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동천(冬天) – 14화


술취한 비둘기.

– 내가 그놈만 생각하면… –

『어린놈 하나 때문에 아직까지 피해의식(被害意識)을 가지고 살아가는 불쌍한 거지 육능풍(育能風)이…』


동천이 쓰러지고 난후 며칠동안 역천이 사람을 보내서 한약을 지어 왔는데, 그 한약을 먹은 지 하루도 안되서 동천의 몸에 수없이 나있던 부기와 상처들은 놀라운 속도로 치유 되었다. 사정화는 원래의 계획대로 암흑대서고(暗黑大書庫)에 가서 여덟권의 책을 들고 오더니 수련동에 들어가선 나오질 않았다. 그 곳에는 오직 수련만이 가끔가다 음식을 들고 갈수 있게 사정화가 따로 조취를 해 놓았다.

그렇게 며칠동안 누워서 호강을 하던 동천은 기절하고 난 후 꼭 닷새가 지난후에 더 누워있고 싶어서 꾀병을 피웠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챈 수련이 어서 일어 나라고 하자 동천은 실실! 거리며 내가 싫다는데 어쩔거냐며 뻐팅기다가 수련이 청목 할머니 한테 이르겠다고 하자 동천은 지레 겁먹고 웃으면서 일어났지만 속으로는 씨발 씨발! 하면서 투덜 거렸다.

드디어 엿새 째가 되는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동천은 약발이 잘들 었는지 예전보다 더 탱탱! 하고 유들 유들한 얼굴색을 가지게 되었다.

“야! 동천. 오늘이 무슨 날인줄 알지?”

수련의 진지한 듯한 말에 동천은 그런 수련의 표정을 보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 알고 있지 내가 그것도 모를줄 알어?”

동천의 자신있는 듯한 대답에 수련은 조금 미심 쩍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으래?”

동천은 수련의 어감(語感)이 재미 있는 듯 비슷한 어감으로 따라 말했다.

“그-으렇다아!”

이제 동천의 반말에는 익숙해진 수련 이었다.

“좋아. 그러면 오늘이 무슨 날인지 말해봐!”

아직까지도 미심 쩍다는 듯한 수련의 표정에 동천은 누구를 바보로 아느냐는 식으로 대답 했다.

“무슨 날이긴 무슨 날이야! 오늘이 바로 사월 구일 수요일 이지! 너 바보 아니냐?”

한마디로 진짜 바보였다. 그 말에 자신이 바보 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었지만 원래 진짜 바보는 자신이 바보인줄 모른다는 데에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위안이 된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수련은 동천의 그 말에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이 역력 했다.

“으이그-! 이 바보 멍충아! 오늘이 바로 앞으로 니 사부가 되실 역천 아저씨 한테 가는 날이잖어!”

그말에 동천은 아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좀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헤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그날 이구나? 사내가 일이 바쁘다 보면 이런일도 있구 저런일도 있는 법이야. 그런 것 쯤은 니가 이해를 좀 해줘야지!”

동천의 그런 어이 없는 말에 수련은 황당해 하면서 졌다는 듯이 말을 했다.

“휴! 그래 알았어. 다 내가 잘못 했으니까 어서 가서 밥이나 먹어.”

수련의 밥이라는 말에 동천은 눈이 번쩍! 뜨이면서 예전에 사정화와 수련이 밥을 먹었던 사정화의 거실(居室)로 들어 갔다. 사정화가 없는 이상 이제 이 집은 동천의 독무대(獨舞臺) 였다. 그 늙다리 할망구만 빼고.. 하지만 정원은 사정화가 수련동에 들어 가자 어디를 다니는지 제대로 얼굴을 비친적이 드물었다. 어쨌든 수련은 한숨을 지으면서 뒤따라 갈수 밖에 없었다.

“야! 수련 너 진짜 밥 잘만든다! 누구한테 배웠어?”

우걱 우걱! 밥만 쳐먹던 동천을 못마땅해 하던 수련은 밥이 맛있다는 말에 금새 기분이 좋아 졌다.

“그래? 그렇게 맛있어?”

동천은 수련과 자신 둘밖에 없었지만 누가 반찬을 뺏어 먹기라도 할 듯이 입에 음식물을 쳐넣으면서 말을 했다.

“그우래! 지이짜! 욱… 꿀꺽! 휴! 숨막혀 죽는줄 알았네.. 진짜 맛있다구! 너 나중에 시집가면 분명히 칭찬 받고 살거야.”

동천의 시집가면 이란 말에 수련은 나직히 코웃음을 쳤지만 얼굴이 쌔빨개 진게 그리 싫지는 안은 듯 했다.

“웃기는 소리 하질 말구 어서 밥이나 먹고 이따가 역천 아저씨한테 나하고 같이 가자.”

수련의 말에 동천은 밥먹다 말고 수련을 빤히 쳐다 보았다.

“왜? 흐음-! 너 내가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거기를 왜 니가 나하고 같이 가냐?”

수련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동천을 보며 말했다.

“너 맞고 싶어? 누가 누굴 좋아해? 웃기지 말어! 정 그러면 니가 알아서 혼자 가! 너 약왕전(藥王傳)이 어디 있는줄 알지?”

당당히 대답(對答)하는 동천의 말.

“아니!”

수련은 더 이상 말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너… 잘났다..!”

“인제 알았냐?”

“….”


랜덤 이미지