀랄 거야. 지금 이 시간에 깨어 있는 나가들이 있을지도 몰라. 우리는 아직 할 일이 많아.>

수호자들은 아쉬워하면서도 갈로텍의 설명을 받아들였다. 갈로텍은 보트린에게 다시 냉동 장치를 감시하라고 명령한 다음 그로스에게 닐렀다.

<자네는 지금 세리스마에게 가서 성공을 보고하게.>

그로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카루가 경악 속에서 닐렀다.

<누, 누구에게?>

갈로텍은 그 니름에 잠시 놀랐다가 그제야 카루와 스바치가 아직 방바닥에 쓰러져 있음을 깨닫고는 미소 지었다.

〈세리스마에게 보고하라고 했다네, 친구.〉

<그, 그, 그렇다면……!>

<보고할 필요는 없네.〉

낯익은 니름에 카루와 스바치는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갈로텍과 수호자들도 몸을 돌려 그들의 눈길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방문 앞에는 수호자 세리스마가 있었다. 스바치와 카루는 심장탑 55층이 아닌 곳에서 세리스마를 처음 본 셈이었다. 세리스마는 부드럽게 닐렀다.

<조금 전 비가 쏟아졌을 때 성공한 것을 깨달았네. 그래서 내려온 거야.〉

카루는 온몸의 비늘을 부딪치며 혐오감에 차서 세리스마를 바라보았다. 그때 갈로텍과 수호자들이 세리스마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세리스마는 빙긋 웃었다. 스바치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닐렀다.

<그렇다면 바로 당신이……!>

<그래, 내가 바로 이 모든 계획을 짜낸 사람이지. 음모가와 그를 저지하려는 양심가의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일은 정말 재미있었어. 자칫 정신적 피로로 지쳐 버릴 수 있는 그런 어려운 일을 재미있게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자네들 덕분이야. 스바치. 그리고 카루. 자네들이 열성적인 조력자였음은 잊지 않겠네.>

카루와 스바치는 폭언을 토해 내었다. 세리스마는 그 니름을 듣다가 갈로텍에게 닐렀다.

<저 냉동 장치 안에 저 두 친구도 넣을 수 있나?>

<아니요. 공간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거 안 됐군.〉

<심장을 터뜨리면 어떨까요?>

<아냐. 저 친구들은 수완가들이야. 얼마나 일을 잘해 줬는지는 자네도 알 것 아닌가. 천천히 설득해 봐야지. 어쨌든 마지막 단계는 언제 시작할 생각인가?>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갈로텍은 자신 속을 향해 외쳤다.

“주퀘도! 주퀘도 사르마크!”

주퀘도는 그 외침을 들었지만 일부러 늑장을 부리며 천천히 의식의 표면으로 부상했다. 갈로텍은 의아하여 말했다.

“왜 이렇게 천천히 올라오는 거예요?”

“주인공은 천천히 등장하는 걸세. 친구. 대관식장에서 달리는 왕을 상상할 수 있겠나? 아, 이건 물론 지금부터 나의 시간이라는 전제 하에 하는 말인데, 내 전제가 틀렸나?”

갈로텍은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 전제가 맞습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전투를 시작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대상과 목표를 알려 주시지. 내가 도대체 어떤 잡것들의 자존심과 명예와 목숨에 심대한 타격을 입혀…….”

“그만, 됐어요. 우리 목표는 하텐그라쥬의 대가문들입니다.”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두 사람은 갈로텍의 말에 당황했다. 주퀘도 또한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가문들? 그걸 어쩌라는 거야?”

“우리는 지금부터 대가문을 습격하여 가주들을 생포해 올 생각입니다.”

“너 정말 야심만만하구나. 그 대가문들의 방비는 상당할 텐데?”

“그래서 사상 최고의 전투 지휘관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그리고 당신이 반길 것이 분명한 지원도 있습니다.”

“삼가 그 지원이라는 것이 뭔지 묻고 싶군.”

“우리는 만약 필요하다면 누구든지 단숨에 죽일 수 있습니다.”

주퀘도는 기가 막혀하며 말했다.

“이봐. 지금 앞을 가로막는 자는 누구든 죽이겠다는 굳센 용기를 말하는 거라면, 그건 유사 이래의 모든 전투에서 가장 필요한 보급품인 양 오인되었지만 실제론 별로…………….”

“아니오, 주퀘도. 나는 말 그대로의 의미로 말한 겁니다.”

주퀘도는 부연 설명을 요구했다. 갈로텍은 그에게 심장 파괴에 대해 설명했다. 주퀘도는 그 개념에 매료되었다.

“그거 굉장한 일이군! 그렇다면 분명 대단한 지원이야.”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게 뭔데?”

“우리는 하텐그라쥬에 눈보라가 내리게 할 수 있습니다.”

주퀘도는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갈로텍은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주퀘도?”

“지금 그 말이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입니다. 원한다면 우리는 눈보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가들을 얼어붙게 만들 겁니다. 하지만 그런 걸 아무렇게나 사용한다면 우리 또한 얼어붙겠지요. 어쨌든 우리는 전투 전문가는 아니잖습니까. 그러니 당신이 우리를 지휘해 주십시오. 그리고 어느 곳에 어떻게 눈보라를, 혹은 비를, 혹은 홍수를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 주십시오.”

“농담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태도가 너무 진지한데.”

“농담이 아닙니다. 당신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평생이 전투로 얼룩진 당신도 아마 이런 종류의 지원은 생각도 못 했겠지요?”

주퀘도는 당연히 생각하지 못했다.


센 가문의 가주이자 하텐그라쥬 가문 평의회의 의장인 라토 센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는 잠자리에서 갑자기 끌려 나왔고, 그런 일은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만약 인간들의 지배자라면 그런 습격에 훨씬 능동적이고 민첩하게 대처했겠지만 나가들의 사회는 인간들처럼 난폭하지 않다. 대가문의 가주다운 침착성 때문에 공포에 울부짖지는 않았지만 라토 센은 혼란 속에서 질질 끌려갔다.

홀 가운데서 라토 센은 겨우 그 고통스러운 포박에서 풀려났다. 라토 센은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녀의 자매와 딸들, 그리고 손녀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끌려나와 있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라토보다는 훨씬 겁에 질려 있었고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라토는 어린 손녀를 끌어안으며 습격자의 지휘자를 찾아보려 애썼다. 하지만 습격자들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누가 지휘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마침내 한 사람이 그녀의 앞쪽으로 걸어왔다. 얼굴에는 가면을 쓰고 있었고 몸은 검은 옷으로 감싸고 있었지만 라토 센은 상대가 남자임을 알 수 있었다. 라토는 분노를 느꼈다. 남자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 없다고 생각한 라토는 손녀를 안은 채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남자는 사이커를 그녀의 목에 겨누었다.

<앉아 있으시오. 라토 센.>

<너는 누구냐! 너희들이 어떤 부랑자이기에 감히 센 가문을 습격했느냐!>

사이커를 쥔 남자, 즉 갈로텍은 자신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당황했다. 주퀘도가 그 손을 움직인 것이다. 주퀘도는 사이커를 옆으로 돌려 칼날 옆부분으로 라토의 뺨을 후려갈겼다. 센 가문의 여인들이 기겁했고 갈로텍 또한 이 존경스러운 여인을 때렸다는 사실에 덜컥 겁을 집어먹었다. 하지만 주퀘도는 빠르게 말했다.

“멍청이, 정신 차려라! 무슨 니름을 나눴는지 모르겠지만 저년의 태도를 보니 대충 짐작이 간다. 그런 반항은 최초에 확실히 뭉개놔야 한다. 저년이 좀 더 나불대게 놔두면 주위의 다른 년들도 들고 일어날 거란 말이다.”

갈로텍의 입은 가면에 가려져 있었고 센 가문의 여자들은 소리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혼자 말하고 혼자 듣는 갈로텍의 기괴한 모습을 깨닫지 못했다. 갈로텍은 겨우 사나운 니름을 꺼내 놓았다.

<질문은 내가 한다.>

갈로텍은 용기를 짜냈다.

<이 할망구야!>

센 가문 사람들은 이 폭언에 기가 막혔다. 상상하기도 힘든 무도함은 그녀들을 얼어붙게 했고 공포를 가중시켰다. 주퀘도가 바라던 대로 되었음을 깨달은 갈로텍은 주퀘도가 없었다면 정말 곤란했을 거라는 생각을 되새겼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주퀘도가 말했다.

“이제 달래라. 말 잘 들으면 안 다칠 수 있다는 식으로. 젠장. 이런 것까지 가르쳐야 하나?”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그런 험한 꼴은 당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또다시 내 심사를 건드리면 호된 맛을 볼 거다.>

라토 센은 분노보다는 경악으로 눈을 부릅뜬 채 갈로텍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갈로텍은 태어난 이래로 지켜온 도덕 관념의 혼란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기분이었다. 갈로텍은 혼란에 휘둘리게 되기 전에 빠르게 해치우기로 했다.

<일어나! 라토 당신은 우리와 함께 간다. 나머지는 집에 있도록.>

<나를······어디로 데려갈 생각이냐?>

질문하는 라토의 니름에는 드디어 공포가 엿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갈로텍을 흥분시켰다. 자신보다 약한 것을 만났을 때의 잔혹한 우월감. 갈로텍은 그 기분이 좋았다. 지독하게 좋았다.

<어디로 가냐고? 궁금한가?>

라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갈로텍은 사납게 닐렀다.

<심장탑이다.>

<심장탑?>

갈로텍은 가면을 확 벗었다. 주퀘도는 어이가 없었지만 내버려 두기로 했다. 갈로텍은 사이커를 무시무시하게 흔들며 닐렀다.

<그래, 이년아! 나는 너희들이 버러지처럼 생각하는 남자일 뿐만 아니라 수호자다! 하텐그라쥬는, 아니, 나가는 앞으로 우리가 지배한다!>

라토는 기가 막혀 닐렀다.

<너희들이······ 권력에 미쳐서……>

….

갈로텍은 다시 라토의 뺨을 후려갈겼다. 이번에는 주퀘도의 의지가 아니었다. 어처구니없어하던 주퀘도는 자신이 깃들어 있는 개망나니를 꾸짖어 줄까 하다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그 얘기를 꺾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퀘도는 상황이 일단락된 뒤에 갈로텍에게 몇 마디 해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갈로텍은 자신감에 차서 닐렀다.

<니름 조심해! 너희 년들이 800년 전에 실패한 일을 마무리 지어 주는 사람에게 사용할 니름이 아니다!>

라토는 겁에 질린 채 갈로텍을 바라보았다. 갈로텍은 환희에 차서 닐렀다.

<우리가 너희들의 권력 따위를 노리는 줄 알아? 천만에. 그런 사소한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 물론 그것도 가질 테지만 우리의 눈은 더 멀리 내다보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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