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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11화


으-춥다..

왜 이렇게 어둡지…?

“휘이이-잉!”

순간적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며 동천의 얼굴을 싸 하게 스치며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여기는 어디지?

나는왜 이런곳에 있지?

몸을 움직이려던 동천은 문득 움직이는 것이 부자연 스럽다는 것이 느껴졌다.

왜 이러지?

왜 움직일수가 없는거지?

한참 몸을 뒤척이던 동천은 문득 자신의 손이 작아졌다는 것을 알아 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 전체가 작아져서 마치 갖 태어난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아니, 이상하게도 그보다 더 어린 아이가 되어있는 듯한 자신을 바라보며 황당함을 느꼈다.

말도 안되는..?

어떻게 이럴 수가있는 거야?

어? 뭐지 이 느낌은?.. 아..! 따뜻하다..

찬바람이 쌩쌩 불며 차가웠던 주위가 갑자기 변하더니 어둡지만 따뜻한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그 느낌도 잠시. 포근함을 느끼던 동천은 거대한 힘이 자신을 밀어내는 듯한 느낌이 드는 동시에 주위가 요동치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우르르르-!”

아.. 안돼!

싫어! 나는.. 나는 이곳을 나가기 싫어!

순간적으로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느낌을 받던 동천은 이 힘에 밀려 이곳에서 밀려 나가게 되면 죽는 다는 생각에 온 몸을 허우적대며 앞으로만 나아 가려고 했다.

그러나 곧 거대한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밀려나가는 자신을 느끼고는 이젠 글렀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구! 난 이제 죽나보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건 싫은데…

빛이네.. 저 곳으로 나가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힘없이 밀려 나가던 동천은 희미하게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 빛은 점점 세어 지더니 마침내 동천의 눈을 멀게 할 정도로 강하게 쏘아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응애! 응애!”

“마님! 고추 입니다요!”

웬 늙은 할머니가 자신을 들어 올리더니 기뻐 하며 나를 힘겹게 숨을 할딱이며 쓰러져 있는 여인에게 데리고 갔다. 그 여인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어서 얼굴은 알아 볼수 없었지만 옆모습이 웬지 모르게 기품(氣稟)이 있어 보였다.

“그.. 그래요? 하아.. 하아… 어서..”

힘겹지만 기쁨에 찬듯한 목소리로 마님이란 여인이 부르자 늙은 할멈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나를 건네줬다.

“예, 여기 있읍니다요 마님.”

나는 심심 해서 그냥 울어봤다.

“응애! 응애!”

마님이란 여인은 울고 있는 아기가 예쁜 듯 환하게 웃으면서 아기를 얼르며 말을 했다.

“옳지! 아가야.. 울지 말아야지.. 울지.. 울.. …”

순간 느낌이 이상해진 나는 울음을 그치고 마님이란 여인을 쳐다보자 그 마님이라는 여인은 나를 보며 말했다.

“켈켈켈! 어제 맞은게 아파서 우는게냐? 켈켈켈…”

동천은 눈앞이 번쩍 하면서 꿈에서 깨는 것을 느끼며 누워있던 자리에서 벌떡! 하고 재빠르게 일어났다.

“우아악!”

“딱!”

“꺄악-!”

“아씨-!”

“쨍그랑-!”

“아이고, 대가리야!”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의 화음(和音)들이 교차되면서 동천은 머리가 부서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황급히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사정화와 수련이 있었는데 사정화는 두 손으로 이마를 붙잡고 땅바닥에 한쪽무릎을 굽힌채 머리를 부르르 떨면서 괴로워 하고있었고, 수련은 먹을 것을 쟁반위에 들고왔다가(죽(粥)인 것 같았다.) 엎지르고는 사정화를 한 번 봤다가 엎어진 그릇들을 한 번 봤다가 하면서 안절부절 하질 못하고 울먹일 듯한 자세를 취하며 말을 했다.

“아가씨! 괜찮아요? 아가씨이.. 이를 어째.. 야! 동천! 어떻게좀 해봐!”

사정화는 고통 스러운 와중(渦中) 에서도 분한 듯 이를 갈면서 동천을 불렀다.

“너.. 너 이자식.. 도.. 동천!!”

사정화는 인간의 머리가 이렇게 단단 하다는 것을 오늘에야 새삼 느낄수가 있었다. 처음에 동천의 방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어제 동천이 너무 심하게 맞았다는 것을 자기 자신도 인정하고 있었지만 사정화 자존심에 내색은 하지 않고 아침을 먹고 있었다. 정원(鄭元)할멈은(늙은 할멈의이름.) 묘시말((卯時末): 오전 6시-7시)이 되면 매일 마다 운기행공(運氣行功)한다고 방에서 나오질 않았다.

그래서 아침밥을 수련과 함께 먹고 있는데 동천의 모습이 보이질 않자 수련에게 지나가는 투로 물어봤다.

“동천은 어떻게 됐지?”

사정화의 물음에 수련은 마지막 남은 먹음직 스럽게 생긴 닭다리를 집다 말고는 얼른 대답했다.

“예? 아 동천이요? 걔는요. 아까 깨우러 갔는데 어저께 청목(靑木)할머니(수련은 정원할멈의 별호를 부른다.) 한테 좀 심하게 맞아서 그런지 깨워도 일어나질 못하길래 그냥 놔두고 왔는데.. 지금 다시가서 깨울 까요?”

사정화는 수련이 집다만 닭다리를 집어들더니 말을 했다.

“아냐, 됐으니까 밥이나 먹어.”

수련은 내심(內心) 아까 웠지만 아무말도 못하고 옆에 있는 소채를 집어 먹었다.

아침밥을 다 먹고나서 수련이 그릇들을 치우고 나가자 혼자만 있게된 사정화는 갑자기 동천이 어떻게 됐을까 하고,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련이 없는 사이에 몰래 동천의 상태를 보려고 동천에게 가는데 그만 동천의 집앞에서 동천에게 먹일 죽을 부엌에서 들고오던 수련에게 들키게 되었다.

“어? 아가씨.. 마침 잘됐내요. 제가 지금 동천한테 먹일 죽을 가지고 들어가려던 참인데 같이 들어가요.”

사정화와 마주친 수련은 주인의 성격을 아는지라 “동천의 상태를 보러 왔죠?”라고는 차마 말을 못했다.

“흐음-! 할수없지.”

사정화는 마지못해 들어간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수련과 함께 동천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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