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 9장 – 북부의 왕 (6)
하텐그라쥬에 기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소문은 나가들을 당황하게 했고 단순히 그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멍청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만큼 우스꽝스러웠다. 그러나 거짓말은 거대하면 거대할수록 더 거짓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는 진리는 나가들에게도 통용되는 진리였다.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였기에 나가들은 오히려 그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제정신이라면 그런 니름도 안 되는 이야기를 꺼낼 리가 없다. 그런데도 그런 이야기가 돈다면, 그것은 그 이야기가 사실이기 때문이다. 당연하잖은가?
그래서 하텐그라쥬의 나가들은, 수호자 갈로텍이 비탄에 잠긴 표정으로 불신자들이 나가의 여신을 납치했다고 선언했을 때, 웃음을 터뜨리는 대신 공포의 니름을 토해 내었다.
비아스 마케로우는 주위의 반응을 보며 어처구니없는 기분을 느꼈다. 갈로텍은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광장에 모여든 나가들을 완전히 휘어잡은 채 불신자들을 저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니름도 안 되는 이야기는 나가들에게 받아들여졌다. 비아스는 웃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그렇습니다! 두억시니들은 바로 그런 추악한 음모의 희생자들이었습니다. 수천 년 전, 신의 가호 속에 번영하던 두억시니들을 시기하던 불신자들은 두억시니의 신을 납치했습니다. 그런 잔혹하고 비늘 서는 범죄가 두억시니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었는지는 닐러 드리지 않아도 될 겁니다. 저는 니르고 싶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더 이상 그들만의 불행이 아니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보십시오!>
갈로텍은 극적인 동작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의 손이 기묘하게 움직였을 때 하늘에서 황당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억수처럼 쏟아졌지만, 나가들의 머리에 닿기 전에 사라졌다. 나가들은 이 엄청난 기적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경배하십시오. 이것은 발자국 없는 여신의 힘입니다. 그리고 슬퍼하십시오! 여신의 신랑인 저는 지금 여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이 힘의 주인인 여신께서 불신자들에게 유괴당했기 때문입니다! 주인을 잃은 그 힘은 지금 자기 주인의 신랑에게 복종하고 있는 것입니다!>
끔찍한 공포의 니름들이 터져 나왔다. 갈로텍은 비를 사라지게 했다.
<제가 기쁘냐고요? 힘을 얻었기에 도취되었을 것 같습니까? 천만에요. 저는 두렵습니다. 숨이 끊어지도록 두렵습니다. 우리들이 어떤 꼴이 될지 예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거론하기조차 비늘 서는 두억시니가 바로 우리의 미래의 모습이 될 것입니다!>
군중은 완전히 겁에 질렸다. 비아스는 갈로텍의 장단을 맞춰 주고 싶었지만 그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 둘 필요도 느꼈다. 그랬기에 비아스는 날카로운 니름을 발했다.
<그렇다면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수호자 갈로텍.>
갈로텍은 질문자가 비아스임을 깨닫고는 경계심을 느꼈다. 그 경계심을 겁에 질린 다른 나가들이 깨달을 수 없는 수준으로 억제시켜 둔 채 갈로텍은 모종의 준비를 갖추었다. 그 준비가 완료되는 데는 거의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예, 질문하십시오. 마케로우.〉
<그렇다면 우리는 불신자의 손에서 여신을 되찾아야겠군요.>
<존경하는 학자이신 당신의 니름 그대로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 힘을 사용하여 존경하는 가주님들을 납치한 것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그것은 여신 구출 계획―이런 니름이 적당한지는 모르겠습니다. ᅳ과 관련이 있는 일입니까?>
갈로텍은 웃고 싶었다. 비아스가 그에게 협력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적절한 사전 협의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듯 재치 있는 협조를 보내어 오는 비아스를 보며 갈로텍은 그녀가 원하는 관계 설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확하십니다. 그 사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원인이 관련되어 있으며……………, 지금 그것은 하나로 통합되었습니다.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최초의 공격은 몇몇 참을성이 없는 수호자들에 의해 일어난 것입니다. 그들은 갑자기 공포를 느꼈고, 그래서 재빨리 가주들을 불러들여 사태를 의논해야 된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들은 너무도 겁을 먹었기에 손에 들어온 힘을 마구 사용하여 가주들을 강제로 불러들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공포와 절박함이 그들로 하여금 잠시 적절한 절차를 잊게 만든 것이지요.>
다른 사회에서라면 이런 태도는 지도자의 태도로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갈로텍은 나가 여자들에게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는 남자의, 그러니까 여자의 적절한 지도를 필요로 하는 미숙한 남자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그것은 여자들을 만족시켰다. 특히나 조금 전 남자가 제멋대로 기적을 사용하는 모습을 본 직후였기에 그런 나약한 태도는 놀랄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는 그들이 일으킨 경악할 만한 일이 실제로 필요한 일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계선을 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갈로텍의 니름이 나가들에게 일으킨 심리적 효과는 엄청났다. 그녀들은 완전히 압도되었고 그중 몇몇은 심하게 고개를 가로젓기까지 했다. 갈로텍은 여운을 정확히 측정한 다음 조금 더 기다렸다. 마침내 군중 사이에서 불신과 의혹, 의문의 니름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기다리고 있던 갈로텍은 지체 없이 닐렀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대확장 전쟁을 재개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북쪽으로 넘어가지 않는 이상 여신을 구출할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항의의 니름이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그녀들은 놀란 표정으로 수호자를 바라보았다. 갈로텍은 준엄하게 닐렀다.
<그들이 신을 가두고 있는 장소가 정확하게 어딜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어쩌면 우리는 저 무시무시한 빙하까지 진격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만년설이 뒤덮인 추악한 산들을 올라야 할지도 모릅니다.>
군중은 갈로텍의 니름만으로도 몸이 얼어붙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우리는 여신을 찾아내어야 합니다. 북쪽의 저 동토를 1평방미터씩 수색하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두억시니의 운명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랬기에 우리는 가주님들을 모셔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가주님들을 아시잖습니까? 그 분들은 물론 지혜롭고 강인한 분들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세련된 불간섭의 원칙 때문에 가문 내의 일이 아닌, 초가문적인 문제에 대해서 가주님들은 가문 평의회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결정하실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초가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입니다. 그것도 한시가 급했습니다! 자, 비아스 마케로우! 우리가 어떻게 해야 했습니까?>
<이미 일어난 일을 활용하는 것이 좋았을 겁니다. 가주님들에 대한 납치가 기왕의 사실임을 인정하고 그것을 그대로 이용하여 가문 평의회보다 더 강력하고 의사 결정이 빠른 기구를 만들어야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했습니다. 지금 가주님들은 나가들의 모든 도시를 아우르는 대통합을 준비 중이십니다. 그 분들이 마침내 우리들의 뜻에 찬성하셨기에 얼마 전 면회를 허락할 수 있었습니다.>
갈로텍은 ‘하지만 아무도 찾아오시지 않더군요.’라는 쓸데없는 니름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군중은 그런 니름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들이 부끄러워하고 있을 때 갈로텍은 그들에게 환호할 기회를 주었다.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보다 넓은 밀림을 위해 대확장 전쟁을 벌였습니다. 그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여신을 구출하기 위해 그것을 재개해야 합니다! 생존 자체를 위해서!>
갈로텍은 만족했다. 군중은 여신 구출을 다짐하는 니름을 거세게 내뿜었다.
조금 전 황당한 비가 쏟아졌던 하텐그라쥬의 하늘이 다시 찌푸려지고 있었다. 그들이 할 말을 모두 전달했기 때문에 수호자들은 군중이 집으로 돌아가길 원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비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군중은 황급히 흩어졌다. 갈로텍은 창밖을 내다보며 웃었다.
<편의성의 극한을 치닫는다고나 할까요. >
갈로텍의 쾌활한 니름에 비아스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상당하시더군요. 급조된 계획이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주퀘도는 저를 잡아먹을 듯이 화를 내더군요.>
<주퀘도?>
<제 속에 있는 군령들 중 하나이며 제 고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쪽에서 꽤 이름을 날렸던 전투 전문가입니다. 가주만 설득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그 자에게 고백했더니 제 지성을 곤충 수준으로 비하하더군요.>
비아스 또한 나가였고, 그래서 주퀘도가 왜 비난했는지 알 수 없었다. 갈로텍은 설명했다.
<우리는, 따지고 보면 상당히 단순하게 사는 사람들입니다. 여자들은 모두 가문에 매어 가주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남자들은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주는 가문을 다스리며, 가문 바깥의 일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고 관심을 둘 필요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 사회에 사는 우리였기에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설득하느니 그 우두머리들인 가주만 설득하면 모든 나가들을 우리 뜻대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됩니다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주들이야말로 우리의 통합에 가장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한 가문의 독재적 지배자였습니다. 그런데 통합된 나가 사회의 일부분으로, 더 큰 권위의 명령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격하되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을 리가 없습니다. 그들이 탐내지도 않는 세계를 위해서 그럴 필요는 더욱 없었지요.>
비아스는 이해했다. 갈로텍은 스스로에게 조소를 보내며 닐렀다.
<예. 최악의 장애물을 모아 놓고 달리려 했으니 제대로 달릴 수 없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주퀘도는 그들을 모아 둔 다음 잊어버리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말? 아, 인간이라고 하셨죠.>
<예. 주퀘도는 가주들에 대한 처리는 그녀들을 모두 체포한 것에서 끝난 것이며, 우리가 다루어야 하는 것은 지도자를 잃고 주춤거리고 있는 대중이라고 가르쳐 주더군요. 그리고 대중에겐 가장 큰 거짓말이 가장 훌륭한 설득 도구라는 것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대중은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던가요. 우리는 반신반의하며 그대로 했지요. 그 효과에는 저도 놀랐습니다.>
비아스는 씁쓸하게 닐렀다.
<그러면 우리는 다시는 그 가주님들을 뵐 수 없겠군요.>
<두세나 마케로우는 보기 힘들 겁니다.>
비아스는 흠칫하며 갈로텍을 바라보았다. 갈로텍은 부드럽게 닐렀다.
<우리 계획에 대해 찬동하는 가주들은 돌려보낼 겁니다. 하지만 두세나 마케로우는 돌려보내고 싶지 않군요.〉
비아스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갈로텍은 그녀에게 마케로우 가문을 주겠다고 니르는 것이었다.
<돌아오지 않는 가주님을 위해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우리를 도우십시오.〉
<그러면 당신과 저는 동업자가 되는 겁니까?>
갈로텍은 싸늘하게 웃었다.
<비아스 왜 아까 당신이 마음대로 니를 수 있게 내버려 둔 건지 아십니까?>
<제가 당신을 도울 거라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이유도 있었습니다만, 만약 당신이 부적절한 니름을 꺼내면 당신 몸 속의 물을 모두 끓어오르게 만들 준비를 갖춰 두었기 때문입니다.〉
비아스는 비늘을 곤두세웠다.
<그렇게 많은 군중 앞에서 저를 죽일 수는 없었을 텐데요.>
<아니요. 그럴 수 있었습니다. 약간의 부연 설명이면 충분하지요. 저는 당신이 드디어 두억시니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닐렀을 겁니다. 여신을 잃은 사건의 증후군이 나타났다는 거죠. 좋은 연출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비아스는 더 이상 니를 수 없었다. 그녀는 굴욕감과 두려움 속에서 수호자를 바라보았다. 갈로텍은 관대한 듯이 닐렀다.
<원한다면 당신이 제 동업자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저 또한 당신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비아스는 ‘당분간은’이라는 말에 감사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참기 어려웠다. 그런 그녀의 분노를 즐기며 갈로텍은 차분하게 닐렀다.
<그럼 당신을 여기로 부른 이유를 니르겠습니다. 당신은 소드락의 생산을 통제할 방법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과 동시에 카린돌의 유언장을 찾아야 합니다.〉
<유언장이라고요?〉
<예. 그녀는 심장 파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기록된 유언장을 작성해 두었습니다. 그 유언장이 실재하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어쩌면 단순히 협박하기 위해 거짓 니름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공개되더라도 다룰 수 없을 정도로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실재한다면 우리 손에 들어와 있는 편이 좋습니다. 그것을 찾아 주십시오.>
<저를 완전히 아랫사람 취급하시는군요.>
<저는 당신에게 기회를 주는 겁니다.>
<기회?>
갈로텍은 웃음을 지웠다. 그는 사나운 눈초리로 비아스를 쏘아보았다.
<당신이 저지른 과오를 속죄할 기회 말입니다.〉
비아스는 유벡스 사서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에 유벡스의 모습이 떠오르자마자 갈로텍은 그것을 부정했다.
<아니요. 화리트 마케로우를 죽인 것 말입니다. 당신이 그런 짓을 저질렀기에 지금 우리는 우리와 동일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마음대로 다룰 수 없는 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륜 페이!>
<그렇습니다. 그는 신명을 가지고 있으며 심장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에게는 심장 파괴를 쓸 수 없습니다.>
비아스는 만약 화리트였다면 일이 끝난 후 심장 파괴를 쓸 작정이었음을 깨달았다. 갈로텍은 아쉽다는 듯이 닐렀다.
<사모 페이가 그를 제대로 암살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실패한다면 륜 페이는 향후 우리의 최대 걸림돌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